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이는 마을활동가
      댓글 1개     지난달 나의 연재 글에 댓글이 한 개였다. 그 한 개의 댓글도 금천에서 알고 지낸 산두미님이 문탁넷에 공부하러 건너오며 문탁넷 홈피를 자주 드나들게 되어 달아준 댓글이었다. 지나간 연재글 중에 민주주의에 관련된 글도 댓글이 뜸해 같이 공부하는 <양생프로젝트> 학인들을 닦달해 그나마 몇 개의 댓글이 달리며 마무리했다. 그런데 이번 글에는 댓글이 한 개 달린 것이다. 한 학인에게 왜 댓글을 안 다느냐고 묻자, ‘어떻게 댓글을 달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나의 글이 어떠하길래 댓글을 달지 못하는 걸까? 댓글을 달지 못하겠다는 건 그만큼 글에 공감 못 한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제 작년 글쓰기를 제안 받고 연재한 지 벌써 15달이 지났다. 이제 16회를 써야 한다. 그런데 요새 나는 좀 고민이 된다. 나의 글을 어떻게 써나가야 할지, 나에게 글쓰기란 무엇일지 하는 고민 말이다. 댓글 한 개의 여파로 나의 머리 위에는 수많은 생각이 붕붕 떠다니기 시작했다. 나의 글이 재미가 없나? 가독성이 떨어지나? 쓰나 마나 한 글이었을까? 너무 입바른 소리만 했나? 흑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등등. 그래서 이번 달에는 나의 글을 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글쓰기에 대해 글을 쓰려니 막막하다. 나의 글이 어떠한지 분석해야 하는데 실은 나도 잘 모르겠다. 햐~~ 이번 글을 또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나? 마을활동가 윤경이는 고민이 깊어지는 중이다.             글쓰기의 희로애락...
      댓글 1개     지난달 나의 연재 글에 댓글이 한 개였다. 그 한 개의 댓글도 금천에서 알고 지낸 산두미님이 문탁넷에 공부하러 건너오며 문탁넷 홈피를 자주 드나들게 되어 달아준 댓글이었다. 지나간 연재글 중에 민주주의에 관련된 글도 댓글이 뜸해 같이 공부하는 <양생프로젝트> 학인들을 닦달해 그나마 몇 개의 댓글이 달리며 마무리했다. 그런데 이번 글에는 댓글이 한 개 달린 것이다. 한 학인에게 왜 댓글을 안 다느냐고 묻자, ‘어떻게 댓글을 달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나의 글이 어떠하길래 댓글을 달지 못하는 걸까? 댓글을 달지 못하겠다는 건 그만큼 글에 공감 못 한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제 작년 글쓰기를 제안 받고 연재한 지 벌써 15달이 지났다. 이제 16회를 써야 한다. 그런데 요새 나는 좀 고민이 된다. 나의 글을 어떻게 써나가야 할지, 나에게 글쓰기란 무엇일지 하는 고민 말이다. 댓글 한 개의 여파로 나의 머리 위에는 수많은 생각이 붕붕 떠다니기 시작했다. 나의 글이 재미가 없나? 가독성이 떨어지나? 쓰나 마나 한 글이었을까? 너무 입바른 소리만 했나? 흑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등등. 그래서 이번 달에는 나의 글을 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글쓰기에 대해 글을 쓰려니 막막하다. 나의 글이 어떠한지 분석해야 하는데 실은 나도 잘 모르겠다. 햐~~ 이번 글을 또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나? 마을활동가 윤경이는 고민이 깊어지는 중이다.             글쓰기의 희로애락...
