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 연구소 대반열반경 2강 후기

메리포핀스
2023-04-15 17:57
185

사람들은 강가 강을 건너려고 배를 찾거나 뗏목을 찾거나 묶고 있었다. 그러나 붓다 일행은 사라졌다가 나타났는데 이미 강을 건너 있었다. 붓다는 감흥어를 읊는다.

 

“바다나 호수나 못을 건너려고

사람들은 다리를 만들거나 뗏목을 묶지만

지혜로운 자들은 이미 건넜다.”

아 그렇다면 이런 지혜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붓다 일행이 강가 강을 건너기 전 날란다에 머물 때 사리뿟다가 붓다에게 다가온다. 붓다를 만난 사리뿟다는 자신은 붓다에 대한 청정한 믿음이 있다며 신뢰와 확신에 찬 사자후를 토한다. 바른 깨달음에 관한 한 세존을 능가하고 세존을 초월하는 사문이나 바라문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며, 지금도 없다라고. 붓다는 이런 아부성 발언에 대해 마음으로 마음을 통하여 알았느냐고 묻는다. 지혜가 가장 출중한 지혜제일 사리뿟다는 자신은 마음을 아는 지혜가 없으며 법다운 추론으로 알았다고 답한다. 사리뿟다는 과거, 미래, 그리고 아라한·정등각인 현재의 세존도 다섯 가지 장애(五蓋), 마음의 오염(煩惱), 네 가지 새김의 토대(四念處), 일곱가지 깨달음의 고리(七覺支), 위없이 바르고 원만한 깨달음(無上正等正覺)을 완전히 깨달았다고 한다. 지혜제일 사리뿟다의 이 대답은 경험과 논리적 추론에 의한 지혜를 강조하고 있으며 요요샘은 붓다의 승인은 올바른 인식수단으로서의 추론지에 대한 승인이라고 하셨다.

 

강건하고 아름다운 신체의 특징(32상)을 가진 붓다지만 그 또한 세월의 흐름으로 인한 늙음과 질병과 죽음은 피해갈 수 없었다. 여든이 된 붓다는 혹독한 투병 끝에 마치 낡은 수레가 가죽 끈에 묶여서 겨우 움직이는 것처럼 자신도 그렇게 겨우 살아간다고 아난다에게 말한다. 집도 가족도 다 버리고 따라나섰던, 언제 어디서나 산소 같았던 스승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두렵고 황망함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그러나 붓다는 내가 죽고 난 후에 자등명 자귀의, 법등명 법귀의 하라는 최고의 법문을 남긴다. 즉 자신을 섬으로 삼고 자신을 피난처로 삼지 다른 것을 피난처로 삼지 말고, 가르침을 섬으로 삼고 가르침을 피난처로 삼지 다른 것을 피난처로 삼지 말라고.

 

그렇다면 어떻게 자등명법등명을 실현할 수 있을까? 그 방법으로 요요샘은 강의안에서 사념처 수행이 설해진다고 한다. 강의안을 그대로 옮겨 보면 사념처는 네 가지 염처수행인 신념처, 수념처, 심념처, 법념처 수행으로 념은 마음챙김, 알아차림, 새김 등으로 풀이한다. 열반에 이르는 길을 모두 통칭하여 37보리분법이라고 하는데 37보리분법에는 사념처, 사정근, 사신족, 오근, 오력, 칠각지, 팔정도에 모두 사띠 수행이 포함되어 있다. 8정도에서는 정념, 칠각지에서는 염각지, 오근과 오력에서도 염근과 염력이 포함된다. 사념처 수행은 집중의 힘과 관찰력을 예리하게 키워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는 통찰지를 기르게 하는 매우 중요한 수행방법이다. 정념은 올바른 알아치림인 정지와 짝을 이룬다. 정념정지가 없는 명상도 없고, 수행도 없고, 삼매도 없고 지혜도 없다. 정념정지는 언제나 수행의 요체를 이룬다. 정념정지를 확립해야 몸과 느낌과 마음과 법을 올바르게 관찰할 수 있다. 관찰을 통해 이 모든 것이 무상하다는 것을 꿰뚫어 아는 통찰지를 얻는다 등등. 달팽이 놀이 하면서 점점 안으로 말려들어가는 것 같이 어지럽다. 그런데 이것이 자신을 섬으로 삼고 귀의처로 삼으며, 가르침을 섬으로 삼고 귀의처로 삼는 방법이란다. 그냥 차라리 다리를 만들거나 뗏목을 묶는게 낫지 않을까? ㅠ

 

붓다는 재가자를 위한 설법과 수행승을 위한 설법에 대한 내용을 달리한다. 수행승들을 위한 설법은 번뇌를 소멸하는 계·정·혜 삼학과 해탈을 성취하기 위한 구체적 수행지침이라면 재가자를 위한 설법은 대개 현세에서의 성공과 행복, 그리고 내세에 천상에 태어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수행승의 길을 택해야 하나 아님 재가자의 길을 택해야 하나. 택함의 문제는 아닐지도 모르나 막연하고 어지러울 땐 엉뚱한 분별의식에 사로 잡힌다.

