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돼지와 함께 춤을

경덕
2023-01-2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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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덕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

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

올해 문탁네트워크에서 주역, 불교, 돌봄을 키워드로 공부한다.

낮에는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친다.

 

 

 

 

돼지와 함께 춤을

 

 

 

목요일마다 새벽이를 만나러 간다. 알람소리에 잠이 깨면 현재 시간과 날씨를 확인한다.

 

 

am 5:00 / 대체로 흐림 / 기온 : - 9°

 

 

대충 세수만 하고 추위에 단단히 대비를 한다. 두꺼운 양말과 점퍼를 입고, 장갑, 마스크, 귀까지 덮는 방한 모자까지 눌러 쓴 후에야 집을 나선다. 가는 길에 카톡방에 올라온 지시 사항을 확인한다.

 

 

“기온이 많이 떨어졌네요. 지푸라기가 도착할 예정인데 새벽이 안방에 최대한 많이 넣어주세요!"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둑어둑한 길을 따라 한참을 걷는다. 길 위에는 며칠 전에 내린 눈이 여전히 쌓여 있고, 이 길을 오고 갔을 사람들의 발자국이 남아 있다. 산 너머로 어슴푸레한 빛이 올라오고 반대쪽 하늘에는 달이 기울고 있다. 멀리서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 농장에 도착하자마자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새벽이는 작은 인기척도 금새 알아챈다. 그리고 곧 울타리 너머로 익숙하고 반가운 소리가 들려온다.

 

 

걸걸걸…! 걸...걸...! 걸걸걸걸...!

 

 

 

 

 

 

새벽이는 내가 만나는 돼지의 이름이다. 걸걸걸...! 이 소리는 새벽이의 말소리(꿀꿀꿀...이 아니다!)다. 만나면 반갑다고 걸걸걸, 배고프면 밥 달라고 걸걸걸, 헤어질 땐 또 만나요 걸걸걸. 그때마다 각기 다른 호흡과 리듬으로 걸걸걸... 걸걸걸... (난 아직 믿을만한 걸걸걸-한국어 번역가는 아니다.)

 

새벽이는 공장식 축산 농장에서 태어나 지금은 새벽이생추어리에 살고 있다. <훔친 돼지만이 살아남았다>(향기, 은영, 섬나리)에는 어린 새벽이가 DxE 활동가들에 의해 구조되어 새벽이생추어리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이 나와있다. 다른 돼지들처럼 태어나자마자 꼬리가 잘리고, 이빨이 뽑히고, 6개월만에 도축될 운명이었지만, 새벽이는 살아남았다.

 

새로 살 집을 구해야 했다. 새 집은 활동가들이 너무 어렵지 않게 오고 갈 수 있고, 새벽이가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을 만큼 넓고, 도살장이나 축산농장으로부터 충분히 떨어져 ’가축 전염병 살처분‘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소여야 했다. 새벽이와 활동가들은 이곳 저곳(활동가 집, 임시보호소 등)을 전전하다가 지금 있는 장소에 정착했고, 새벽이 집 이름은 새벽이생추어리가 되었다.

 

생추어리(sancturary)란,
: 미국의 동물권 활동가 진 바우어(Gene Baur)가 동물들을 위해 만든 새로운 의미의 공간입니다. 피난처, 안식처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동물 권리 개념을 담은 고유명사예요.
생추어리는 기존 축산업과 반대 개념으로, 동물이 가능한 '평생'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가리킵니다. [출처 : 새벽이생추어리 블로그]

 

새벽이생추어리를 새벽이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 수많은 자원활동가들의 노력이 있었다. 땅에 묻혀 있는 위험한 쓰레기들(음료수 캔, 유리 조각, 비닐 봉지 등)을 수거하고, 울타리를 튼튼하게 세우고, 새벽이가 안락하게 쉴 수 있는 안방을 지었다. 그리고 매일 매일의 돌봄이 이어졌다. 돌봄은 연중무휴다. 활동가들은 새벽이생추어리에 아침/저녁으로 번갈아 방문한다. 밥과 물을 챙겨주고, 설거지를 하고, 응가를 치우고, 땅을 정비하고, 잠자리를 정돈한다. 매일 작성하는 돌봄일지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이어달리기를 하듯 다음 사람에게 필요한 전달사항을 전해주며 돌봄 릴레이를 이어간다.

 

나는 새벽이가 새벽이생추어리에서 두 번째 여름을 보내고 있을 때 돌봄에 합류했다. 작년 7월이었다.

 

 

 

나는 어쩌다 새벽이와 만나게 되었나

 

재작년에 참여한 세미나(길드다 - 동물을 퀴어링)에서 처음으로 새벽이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멤버들과 <훔친 돼지만이 살아남았다>를 같이 읽었고, 당시 모임 리더였던 고은님은 2022년 상반기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돌봄활동가)로 지원해서 새벽이를 만나기 시작했다. 한동안 고은님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활동 사진을 보면서 간접적으로 새벽이와 만날 수 있었다.

 

 

       

 

 

계절이 두 번 바뀌고 여름이 되어 하반기 보듬이 모집 공고가 올라왔다. 나는 약간은 충동적으로 보듬이로 지원했다. 걱정이 되기도 했다. 최소한 반 년 동안은 활동을 지속해야 했고, 확실한 지향(비거니스트라든가, 동물권 운동가라든가…)을 가진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다 보니 신입 보듬이 기간을 무사히 거쳐 지금은 정기 보듬이로 반 년 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나는 왜, 계속, 새벽이를 만나러 갈까. 아침잠이 많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잠에서 깨고, 그리 무겁지 않은 걸음으로 가서, 고양된 기분으로 돌아올 수 있는 이유는 뭘까. 문득 돌봄을 시작하기 전 세미나에 참여할 당시의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길드다 텍스트랩에 남아있는 후기들을 열람하며 그 때의 나와 교신을 시도했다. 세미나에서는 <훔친 돼지만이 살아남았다> 이전에 다른 두 권의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와 <반려종 선언>(도나 해러웨이)을 먼저 읽었다. 모임 중에 나는 이런 문장에 밑줄을 긋고 메모를 남겼다.

