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첫 정모 후기

모로
2024-03-2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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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어제 sf 정모 첫 시간이었죠?

오늘 아침에 일리치 약국에 출근해서 쌍화탕을 달일려고 준비하는데, 기린쌤이 스윽 다가오면서 그윽~ 한 눈빛으로 저를 쳐다봅니다. 꿈뻑꿈뻑. 내 눈을 보니 무슨 생각이 드냐고 하시네요. 꿈뻑꿈뻑. 아하 후기쓰란 말이구나. 우린 말 한마디 없이 ‘피안’의 언어로 대화할 수 있었죠.. 아.. 이 열린 마음이라니.. 좀 더 눈을 피했어야.. ㅋㅋㅋㅋㅋ

 

아무튼 제가 후기를 쓸 거란 건 1도 예상하지 못한채 음료수만 쭉쭉빨며 앉아있었던 터라 조밀한 후기가 되지 못할 점 미리 양해 드립니다.

 

아무튼,

첫날은 르귄의 ‘로캐넌의 세계’였습니다.

각자 써온 한 페이지 분량의 메모를 함께 읽고 간단한 자기 소개를 했는데요.

이번 세미나는 새로 오신 분들이 많았어요. 항상 익숙한 얼굴만 보다가 새로운 얼굴들을 보니 신기했습니다.

 

자기 소개를 듣다보니 두 파로 나뉘었는데, sf원래 좋아한다 파와 sf와는 거리가 멀지만 문탁쌤에 대한 팬심으로? 혹은 사고의 확장 면에서? 참여한 파로 구분되네요.

저 같이... 오로지 유희만을 위해 참석한 사람은 없어보입니다만.. 그래도 책을 너무 재미나게 읽었기 때문에 만족했습니다. 기린쌤이 말씀하신 그 책들도 읽어보고 싶네요. 

 

여러 사람이 함께 읽으니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독해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뭐니뭐니해도 가장 충격적이었던건 록희님의 ‘로캐넌이 결혼해 영주가 되었다’는 썰? 이었죠 ㅋㅋㅋ

마지막 문단에 꽂히셔서 그렇게 해석했다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놀라운 해석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석될수도 있겠다.. 고 생각했지만 문탁쌤과 오!늘~쌤은 sf가 다시 가부장적인 결혼제도로 마무리 된다니 그렇게 생각하면 작품이 너무 아쉬워 진다고도 이야기 하셨죠. 이건 좀더 생각해 봐야겠죠?

 

그리고 또 이야기 나누었던 게 로캐넌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준 ‘샘’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이 능력을 부여받았던 부분이 조금은 갑작스럽고 설명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었는데,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수긍이 갔네요. 어떻게 이 전쟁을 마무리하냐의 문제에서 직접적인 폭력이 아닌 마음을 읽는 능력으로 해결하려고 했던 르귄의 생각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앤서블에 대한 이야긴데요. 항성간의 시간차를 넘어서는 어마어마한 물건에 대한 이야깁니다.

오늘님의 질문은 왜 그 기계를 통해서 전언이나 폭파시킬수 있는 어떤 것(꼭 물리적인 폭탄이 아니더라도)은 바로 오는데, 인간이 도착하려면 8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냐는 문제입니다. 이건 아마도 르귄의 첫 작품이라 이것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을 수도 있었겠다며 뒤에 가서는 이 앤서블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되네요. 이런 엄청난 발명을 정말로 만들어 낼까요?

 

제가 궁금해서 인터넷에 찾아보니, 르귄이 앤서블이라는 개념을 만들었고, 이 편리한 기능(?)을 다은 작가들이 많이 차용했다고 해요. 이렇게 설명되어있네요.

