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선생 명랑분투기
<D-1 오! 마이 갓!>   “선생님! 얘들이 내일 스승의 날 파티한다고 아침에 일찍 온 데요.” 과학 교과 시간이 끝나고 교실에 들어오던 용이가 내게 크게 말한다. ‘아! 안돼!’ 나는 속으로 소리를 지르며 눈을 질끈 감는다. 일순간 교실에 흐르는 정적. 깜작 파티를 준비한 회장과 여학생들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곧바로 얼굴이 일그러진다. 잠시 후 아이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왜 그걸 선생님한테 말해? 미친 거 아니야?” 아차 싶었는지 용이는 책상에 머리를 박고 엎드려버린다. 교실의 웅성거림은 삽시간에 복도로 퍼진다. 내 머리 속에 켜지는 빨간불! ‘비상! 어떻게든 여기서 막아야 한다.’   내가 용이의 일에 적극 개입하려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사실 우리 반에는 강박증과 주의력 결핍으로 교사의 각별한 돌봄을 필요로 하는 다른 학생이 있다. 작년 5학년 선생님들은 이 학생을 배려해서 반 편성에 특히 신경을 쓰셨다고 하셨다. 하지만 정작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는 학생은 용이다. 한 학년 70명의 아이들이 3개 반으로 6년을 지내다 보니 아이들 사이에는 서로 쌓인 감정들이 많다. 아이들 개별 상담을 하다 보면 몇 학년 때 누구와 다툰 이야기를 꼭 하는데, 용이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친구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지 않은 용이가 지금의 말실수로 더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은 자명하다. 게다가 얼마 전 다른 사안으로 용이 어머니와 전화 상담을 한 터라 이 일이 확대되는 것은 정말이지 피하고 싶다.   다행히 다음 시간은 외부...
<D-1 오! 마이 갓!>   “선생님! 얘들이 내일 스승의 날 파티한다고 아침에 일찍 온 데요.” 과학 교과 시간이 끝나고 교실에 들어오던 용이가 내게 크게 말한다. ‘아! 안돼!’ 나는 속으로 소리를 지르며 눈을 질끈 감는다. 일순간 교실에 흐르는 정적. 깜작 파티를 준비한 회장과 여학생들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곧바로 얼굴이 일그러진다. 잠시 후 아이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왜 그걸 선생님한테 말해? 미친 거 아니야?” 아차 싶었는지 용이는 책상에 머리를 박고 엎드려버린다. 교실의 웅성거림은 삽시간에 복도로 퍼진다. 내 머리 속에 켜지는 빨간불! ‘비상! 어떻게든 여기서 막아야 한다.’   내가 용이의 일에 적극 개입하려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사실 우리 반에는 강박증과 주의력 결핍으로 교사의 각별한 돌봄을 필요로 하는 다른 학생이 있다. 작년 5학년 선생님들은 이 학생을 배려해서 반 편성에 특히 신경을 쓰셨다고 하셨다. 하지만 정작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는 학생은 용이다. 한 학년 70명의 아이들이 3개 반으로 6년을 지내다 보니 아이들 사이에는 서로 쌓인 감정들이 많다. 아이들 개별 상담을 하다 보면 몇 학년 때 누구와 다툰 이야기를 꼭 하는데, 용이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친구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지 않은 용이가 지금의 말실수로 더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은 자명하다. 게다가 얼마 전 다른 사안으로 용이 어머니와 전화 상담을 한 터라 이 일이 확대되는 것은 정말이지 피하고 싶다.   다행히 다음 시간은 외부...
산책
2025.06.05 | 조회 304
스프링의 실화극장
명상을 접한 지는 꽤 됐다. 하지만 평소에는 명상을 하지 않았다. 그저 연례행사처럼 집중명상만 다녀오곤 했다. 숨을 알아차리는 것도 잘되지 않는 수준이었지만 평온함이 좋았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집중명상도 가지 않았다. 작년에 경남 거창의 붓다선원에서 명상에 약간의 진전이 있었다. 처음 간 곳이지만, 청정한 도량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직접 재배한 채소들로 요리한 음식들도 맛있었다. 제철 과일들과 수제 요구르트, 갓 구운 빵, 내린 커피. 침이 고인다. 츄릅. 다음엔 좀 오래 있고 싶었다. 올해 그 기회가 왔다. 한 달 단기출가 프로그램 공지가 떴다. 출가에는 전혀 뜻이 없었다. 그저 선원에 길게 머물고 싶었을 뿐이다. 게다가 스님들에게 교육도 받고 명상 지도도 받을 수 있다니. 일타쌍피 아닌가? 바로 접수했다. 단기출가 간다고 동네방네 다 소문냈으니 떨어뜨리면 창피해서 고개 들고 못 다닌다는 협박성 멘트 덕분일까? 출가 프로그램에 참여하라고 연락이 왔다.         출가 스타일 - 삭발과 승복 턱부터 시작해서 코, 눈, 이마를 지나 머리까지 시원하게 한 번에 세수하는 거. 이거 한 번쯤 해보고 싶지 않나? 소망을 이룰 수 있게 됐다. 공지에서는 분명 삭발 이야기가 없었다. 근데 현장 분위기는 삭발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삭발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머리카락을 방치해둔 나와 달리, 삭발할 줄 모르고 긴 머리를 이미 단발로 자르고 온 참가자도 있었다. 억울하게 됐다. 그러나 행자가 스님을 이길 수는 없지. 결국 한 명 빼고 모두 삭발을 했다....