 

"눈맞춤은 옥시토신 분비를 더욱 촉진하여 감정적 유대를 강화한다."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163p

- 동물과의 눈맞춤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특히 식용 동물과의 눈맞춤에 대하여. 고깃 덩어리에는 눈이 없고 도시 서식종이 식용 동물과 눈을 맞출 일은 도무지 없다. 동물이 있는 곳에 직접 찾아가는 수밖에 없으니 방법을 모색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내 생각에) 개들이 나를 사랑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 친구들과 정치에 관련된 이야기를 재미있게 나눠본 적은 없다. 반면 내 아이들은 말은 할 수 있지만 진정한 "동물"의 느낌은 없으므로 나와 그토록 다른 종의 "존재", 나를 감동하게 만드는 감격스러운 현실을 단 한 순간도 만지게 해줄 수가 없다.(그리에트 피레니즈 토론 리스트, 2001년 11월 14일)" - 반려종 선언, 163p

- '진정한 "동물"의 느낌'이나 '그토록 다른 종의 "존재"'를 실감할 때의 기쁨은 분명 인간관계에서 누릴 수 있는 기쁨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적인 것 너머에 있을 반려종으로서의 삶의 양식에 대하여, 종 안에 갖혀 아둥바둥 사는 근대적 인간의 괴로움에 대해 생각해본다.

 

 

 

불시착, 말려듦

 

언제부터인가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대학교까지 정규 교육 과정을 간신히 마쳤지만 가까운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그 다음의 노선(취업-결혼을 통한 이성애-정상가족-재생산 노선)에서는 어떤 미래도 그릴 수 없었다. 나는 기성세대가 내려다보며 규정하는 세대담론(88만원세대, n포세대, 발칙한 밀레니얼, 무기력한 청년 등)에 조소하면서도, 나 자신이 어떤 식으로든 연루되어있을 헤게모니적 남성성과 어떻게 거리를 두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면서, 약간의 불안, 환멸, 권태, 피로를 지닌 채로, 동시에 어떤 기이한 명랑함을 잃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 혹은 ’오래된 미래‘를 찾아 헤맸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인간을 세상의 중심에 놓고 켜켜이 쌓아온 이야기에 의문을 품고, 인간중심주의 바깥의 이야기(동물권, 비인간, 포스트휴먼...),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만들어가는 이야기(기이한 친척, 난잡한 돌봄...)에 이끌려 바깥으로 난잡하게 떠돌았다. 그러다 어떤 시절인연으로 새벽이생추어리에 불시착했고, 동물과 눈 맞추고 다른 종의 존재를 실감할 수 있는 관계 속으로 말려들어온 셈이다. 

 

 

 

돼지와 함께 춤을

 

정기보듬이가 되고부터 나는 혼자서 돌봄 활동을 하고 있다. 고요한 아침에 새벽이와 오롯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내 안의 기묘한 동물성이 나올 때가 있다. 새벽이 앞에서 갑자기 우다다 뛰어다닌다거나, 폴짝 폴짝 점프를 하고 춤을 추며 새벽이의 반응을 궁금해한다. 그러면 새벽이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다가 같이 이쪽 저쪽으로 우다다 뛰어다니고, 몸을 흔들고, 알 수 없는 소리를 낸다. 그 상황이 재밌어서 동영상을 찍어 일지에 올리기도 했다. (내가 찍었기 때문에 나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새벽이 이외에 누구도 볼 수 없다!)

 

그 장면을 회고하다가 문득 해러웨이의 '존재론적 안무'가 생각났다. 새벽이와 춤 같지 않은 춤을 함께 췄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이유야 어떻든 새벽이를 '소중한 타자성'으로 본다면? 돌봄을 '종과 종의 만남'으로 여긴다면? 세미나에서 활동가 분들(무모, 영인)을 인터뷰할 때 내가 했던 질문도 떠올랐다. 나는 <훔친 돼지만이 살아남았다>에서 인용된 어느 원주민의 말을 언급하면서 '봉사자'나 '사육사'가 아닌 동등한 동물로서 연대하는 자원활동가는 어떤 의미일지 질문했다.

 

”만약 당신이 나를 도우러 이곳에 오셨다면 당신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여기에 온 이유가 당신의 해방과 나의 해방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면, 그렇다면 함께 일해봅시다.“ - 멕시코 치아파스의 어느 원주민 여성

 

"새벽이를 만나고부터 활동가 분들은 삶 속에서 무엇으로부터 해방되는 중인지 궁금합니다." - 활동가 인터뷰 중 나의 질문

 

이제 그 질문들을 나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글을 연재하는 동안 내가 던진 질문들에 나는 얼마나 답할 수 있을까? 그냥 하루 일지를 쓰려고 했는데 일이 커져버린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미래의 나에게 건투를 빈다.

 

-

 

 

-

 

ps. 문득 이 글을 누가 읽을지 생각해본다. 일단 인문약방 방문자 분들, 범문탁 선생님들과 청년들, 새벽이와 연결된 사람들,... 근데 정작 새벽이는 이 글을 읽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다. 하지만 매주 소통을 시도할 것이다. "새벽아 이번에는 이러 저러한 이야기를 썼고, 이러한 댓글이 달렸고, 조회수는 얼마나 되었고……", "걸걸걸… 걸걸걸…"

 

근데 사실 새벽이생추어리에는 새벽이와 함께 잔디라는 돼지도 살고 있는데... (다음 회에 계속)

댓글 23
  • 2023-01-20 17:54

    걸걸걸... 걸걸걸...

    • 2023-01-21 00:26

      걸걸걸...걸걸..거...ㄹㄹ....