김윤경~단순삶
2025.04.20 | 조회 338
산골짝에 도라지
  별이 빛나는 밤에   학창 시절 쌤들이 내게 남겨준 기억 중에서 선명한 것들은 하나같이 교과서 내용과 관련이 없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제자와 결혼한 박** 불어쌤(고1 때 담임)의 사제 간 연애 스토리는 전교생이 졸업해서 총각쌤들의 부인이 되는 꿈을 갖게 했는데, 나는 한때 역사 부인이었다가 정경(정치경제) 부인을 맡았다. 하지만 1990년 ‘뉴키즈온더블록’이 ‘스텝 바이 스텝’을 발표하고 얼마 안 있어 나는 장래 교사 부인은 그만두었다. 이후 아이돌판에서 짝을 찾기에 매진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깊은 산촌 어느메를 고향으로 둔 중학교 물상 쌤(당시 물상이라는 과학과목이 있었다)은 툇마루에 누워 밤하늘을 볼라치면 별들이 자기를 향해 쏟아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별들이 이불처럼 자신을 덮어주었노라 표현할 줄 아는 서정적인 과학쌤 덕에 어떤 제자는 수업 내용은 까맣게 잊고 그날 그 스승의 아련한 표정만 기억에 남았다. 그날 이후 ‘언젠가 산속에서 꼭 별이불을 덮어야지!’ 하는 생각을 품고 살았다.     지금 나는 교사도 아니고 아이돌도 아닌 사람의 부인이 되어 일주일에 4일을 해발 4백 미터 산속에 산다. 해발 7백 이상은 되어야 깊은 산속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것 같고, 4백은 좀 어중간한 중턱쯤 되니 그냥 산골짜기에 산다고 해두자. 하지만 심산유곡에 첩첩산중은 아니더라도 여름밤이면 설거지하다가 길 잘못 든 반딧불이와 눈 마주칠 수 있는 곳. 밤이면 밤마다 별들이 쏟아지고, 어느 달빛 밝은 밤엔 기어이 커튼을 치고서야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고 살짝 뻥을 쳐도 모두가 의심하지...
  별이 빛나는 밤에   학창 시절 쌤들이 내게 남겨준 기억 중에서 선명한 것들은 하나같이 교과서 내용과 관련이 없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제자와 결혼한 박** 불어쌤(고1 때 담임)의 사제 간 연애 스토리는 전교생이 졸업해서 총각쌤들의 부인이 되는 꿈을 갖게 했는데, 나는 한때 역사 부인이었다가 정경(정치경제) 부인을 맡았다. 하지만 1990년 ‘뉴키즈온더블록’이 ‘스텝 바이 스텝’을 발표하고 얼마 안 있어 나는 장래 교사 부인은 그만두었다. 이후 아이돌판에서 짝을 찾기에 매진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깊은 산촌 어느메를 고향으로 둔 중학교 물상 쌤(당시 물상이라는 과학과목이 있었다)은 툇마루에 누워 밤하늘을 볼라치면 별들이 자기를 향해 쏟아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별들이 이불처럼 자신을 덮어주었노라 표현할 줄 아는 서정적인 과학쌤 덕에 어떤 제자는 수업 내용은 까맣게 잊고 그날 그 스승의 아련한 표정만 기억에 남았다. 그날 이후 ‘언젠가 산속에서 꼭 별이불을 덮어야지!’ 하는 생각을 품고 살았다.     지금 나는 교사도 아니고 아이돌도 아닌 사람의 부인이 되어 일주일에 4일을 해발 4백 미터 산속에 산다. 해발 7백 이상은 되어야 깊은 산속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것 같고, 4백은 좀 어중간한 중턱쯤 되니 그냥 산골짜기에 산다고 해두자. 하지만 심산유곡에 첩첩산중은 아니더라도 여름밤이면 설거지하다가 길 잘못 든 반딧불이와 눈 마주칠 수 있는 곳. 밤이면 밤마다 별들이 쏟아지고, 어느 달빛 밝은 밤엔 기어이 커튼을 치고서야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고 살짝 뻥을 쳐도 모두가 의심하지...
도라지
2025.04.09 | 조회 410
양선생 명랑분투기
저요! 제가 꼭 쓰고싶습니다!   ‘거북아 거북아 글을 내어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 알람 소리에 눈을 뜨면서 구지가의 한 대목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다. 아! 정말이지 어디 협박할 거북이라도 있다면 멱살을 잡고 흔들어서 수로 대신 글 한 편을 받아내고 싶은 심정이다. 이 바쁜 3월에 어쩌자고 글을, 그것도 자기 돌봄의 글을 써보겠다는 무모한 마음을 내었단 말인가! 머리를 한 대 콩 쥐어 박아 봤자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나는 올해로 교육경력 23년 차인 초등교사이다. 3월을 맞이한 교사에게 진정한 자기 돌봄이란 퇴근과 동시에 침대에 쓰러지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고양이 손이라도 보태쓰고 싶을 만큼 바쁜 이 학년 초에 굳이 글을 써서 자신을 돌보겠다 마음먹게 된 데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우울한 양선생 누구에게나 아무리 애를 써도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때가 있다. 새로운 학교로 전보 발령 받은 지난 해가 내게는 그런 시기였다. 나름 베테랑 교사인 나도 감당하기 힘든 학급을 맡았다. 교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매일 다투는 아이들, 그 사이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 문제가 일어나 상담을 하면 내 아이는 그런 아이가 아니라고 항변하는 학부모들... 이대로 더 버티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시감이 들어 정신과 진료를 받기 시작했고 결국 2달간 병가를 냈다. 병명은 적응 장애와 우울증 스펙트럼... 내가 겪은 우울은 나만의 특별한 경험은 아닐 것이다. 교실에는 늘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더 힘든 학생을 만나기도 한다. 문제는...
