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인문학> 2분기 '경청' 전반부 후기

정진우
2023-05-22 00:11
143

기린샘이 준비해둔 봄 내음 나는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김혜진 작가의 장편소설 『경청』 전반부에 대해 우리는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서로 꽤 다른 길로 소설을 통과하고 있었다. 나는 읽는 내내 아린 마음을 놓지 못하고 이야기를 따라갔다. 오랫동안 유능한 심리 상담 전문가로 일하던 임해수는 내담자의 자살 사건으로 언론 인터뷰 한 번에 공공의 적이 되어 직장도, 친구도, 남편도 그리고 그가 만들어왔던 모든 관계가 끊기고 왜곡되어 버린다. 또래와 비교하면 덩치가 큰 초등학생 황세이, 순수함을 가지고 있지만, 친구들에게 외면받는 아이, 외부를 향해 완고한 경계심을 가진 길고양이 순무... 내가 느끼고 있던 감정들을 저자가 다음과 같이 간단히 정리해 주는 것 같았다.

 

가슴이 아프다. 동정, 연민, 연약하고 가여운 동물에게 느끼는 흔해빠진 감정. 그녀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자신이 안타까워하는 것이 순무를 사로잡은 고통인지, 그런 고통에 노출된 삶인지, 고통을 견뎌 온 지금까지의 시간인지, 얼마가 될지 모르는 앞으로의 시간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것이 순무에 대한 것인지, 자신에 대한 것인지, 그 둘이 뒤섞인 것인지도.” (109 페이지)

 

내가 너무 감성적으로 읽은 건지 단품샘은 주인공 임해수가 자기 연민에 빠진 사람 같다며 싫어하는 순무에게 왜 자꾸 관심을 가지는지 조금은 의아해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끝없는 의미 찾기. 그게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어요?’ 나도 그렇지만 단풍샘도 이 질문에 반응한 듯하다. 145페이지 시험 범위를 벗어나 181페이지에서 찾은 장벽 없는 소통! ’꾸밈이 없는 말, 거추장스러운 장식을 걸치지 않은 말. 의도도, 저의도, 악의도 없는 말. 한 번도 바깥으로 나오지 못한 말. 아무런 빛깔도 모양도 부여받지 못한 채 지금껏 웅크리고 있던 말들.’ 단풍샘은 이런 말을 언제 해 봤는지 아쉬움을 표현했지만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기린샘은 102 페이지 아래 문구를 꼽았다. 여론재판, SNS의 사회적 병리 현상 등에 관해 열변을 토하시며, 주디스 버틀러의 ‘비폭력의 힘’과 문미순 작가의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의 책에 대한 설명과 줄거리를 이야기해 주었다. 상호의존성과 관계에 있어서 양가적인 측면! 아직 미천한 나는 선뜻 깊은 의미에 다가가기가 난해했다!

 

그녀는 선을 긋고 편을 가르고 어느 한쪽에 서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다. 분명하게 입장을 정하는 것이 그렇게 하지 않는 거보다 어떤 면에서 쉽고 수월하다. 그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 주는 신속한 방식이고 그러므로 매력적이다. 자신과 무관하기만 한다면 어떤 사안에 대해서든 빠르게 판단을 내리고 그보다 더 빠르게 그 판단을 철회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망각 속으로 던져 버리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렇게 한 대가로 자신의 삶이 곤경에 처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102 페이지)

 

마지막으로 책의 제목이 왜 ‘경청’인지,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궁금해하며 다음 시간을 약속했다.

댓글 1
  • 2023-05-22 21:41

    ㅋㅋㅋ 그러게요~~ 셋이서 열변이라니 ㅋㅋㅋㅋ 후기를 보니 지난 시간이 또 복기가 되네요~ 주인공은 어떻게 나아갈까요? 목요일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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