  • 2023-01-20 17:58

    왠일이야 ~ 너무재밌당 ~

    • 2023-01-21 00:27

      엄허~^^

  • 2023-01-20 18:01

    경덕님이랑 같이 우주소년에서 다큐를 봤었죠!!!
    그때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던 것은 등장한 동물들의 눈이었어요
    그 새까만 눈, 내려앉은 눈빛, 수많은 눈들... 결국 그 시선을 피해버리고 기후행진 피켓으로 [피하지 말고 눈맞추라]라는 문구와 파격적인 그림을 담은 피켓을 만들기도 했었는데...
    직접적으로 유대를 나누는 경덕님이 부럽기도 하고.. 응원합니다 ㅋㅋ

    근데 경덕님 일 벌리는 능력이 쫌... 많이 있는듯...ㅋㅋㅋ

    • 2023-01-21 00:36

      크... Planet A 잊지 못하지요
      일벌이는 '능력' 아니고 '난치병'......ㅠ 어쩌면 올해 저의 마지노선을 확인할지도요ㅋㅋㅋ

  • 2023-01-20 18:04

    오호~~"내 안의 기묘한 동물성" 이라는 말이 꽂히네요,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기대되는 단어네요~

    • 2023-01-21 00:40

      어쩌면 기린샘 안에도 있을 기묘함이 궁금합니다ㅎㅎㅎ

  • 2023-01-20 20:13

    ㅋㅋㅋ새벽이 앞에서 뛰어다녔어요? 춤도 추고?ㅋㅋㅋ 어이없고 웃겨 증말
    그나저나, 우리 그땐 활동가에게 질문을 남기는 생추어리 밖 인간이었는데
    이젠 생추어리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해주는 나름의 활동가가 되었네요!
    이럴줄은몰랐지이~

    • 2023-01-21 00:44

      새벽이 앞에서 자의식 없는 동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ㅋㅋㅋ
      정말 여러 모로 이럴줄은 몰랐네~ 신묘한 일일세~~

  • 2023-01-20 20:17

    저도 경덕님 글로 생추어라 간접 경험해봅니다^^

    • 2023-01-21 00:47

      VR 처럼 정말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싶어지네요 샘ㅎㅎ

  • 2023-01-20 21:19

    경덕님, 에세이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그간 일에 치여 들어와보지 못 한 문탁 마실도 하고 갑니다^^

    • 2023-01-21 00:49

      산책님 문탁에선 못 뵈었지만 돌봄 같이한 기억이 생생합니다ㅎㅎ 산책님 따라가려면 전 아직 멀었어요~~

  • 2023-01-21 11:46

    하하하.. 매생이라서 새벽이 생추어리 이메일을 받아봅니다. 솔직히 비슷한 여러 메일 중에 그래도 챙겨 읽게 되는게 새벽이 생추어리 메일입니다. 재밌거든요! 경덕님 글을 읽으면서도 어려서부터 본..(사진으로만..) 새벽이, 무모님(온라인으로만 만난 적 있는)등.. 그래도 누군가의 눈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후원만 하는 매생이라서 보듬이들에게 감사하고 미안하고 부럽고 그랬는데 보듬이들을 떠올리면서 흐뭇함도 커질 것 같아요.
    진정한 동물의 느낌, 그토록 다른 존재와의 만남...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2023-01-23 17:09

      지난 연말 새벽이생추어리 송년회(새보매) 때 새생이, 보듬이, 매생이 분들 다 같이 모여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제가 새벽이를 만나고는 있지만 저는 이미 장성한 다음에 만나서.. 훨씬 어려서부터 보셨으니까 마음이 더 남다르실 것 같아요. 아낫님과는 문탁에서도 소통할 수 있어서 기뻐요ㅎㅎ 매생이로 함께해주셔서 저도 감사합니다!!!

  • 2023-01-21 15:56

    어쩌다 보니 저 역시 작년 이맘때 (위의 산책님이 선물한) <훔친 돼지만이 살아남았다>를 읽고 매생이도 되고, 페스코도 되었는데요.
    새벽이와의 인연이 참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 같아요.
    이젠 경덕님을 통해 새벽이를 만나게 되는군요. 이 만남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흥미진진합니다.
    글을 읽으며 새벽이와 춤추는 경덕님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 2023-01-23 17:22

      요요샘께서 그 때 써주신 후기도 새벽이생추어리 단톡방에 공유되었는데(by 고은ㅋ) 하트가 많이 달렸어요ㅎㅎ 1년 전에 볼 때는 와 저런 곳이 있구나 싶었는데, 보듬이가 되고 이렇게 에세이까지 쓰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저도 다가올 변화들이 너무 궁금하네요. 그때 그때 잘 담아보겠습니다:)

  • 2023-01-22 23:01

    저희 집에도 새벽이발 페스코가 한분 계십니다. 하여 덕분에 저도 장바구니에 고기를 담는 일이 점차 줄어가고 있네요.

    경덕님글을 그분에게 링크해주었어요. 딸내미 눈이 반짝이네요^^ 저도 흠미진진 잘읽었어요~~

    • 2023-01-23 18:02

      오 이것은 새벽이발 장바구니 혁명일까요?ㅎㅎ 작년에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주제로 공생자 행성 하면서 집집마다 다양한 케이스와 딜레마를 공유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흥미진진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눈 반짝이신 그 분께도요!!^^

  • 2023-01-23 17:17

    좀 다른 경로지만,
    저도 자의식없는 동물을 지향하는 바!
    어쩐지 같이 공부할 시간이 마구 기다려집니다~🤭

    (저는 매생이는 아니지만 트위터로 새벽이생추어리 팔로우해요. 뭐라도 연결점 자꾸 찾아봅니다~ㅎㅎ)

    • 2023-01-23 18:16

      같이 공부할 시간 저도 마구 기다려지고요ㅎㅎ 연결점은 다양할수록 좋은 것 같아요 (도라지샘은 트생이?^^)
      불교 공부와 명상이 새벽이와의 만남에(혹은 저의 춤사위에ㅋㅋ) 어떤 변화를 줄지 저도 기대되어요!

