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일리치읽기- 1장 후기

김은정
2024-03-15 15:07
211

 

책을 읽고 나서 내 안에 전문가중심주의, 전문가 중심주의의 사회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

아직까지는 체력이 있는지, 감기도 드물게 걸리는 편인데, 코로나 예방접종은 초기에 바로 맞았지요. 교사라는 위치이다보니 별로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거부할 힘도 지식도 없었고요. 접종맞지 않는 사람들을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이 지난 이후 다른 책들을 보면서 그 선택이 과연 누구를 위한 일이었나 생각하게 되더군요. 물론 나는 공동체를 위한다는 대다수의 말을 옳다고 믿고 했지만, 정말 생각해야할 것이 그것뿐이었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 비판의 주된 방향이 또 다른 전문가나 더 철저한 전문가 주의를 지지하는 데서 벗어나, 전문가들에 대해 회의하고 계도하는 태도로 바뀌지 않는다면, 기술전체주의(테크노 파시즘)로의 추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모여서 공부하는 단체들이 늘어나는 것이 사회의 힘이 되는 것이리라 생각이 듭니다. 여기, 다른 면도 보자!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 같이 힘을 내자! 라고. 혼자서는 어려우니까.

 

*

시민의 자유는 ‘전문증거 배제의 원칙’에 바탕을 두고 공적 결정들을 내릴 때만 지켜질 수 있다. 사람들이 직접 보고 해석한 것만이 법 제정의 공적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것의 예로 뒷장에 들어준 법정에서의 모습이 정말 기억에 남습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장인-도제로서 가르쳐주어 스스로 선택하게 하였던가, 아니면 권위를 들이대며 이건 이렇게 해야한다고 말하고 살았는가. 

직업성격상 앞부분의 역할을 이상으로 삼고는 있지만, 내가 그 상태가 아닌 것을 알고 있고, 그 이상적인 모습에 언제 다다를지도 모르면서 이상에 집착하며 시간만 보내는 중인가 불안하기도 하고요.

 

*

이런 상황에 상시 적응한 소비자는 스스로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 대신 학습된 것을 필요로 삼는다. 사람들이 필요를 찾는 학습기술의 전문가가 되면서 경험을 통해 욕구를 확인하는 학습능력은 희귀한 것이 되었다. 모든 가치를 상품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가정. ‘나는 배운다’->교육시스템, ‘나는 낫는다’->의료시스템, ‘나는 이동한다’->교통시스템, ‘나는 논다’->TV.

 

그러게요. 배운다는게 왜 꼭 어딘가에 등록해서 들어야만, 단계별로 구성된 학습법에서 말하는 단계의 획득, 자격증획득 해야 배웠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혼자 공부하거나 같이 공부한 것은 공부한 것이 아닐까? 낫기 위해서는 얼른 병원부터 가야한다는 이 불안한 마음, 개인 자동차가 없다면 어디든 가기 먼저 시간을 주저하게 되는 이 마음. 논다는 것이 꼭 돈을 써야하는 것도 아닌데..

 

무엇보다도 내 행동을 돌아보게 됩니다. 

줌으로 이야기 나눌 때 어떤 선생님께서 '많이 알면 옳은 판단을 할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는것 아닌가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확실히 저는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좀 더 힘을내서 제 길을 잡아봐야 하겠습니다. ^^

댓글 4
  • 2024-03-15 22:37

    "다른 면도 보자!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 같이 힘을 내자!" 저희 세미나 구호로 외치고 싶은 문장입니다^^
    우리의 배움이 어떤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계속 읽고, 상상하고, 실천하고 싶어요. 진솔하고 나긋나긋 후기 감사합니다!

  • 2024-03-15 23:39

    은정샘의 후기 잘 읽었습니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고민하고 성찰하는 모습이 예쁩니다^^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힘이 분명 있겠지요?

    일리치 선생님의 책 《전문가들의 사회》가 나온 게 1977년 ㅡ그즈음 서구에서의 모습이 40여년의 세월을 지나 우리나라에 거의 그대로 재현되는 걸 당혹스럽고 씁쓸한 마음으로 확인합니다.
    "강요된 필요", "근본적 독점" , "현대화된 가난",
    "역생산성"
    이 모든 것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사회에서 서로 얽히고 설키며 우리를 무능하고 무기력한 존재로 만들고 있군요.

    그 중에서도 저는 근본적 독점이란 개념에 좀 더 생각이 오래 머물렀는데, 근본적 독점을 일리치 선생님은 이중적(확장적)의미로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즉 상품을 통해서만 주어진 환경을 이용할 수 있는 상황만 가리키는게 아니라, 인간의 타고난 능력을 단순화하고 근본적으로 무력화시키는 것까지를 포함해서요.

    제가 사는 주공아파트(LH)는 지은 지 40년이 넘다보니 주차장이 아주 협소한데요, 자동차는 주차장 수용량의 2.5배 정도입니다. 사정이 그런지라 이중주차도 모자라 사람 다니는 길도 다 차지한 상태지요. 우리나라 도로사정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더 많은 자동차 판매를 위하여 온 산에 터널이 뚫리고 도로확장공사는 늘상 진행형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환경이 파괴되고, 고속도로 주변마을은 고립되고, 보행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걸으면서 소음과 먼지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예서 개인 자동차는 필수품 일까요?
    보행권은 어떻게 보장될 수 있을까요?
    만들어진 필요와 근본적 독점에 대해 더 고민하면서
    이후 읽을 책에서도 함께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 2024-03-17 13:07

    후기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가 함께 하는 공부가 다르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꾸준히 읽어보고 함께 길을 찾아보아요.

  • 2024-03-18 07:48

    저도 후기인데, 김은정샘 후기에 댓글로 남겨봅니다. 세미나에서 오고간 얘기 가운데 요즘 늘어나는 전문가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자격증시대인데, 자격증을 따도 할 일이 없더란 말. 자격증으로 무얼 할지는 모르지만, 뭔가를 하기 위해선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통념으로 자리잡은 것이 '전문가들의 사회'를 말해주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럼, 자격증 없는, 자격증을 주지 않는 활동을 해보는 것이 대안이 될까 싶기도 한데, 자격증을 주지 않는 일을 선택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졌어요. 무모한 일에 시간과 돈을 투자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다시 이 자격증이 쓸모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일단 자격증을 따는 것이 '보험'이 '보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통념은 더욱 견고해지는구나......하는 순환적 사고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오늘 세미나할 부분을 읽어봐야겠네요. 저녁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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