명상을 접한 지는 꽤 됐다. 하지만 평소에는 명상을 하지 않았다. 그저 연례행사처럼 집중명상만 다녀오곤 했다. 숨을 알아차리는 것도 잘되지 않는 수준이었지만 평온함이 좋았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집중명상도 가지 않았다. 작년에 경남 거창의 붓다선원에서 명상에 약간의 진전이 있었다. 처음 간 곳이지만, 청정한 도량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직접 재배한 채소들로 요리한 음식들도 맛있었다. 제철 과일들과 수제 요구르트, 갓 구운 빵, 내린 커피. 침이 고인다. 츄릅. 다음엔 좀 오래 있고 싶었다. 올해 그 기회가 왔다. 한 달 단기출가 프로그램 공지가 떴다. 출가에는 전혀 뜻이 없었다. 그저 선원에 길게 머물고 싶었을 뿐이다. 게다가 스님들에게 교육도 받고 명상 지도도 받을 수 있다니. 일타쌍피 아닌가? 바로 접수했다. 단기출가 간다고 동네방네 다 소문냈으니 떨어뜨리면 창피해서 고개 들고 못 다닌다는 협박성 멘트 덕분일까? 출가 프로그램에 참여하라고 연락이 왔다.         출가 스타일 - 삭발과 승복 턱부터 시작해서 코, 눈, 이마를 지나 머리까지 시원하게 한 번에 세수하는 거. 이거 한 번쯤 해보고 싶지 않나? 소망을 이룰 수 있게 됐다. 공지에서는 분명 삭발 이야기가 없었다. 근데 현장 분위기는 삭발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삭발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머리카락을 방치해둔 나와 달리, 삭발할 줄 모르고 긴 머리를 이미 단발로 자르고 온 참가자도 있었다. 억울하게 됐다. 그러나 행자가 스님을 이길 수는 없지. 결국 한 명 빼고 모두 삭발을 했다....
스프링
2025.05.30 | 조회 552
현민의 독국유학기
      통일에 대하여       조와 영이 왔다 갔다. 조는 제주도에 사는 친구의 애인이다. 책방을 같이 운영했던 친구들이 제주 강정에 눌러 앉아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었다. 영은 그 중 한명이다. 나는 조를 전에 알고 있었고 시간을 종종 같이 보내기도 했지만, 내게는 친구의 남자친구 정도였다. 내가 한국에 있었을 때는 조가 한국어를 못했고 나는 영어를 못했다. 몇 년이 지나 영화감독인 조가 독일 영화제에 초대를 받아 여행길에 뮌헨에 들리게 된 것이다. 조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한국인이다. 부모님이 조가 태어나기 전에 한국을 떠나 이민을 간 경우다.   조와 영은 이탈리아에서 나이트 버스를 타고 열여덟 시간을 달려 아침에 도착했다. 도착한 후 나는 그들과 점심을 먹기 위해 4월이 철인 직접 만든 명이나물 페스토로 뇨끼를 만들었다. 날씨도 기가 막히게 좋은 날이었다. 정원에 앉아 뇨끼 한사발을 가운데에 두고 먹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탈리아에서 열린 레인보우 게더링 (Rainbow Gathering, 자연속에서 자발적으로 모이는 국제 비공식 히피 평화 공동체)에 다녀온 이야기. 레인보우 게더링에서 한 친구를 만들어 단 두 명이 사는 이탈리아 마을에 갔다 온 이야기. 히치하이킹도 꽤 잘 됐다는 이야기 등 말이다. 그러던 중 조는 내게 느닷없는 질문을 던졌다. 현민, 북한 가보고 싶지 않아?   독일은 다른 나라에 비교해서 영주권을 따기가 쉽다.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이 있고, 5년 이상 독일에서 살면서 4대보험을 들었으며, 독일어 B1 자격증이 있다면 영주권을 딸 수...