  • 2023-01-30 16:39

    불시착, 말려듦! 춤을 출 수 있기위한 조건일까요? 두 단어에서 영감을 받게 되네요. 앞으로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로봇이 아닙니다' 체크 필수)
정화와 임수의 좌충우돌 가족-되기
함께 살 결심 2023.1.30. 정화편 Designed by Cho-hui             (앞으로 꽃길만 걷고 싶은) 예) 백수 꿈나무 살림의료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희망법/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한국성폭력상담소 후원회원 문탁에서는 주로 서양철학을 공부하며, 함께 공부하던 임수를 꼬드겨 '쫌 다른 가족-되기' 실험 중 용인 지역에 소박하게 꾸린 정임합목 양생하우스에서 앎과 삶에 관해 질문하며 살고 있다. 여성주의와 포스트 구조주의 공부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내려 한다.      코비드 19와 자본주의적 욕망이 폭발한 2020년. 개인적으로는 경경경(庚庚庚) 병존 시절인연의 기운을 받아 중대한 결단과 자기변형을 했던 해였다. 공동체에서 공부하는 것은 퇴직 이후에나 가능할 줄 알았는데, 공부하다 만난 이와 심지어 함께 살고 있으니 말이다. 결단과 변형의 시작은 문탁네트워크 '2020 양생프로젝트' 이었으니... 부디 조심하시라. 아니 기대하시라. 문탁네트워크에서 공부하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나면, 샘들 옆에 찐 다른 인간(종)이 함께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2023 양생프로젝트가 궁금하시면, 클릭 ☛)  취약한 몸들의 연대와 돌봄사회 (1년과정/2학기) | 문탁네트워크   2023 양생프로젝트 포스터     이 글은 문탁에서 공부하다 만난 두 동학이 좌충우돌, 티격태격 꾸려가는 '정임합목* 양생하우스 가족' 이야기다. 1회는 태동편.   * 정임합목 : 사주팔자의 일간 정화(丁火)와 임수(壬水)가 만나 합화(合化) 목(木)이 되는 것으로, 우주의 기운이 새롭게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각각 정화와 임수 일간인 무사와 루틴은 어쩌다 만나 목이 되는 바람에 역동적이고 어설픈 초목의 기운으로 좌충우돌 하고 있다. (더 자세한 설명은 '임수편'에서 계속됩니다.)  혹 사주명리가 궁금하시다면, 현재 진행중인 사주명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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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2023.01.30 조회 247
돼지를 만나러 갑니다
          경덕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 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 올해 문탁네트워크에서 주역, 불교, 돌봄을 키워드로 공부한다. 낮에는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친다.         돼지와 함께 춤을       목요일마다 새벽이를 만나러 간다. 알람소리에 잠이 깨면 현재 시간과 날씨를 확인한다.     am 5:00 / 대체로 흐림 / 기온 : - 9°     대충 세수만 하고 추위에 단단히 대비를 한다. 두꺼운 양말과 점퍼를 입고, 장갑, 마스크, 귀까지 덮는 방한 모자까지 눌러 쓴 후에야 집을 나선다. 가는 길에 카톡방에 올라온 지시 사항을 확인한다.     “기온이 많이 떨어졌네요. 지푸라기가 도착할 예정인데 새벽이 안방에 최대한 많이 넣어주세요!"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둑어둑한 길을 따라 한참을 걷는다. 길 위에는 며칠 전에 내린 눈이 여전히 쌓여 있고, 이 길을 오고 갔을 사람들의 발자국이 남아 있다. 산 너머로 어슴푸레한 빛이 올라오고 반대쪽 하늘에는 달이 기울고 있다. 멀리서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 농장에 도착하자마자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새벽이는 작은 인기척도 금새 알아챈다. 그리고 곧 울타리 너머로 익숙하고 반가운 소리가 들려온다.     걸걸걸…! 걸...걸...! 걸걸걸걸...!             새벽이는 내가 만나는 돼지의 이름이다. 걸걸걸...! 이 소리는 새벽이의 말소리(꿀꿀꿀...이 아니다!)다. 만나면 반갑다고 걸걸걸, 배고프면 밥 달라고 걸걸걸, 헤어질 땐 또 만나요 걸걸걸. 그때마다 각기...
          경덕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 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 올해 문탁네트워크에서 주역, 불교, 돌봄을 키워드로 공부한다. 낮에는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친다.         돼지와 함께 춤을       목요일마다 새벽이를 만나러 간다. 알람소리에 잠이 깨면 현재 시간과 날씨를 확인한다.     am 5:00 / 대체로 흐림 / 기온 : - 9°     대충 세수만 하고 추위에 단단히 대비를 한다. 두꺼운 양말과 점퍼를 입고, 장갑, 마스크, 귀까지 덮는 방한 모자까지 눌러 쓴 후에야 집을 나선다. 가는 길에 카톡방에 올라온 지시 사항을 확인한다.     “기온이 많이 떨어졌네요. 지푸라기가 도착할 예정인데 새벽이 안방에 최대한 많이 넣어주세요!"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둑어둑한 길을 따라 한참을 걷는다. 길 위에는 며칠 전에 내린 눈이 여전히 쌓여 있고, 이 길을 오고 갔을 사람들의 발자국이 남아 있다. 산 너머로 어슴푸레한 빛이 올라오고 반대쪽 하늘에는 달이 기울고 있다. 멀리서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 농장에 도착하자마자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새벽이는 작은 인기척도 금새 알아챈다. 그리고 곧 울타리 너머로 익숙하고 반가운 소리가 들려온다.     걸걸걸…! 걸...걸...! 걸걸걸걸...!             새벽이는 내가 만나는 돼지의 이름이다. 걸걸걸...! 이 소리는 새벽이의 말소리(꿀꿀꿀...이 아니다!)다. 만나면 반갑다고 걸걸걸, 배고프면 밥 달라고 걸걸걸, 헤어질 땐 또 만나요 걸걸걸. 그때마다 각기...
