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을 향한 인도의 지혜>1강 후기

기린
2024-04-06 10:03
140

1.예나 지금이나 욕망은 여전하고

 

몇 년 전 문탁에서 신상환 선생님께 『중론』 강독 강의를 들었다. 두 시즌에 걸쳐 들으면서 공(空)사상에 대해 들었지만, 기억에 남은 건 거의 없는데, 그 강의 후 인도여행 계획을 잡았던 건 기억난다. 난 그때 인도를 가면 어떤 것들을 보게 될까? 갈 수 있을까? 여행비 마련이 문제군. 그러던 와중에 코로나가 닥쳐서 여행 계획은 무산되었다. 인도 하면 내게 떠오르는 유일한 기억이다. 그러다 이번에 나이듦 연구소 봄 강좌로 <불멸을 향한 인도의 지혜>를 듣게 되었다. 김영 선생님은 예전에 얼굴만 뵌 적이 있었고, 샘의 강좌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느릿한 속도의 저음이 인상적으로 들리는 화면으로 샘을 만났다. 강의 도입부에서 인도에서 삶의 주기를 4단계로 나뉜다고 알려주셨다. 1. 학생기/2. 가장기/ 3. 숲생활기/ 4.출가기 , 선생님은 작년에 그동안의 대학 강의 등의 활동을 하면서 가장기(생업 등을 유지하는 사회 활동기)를 끝내고 숲생활기로 진입하셨다고 했다. 다음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 전단계의 상황을 말끔히 정리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선생님의 내공이 심상치 않음이 화면에서도 전해졌다.

 

1강은 <땅에서와 같이 하늘에서도-풍요를 갈망하는 슬픈 불멸주의자> 라는 제목이었다. 고대 인도인들이 갈망하는 것들, 즉 소와 부와 권력과 승리 등은 지금도 유효한 갈망이라는 점에서 “인간의 본성은 그다지 다를 것 없으며 물질적 풍요에 대한 갈망은 지루할 정도로 똑같다”고 평했다. 또한 다가오는 죽음을 잊기 위해 제사 등의 문화 장치를 통해 “하늘나라에 또 다른 나 (아트만) 가 생겨 지상의 육신이 죽어도 또 다른 나는 천국에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염원했다고 한다. 제사에는 소마라는 환각성 약초즙을 제물로 올렸다는 기록이 있는데, 소마를 마신 사제가 의례를 진행했다고 한다. “적어도 인도에서 환각은, 즉 시공간의 초월, 만물의 단일성과 신성함에 대한 직관적 감각, 정상적으로는 이용할 수 없는 지식에의 접근이었다.”고 한다. 삶에 중독된 현대인들은 불확실한 미래를 제어하기 위한 수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삶에 중독된 우리는 역설적이게도 그 유일한 치료제인 죽음을 두려워한다.”(샘의 강의안)

 

                                                                    <소마즙>

 

 

2.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더 심해지다

 

옛 사람들은 의례를 통해 환희를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주술 행위는 존재와 존재를 합치 시켰다. 예를 들어 인형을 만들어 해코지를 하면 인형으로 지목된 당사자에게도 저주가 내려질거라는 믿음은 “자기의 내적 믿음이 객관적 질서로 작용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면세계를 확장하여 외부세계를 덧칠하는 것이 주술적 사고라면, 외부세계를 내면으로 끌어와 덮어버리는 것이 자기 합리화가 아닐까” 이렇게 세계를 객관적 지표로 파악하게 되면 고유한 내면의 세계는 부서지게 된다고 한다.

 

 

옛사람들은 또 다른 나라고 믿은 집단의 영속을 보장받음으로써 불멸에 도달했다. 집단이 존속하는 한 자신도 영속한다고 믿었다. 현상적인 에고를 부정하고 개인성을 탈피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스스로가 독립된 존재라고 믿는 현대인에게는, 에고야말로 진정한 자신이다. 공동체, 민족, 국가 그 어떤 울타리도 나는 아니며 죽을 운명의 나를 지킬 수도 없다. 그리하며 노화는 질병이 되었고, 죽음은 공포가 되었다. 노쇠와 죽음은 더 이상 무언가를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자본주의는 “삶에서 죽음을 추방했다.” 보이지 않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샘의 강의안에서)

 

 

강의 말미에 선생님은 죽음과 관련한 명상에 대한 팁을 전해 주셨다. 지금 당장 죽는다는 생각을 할 때 떠오르는 두려움을 알아차려 보라고 하셨다. 올해 나이듦 연구소에서 열고 있는 죽음 강좌 2탄이다. 죽음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생각하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융의 사유와 인도 철학을 횡단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또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것을 기대하게 하는 강의였다.

