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729 "여백" 공유주택 답사 후기

청량리
2023-08-01 23:40
461

 

어제 김수동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그 다음 날 바로 "여백 공유주택"으로 향했습니다.

 

 

여백 공유주택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월간 전원속의 내집에 소개된 기사와
(https://v.daum.net/v/nK7yRL1JfF)

 

설계를 맡았던 원더 아키텍츠의 소개,
(http://wonderarchitects.com/?p=719)

 

그리고 시공을 맡은 아틀리에 건설의 소개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http://www.atel.kr/bbs/board.php?bo_table=case_01&wr_id=4)

 

 

여백 공유주택은 두 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얀여백과 파란여백.

 

 

하얀여백에는 커뮤니티 공간이 있습니다. 코로나로 함께 모이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새삼 느낀 점은, 공유주택에서 커뮤니티 공간의 중요성이었습니다.

어쩌면 제일 좋은 곳을 다함께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얀여백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지만, 예쁜 계단실이 있습니다.

파란여백으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부지런히 내려가 봅니다.

 

 

1층 계단 하부에는 공용 신발장이 있습니다. 여기서 신발을 벗고 각 세대로 들어가게 되는 거죠.

좁은 주택에서는 작은 공간도 허투루 버릴 게 없습니다. 계단 아래 T5 등을 설치한 센스도 좋습니다.

 

 

 

콘크리트 벽식 기둥 사이를 지나가면 파란여백이 나옵니다.

외부 주차장 천장은 유지관리가 용이한 열경화성수지 천장재(SMC)를 사용했습니다.

 

동과 동 사이에도 "여백"이 있습니다. 그 사이로 풀도 보이고 하늘이 보입니다.

벽식 기둥과 기둥 사이들이 시선이 닿은 곳곳에 액자 프레임을 만들어 줍니다.

 

 

외부 도로와 건물 사이의 경계를 반쯤 열어 둔 듯한 기둥과 낮은 가벽이 만들어 줍니다.

도로 쪽으로는 주택의 이름이 쓰여 있거, 안으로는 우편함 박스를 매립했습니다.

심심한 듯 하지만, 건축가가 디자인에 신경을 쓴 게 티가 납니다.

 

 

파란여백의 옥상에는 깜짝 놀랄만한 풍경이 선물처럼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멀리 보이는 북한산이 절경입니다.

 

하지만, "오늘의 공동체"처럼 옥상을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는 건 아니라 좀 아쉬웠습니다.

연령대의 차이가 있어서 그런지 공간의 쓰임이 조금씩 달라 보입니다.

그나마 젊은(?) 청량리와 물방울이 대표로 올라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파란여백 2층에는 김수동 선생님 댁이 있습니다.

모두들 창문 너머 북한산을 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우리 집 거실에서 북한산이라니요!!!!!

 

사실 지을 때만해도 사철탕집 간판이 보이던 거실이었습니다.

김수동 선생님은 아마도 기꺼이 당신이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지금은 사철탕집은 사라지고, 그 대신 북한산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참, 줄무늬 반소매티를 입고 계신 분이 김수동 선생님 아내 분입니다.

이 집을 지을 당시, 회계나 서기 등의 소임을 맡으셨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짓는 과정이나 그 동안의 일들을 아주 꼼꼼하게 기억하고 있으셨어요.

 

 

주방도 깔끔합니다. 문탁식구들이 있으니 잠시 문탁 주방인 듯합니다.

루틴은 무엇에 저리 놀랐을까요? 

 

 

90대 어머니와 함께 사는 김수동 선생님 댁 화장실에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고려한 편의시설 손잡이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굳이 장애가 아니어도 나이가 들면 꼭 필요한 설비 중 하나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탐방 토크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탐방팀은 둘로 나누어서 촌장님댁과 현옥샘댁을 방문하였습니다.

저는 현옥샘 댁으로 가게 되었는데, 거실과 방 곳곳에 포인트 색상의 벽이 인상적입니다.

거실의 초록색 벽을 잘 봐주세요. 깜짝 포토존이 있을 예정입니다.

 

 

식구마다 각자의 방이 있습니다.

남편분이 쓰는 방에는 개별 화장실이 따로 있습니다.

서재 겸 책상을 지나 침대가 보이고, 그 안쪽에 있는 곳이 작은 화장실입니다.

 

시원한 블루타일이 멋진 메인 화장실입니다.

낮에는 불을 켜지 않아도 환하고 환기도 잘 됩니다.

아파트와 주택의 가장 큰 차이점은 화장실에 창문이 있느냐 일겁니다.

아파트 화장실은 창문이 없으니, 사진작가가 암실로 쓰기에 딱이죠.

 

긴 복도는 지형에 따라 건물을 배치하다보니 자연스레 만들어졌습니다.

그 복도에 방들이 방울방울 달려 있습니다.

노란색 벽이 빛을 받아서 밝게 빛납니다.

처음 지을 때 돈이 들어라도 창문에 투자하면 이렇게 멋진 방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제 거실에 다시 모였습니다.

수박과 감자와 커피까지, 현옥샘께서 너무 멋진 간식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근데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는데 먹고 웃고 떠드느라 기록도 못했습니다.