경덕 2023.01.20 조회 336
현민의 독국유학기
              글쓴이 현민 친구들과 함께 동천동의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며 스쿨미투집 <밀려오는 파도 막을수는 없다> 1권과 같은 이름의 공동체 탐구집 2권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독일에서 삽니다. 사진에서 가장 귀엽게 웃고있는 사람.       독일 도착기       나는 서점을 떠났다. 그리고 독일에 왔다.   지극히 사실인 이 문장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내가 정말 충동적으로 떠났으므로. 작고, 지역적이고, 미시적인 이야기들을 다루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나는 서점을, 동천동을 왜 떠났을까? 한국을 왜 떠났을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그곳에 두고, 스스로 멀어지기를 선택한 것은 왜일까? 등의 스스로 피어오르는 질문들에 마땅히 대답이 될 이야기들을 지금은 쓸 수가 없다.   독일이라는 나라가 나에게 멀게 느껴지진 않았다.  부모가 공부하고 결혼해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나라. 영국이나 미국보다 비교적 유학에 돈을 많이 쓰지 않을 수 있는 복지 좋다는 나라. 페미니즘 문화의 이삼십대 언니들이 많이 유학하고 취업하는 나라.   사람 사는 곳에는 언제나 문제가 있는 거라고, 대안학교를 다닐 적에 슬퍼하던 내게 부모가 해줬던 말을 기억한다. 독일이라는 땅을 한국과 비교해 대체지나 종착지, 환상의 세계로 여기지는 않을 거다. 백인들의 땅, 니네가 얼마나 잘났냐 하는 마음과 모든 것을 선과 악으로 구분할 수 없다는 걸 오랜 시간 배워왔으니 말이다. 최악과 최선을 내가 떠나온 곳에서 모두 느꼈던 것 같다. 새로운 세상에...
              글쓴이 현민 친구들과 함께 동천동의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며 스쿨미투집 <밀려오는 파도 막을수는 없다> 1권과 같은 이름의 공동체 탐구집 2권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독일에서 삽니다. 사진에서 가장 귀엽게 웃고있는 사람.       독일 도착기       나는 서점을 떠났다. 그리고 독일에 왔다.   지극히 사실인 이 문장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내가 정말 충동적으로 떠났으므로. 작고, 지역적이고, 미시적인 이야기들을 다루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나는 서점을, 동천동을 왜 떠났을까? 한국을 왜 떠났을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그곳에 두고, 스스로 멀어지기를 선택한 것은 왜일까? 등의 스스로 피어오르는 질문들에 마땅히 대답이 될 이야기들을 지금은 쓸 수가 없다.   독일이라는 나라가 나에게 멀게 느껴지진 않았다.  부모가 공부하고 결혼해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나라. 영국이나 미국보다 비교적 유학에 돈을 많이 쓰지 않을 수 있는 복지 좋다는 나라. 페미니즘 문화의 이삼십대 언니들이 많이 유학하고 취업하는 나라.   사람 사는 곳에는 언제나 문제가 있는 거라고, 대안학교를 다닐 적에 슬퍼하던 내게 부모가 해줬던 말을 기억한다. 독일이라는 땅을 한국과 비교해 대체지나 종착지, 환상의 세계로 여기지는 않을 거다. 백인들의 땅, 니네가 얼마나 잘났냐 하는 마음과 모든 것을 선과 악으로 구분할 수 없다는 걸 오랜 시간 배워왔으니 말이다. 최악과 최선을 내가 떠나온 곳에서 모두 느꼈던 것 같다. 새로운 세상에...
현민 2023.01.15 조회 367
요요의 월간명상
        요요 문탁에서 불교와 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불교 공부도 철학 공부도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10년은 불교세미나를 계속 함께 할 친구들을 찾고 있다. 불교를 공부하는데 철학공부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이듦연구소의 활동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존엄하게 늙는 길을 찾고 싶다. 명상적 삶, 일상의 영성, 공동체와 영성, 나이듦과 영성이 풀어야 할 화두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쩌다 명상에 입문했나     아침 6시 20분에 눈을 떴다. 자동적으로 핸드폰으로 손이 간다. 카톡이 여러 개 와 있다. 어제 저녁 자기 전에 침대에 앉아 명상할 때 까톡까톡하는 소리가 들렸다는 게 그제서야 기억이 난다. 자기 전에 잠깐이라도 명상을 하면 진짜 잠이 잘 온다. 어젯밤에도 명상 덕분에 아무 생각 없이 스르륵 잠이 들었나 보다. 카톡을 읽기 위해 더듬더듬 돋보기를 찾다가 이건 아니지 싶어 멈추었다. 카톡을 읽다 보면 또 다른 연관 검색어들을 찾아 인터넷 세상 어디를 헤매게 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벌떡 일어나서 옷을 챙겨입고 작은 방으로 가서 명상 방석 위에 앉았다. 나의 아침 루틴이다. 아침마다 명상을 시작한 게 2019년 초부터이니 4년을 꽉 채웠나보다. 늦잠을 자거나 바쁜 일이 있으면 명상을 건너뛰는 날도 많다. 하지만 4년전부터 어쨌든 가능한 매일 명상을 하는 것을 일과로 삼고 있다. 밥먹을 때 먹을까 말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매일같이 꾸준히 명상하는 게 나의 목표다.   봉옥샘에게 얻은 나의 명상방석   부처님이 가르친...