저요! 제가 꼭 쓰고싶습니다!   ‘거북아 거북아 글을 내어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 알람 소리에 눈을 뜨면서 구지가의 한 대목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다. 아! 정말이지 어디 협박할 거북이라도 있다면 멱살을 잡고 흔들어서 수로 대신 글 한 편을 받아내고 싶은 심정이다. 이 바쁜 3월에 어쩌자고 글을, 그것도 자기 돌봄의 글을 써보겠다는 무모한 마음을 내었단 말인가! 머리를 한 대 콩 쥐어 박아 봤자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나는 올해로 교육경력 23년 차인 초등교사이다. 3월을 맞이한 교사에게 진정한 자기 돌봄이란 퇴근과 동시에 침대에 쓰러지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고양이 손이라도 보태쓰고 싶을 만큼 바쁜 이 학년 초에 굳이 글을 써서 자신을 돌보겠다 마음먹게 된 데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우울한 양선생 누구에게나 아무리 애를 써도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때가 있다. 새로운 학교로 전보 발령 받은 지난 해가 내게는 그런 시기였다. 나름 베테랑 교사인 나도 감당하기 힘든 학급을 맡았다. 교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매일 다투는 아이들, 그 사이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 문제가 일어나 상담을 하면 내 아이는 그런 아이가 아니라고 항변하는 학부모들... 이대로 더 버티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시감이 들어 정신과 진료를 받기 시작했고 결국 2달간 병가를 냈다. 병명은 적응 장애와 우울증 스펙트럼... 내가 겪은 우울은 나만의 특별한 경험은 아닐 것이다. 교실에는 늘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더 힘든 학생을 만나기도 한다. 문제는...
산책
2025.04.05 | 조회 585
현민의 독국유학기
          맨 몸의 정령들         작년 여름에는 오후에 할 일만 마치면 매일 자전거를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내가 사는 뮌헨에는 영국정원이라는 여의도의 반 만한 거대한 공원이 있다. 집에서 20분만 자전거로 전속력으로 달려도 금방 도시에서 빠져나온다. 여름에는 영국정원에 살색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대학가인 남쪽에는 사람이 붐비지만 북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좀 더 가면 자연 깊숙이 숨을 수 있다. 북쪽에는 뮌헨을 통과하는 이자르Isar 강의 작은 물줄기가 흐르는데 차갑고 깨끗하다. 물 근처에는 풀 사이사이에 사람들이 군데군데 누워 여유를 즐긴다. 자연의 정령인가 싶은 흰 머리 할머니는 몸이 빨갛게 뜨거워질 때까지 햇빛을 받다가 시원한 물에 풍덩 입수를 한다.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가슴을 덜렁이며 마음에 드는 곳으로 약간 걸은 뒤 다시 돌아와 눕는다. 그리고 햇빛 아래에서 칠링Chilling과 입수를 반복한다. 이곳엔 이 할머니 같은 맨몸의 정령들이 무수히 많다.   자연 깊숙이 들어가지 않아도, 도심의 공원이나 물가 근처에는 종종 그런 사람들이 있다.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독일은 원래부터 그랬으니까. 독일에는 FKK (에프카카, Frei-Körper-Kultur, 자유-몸-문화)라는 나체주의 문화가 있다. FKK가 어떻게 생기게 된 건 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어떤 사람들은 나치 시절 강압적인 정치에 반대하기 위해서 나체주의가 하나의 정치적 운동처럼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보수적인 나라에서 온 나로서는 ‚나체가 되기‘라는 극단적인 방법이 어떻게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게 되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독일에도...