 

 

 

초록색 포인트 벽이 포토존입니다. 시원하고 예쁩니다.

둥글레는 안 끼워준다고 삐진 모양입니다.

오랜만에 외출한 물방울은 아주 신났습니다.

 

 

그래도 사이좋게 나란히....찰칵!!!!

 

 

집안도 좋지만, 현옥샘 댁은 밖에 있는 테라스가 압권입니다.

거기서도 사이좋게 나란히.....찰칵!!!!

저는 현옥샘을 처음 뵙는데, 뚜버기샘과 싱크로율이 높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굳이 옥상으로 사다리를 올라가지 않아도 집안으로 풍경이 들어옵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경관을 구성하고 끌어들이는 걸 차경(借景)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경치를 잠시, 빌리는 거죠.

근데 그 경치가 북한산이라면 말이 필요 없습니다.

 

 

아쉬움의 발길을 돌립니다.

하얀여백과 파란여백이 나란히 서 있습니다.

급하게 들어갈 때와는 다른 곳에 서서 여백을 바라봅니다.

 

 

집에는 가는 길이 아닙니다.

또다른 포토존으로 가는 중입니다.

니체의 말대로   '신'은 사라졌겠지만,  '씬'은 영원히 남습니다. 

역시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다는 말은 진리인가 봅니다.

다들 사진 찍는데 최선을 다 합니다.

 

 

여기가 이 동네 '오피셜' 포토존입니다.

 

 

 

짜쟌~ 여백의 전경입니다.

오늘의 답사가 이후에 어떤 집으로 이어질까요?

 

 

 

 

더운 날씨에 안내해 주신 김수동 선생님을 비롯 여백 식구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자, 다음에 어디로 한 번 가 볼까요?

 

 

 

 

 

 

 

 

댓글 5
  • 2023-08-02 07:30

    역시 건축사가 쓴 후기는 남다르군요. 개소리 스튜디오 실장님? 사진찍는 솜씨 좋고요~ 청량리식 유머는 여전히 난데 없군요. ㅋㅋㅋ
    하얀여백을 막아선 주택이 아쉽지만, 여백은 행운이 모인 곳 같더군요. 좋은 사람들이 살아서 그런 거 같아요. 공동체 주택에 대한 영감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 2023-08-02 07:51

    저희 팀이 방문했던 공간 순서대로

    <커뮤니티공간 (by 김수동)>

    1.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공간이다.
    2. 계단으로 4층까지 올라와야 하기 때문에 활용이 안된다
    3. 아이들이 공부하거나 친구가 놀러올 때 주로 쓰인다

    <김수동샘 댁 (2층) - by 김수동샘 부인>

    1. 노모(95)의 동선을 최대한 고려했다. 노모가 방에서 나와 최단 이동으로 거실과 부엌을 사용할 수 있게
    2. 방의 크기에 비해 부엌을 크게 만들었다. 왜냐? 부엌은 가족 모두가 함께, 동시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3. 방 세 개의 크기를 비슷하게 만들었다. 왜냐? 나중에라도 혼자 남게 되면 나머지 방 두 개를 각각 다른 사람에게 살게 하면서 동시에 거실, 주방을 공유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쉐어 하우스 개념)

    <이현옥샘 댁 (4층)

    1. 12번 이사 후 전세난민을 면하고 싶어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특히 남편이 장애가 있는데 남편 생활동선에 최적화된 아파트(안방에서 화장실 멈)를 찾기 어려웠다.
    남편이 조합대표로서 리더십을 발휘했다.
    뷰가 좋고 지금은 더 이상 이사 다니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2. 처음 예상했던 비용 중 전혀 추가비용이 발생하지 않아서 만족스럽다.
    3. 기본구조 - 단열, 방음.. 등이 잘 된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4. 자녀 넷 중 위의 두명은 하얀여백에서 산다. (그러니까 10세대 중 2세대가 현옥샘 가족)
    (참고로 파란여백 2층의 두 집은 친인척)
    5. 대체로 독립적으로 각자 생활을 영위함. 한달에 한번 모여 밥 먹는 것은 주로 김수동샘 댁등 2,3곳에서
    촌장님은 청소를 열심히 하시고, 가끔씩 1층에서 아나바다도 함. 또 누군가는 음식물 쓰레기통을 깨끗이 닦아놓음. 그럼 단톡방에서 감사표현. 물론 서로 맘에 안 드는 것도 있기는 하겠지만 티 안내고 공동의 일을 해나가는 사람도 많음