        요요 문탁에서 불교와 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불교 공부도 철학 공부도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10년은 불교세미나를 계속 함께 할 친구들을 찾고 있다. 불교를 공부하는데 철학공부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이듦연구소의 활동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존엄하게 늙는 길을 찾고 싶다. 명상적 삶, 일상의 영성, 공동체와 영성, 나이듦과 영성이 풀어야 할 화두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쩌다 명상에 입문했나     아침 6시 20분에 눈을 떴다. 자동적으로 핸드폰으로 손이 간다. 카톡이 여러 개 와 있다. 어제 저녁 자기 전에 침대에 앉아 명상할 때 까톡까톡하는 소리가 들렸다는 게 그제서야 기억이 난다. 자기 전에 잠깐이라도 명상을 하면 진짜 잠이 잘 온다. 어젯밤에도 명상 덕분에 아무 생각 없이 스르륵 잠이 들었나 보다. 카톡을 읽기 위해 더듬더듬 돋보기를 찾다가 이건 아니지 싶어 멈추었다. 카톡을 읽다 보면 또 다른 연관 검색어들을 찾아 인터넷 세상 어디를 헤매게 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벌떡 일어나서 옷을 챙겨입고 작은 방으로 가서 명상 방석 위에 앉았다. 나의 아침 루틴이다. 아침마다 명상을 시작한 게 2019년 초부터이니 4년을 꽉 채웠나보다. 늦잠을 자거나 바쁜 일이 있으면 명상을 건너뛰는 날도 많다. 하지만 4년전부터 어쨌든 가능한 매일 명상을 하는 것을 일과로 삼고 있다. 밥먹을 때 먹을까 말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매일같이 꾸준히 명상하는 게 나의 목표다.   봉옥샘에게 얻은 나의 명상방석   부처님이 가르친...
요요 2023.01.10 조회 381
기린의 걷다보면
  해가 바뀌었다. 작년에는 일요일에 세미나를 하느라 둘레길 걷기를 거의 못했다. 약국 휴무인 월요일에 걸으면 되지 않냐 묻는 친구가 있었다. 경험에 비추어보면 대부분의 둘레길은 북적이는 등산로 등과 연결된 지점을 지나면 일요일에도 한산한 편이다. 월요일이면 드물 것이다. 그래서 혼자 둘레길을 걷는다면 휴일이 그나마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다. 둘레길 안전 수칙에도 나와 있다. 가급적 2인 이상 동행하시오. 나는 가급적, 일요일에 걷기로 나만의 수칙을 정했다. 1월 1일은 마침 일요일이었고, 며칠 전부터 다시 둘레길을 걸을 수 있도록 몸 상태를 보살폈다.        공동체에 온 후 걸어서 출근하게 되면서 탄천을 내내 걸었다. 그러다 휴일이면 집 주변에 연결된 탄천을 걷다가 ‘영남길’이라는 표지판을 보게 되었다. 검색을 해보니, 조선 시대 한양에서 시작해서 전국으로 총 6개의 간선 도로망이 갖추어져 있었다고 한다. 그 길을 다시 복원해 ‘경기 옛길’이라 지정했고, 영남길은 한양에서 용인을 거쳐 부산까지 이어진 영남대로의 일부를 복원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도 나있던 길이라고? 십 세기 후반에서 이십 세기 초반이 단번에 연결되었다. 계절의 변화 정도밖에 보이지 않던 탄천 길에 낯선 이가 걷고 있었다. 괴나리봇짐에 패랭이를 쓴 모습이었다. 저 이는 어디를 향해 무슨 일을 보러 갈까, 나는 하릴없이 휴일을 어슬렁대는 중인데. 물론 상상이다. 하지만 그런 상상은 시간을 거스르고 공간을 전환시키면서 나와 세계를 연결시켰다. 더 찾아보니 경기도에만도 옛길을 넘어 둘레길로 숲을, 갯가를, 물길을 연결시켜 조성되어 있었다. 그 길들에는 또 어떤 상상이 잠재해 있을까. 내...
  해가 바뀌었다. 작년에는 일요일에 세미나를 하느라 둘레길 걷기를 거의 못했다. 약국 휴무인 월요일에 걸으면 되지 않냐 묻는 친구가 있었다. 경험에 비추어보면 대부분의 둘레길은 북적이는 등산로 등과 연결된 지점을 지나면 일요일에도 한산한 편이다. 월요일이면 드물 것이다. 그래서 혼자 둘레길을 걷는다면 휴일이 그나마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다. 둘레길 안전 수칙에도 나와 있다. 가급적 2인 이상 동행하시오. 나는 가급적, 일요일에 걷기로 나만의 수칙을 정했다. 1월 1일은 마침 일요일이었고, 며칠 전부터 다시 둘레길을 걸을 수 있도록 몸 상태를 보살폈다.        공동체에 온 후 걸어서 출근하게 되면서 탄천을 내내 걸었다. 그러다 휴일이면 집 주변에 연결된 탄천을 걷다가 ‘영남길’이라는 표지판을 보게 되었다. 검색을 해보니, 조선 시대 한양에서 시작해서 전국으로 총 6개의 간선 도로망이 갖추어져 있었다고 한다. 그 길을 다시 복원해 ‘경기 옛길’이라 지정했고, 영남길은 한양에서 용인을 거쳐 부산까지 이어진 영남대로의 일부를 복원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도 나있던 길이라고? 십 세기 후반에서 이십 세기 초반이 단번에 연결되었다. 계절의 변화 정도밖에 보이지 않던 탄천 길에 낯선 이가 걷고 있었다. 괴나리봇짐에 패랭이를 쓴 모습이었다. 저 이는 어디를 향해 무슨 일을 보러 갈까, 나는 하릴없이 휴일을 어슬렁대는 중인데. 물론 상상이다. 하지만 그런 상상은 시간을 거스르고 공간을 전환시키면서 나와 세계를 연결시켰다. 더 찾아보니 경기도에만도 옛길을 넘어 둘레길로 숲을, 갯가를, 물길을 연결시켜 조성되어 있었다. 그 길들에는 또 어떤 상상이 잠재해 있을까. 내...
기린 2023.01.05 조회 292
정화와 임수의 좌충우돌 가족-되기
