[7회차 후기] 규율사회와 전체주의

광합성
2024-04-15 09:41
54

# 규율 권력은 속죄나 억압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파지티브하게 작용한다(= 생산한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도록 하는 내면화된 명령 같은 것, 그것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기라고 받아들여지기에 더 적극적으로 실행한다.

 

코로나 때 마스크를 안하고 동네 거리를 거닐다가 눈총을 당한 적이 많다. 맞은편에서 나를 째려보며 지나가던 사람의 눈빛을 아직도 기억한다. 심지어 당시에는 2미터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길에선 마스크를 안 끼어도 되는 가이드도 있었다. 어떤 지식(코로나에 대한 ‘의학적’ 지식 체계)는 사람들을 마스크를 끼도록, 손세정제를 하도록, 전국민이 백신을 맞도록 할 뿐 아니라, 그것을 행하지 않는 사람들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 그 자체가 바이러스인 존재로 만들어 강한 혐오의 반응을 일으키게 했다. 우리모두 적극적으로 코로나 규범을 내면화하고 그것을 강화시켰다. 코로나 전체주의,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서 개인의 선택과 자유는 유보되고 강력한 통제를 가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코로나라는 이상현상 때문에 그렇지 기본적으로 내가(우리가) 살아가는 매커니즘은 이런 패턴인 것 같다.

 

이렇게 작동하는 규율권력 안에서 저항이란 무엇일까? 규율권력 사회에서는 저항대상을 찾는 일도, 저항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백신을 맞지 않는 것처럼 나에게 강요되는 어떤 행위들을 알아차리고 안하는 것이 저항일까? 사실 나는(우리는) 규율권력의 체제 속에 살기 때문에, 바다 속에서 계속 살아온 사람이 여기가 바다라는 것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것처럼 이것이 규율 권력이다 알아차리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당연하게 내 안에서 작동되기 때문에. 여기가 바다구나 라는 것을 알아차리려면, 바다가 아닌 바깥의 경험이 있어야 할 것이다.

 

올해 초 시사아속이라는 태국의 불교공동체에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낯선 경험을 했다. 지금 내가 속한 오늘공동체 멤버 스무명 정도가 4박 5일동안 머물렀는데 일정 내내 시간표 없이 움직였다. 일정이 끝나면 우리를 담당했던(보살펴주었다는 말이 더 적합하지만) 콴딘이라는 분은 ‘내일은 뭐하고 싶어? 하고 싶은 거 생각나면 말해줘’ 라고 하고 돌아갔다. 스님과의 만남이나 농장 방문등을 요청했고 그러면 미소와 함께 ‘응 알았어’라는 답이 돌아왔다. 몇째날 몇시에 그걸 하자 라는 대답은 아니었다. 매일 아침, 그저 콴딘의 이끔을 따라 우리는 이곳저곳을 다녔다. 무언가를 할 때 엑셀시트를 열어, 일의 목적, 일정표, 예산 등을 정리하는 것이 너무나 몸에 밴 나로서는, 더더구나 공동체 멤버 여럿이 간 여행에서 시간표를 짜고 시간흐름대로 움직이지 않는 방식이 낯설었다. (그곳이 운영되는 그 공동체의 합리성이란 내가 가진 것과는 다른 무엇이었던 것 같다)

 

추가로 떠오른 생각

# 다른 샘들도 이야기하셨지만 나도 학교에서 아이들을 훈육하는 일을 한다. 특히 우리 공동체는 아이들 훈육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종종 아이들의 갈등을 처리하고 훈육한다. 아이들을 주체적인 존재로 자다도록 돕는 것과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훈육하는 것...그것은 가능할까 (우리공동체는 사실 아이들만 훈육하는 것이 아니고 어른들도 훈육하긴 한다).

 

댓글 0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30
<공지 2-2> 성의 역사 1 , 얇지만 매우 중요한 저작입니다 (14)
문탁 | 2024.05.03 | 조회 177
문탁 2024.05.03 177
29
[2-1 후기] 텍스트를 장악하려면 손가락을 써야한다 (10)
김지영 | 2024.05.02 | 조회 181
김지영 2024.05.02 181
28
<공지 2-1> 미니 에세이 혹은 개념정리노트 발표 (20)
문탁 | 2024.04.25 | 조회 285
문탁 2024.04.25 285
27
[8회차 후기] 스스로에게 무엇이 좋은지 질문하고 답하기 (3)
이연 | 2024.04.22 | 조회 147
이연 2024.04.22 147
26
이거슨 소박한 뒷풀이? 감시와처벌 정리를 앞둔 전열정비? (9)
문탁 | 2024.04.21 | 조회 160
문탁 2024.04.21 160
25
[1분기 과제] - 감시와 처벌 이렇게 정리해봅니다
문탁 | 2024.04.19 | 조회 163
문탁 2024.04.19 163
24
[7회차 후기] 규율사회와 전체주의
광합성 | 2024.04.15 | 조회 54
광합성 2024.04.15 54
23
[7주차 후기] 규범화 제재 (1)
윤해정 | 2024.04.14 | 조회 97
윤해정 2024.04.14 97
22
[7회차 후기] 자기 해부와 데이터 축적(feat. 다리꼬지마) (1)
sundown | 2024.04.14 | 조회 68
sundown 2024.04.14 68
21
<공지 1-8> 감금사회의 완성 (6)
문탁 | 2024.04.14 | 조회 121
문탁 2024.04.14 121
20
[6회차후기] 순종하는 신체 (8)
홍승희 | 2024.04.07 | 조회 182
홍승희 2024.04.07 182
19
[6회차 후기] 공간 분배의 기술(feat 일람표) (6)
김지영 | 2024.04.07 | 조회 170
김지영 2024.04.07 170
18
<공지 1-7> - 감시와 처벌 3부 원스모어 (7)
문탁 | 2024.04.05 | 조회 204
문탁 2024.04.05 204
17
<공지 1-6> - 감시와 처벌 3부 규율 (7)
문탁 | 2024.04.01 | 조회 198
문탁 2024.04.01 198
16
[5주차후기] '형벌의 완화'가 탄생된 과정 (p.149~173) (8)
김미정 | 2024.03.30 | 조회 217
김미정 2024.03.30 217
15
(감시와 처벌 요약 발제 A조 산책) 제2부 1장 일반화한 처벌(173쪽~198쪽)
산책 | 2024.03.25 | 조회 56
산책 2024.03.25 56
14
<공지 1-5> - 감시와 처벌 2부를 두번 이상 읽어옵니다 (8)
문탁 | 2024.03.25 | 조회 219
문탁 2024.03.25 219
13
[4주차 후기] 진실생산 장치로서의 신체형(p.75-94) (12)
윤해정 | 2024.03.22 | 조회 231
윤해정 2024.03.22 231
12
[3회차후기] 개념을 반복하며 익히기 (4)
홍승희 | 2024.03.18 | 조회 109
홍승희 2024.03.18 109
11
<공지 1-4> - 감시와 처벌 1부를 읽어옵니다 (7)
문탁 | 2024.03.17 | 조회 223
문탁 2024.03.17 223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