      통일에 대하여       조와 영이 왔다 갔다. 조는 제주도에 사는 친구의 애인이다. 책방을 같이 운영했던 친구들이 제주 강정에 눌러 앉아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었다. 영은 그 중 한명이다. 나는 조를 전에 알고 있었고 시간을 종종 같이 보내기도 했지만, 내게는 친구의 남자친구 정도였다. 내가 한국에 있었을 때는 조가 한국어를 못했고 나는 영어를 못했다. 몇 년이 지나 영화감독인 조가 독일 영화제에 초대를 받아 여행길에 뮌헨에 들리게 된 것이다. 조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한국인이다. 부모님이 조가 태어나기 전에 한국을 떠나 이민을 간 경우다.   조와 영은 이탈리아에서 나이트 버스를 타고 열여덟 시간을 달려 아침에 도착했다. 도착한 후 나는 그들과 점심을 먹기 위해 4월이 철인 직접 만든 명이나물 페스토로 뇨끼를 만들었다. 날씨도 기가 막히게 좋은 날이었다. 정원에 앉아 뇨끼 한사발을 가운데에 두고 먹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탈리아에서 열린 레인보우 게더링 (Rainbow Gathering, 자연속에서 자발적으로 모이는 국제 비공식 히피 평화 공동체)에 다녀온 이야기. 레인보우 게더링에서 한 친구를 만들어 단 두 명이 사는 이탈리아 마을에 갔다 온 이야기. 히치하이킹도 꽤 잘 됐다는 이야기 등 말이다. 그러던 중 조는 내게 느닷없는 질문을 던졌다. 현민, 북한 가보고 싶지 않아?   독일은 다른 나라에 비교해서 영주권을 따기가 쉽다.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이 있고, 5년 이상 독일에서 살면서 4대보험을 들었으며, 독일어 B1 자격증이 있다면 영주권을 딸 수...
현민
2025.05.27 | 조회 334
아스퍼거는 귀여워
‘아스퍼거는 귀여워’ 연재를 시작한 지 일 년 반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분이 글을 읽어주시고 피드백을 보냈다. 분명 기분 좋고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딱 하나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 있었다. “남편은 뭐래?” 남편? 곤란한 질문이다. 언제부턴가 “남편 이야기도 써야 하는 거 아냐?” 라는 의견도 들렸다. 씁… 그래. 이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여태껏 미뤄오던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분명 감자가 자라나는 데 아빠의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정말 미미하다. 감자 목욕 담당이긴 했지만, 새벽에 12번을 깨며 울어도,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감자가 똥을 싸면 코를 막으며 도망갔다. 감자랑 둘이 있는 시간을 어떻게 하지 못해서 매번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이의 장애를 인정하지 못했고, 진지하게 고민한 적도 없었다. 감자가 조금 커서는 둘이 여행도 가곤 했지만, 근본적인 관계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게 욕하고 끝낼 단순한 문제는 아니지 않나. 물론 주변인들에게는 남편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곤 한다. 하지만 그 불만들이 대부분의 사람에게도 있는 일상적인 것인지 아닌지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쓰다 보면 답이 나올까?       달라도 너무 다른 우리 일단 나와 남편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우리는 (모두 그렇겠지만) 너무나 다른 사람이다. 만들어진 재료부터 다르다고 할까. 단순하게 MBTI만 봐도 그렇다. 저쪽은 ESTJ, 나는 INFP다. 놀랄 만큼 단 한 글자도 같지 않다. 남편은 주도면밀하고 활동적이며, 밖에 나가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한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인정받는 것을...
‘아스퍼거는 귀여워’ 연재를 시작한 지 일 년 반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분이 글을 읽어주시고 피드백을 보냈다. 분명 기분 좋고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딱 하나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 있었다. “남편은 뭐래?” 남편? 곤란한 질문이다. 언제부턴가 “남편 이야기도 써야 하는 거 아냐?” 라는 의견도 들렸다. 씁… 그래. 이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여태껏 미뤄오던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분명 감자가 자라나는 데 아빠의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정말 미미하다. 감자 목욕 담당이긴 했지만, 새벽에 12번을 깨며 울어도,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감자가 똥을 싸면 코를 막으며 도망갔다. 감자랑 둘이 있는 시간을 어떻게 하지 못해서 매번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이의 장애를 인정하지 못했고, 진지하게 고민한 적도 없었다. 감자가 조금 커서는 둘이 여행도 가곤 했지만, 근본적인 관계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게 욕하고 끝낼 단순한 문제는 아니지 않나. 물론 주변인들에게는 남편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곤 한다. 하지만 그 불만들이 대부분의 사람에게도 있는 일상적인 것인지 아닌지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쓰다 보면 답이 나올까?       달라도 너무 다른 우리 일단 나와 남편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우리는 (모두 그렇겠지만) 너무나 다른 사람이다. 만들어진 재료부터 다르다고 할까. 단순하게 MBTI만 봐도 그렇다. 저쪽은 ESTJ, 나는 INFP다. 놀랄 만큼 단 한 글자도 같지 않다. 남편은 주도면밀하고 활동적이며, 밖에 나가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한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인정받는 것을...