 

“앤서블 개념을 차용함으로써 만들어지는 '대화는 실시간으로 가능하지만 직접 그곳으로 가려면 엄청난 시간 지연을 감수해야 한다'라는 설정은 꽤 매혹적인 것이어서, 르 귄은 헤인 시리즈 곳곳에서 이 설정에 기대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저는 음모설을 믿기 때문에(ㅎㅎㅎ) 나만 쏘옥 빼놓고 어떤 사람들는 이미 그런 기계를 사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기 블랙홀도 보고, 다른 종족도 만나고, 바람말도 타고 다니는거 아닐까 상상해 봅니다 ㅋㅋㅋ 나도 좀 데려가지.. ㅎㅎㅎ

 

아무튼 첫날이라 좀 두서없는 느낌도 있었고, 어색하기도 했지만 함께 읽으면 훨씬 풍성해지는 느낌은 다들 받으셨죠? 앞으로 서로 조율하면서 좀 더 밀도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덧. 저 혼자 의견입니다만 써온 메모를 다 읽고 시작하니까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줄거리 부분은 생략하고 같이 나누어 보고 싶은 주제만 추려서 진행하는건 어떨지 조심스럽게 건의해 봅니다.. 밤인데 3시간 너무 길어요~~~ ㅎㅎㅎㅎ

댓글 8
  • 2024-03-22 14:46

    ㅋㅋ 맞아요~제 마음을 읽어준 모로님은~ 로캐넌의 후손? ㅋㅋㅋ

  • 2024-03-22 15:08

    ㅋㅋㅋㅋ 저 오늘 오전내내 내 주장에 받침이 될 근거들을 수집하고 있는데 쉽지가 않네요 😅 . 거기서 말한 lord는 로캐넌이라 생각하며 저는 다음책 유배행성을 다시 읽어보도록 할께요 .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미팅하기 몇일전에 다시 읽고 출석해야겠어요

  • 2024-03-22 16:38

    텔레파시와 마음을 읽는 능력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슨 이야기지? 잠시 길을 잃었더랬습니다.;; 소설을 띄엄띄엄 읽어서였을까요? ㅎ 여튼 아직까지는 조금 낯선 sf 소설이지만 조금씩 젖어들어보겠습니다. 다른 샘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 2024-03-22 23:50

    첫 시간부터 욕심껏 할 수는 없겠으나 마음을 읽는 능력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 나누지 못한 게 못내 아쉽더군요. 샘의 수호자, 군체 텔레파시, 로캐넌이 선물 받은 능력, ‘듄’의 베네 게세리트에 해리 포터와 볼트모트 사이의 관계까지 할 이야기가 무궁무진한데 말이죠. 다행히 유배행성에도 이 텔레파시는 등장하니까 다음 달에 다시 이야기 나눌 수 있겠지요. 아마도?
    그래도 몇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이 있어 정리해봤어요.

    1. 샘의 수호자는 어떤 존재일까?
    피아가 말했던 ‘오래된 종족’의 일원인 것 같습니다(101). 로캐넌 일행을 구해 준 키에므리르도 모지안의 조상들인 리우아르를 기억하고 있었죠. 샘의 수호자는 그들 모두의 매우 오랜 역사를 기억하는 존재인 것 같아요. 아마도 그 행성의 역사를 모두 기억하는 정도의 존재가 아닐까요? 그를 만나기 전부터 로캐넌은 이미 쿄와 함께 있으면서 마음의 대화를 조금 배웠습니다.(181) 하여 로캐넌이 샘의 수호자를 만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야한을 위해 물을 찾아 나섰다가 수호자의 존재를 감지했을 때, 그는 ‘일찍이 알았던 그 어떤 것보다 더 지독한 두려움에’ 사로잡혔다고 말하죠(177). 그리고 직접 수호자를 만나기까지 오래 망설였습니다. 그가 감당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경외감과 어떤 예감에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는 인간성을 포기할 수 없어서 샘의 수호자가 제의한 완전한 능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합니다.(181)