 

                                                             <융의 사유를 설명한 이미지>

댓글 4
  • 2024-04-06 11:23

    저는 김영 선생님 수업도 처음이고 인도 철학 자체도 처음인데 어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미나게 들었네요.
    강의를 흡입력 있게 하시는 듯요!
    지금 공부하고 있는 불교와 비슷한듯 다른 지점이 재미있는 거같아요.
    20대때 혼자 다녀온 인도 여행이 생각나네요. 진짜 인도사람들 ㅋㅋㅋㅋㅋㅋ

  • 2024-04-06 13:28

    저녁 식구들이 모이는 시간이라 마음이 무척 어수선했지만 김영 선생님의 여린 듯, 허나 카리스마 있는 그 뭔가가 끌어당기는 수업이었다. 내 머리의 한계로 강의 일부 내용만 정리하려 한다.
    -인도의 4-4-4 용법
    인생의 주기를 4주기(학생기, 가장기, 은퇴기, 출가기)로 분류하고 그 시기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한다. 인생의 목적도 또한 4가지 주기에 따라 달라진다.
    4가지의 계급이 있다.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로서 오늘날은 직업별 수많은 계급으로 분화되었다.
    -우파니샤드
    최고계급인 브라만의 비밀서인 우파니샤드라는 최고의 경전이 나왔다. 우파니샤드는 ‘가까이 다가가 앉음’의 의미로 스승 가까이에서 스승이 가진 신비의 높은 지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성의 머리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받아들이는 직관의 지혜로 체득하는 것이다. 스승에게서 말로 전해지는 것과 스승의 모든 모습을 통해 배우며 체득해 나가기에 스승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주지화’(지적인 분석)에서 벗어나기
    인도학은 자신이 체험한 것만큼 느껴지고 알게 되는 학문이다. 깨달음은 직관을 통해서 일어난다. 자신의 무의식에 접근할 수 있는 ‘다리’역할로서의 직관 즉, 비과학적인 것들이 무의식에 들어가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샘께서 보여주신 하얀 새, 고통 받는 붓다의 상..을 통해 이것이 무의식에 작용하는 열쇠로 사용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부분이 어렵게 느껴진다. 역시 주지화하는 나의 한계를 느낀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두 가지 태도
    서사적 자아: 여태껏 살아온(줄거리속의) 나로서
    현상적 자아: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나로서
    지금의 나의 모습이 되려면 서사인 ‘나’가 먼저 있어야한다. 지금의 나는 서사적 나가 토대가 되어야한다. 나는 살아보지 못한 것들을 즉 서사적 자아가 완성해야한다. 그래서 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한다. 나는 무엇을 했던 사람인가라는 답을 알게 되면 수행을 할 수 있게 된다. 가장 와 닿았던 부분이었다. 인도사람들이 ‘가장기’라는 주기에서 쾌락적인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고 했는데 그 말은 주어진 삶을 치열하게 살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치열한 삶이야말로 자신을 알아 가는 과정이었기에 감히 숲으로 가서 죽음을 논할 자격이 있었을 것이다.
    -참나(self)에 대해서는 더 강의를 들으면서 정리를 해야 할 듯
    나를 알아가는 과정으로서, 죽음에 대한 자각 등의 동기가 될 것 같은 앞으로의 강의들에 기대가 생긴다.

  • 2024-04-07 23:11

    녹화된 영상으로 첫 강의를 수강하였습니다.
    문탁 네트워크를 발견하고 재미난 강의로 시작을 하다니 <참 운이 좋은 4월이네> 생각이 듭니다.

    해탈의 시작점 '페르소나'도 벗어나지 못한 사람으로써 인도철학과 질문들이 아주 멀게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모든것(세계/신)이 나의 의식안에 있다는 것을 전제하니, 내가 사는동안 참나의 일부라도 대면할 수 있을까...나는 정말 그것을 원하나...등의 가까운 질문들도 생겼습니다.
    이번 강의를 통해 저 스스로에게 좋은 질문을 자주 하게 될것 같습니다. 감사드리고,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

    *비밀메모가 필터링되었습니다

  • 2024-04-08 20:28

    김영쌤 강의 내용이 너무 흥미진진해서 두 시간 수업시간이 짧게 느껴졌습니다.
    줌 강의 들으면서 이렇게 집중하기는 처음이었음을;;;
    그래서 아직 강의 신청 안한 친구에게 작업했는데... 과연 전도에 성공할 것인지 말 것인지...ㅎㅎ

    융도 잘 모르고 우파니샤드도 잘 모르지만 그 안에서 설명되는 '소아'를 거쳐 '대아'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불교의 '무아'와 '불성'이 묘하게 오버랩되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뭘 몰라서 이렇게 막 던지는지 모르겠지만 차차 강의를 통해서 잘 탐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물리적으로 '숲생활기'에 완전 들어섰는데 말이죠. 이것은 정말 '숲생활기'가 맞을까요?
    아니면 그냥 '숲생활' 인가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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