모로
2025.05.25 | 조회 392
윤경이는 마을활동가
        ‘행하는’ 의식과 ‘존재하는’ 의식       나는 올해 초부터 장애인 활동보조사 교육을 들으며 장애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장애와 장애인을 더 가까이서 알아가고 싶은 마음에 서울시 중장년 가치동행일자리사업 장애인동행 부분에 응시했다. 가치동행일자리사업은 중장년 세대의 경험과 역량을 활용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참여자에게는 인생 후반 삶의 보람과 열린 기회를 마련하고, 그들이 창출한 사회공헌적 가치를 통해 우리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말이다. 40~67세 서울시민이 한 달 57시간 동안 12개 세부 분야에서 일하도록 설계했다. 나는 다행히 합격해서 2월 말부터 우리 동네에 있는 발달장애인 주간센터에서 일하게 되었다. 이곳은 29세에서 39세까지 성인 발달장애인 16명이 함께 지내는 곳이다. 지금은 이곳에서 발달장애에 대해 조금씩 경험하며 또 다른 세계와 연결되어가고 있다.         그즈음 시작한 과학세미나에서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장호연 옮김/윌북)를 읽었다. 뇌과학자인 이 책의 저자 질 볼트 테일러는 1996년 12월 10일, 뇌의 ‘재잘거림’이 멈추는 뇌의 침묵을 경험했다. 왼쪽 뇌에 선천적인 혈관 기형으로 인해 희귀 유형의 뇌졸중이 그녀를 찾아온 것이다. 그날 아침 7시, 그녀의 왼쪽 안구 뒤쪽에 날카로운 것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일었다. 그 고통은 그녀의 뇌를 장악했고, 그녀의 몸은 곧 무력해졌다. 뇌혈관에서 터져 나온 피로 축축이 젖어 드는 그녀의 왼쪽 뇌는 묵직한 침묵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녀의 몸을 이루는 분자들의 전기적 생기가 희미해지자 그녀의 인지적 뇌가 신체 작동을...
        ‘행하는’ 의식과 ‘존재하는’ 의식       나는 올해 초부터 장애인 활동보조사 교육을 들으며 장애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장애와 장애인을 더 가까이서 알아가고 싶은 마음에 서울시 중장년 가치동행일자리사업 장애인동행 부분에 응시했다. 가치동행일자리사업은 중장년 세대의 경험과 역량을 활용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참여자에게는 인생 후반 삶의 보람과 열린 기회를 마련하고, 그들이 창출한 사회공헌적 가치를 통해 우리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말이다. 40~67세 서울시민이 한 달 57시간 동안 12개 세부 분야에서 일하도록 설계했다. 나는 다행히 합격해서 2월 말부터 우리 동네에 있는 발달장애인 주간센터에서 일하게 되었다. 이곳은 29세에서 39세까지 성인 발달장애인 16명이 함께 지내는 곳이다. 지금은 이곳에서 발달장애에 대해 조금씩 경험하며 또 다른 세계와 연결되어가고 있다.         그즈음 시작한 과학세미나에서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장호연 옮김/윌북)를 읽었다. 뇌과학자인 이 책의 저자 질 볼트 테일러는 1996년 12월 10일, 뇌의 ‘재잘거림’이 멈추는 뇌의 침묵을 경험했다. 왼쪽 뇌에 선천적인 혈관 기형으로 인해 희귀 유형의 뇌졸중이 그녀를 찾아온 것이다. 그날 아침 7시, 그녀의 왼쪽 안구 뒤쪽에 날카로운 것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일었다. 그 고통은 그녀의 뇌를 장악했고, 그녀의 몸은 곧 무력해졌다. 뇌혈관에서 터져 나온 피로 축축이 젖어 드는 그녀의 왼쪽 뇌는 묵직한 침묵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녀의 몸을 이루는 분자들의 전기적 생기가 희미해지자 그녀의 인지적 뇌가 신체 작동을...
김윤경~단순삶
2025.05.20 | 조회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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