          맨 몸의 정령들         작년 여름에는 오후에 할 일만 마치면 매일 자전거를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내가 사는 뮌헨에는 영국정원이라는 여의도의 반 만한 거대한 공원이 있다. 집에서 20분만 자전거로 전속력으로 달려도 금방 도시에서 빠져나온다. 여름에는 영국정원에 살색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대학가인 남쪽에는 사람이 붐비지만 북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좀 더 가면 자연 깊숙이 숨을 수 있다. 북쪽에는 뮌헨을 통과하는 이자르Isar 강의 작은 물줄기가 흐르는데 차갑고 깨끗하다. 물 근처에는 풀 사이사이에 사람들이 군데군데 누워 여유를 즐긴다. 자연의 정령인가 싶은 흰 머리 할머니는 몸이 빨갛게 뜨거워질 때까지 햇빛을 받다가 시원한 물에 풍덩 입수를 한다.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가슴을 덜렁이며 마음에 드는 곳으로 약간 걸은 뒤 다시 돌아와 눕는다. 그리고 햇빛 아래에서 칠링Chilling과 입수를 반복한다. 이곳엔 이 할머니 같은 맨몸의 정령들이 무수히 많다.   자연 깊숙이 들어가지 않아도, 도심의 공원이나 물가 근처에는 종종 그런 사람들이 있다.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독일은 원래부터 그랬으니까. 독일에는 FKK (에프카카, Frei-Körper-Kultur, 자유-몸-문화)라는 나체주의 문화가 있다. FKK가 어떻게 생기게 된 건 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어떤 사람들은 나치 시절 강압적인 정치에 반대하기 위해서 나체주의가 하나의 정치적 운동처럼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보수적인 나라에서 온 나로서는 ‚나체가 되기‘라는 극단적인 방법이 어떻게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게 되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독일에도...
현민
2025.04.02 | 조회 503
감정의 일파만파(一波萬波)
-『내전, 대중 혐오, 법치』(피에르 다르도, 크리스티앙 라발, 피에르 소베르트, 오 게강, 원더박스, 2024년) 리뷰         어떻게 ‘생겨 먹은’ 세계에서 살고 있는가? 2024년 12월 나는 여의도에 두 번 갔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계엄 해제 이후 이어진 대통령 탄핵소추안를 통과시키기 위해서였다. 두 번 모두 여의도로 인파가 몰려들었다. 지하철을 탈 수 없어 여의도로 갈 수 있는 버스와 환승역을 찾아봤고, 안 되면 걸어서라도 국회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회에 가야 한다’는 생각은 내가 ‘국민’임을 실감하게 해주는 의심할 수 없는 증표였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지 못할까 조마조마했지만, 국회의사당 밖을 가득 메우고 있는 사람들의 열기는 불안감을 잦아들게 했다. 그러나 그 이후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곧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고 두 달 안에 조기 대선이 치러 지리라는 예상과 달리 불법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의 탄핵 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나긴 대치 끝에 대통령의 체포 과정이 뉴스로 생중계되고, 탄핵에 반대하는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하는 폭력사태를 목도하며 불안은 공포로 바뀌었다. 지난 12월 이후로 나는 유튜브 채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간대별로 나오는 다른 뉴스를 듣고, 뉴스에 나온 생소한 이름들을 검색해본다. 정보가 늘어나도 불안감은 줄어들지 않는다. 법조인, 정치인, 기자, 시사평론가들의 예측이 빗나가면서, 뉴스는 무의미해졌고 공포감은 커져가고 있다. 나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인가?     신자유주의, 내전의 정치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패배하자 트럼프 지지자들이 워싱턴 의회에 난입한...
-『내전, 대중 혐오, 법치』(피에르 다르도, 크리스티앙 라발, 피에르 소베르트, 오 게강, 원더박스, 2024년) 리뷰         어떻게 ‘생겨 먹은’ 세계에서 살고 있는가? 2024년 12월 나는 여의도에 두 번 갔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계엄 해제 이후 이어진 대통령 탄핵소추안를 통과시키기 위해서였다. 두 번 모두 여의도로 인파가 몰려들었다. 지하철을 탈 수 없어 여의도로 갈 수 있는 버스와 환승역을 찾아봤고, 안 되면 걸어서라도 국회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회에 가야 한다’는 생각은 내가 ‘국민’임을 실감하게 해주는 의심할 수 없는 증표였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지 못할까 조마조마했지만, 국회의사당 밖을 가득 메우고 있는 사람들의 열기는 불안감을 잦아들게 했다. 그러나 그 이후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곧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고 두 달 안에 조기 대선이 치러 지리라는 예상과 달리 불법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의 탄핵 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나긴 대치 끝에 대통령의 체포 과정이 뉴스로 생중계되고, 탄핵에 반대하는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하는 폭력사태를 목도하며 불안은 공포로 바뀌었다. 지난 12월 이후로 나는 유튜브 채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간대별로 나오는 다른 뉴스를 듣고, 뉴스에 나온 생소한 이름들을 검색해본다. 정보가 늘어나도 불안감은 줄어들지 않는다. 법조인, 정치인, 기자, 시사평론가들의 예측이 빗나가면서, 뉴스는 무의미해졌고 공포감은 커져가고 있다. 나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인가?     신자유주의, 내전의 정치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패배하자 트럼프 지지자들이 워싱턴 의회에 난입한...
겸목
2025.04.01 | 조회 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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