    2. 마음을 듣는다는 것은?
    전 로캐넌이 초능력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텔레파시 감각을 열어주는 능력을 배웠다고 합니다(182). 완전한 능력을 받았는데 통제할 수 없다면 그는 미치지 않았을까요(이건 스포일러인데 듄에서 뱃속에 있던 폴의 여동생은...^^) 적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그는 오직 적을 듣기 원합니다. 하지만 적이 중간에 은하어를 사용한 적도 있지만 로캐넌은 적의 언어를 모릅니다. 그래서 언어는 전해지지 않았다고, 그가 “듣는” 것은 언어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실제 위치와 감각의 방향, 공포와 질투의 회오리 같은 감정들이라고 합니다. 전 이 마음을 읽는 능력이 베네 게세리트의 "목소리" 능력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물론 그들도 상대의 말이 거짓유무를 판단하기는 하는데 좀 다릅니다) 그 “목소리”는 폭력이고 억압이니까요. 그러나 로캐넌은 그저 적의 위치를 추적할 뿐입니다. 이 방식이 직접적인 폭력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저자의 아이디어인 것 같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행성을 지키려는 로캐넌의 노력은 결국 모지언을 포함한 여러 사람의 희생을 낳았고 로캐넌은 한순간에 천 명의 죽음을 체험하기에 이릅니다.

    3, 로캐넌의 복수는 정당한가?
    로캐넌은 비무장의 조사선을 보자마자 폭격한 적들이 자신들의 목적에 맞는 쉽고 빠른 결론을 내릴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들에게는 기술만이 문제였으니까요. 적은 무해한 피아 마을을 포함해 여러 지역에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죠. 그 적들이 이 행성의 고도 지성 생명체들이나 문화를 존중할 리가 없음이 자명해 보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이 행성을 위험에 빠뜨린 채 도망갈 수 없었죠.

    저는 이러한 전개가 익숙하면서도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 핍진성과 우아함이라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무엇보다 소설의 우아함과 깊이는 문체와 철학에 있지 않을까 싶네요.

  • 2024-03-23 10:57

    저는 저자가 갓 40에 쓴 첫 장편소설인 이 책이 (그래서 후대에 평론가들에 의해 아직 모호하다고 말해지는데) 왜 이렇게 압도적으로 우아하고 아름답게 느껴질까?를 계속 고민 중입니다. 세계관? 상상력? 문장력? 혹시 저자가 천재여서? ㅋㅋㅋㅋㅋㅋㅋ
    도대체 나를 매혹시키는 것은 어떤 점 때문인가를, 계속 생각하고 있습니다. ㅎ

  • 2024-03-23 18:45

    르귄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도 참여했어요. 세미나를 '덕질' 활동으로 명명한 것 부터 마음에 확 들었어요. 이 생에서는 처음 만나는 분들과의 첫 덕질 모임이 생각보다 재미 쏠쏠했네요. 새로운 텍스트, 새로운 인연, 새로운 방식 넘 좋아요. 덕질 기획자께 박수!!! 르귄 소설이 아닌 다른 소설, 영화, 미드들까지 공유해주시니 그것도 좋구요. <삼체>도 봐야되구, 다음 주 개봉하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SF 아님)도 봐야하는데... ㅋㅋ

    로캐넌 '마음 감각'에 대한 생각이 계속 맴도네요. 르귄쌤은 인류 갈등의 근원적 원인 중 하나를 언어로 본 것 같아요. 이야기를 만들면서 텔레파시, 또는 앤서블(ansible)을 해결 수단으로 생각했다가, '마음 감각'이라는 것을 하나 더 발명했을 수도... '마음 감각'으로 언어를 해결하니까 인간이 우주와 거의 하나가 되더군요ㅋㅋ.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테드창 원작 소설)가 다룬 언어 해결 방식 보다 '마음 감각'이 더 화끈(?)한 듯 하구요. 19~20세기 서양 철학에서 언어, 의식/무의식이 화두였다고 하던데 르귄도 많이 생각했을 것 같아요. 르귄의 다른 작품에서는 언어의 한계를 어떻게 다루는지 관심이 가네요. 앤서블 활용도 궁금하구요.

    다음 달 소설을 일단 구매했습니다. 2회차 정모에 제가 참여할지 안할지 우리의 인연이 저도 궁금해지기 시작하네요 ㅋ. 아, 참! 혹시 앤서블 싸게 구입할 수 있는데 아시는 분 계신가욧? 마음 감각으로 연락주세요~~ ㅋㅋ

    • 2024-03-24 10:46

      rkxdlgody...
      도달했나유?

      • 2024-03-24 11:15

        *$#";'#@>_<÷&*#,: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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