    <만약 다시 집을 짓는다면...? (by 김수동샘 부인)>

    1. 외관자재를 꼭 드라비트를 썼어야 했을까? (드라비트는 비용문제였음)--그런가? 기억이 가물가물
    2. 지붕을 평면으로 하지 않고 기울게 할 듯 (왜냐? 평면이니까 빗물이 고여 결국 얼고 녹고 하면서 문제가 생김)
    3. 화장실, 부엌등 물 쓰는 곳을 빌라 전체에서 가능한 통일할 것 (왜냐? 그렇게 안/못했더니 누수를 잡기가 진짜 어려움)
    4. 천정은 도배, 벽은 페인트. (페인트가 초기 비용이 높지만, 이후 개성껏 변화시키기가 용이함)
    5. 바닥은 장판도 있고, 마루도 있음. 보통 시공사가 3가지 정도 옵션을 줌
    6. 부엌은 시공사에서 제시한 한샘이 비용이 높아 두 집만 선택하고 다른 집들은 사제를 쓰거나 아예 원목으로 맞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다른 시공과 손발이 안 맞을 수 있음
    7. 화장실 시공이 가장 만족도가 낮음

  • 2023-08-02 08:48

    문탁샘이 거의 빠짐없이 다 적으셨네요~
    하나만 덧붙이자면,

    층마다 다른 가격대로 배정되어있었고(건축사쪽에서 산정) 각 세대마다 선호하는 층과 가격에 따라 자연스럽게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2층 황구사철탕 간판집이 보이던 곳은 제일 선호도가 낮았고 김수동선생님댁이 자진해서 선택을 하신듯해요(쫌 앞서가는 가족-책 참조).

    종로3가에서 대중교통으로 45분쯤 걸렸어요. 서울로 접근성도 좋은데 북한산의 경치도 즐길 수도 있는 그런 위치였습니다.

    하얀여백처럼 1층에서부터 신발을 벗고들어가니 공동주택의 느낌이 물씬났어요.

    저는 김수동 선생님의 강의가 인상깊었습니다.
    공동주택이 꼭 필요한가? 라는 질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였습니다. 또, 법인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에 대한 팁을 얻기도 했습니다.
    호정샘처럼 저도 주택연금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기때문에 생각이 깊어지기도 했는데요. 문탁샘의 경제적 공동체로써의 구상도 솔깃했습니다.

    공동주택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환대해주신 여백분들께 감사드려요~^^

  • 2023-08-02 09:00

    저는 버스를 타고 움직여야 하는 입장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가까운 게 제일 좋았습니다.
    공동주택인데 각각의 집들이 다 다른 구조로 되어 있는 것도 인상적이고...
    지난 번에는 공동체를 보고 온 것 같았는데 이번에는 집을 보고 온 것 같습니다.
    - 다음에 또 탐방 기회가 생긴다면 뭘 보게 될지 궁금하네요^^

  • 2023-08-02 09:07

    저는 촌장님댁에 방문해서 촌장님과 사모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여백의 10가구는 10대부터 90대까지 다양하게 살고 있고요. 촌장님 부부는 은퇴자이십니다.
    이제 <여백>살이 7년째, 느슨하게 연결된 공동체적인 삶에 대만족이라 하셨고요.
    촌장님이 하시는 역할은 주로 대외활동.^^ 사모님의 역할은 텃밭 활동인데 텃밭 동아리가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고 하셨던 것 같아요.ㅎ
    7년전에는 오래된 마을이 있어서 그분들과 소통하며 뭔가 만들어가고 있었는데 개발이 진행되면서 외지인들이 많아지고
    개인주의적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고 하셨어요. 그래도 뭔가 마을살이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계신 것 같았고요.
    마을회관을 공유공간으로 변화시키고, 마을사람들과의 접점을 만들어낼 수 없을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고 김수동샘이 덧붙여주셨습니다.
    촌장님 사모님께서는 편의시설이 가까이 없긴 하지만 웬만한 건 여백 안에서 SOS로 다 해결되어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하셨고요,
    요양병원 가기 전까지 여생을 보내기에 여백같은 공동체 주택만큼 좋은 게 없다고 하시네요.

    빌라형 공동체 주택의 경우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는 접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 주셨어요.
    여백을 지으면서 우리나라 주택정책이 얼마나 아파트 중심인지, 아파트공화국이라는 걸 절절히 느끼셨대요.
    그런 시장에 작은 틈을 내는 실천이 공동주거 운동이기도 하다는 이야기로 이해가 되더라고요.
    시세차익 같은 걸 생각하면 공동체 주거를 꿈꿀 수 없다는 이야기는 사정이 있어서 공동체를 떠나야 할 때도 적용이 되는 것 같아요.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해야 공동체 주거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구나 싶었습니다.

    땅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땅값이 싼 지방을 고려할 수도 있지만
    귀촌 귀농도 지역에 살던 분들과의 관계랄지, 텃세랄지 그런 문제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 것 같다는 말씀도 해주셨고요.

    김수동샘은 강의에서도 강조해서 말씀하셨지만,
    어렵게 어렵게 공동체 주택을 짓고, 함께 사는 삶이 시작되면 '자족적'으로 되어, 연대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걸 안타까워하셨어요.
    무사샘이 의료생협 같은 경우 전국적인 연대조직이 있는데, 주택협동조합은 실정이 어떠냐고 질문했는데, 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였습니다.
    주택협동조합의 연대가 이루어져야 법적 제도적 지원도 요구하고, 시장중심 주택정책이 아닌 대안적인 주택정책이 가능해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놓친 부분도 많을테니 촌장님댁에 함께 했던 분들이 더 보충해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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