 

붓다는 여래의 가르침에 감추어진 사권(스승의 주먹)은 없다고 한다. 안팎의 차별을 두지 않고 숨김없이 다 설했다는 말이다. 사자상승도 없고 법통도 없다는 이 말은 붓다 자신이 입멸하고 나면 남은 일은 모두 남은 자들의 몫이라는 선언이다. 이 말은 붓다의 가르침에 열려 있는 모든 이들을 향한 말이지 않을까? 수행의 성취는 붓다나 스승이 인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안다는 진리의 거울 법문 첫 출발은 삼보(불·법·승)에 대한 믿음이라 한다. 붓다의 삶을 검토하고 그의 말과 행동을 살펴봄으로써 그가 올바로 원만히 깨달은 자라고 생각하면, 그의 삶을 따르는 것(불보), 붓다의 가르침에 대해 확신을 갖는 것(법보), 붓다의 가르침을 따르는 자들을 신뢰하는 것(승보)이다. 이처럼 사리뿟다가 청정한 믿음으로 꿰뚫어 지혜를 얻어내었듯이 진리의 흐름에 들었음을 알 때까지 진리의 거울을 열심히 싹싹 닦아야겠다.

 

p.s. 강의 끝나고 붓다가 베쌀리의 아름다움을 찬탄하는 부분이나 설법할 때의 장소와 대상에 대한 질의응답이 매우 흥미로웠는데요, 제가 후기에 담에 내지 못해 아쉽습니다. ㅠ 

댓글 2
  • 2023-04-17 09:31

    깔끔하게 정리해주셔서 강의가 새록새록 들어오네요.
    감사합니다.

  • 2023-04-17 13:55

    강의를 들으면서...
    부처님이 떠나시기 전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다른 표현으로 계속 강조하시는 것이 계정혜 삼학과 사념처 수행임
    을 알고 새삼 그 중요성을 알게 되었어요.

    전에는 계정혜가 음... 그런가보다. 음...그런거 같아
    였다면... 책과 강의를 통해 부처님의 절절한 마음이 좀 더 가깝게 와 닿았던거 같아요.

    부처님은 무상 고 무아를 체득한 상태이기에 자신의 노병사에 대하여도 집착이 없고 그러므로 그 고통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구나... 다만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자비의 마음으로 그 길을 보여주시는구나...
    그런데도 이렇게 이리저리 집착하고 휘둘리는 나는? 참 아득하다...
    그래도 휘둘리면서 따라 가볼랍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3
[나이듦 연구소] 대반열반경 4강 후기입니다 (3)
효주 | 2023.04.27 | 조회 199
효주 2023.04.27 199
12
[나이듦 연구소] 대반열반경 3강 후기 (1)
| 2023.04.24 | 조회 199
2023.04.24 199
11
나이듦 연구소 대반열반경 2강 후기 (2)
메리포핀스 | 2023.04.15 | 조회 185
메리포핀스 2023.04.15 185
10
[나이듦 연구소] 대반열반경 첫 강좌 후기, 노년 붓다 가까이서 보기
경덕 | 2023.04.05 | 조회 164
경덕 2023.04.05 164
9
[나이듦연구소] 대반열반경 첫 세미나-후기 '7가지 불퇴전의 원리' (1)
한스 | 2023.04.04 | 조회 242
한스 2023.04.04 242
8
[시니어공동체주거] 마지막 시간 후기 (10)
요요 | 2023.01.19 | 조회 297
요요 2023.01.19 297
7
[시니어공동체주거] 오늘공동체 방문 후기 (2)
김윤경 | 2023.01.15 | 조회 348
김윤경 2023.01.15 348
6
[시니어공동체주거] 세번째 세미나 안내
문탁 | 2023.01.13 | 조회 284
문탁 2023.01.13 284
5
[시니어공동체주거] 두번째 세미나-<쫌 앞서가는 가족> (3절까지) 후기 (3)
문탁 | 2023.01.11 | 조회 256
문탁 2023.01.11 256
4
[시니어공동체주거]두번째 세미나 안내 (6)
요요 | 2023.01.05 | 조회 324
요요 2023.01.05 324
3
[시니어공동체주거] 첫 세미나, <가족을 구성할 권리> 후기 (6)
요요 | 2023.01.03 | 조회 304
요요 2023.01.03 304
2
[나이듦연구소] 시니어공동주택 세미나(1월2일) 첫 시간 안내 (13)
문탁 | 2022.12.27 | 조회 606
문탁 2022.12.27 606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