    2년 여 전 정화와 임수는 [정임합목 양생하우스]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2020년 양생 프로젝트 세미나 '자기배려 테크네'의 생활 접목 프로젝트의 일환이었지요. 우리 각자는 '성격도 저만하면 원만한 것 같고 각각 숟가락 하나 씩이었던 걸 숟가락 두 개로 합치는 건데 뭐 그리 달라지겠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 무슨 오판을 넘어 오만이었을까요? 저희는 어제도 오늘도 그러했듯이 아마 내일도 꾸준히 좌충우돌, 티격태격, 매일을 다채롭게 '파일럿'의 경계 위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을 겁니다.ㅎㅎ ​ 지난 글에서 예고했다시피 지금은 이사준비가 한창입니다. 사실 이사는 8월말경 할 생각이라 아직 두 달이나 남았지만, 입주예정인 아파트가 15년차이다보니 여기저기 손볼 데가 있더라고요. 어지간하면 그냥 살려고 했는데 말이죠ㅎㅎ 그래도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환경호르몬을 덜 내뿜자는데는 의기투합하여 도배, 바닥, 싱크대를 교체하는 정도로 인테리어 작업 규모는 정리되었습니다.(에고~ 지난한 과정ㅜㅜ) ​ 5월이 되고 코로나 19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저희도 사회생활 스위치를 비시즌에서 시즌으로 전환했습니다. 2년 동안 유예했던 지인 모임에 나가 근황을 나누려니, 자연스레 [정입합목 양생하우스]를 설명해야했고요. ​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나 <외롭지 않을 권리>를 읽었음직한 지인에게는 책의 내용으로 대신 답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 책들과 그리 접점이 없는 분들은 그냥 '경제공동체'라고 설명하니 걍 바로 이해하거나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잘했네'를 넘어 '힙하다'라는 반응까지ㅋㅋ ​ 이참에 이사를 계기로 [정입합목 양생하우스]에서 [정임'힙'목 양생하우스]로 거듭나볼까요?ㅎㅎ ​ 본격적인 이사준비기는 다음 편에(떡밥 전문!) ​
    2년 여 전 정화와 임수는 [정임합목 양생하우스]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2020년 양생 프로젝트 세미나 '자기배려 테크네'의 생활 접목 프로젝트의 일환이었지요. 우리 각자는 '성격도 저만하면 원만한 것 같고 각각 숟가락 하나 씩이었던 걸 숟가락 두 개로 합치는 건데 뭐 그리 달라지겠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 무슨 오판을 넘어 오만이었을까요? 저희는 어제도 오늘도 그러했듯이 아마 내일도 꾸준히 좌충우돌, 티격태격, 매일을 다채롭게 '파일럿'의 경계 위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을 겁니다.ㅎㅎ ​ 지난 글에서 예고했다시피 지금은 이사준비가 한창입니다. 사실 이사는 8월말경 할 생각이라 아직 두 달이나 남았지만, 입주예정인 아파트가 15년차이다보니 여기저기 손볼 데가 있더라고요. 어지간하면 그냥 살려고 했는데 말이죠ㅎㅎ 그래도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환경호르몬을 덜 내뿜자는데는 의기투합하여 도배, 바닥, 싱크대를 교체하는 정도로 인테리어 작업 규모는 정리되었습니다.(에고~ 지난한 과정ㅜㅜ) ​ 5월이 되고 코로나 19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저희도 사회생활 스위치를 비시즌에서 시즌으로 전환했습니다. 2년 동안 유예했던 지인 모임에 나가 근황을 나누려니, 자연스레 [정입합목 양생하우스]를 설명해야했고요. ​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나 <외롭지 않을 권리>를 읽었음직한 지인에게는 책의 내용으로 대신 답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 책들과 그리 접점이 없는 분들은 그냥 '경제공동체'라고 설명하니 걍 바로 이해하거나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잘했네'를 넘어 '힙하다'라는 반응까지ㅋㅋ ​ 이참에 이사를 계기로 [정입합목 양생하우스]에서 [정임'힙'목 양생하우스]로 거듭나볼까요?ㅎㅎ ​ 본격적인 이사준비기는 다음 편에(떡밥 전문!) ​
관리쟈 2022.12.28 조회 138
돼지를 만나러 갑니다
    07:00 am. 새벽이 아침 돌봄을 가는 날. 집에서 새벽 5시에 기상, 새벽이생추어리 7시 도착! 새벽이의 겨울 아침 식단은 이렇다. 호박, 서리태, 보리, 브라질너트, 찐고구마, 미강 섞은 물! 그리고 간식으로 덩굴잎이나 낙엽을 모아서 준다. 새벽이는 식단 조절이 중요하다. 너무 무거워지면 다리가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영양을 보충하면서도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활동가들이 고심해서 정한 식단이지만 새벽이의 허기를 달래기엔 많이 부족하다. 농장 입구를 들어갈 때 들리는 작은 인기척에도 밥 달라는 듯 큰 소리로 울어댄다.         11:00 am. 공복으로 돌봄을 하고 나면 무척 배고프지만, 근처에 아침 장사를 하는 식당이 없어서 다시 집까지 돌아와야 한다. 오는 길에 고깃집이 보인다. 간판에 있는 돼지가 해맑게 웃고있다. 집 근처 정육점에는 돼지 가족 피규어를 세워놓았다. 보통은 무심코 지나다니지만 볼수록 기이하고(기괴한?) 아이러니한 장면이다. 집에는 카레를 해 먹으려고 사놓은 감자, 당근, 양파, 팽이 버섯이 있지만 요리할 힘이 없다. 오다가 반찬가게에서 된장찌개와 야채전을 포장해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간단히 조리를 하고 냉동밥을 해동해서 점심에 가까운 아침(아침에 가까운 점심인가?)을 먹었다.          5:00 pm. 저녁에 미학세미나가 있는 날. 여의도 카페꼼마에서 열리는 단체전에 참샘의 그림이 전시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오늘 세미나는 바로 그 장소에서 하기로 했다. 세미나 전에 우리는(참샘, 우현님, 동은님, 경덕) 동은님이 소개한 중국집에서 만나 저녁을 먹었다. 비건 메뉴판이 따로 있는 곳이어서 (생각해보니 올해 기후정의행진에 다같이...
