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명상
요요 문탁에서 불교와 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불교 공부도 철학 공부도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10년은 불교세미나를 계속 함께 할 친구들을 찾고 있다. 불교를 공부하는데 철학공부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이듦연구소의 활동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존엄하게 늙는 길을 찾고 싶다. 명상적 삶, 일상의 영성, 공동체와 영성, 나이듦과 영성이 풀어야 할 화두라고 생각한다. 명상일기를 쓰다 아침 명상 후에 명상 일기를 쓴다. 가끔씩 메모를 하다가 명상일기를 쓴 지 반년이 좀 넘었다. 명상일기와는 좀 다르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곤 해서 기록하는 것도 있다. 하나는 아버지 돌봄 일지다. 2년 전 어머니 병상일지로 시작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아버지 돌봄 일지가 되었다. 간혹 몸이 아플 때마다 기록하는 몸상태 일지도 있다. 작년부터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없었던 긴장성 두통과 어깨 통증, 눈 뻑뻑함, 수면 패턴의 변화가 생길 때마다 어디가 아픈지, 얼마나 지속되었는지, 어떻게 대처했는지 써놓고 있다. 명상도, 아버지의 치매와 건강상태도, 내 몸의 컨디션도 기록을 들여다보면 변화추이를 알 수 있어서 나름 유용하다. 사실 나는 일기나 가계부 같은 사적인 비망록 남기기를 즐겨하는 기록형 인간이 아니다. 지나간 과거를 반추하는 회고형 인간은 더더욱 아니다. 아이들 어릴 적 사진도 어쩌다 다른 사람이 찍어 준 사진 이외에는 거의 없다. 카메라나 캠코드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기록과 보관에 무심한 것은 정도가 지나쳐 친한 친구들과의 몇 번의 해외...
요요 문탁에서 불교와 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불교 공부도 철학 공부도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10년은 불교세미나를 계속 함께 할 친구들을 찾고 있다. 불교를 공부하는데 철학공부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이듦연구소의 활동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존엄하게 늙는 길을 찾고 싶다. 명상적 삶, 일상의 영성, 공동체와 영성, 나이듦과 영성이 풀어야 할 화두라고 생각한다. 명상일기를 쓰다 아침 명상 후에 명상 일기를 쓴다. 가끔씩 메모를 하다가 명상일기를 쓴 지 반년이 좀 넘었다. 명상일기와는 좀 다르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곤 해서 기록하는 것도 있다. 하나는 아버지 돌봄 일지다. 2년 전 어머니 병상일지로 시작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아버지 돌봄 일지가 되었다. 간혹 몸이 아플 때마다 기록하는 몸상태 일지도 있다. 작년부터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없었던 긴장성 두통과 어깨 통증, 눈 뻑뻑함, 수면 패턴의 변화가 생길 때마다 어디가 아픈지, 얼마나 지속되었는지, 어떻게 대처했는지 써놓고 있다. 명상도, 아버지의 치매와 건강상태도, 내 몸의 컨디션도 기록을 들여다보면 변화추이를 알 수 있어서 나름 유용하다. 사실 나는 일기나 가계부 같은 사적인 비망록 남기기를 즐겨하는 기록형 인간이 아니다. 지나간 과거를 반추하는 회고형 인간은 더더욱 아니다. 아이들 어릴 적 사진도 어쩌다 다른 사람이 찍어 준 사진 이외에는 거의 없다. 카메라나 캠코드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기록과 보관에 무심한 것은 정도가 지나쳐 친한 친구들과의 몇 번의 해외...
겸목의 문학처방전
무사(無事), 누군가의 분투의 대가 -위암에 황정은의 에세이집『일기』를 처방합니다 황정은을 좋아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 내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 무사(無事)는 누군가의 분투를 대가로 치르고 받는 것이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숨 막히는 ‘말’들이 있다는 걸 아니까, 이 고요의 성질에 질식이라는 성분이 있다는 걸 아니까, 어디로도 가지 않고 이렇게 유지하는 고요가 그래도, 그래서, 나는 좀 징그럽습니다. (황정은, 『일기』, 창비, 2022년, 41쪽) 황정은의 에세이집 『일기』는 작고 예쁘다. 친구에게도 가벼운 마음으로 선물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니 친구도 좋아할 거라는 생각으로 택배를 보냈다. 그런데 읽다보니 좋은 선물이었는지 불안해진다. 나에게는 불편하게 읽히는 책을 친구는 어떻게 읽고 있을지 궁금하다. 나에게는 질책으로 다가오는 황정은의 말들을 친구는 어떻게 독해하고 있을지 걱정스럽다. 이런 걱정으로 나는 황정은의 『일기』를 여러 번 읽었다. 여러 번 읽으며 든 생각은, 내가 힘들게 읽은 만큼 황정은 또한 힘들게 썼겠구나 하는, 이상한 동질감이다. 독자가 작가를 걱정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나도 힘들게 읽고 그도 힘들게 썼으니 피장파장이라는 느낌이다. 무엇이 읽기에 힘들었을까? ‘징그럽다’는 그의 생생한 감정이다. 나의 무사(無事)함이 누군가의 분투의 대가라는 것을 헤아리기는 쉽지 않다. 무한 경쟁과 탐욕의 시대, 무사하고 무탈함을 바라는 것은 욕망의 기본값이 아닐까? 그런데 오늘날은 ‘보통’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결코 보통의 대가로 이루어지지 않는 시대다. 무사한 보통의 삶은 많은 비용을 치룰 수 있어야 가능하고, 무사하지...
무사(無事), 누군가의 분투의 대가 -위암에 황정은의 에세이집『일기』를 처방합니다 황정은을 좋아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 내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 무사(無事)는 누군가의 분투를 대가로 치르고 받는 것이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숨 막히는 ‘말’들이 있다는 걸 아니까, 이 고요의 성질에 질식이라는 성분이 있다는 걸 아니까, 어디로도 가지 않고 이렇게 유지하는 고요가 그래도, 그래서, 나는 좀 징그럽습니다. (황정은, 『일기』, 창비, 2022년, 41쪽) 황정은의 에세이집 『일기』는 작고 예쁘다. 친구에게도 가벼운 마음으로 선물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니 친구도 좋아할 거라는 생각으로 택배를 보냈다. 그런데 읽다보니 좋은 선물이었는지 불안해진다. 나에게는 불편하게 읽히는 책을 친구는 어떻게 읽고 있을지 궁금하다. 나에게는 질책으로 다가오는 황정은의 말들을 친구는 어떻게 독해하고 있을지 걱정스럽다. 이런 걱정으로 나는 황정은의 『일기』를 여러 번 읽었다. 여러 번 읽으며 든 생각은, 내가 힘들게 읽은 만큼 황정은 또한 힘들게 썼겠구나 하는, 이상한 동질감이다. 독자가 작가를 걱정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나도 힘들게 읽고 그도 힘들게 썼으니 피장파장이라는 느낌이다. 무엇이 읽기에 힘들었을까? ‘징그럽다’는 그의 생생한 감정이다. 나의 무사(無事)함이 누군가의 분투의 대가라는 것을 헤아리기는 쉽지 않다. 무한 경쟁과 탐욕의 시대, 무사하고 무탈함을 바라는 것은 욕망의 기본값이 아닐까? 그런데 오늘날은 ‘보통’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결코 보통의 대가로 이루어지지 않는 시대다. 무사한 보통의 삶은 많은 비용을 치룰 수 있어야 가능하고, 무사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