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차 후기] 스스로에게 무엇이 좋은지 질문하고 답하기

이연
2024-04-22 01:24
209

1학기 시즌1-미쉘 푸코, 마지막 세미나를 마치고 나흘이 훌쩍 지났습니다. 후기를 쓰려면 『감시와 처벌』을 다시 펼쳐봐야 했는데, 저도 모르게 시즌2에 읽을 푸코의 강연집에 혹하고 말았었습니다. 문탁샘께서 올려주신, 정성이 깃든 상차림에 더해진 이야기꽃을 보며, ‘와 바쁘신 중에 모두 문화생활까지 재밌게 하시는구나’ 입을 벌리며, 정신 차립니다. 

이번에는 4부 ‘감옥’에서 새로 알게 된 사실, 인상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써보라 하셨는데요. 세미나 시간 전해주신 많은 내용 중 콕 박힌것은 ‘시설’에 관한 얘기였습니다. 학교와 병원과 군대만 감옥이 아니고 감옥 체계는 요즘 식으로 말하면 시설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요. 아동보호시설이나, 요양보호시설 등 전형적인 시설이라 생각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심지어 가정도 시설이다라는 담론을 나눠주셨어요. 어떻게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어떤 저항이 필요한지 등, 여러 샘들이 해오신 질문과도 같으며, 지금 우리 모두의 과제라고 하셨습니다.

 

p.424 감옥은 수감자에 대해 거의 전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억압과 형벌의 구조를 갖는다. 그것은 전제적인 규율이다. 감옥은 다른 규율 장치들에서 발견되는 모든 절차를 매우 강도 높은 단계로 올려 놓은 것이다. 감옥의 작용 방식은 완전한 교육의 강제이다.’ 위 첫 문장에서 감옥 대신 여러 시설명을, 수감자 대신 시설 이용대상자를 넣어 보면서 숱한 규율들을 떠올릴 수 있을텐데요. 가정도 예외일 수 없음을 절감하며, 저 또한 가족에게 보통과 평범함이란 무기로 억압했던 것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최근, 제 어떤 얘기가 의견을 빙자한 강요로 들렸을 거라, 자녀에게 직접 인정하는 것을 보며, 함께하는 책 읽기가 좋은 관계와 다른 선택지 등에도 영향을 주는 일상의 유용한 도구임을 다시 확인합니다. 

 

저희 질문이자 세미나 주제인 ‘예속적 주체에서 윤리적 주체로’ 어떻게 변화 해야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푸코는 알려줍니다.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제안된 현실에 대한 분석에 기초해서, 스스로에게 무엇이 좋은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자발적으로 작업하거나 스스로를 구축해야 한다.’고요. 저는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에게 무엇이 좋고 맞는지, 비판적인 시선으로 안과 밖을 잘 살펴가며,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해가는 과정에 충실한 것이라고 이해해 봅니다. 

물심양면 애쓰신 선생님들, 모두 고맙습니다. 꾸벅. 

댓글 3
  • 2024-04-22 09:52

    와, 샘. 감사.
    줌에서는 들을 수 없는 (저희 수업 성격상) 샘의 생생한 목소리, 감정을 알 수 있어서 넘 좋습니다^^

  • 2024-04-22 18:07

    <그래서 '주체'>

    감시와 처벌, 처음에는 무시무시한 신체 절단형 처벌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처벌은 위법행위자, 반역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고 나는 돌을 던지는 사람의 입장에서 읽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권력이 나를 길들이고, 나는 그 권력을 충실히 이행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직면했다. 평소에도 학교가 바뀌든지 없어지든지 해야 한단 생각은 늘 했지만, 이렇게나 규율 권력이, 규범화된 권력이 촘촘하게 퍼져 있는데, 학교가 아닌 곳은 또 별다를 것인가?

    "법이 만인의 이름으로 만인을 위해 만들어진다고 믿는 것은 위선이거나 순진한 생각이다. 질서를 담당하는 한 사회계층이 무질서에 빠진 다른 사회계층을 제재하는 것이다. 498"

    이렇게 씨원한 소리를 하다니. 교과서에는 절대 없는 말. 서민들의 생계형 범죄는 감형이랄 것도 없다. 하지만 재벌들은 대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다. 검찰은 모든 정보를 틀어쥐고, 개인정보법은 구색이며, 디넷에 온갖 잡다한 개인들의 전기적 정보들이 가득하다. "신체에 대한 현실적 지배와 동시에 신체에 대한 영속적 관찰을 확고히547" 하는 것이다. 그러니 '주체'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거였다. 순종적 신체가 되지 말고, '깨어 있는' 개인이, 시민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규율로 점철된 학교 안에서 어떤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고, 어떤 시각으로 사회와 소통할지 먼저 생각해 보고, 또 교과서 외적인 담론도 오갈 수 있기를 바란다.

  • 2024-05-01 13:16

    먼저 후딱 후기를 올려주신 이연쌤 감사합니다!

    새롭게 알게된 사실과 인상적인 내용들은,

    범죄는 정치적 관측소로서 기능한다. 경찰관들 다음으로, 그것을 활용한 사람들은 통계학자와 사회학자들이다. 507p
    ->‘정치적 관측소’로서 사회학자와 통계학자들이 언급된 게 신기하더군요. 통계학자들은 뿌옇게나마 짐작할 수 있지만, 여기서 사회학자는 어떤 맥락으로 연결된 걸까, 확 와닿지는 않았네요. 푸코가 말하는 사회학자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사회학자는 다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감시는 감옥과 짝을 이루어서만 가동할 수 있었다. 석방된 개인들에 대한 통제를 수월히 해 주고, 밀고자들의 모집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그리고 상호적인 밀고를 증가시키고 범법자들을 서로 연결시켜 주기 때문에, 감옥은 폐쇄적이면서 통제하기는 쉬운 범죄자 사회의 조직화를 재촉한다. 507p
    ->감옥이 새로운 범죄를 조직화할 수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감옥이 타락하는 이야기가 많은데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것이었구나, 싶고요. 또한 감옥생활이 초래된 사회적 부적응 효과. (실업, 거주금지, 강제적 거주, 집행유예 등) 이 중에서 저는 ‘실업’이 눈에 띄더군요. 가난한 이를 더 가난하게 내몰고, 그 가족까지 가난하게 되는 악순환. 지금은 범죄자들이 감옥에 간 후 겪는 이런 부차적 고통에 대해 당연히 감내하는 벌의 일부라고 생각되어지는 거 같습니다.

    그것은 위법행위들의 일반경제 속에 있는 중계장치이며, 그러한 구조의 다른 부속 장치는 형사 사법 밑에 있지 않고, 그 옆에 있는 경찰, 감옥, 범죄이다. 경찰력에 의한 사법의 과잉, 사법에 대한 감옥 기관의 타성적 태도 – 이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며 권력의 경직화나 점차적인 이동이 초래한 결과도 아니다. 그것은 근대 사회에서 처벌기관들이 보여 주는 구조적 특징이다. 508p
    ->경찰, 감옥, 범죄. 제가 이 부분이 인상적인 것은 그것은 새로운 현상과 권력이 아닌 ‘구조적 특징’이다. 라는 건데요. 현재에는 권력이 과잉되었다기 보단, 구조적 특징이 더 섬세해지고 견고해졌다고 볼 수 있을까요.

    아, 도형수(군사 항구에 죄수를 가두어 놓고 일을 시키는 감옥)들이 행진곡을 부르는 묘사에선 그간 프랑스 역사물 영화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떠오르더군요. 아아!!! 그 장면에, 그 죄수들은 이런 상황이었구나...

    이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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