    07:00 am. 새벽이 아침 돌봄을 가는 날. 집에서 새벽 5시에 기상, 새벽이생추어리 7시 도착! 새벽이의 겨울 아침 식단은 이렇다. 호박, 서리태, 보리, 브라질너트, 찐고구마, 미강 섞은 물! 그리고 간식으로 덩굴잎이나 낙엽을 모아서 준다. 새벽이는 식단 조절이 중요하다. 너무 무거워지면 다리가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영양을 보충하면서도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활동가들이 고심해서 정한 식단이지만 새벽이의 허기를 달래기엔 많이 부족하다. 농장 입구를 들어갈 때 들리는 작은 인기척에도 밥 달라는 듯 큰 소리로 울어댄다.         11:00 am. 공복으로 돌봄을 하고 나면 무척 배고프지만, 근처에 아침 장사를 하는 식당이 없어서 다시 집까지 돌아와야 한다. 오는 길에 고깃집이 보인다. 간판에 있는 돼지가 해맑게 웃고있다. 집 근처 정육점에는 돼지 가족 피규어를 세워놓았다. 보통은 무심코 지나다니지만 볼수록 기이하고(기괴한?) 아이러니한 장면이다. 집에는 카레를 해 먹으려고 사놓은 감자, 당근, 양파, 팽이 버섯이 있지만 요리할 힘이 없다. 오다가 반찬가게에서 된장찌개와 야채전을 포장해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간단히 조리를 하고 냉동밥을 해동해서 점심에 가까운 아침(아침에 가까운 점심인가?)을 먹었다.          5:00 pm. 저녁에 미학세미나가 있는 날. 여의도 카페꼼마에서 열리는 단체전에 참샘의 그림이 전시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오늘 세미나는 바로 그 장소에서 하기로 했다. 세미나 전에 우리는(참샘, 우현님, 동은님, 경덕) 동은님이 소개한 중국집에서 만나 저녁을 먹었다. 비건 메뉴판이 따로 있는 곳이어서 (생각해보니 올해 기후정의행진에 다같이...
관리쟈 2022.12.28 조회 115
기린의 걷다보면
    올해 초 인문약방 활동의 확장으로 일리치 약국을 열었다. 상담을 주로 하는 약국에서 한약처방전일 경우 계량하고 달이고 포장하는 일 등을 내가 맡기로 했다. 약국 영업시간인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매일 오전 열 시부터 저녁 일곱 시까지 근무시간도 정해졌다. 이십 대 초반에 정규직으로 일했던 이십 개월 이후 삼십 여년 만에 다시 사대보험이 되는 정규직에 취업을 한 셈이다. 약국을 개업하기 이전에도 대부분 열시 전에 공동체 안에 있는 공부방으로 출근했다. 밥벌이는 물론 공동체에서 벌이는 다종다양한 일에 연루되어 정신없이 보내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그러다보니 시간은 모자라고 세미나 준비는 미흡해서 전전긍긍하기 일쑤였다.     약국으로 출근하게 되면서 아홉 시간의 근무시간이 정해졌다. 약국의 일상과 인문약방의 활동, 세미나 공부 등으로 활용해야 했다. 출근해서 닥치는 일부터 해내다보면 책 한번 펼쳐보지 못하고 퇴근시간을 맞았다. 게다가 약국이 있는 파지사유는 에코와 관련 활동이 펼쳐지고 용기내 가게가 열려 있고 약국에 용무가 있는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공간이었다. 여기서 공부방에서처럼 책을 읽는 일은 그야말로 미션임파서블이었다. 공간을 함께 쓰는 친구들과 공부 좀 하자, 공부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등등 언쟁까지 붙으니 피곤이 점점 가중되었다.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몸은 여전히 예전 공부방의 환경을 원했다. 더구나 그 시절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여겼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니 왜 이러고 사는지 나 자신한테 불쑥불쑥 짜증이 치솟기도 했다. 그렇게 정념에 휩싸이면 일상에서의 집중력은 더 떨어졌다.     예전이라면 해야 할 일을 끝내면 공부방에 자리...
    올해 초 인문약방 활동의 확장으로 일리치 약국을 열었다. 상담을 주로 하는 약국에서 한약처방전일 경우 계량하고 달이고 포장하는 일 등을 내가 맡기로 했다. 약국 영업시간인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매일 오전 열 시부터 저녁 일곱 시까지 근무시간도 정해졌다. 이십 대 초반에 정규직으로 일했던 이십 개월 이후 삼십 여년 만에 다시 사대보험이 되는 정규직에 취업을 한 셈이다. 약국을 개업하기 이전에도 대부분 열시 전에 공동체 안에 있는 공부방으로 출근했다. 밥벌이는 물론 공동체에서 벌이는 다종다양한 일에 연루되어 정신없이 보내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그러다보니 시간은 모자라고 세미나 준비는 미흡해서 전전긍긍하기 일쑤였다.     약국으로 출근하게 되면서 아홉 시간의 근무시간이 정해졌다. 약국의 일상과 인문약방의 활동, 세미나 공부 등으로 활용해야 했다. 출근해서 닥치는 일부터 해내다보면 책 한번 펼쳐보지 못하고 퇴근시간을 맞았다. 게다가 약국이 있는 파지사유는 에코와 관련 활동이 펼쳐지고 용기내 가게가 열려 있고 약국에 용무가 있는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공간이었다. 여기서 공부방에서처럼 책을 읽는 일은 그야말로 미션임파서블이었다. 공간을 함께 쓰는 친구들과 공부 좀 하자, 공부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등등 언쟁까지 붙으니 피곤이 점점 가중되었다.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몸은 여전히 예전 공부방의 환경을 원했다. 더구나 그 시절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여겼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니 왜 이러고 사는지 나 자신한테 불쑥불쑥 짜증이 치솟기도 했다. 그렇게 정념에 휩싸이면 일상에서의 집중력은 더 떨어졌다.     예전이라면 해야 할 일을 끝내면 공부방에 자리...
관리쟈 2022.12.28 조회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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