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이는 마을활동가
김윤경~단순삶
2025.04.20 |
조회
338
감정의 일파만파(一波萬波)
-『내전, 대중 혐오, 법치』(피에르 다르도, 크리스티앙 라발, 피에르 소베르트, 오 게강, 원더박스, 2024년) 리뷰 어떻게 ‘생겨 먹은’ 세계에서 살고 있는가? 2024년 12월 나는 여의도에 두 번 갔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계엄 해제 이후 이어진 대통령 탄핵소추안를 통과시키기 위해서였다. 두 번 모두 여의도로 인파가 몰려들었다. 지하철을 탈 수 없어 여의도로 갈 수 있는 버스와 환승역을 찾아봤고, 안 되면 걸어서라도 국회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회에 가야 한다’는 생각은 내가 ‘국민’임을 실감하게 해주는 의심할 수 없는 증표였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지 못할까 조마조마했지만, 국회의사당 밖을 가득 메우고 있는 사람들의 열기는 불안감을 잦아들게 했다. 그러나 그 이후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곧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고 두 달 안에 조기 대선이 치러 지리라는 예상과 달리 불법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의 탄핵 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나긴 대치 끝에 대통령의 체포 과정이 뉴스로 생중계되고, 탄핵에 반대하는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하는 폭력사태를 목도하며 불안은 공포로 바뀌었다. 지난 12월 이후로 나는 유튜브 채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간대별로 나오는 다른 뉴스를 듣고, 뉴스에 나온 생소한 이름들을 검색해본다. 정보가 늘어나도 불안감은 줄어들지 않는다. 법조인, 정치인, 기자, 시사평론가들의 예측이 빗나가면서, 뉴스는 무의미해졌고 공포감은 커져가고 있다. 나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인가? 신자유주의, 내전의 정치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패배하자 트럼프 지지자들이 워싱턴 의회에 난입한...
-『내전, 대중 혐오, 법치』(피에르 다르도, 크리스티앙 라발, 피에르 소베르트, 오 게강, 원더박스, 2024년) 리뷰 어떻게 ‘생겨 먹은’ 세계에서 살고 있는가? 2024년 12월 나는 여의도에 두 번 갔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계엄 해제 이후 이어진 대통령 탄핵소추안를 통과시키기 위해서였다. 두 번 모두 여의도로 인파가 몰려들었다. 지하철을 탈 수 없어 여의도로 갈 수 있는 버스와 환승역을 찾아봤고, 안 되면 걸어서라도 국회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회에 가야 한다’는 생각은 내가 ‘국민’임을 실감하게 해주는 의심할 수 없는 증표였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지 못할까 조마조마했지만, 국회의사당 밖을 가득 메우고 있는 사람들의 열기는 불안감을 잦아들게 했다. 그러나 그 이후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곧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고 두 달 안에 조기 대선이 치러 지리라는 예상과 달리 불법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의 탄핵 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나긴 대치 끝에 대통령의 체포 과정이 뉴스로 생중계되고, 탄핵에 반대하는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하는 폭력사태를 목도하며 불안은 공포로 바뀌었다. 지난 12월 이후로 나는 유튜브 채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간대별로 나오는 다른 뉴스를 듣고, 뉴스에 나온 생소한 이름들을 검색해본다. 정보가 늘어나도 불안감은 줄어들지 않는다. 법조인, 정치인, 기자, 시사평론가들의 예측이 빗나가면서, 뉴스는 무의미해졌고 공포감은 커져가고 있다. 나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인가? 신자유주의, 내전의 정치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패배하자 트럼프 지지자들이 워싱턴 의회에 난입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