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선생 명랑분투기
<때가 되었다> 선생이 미칠만할 때 하는 것이 방학이고 엄마가 미칠 만할 때 하는 것이 개학이라고 했던가. 7월에 들어서면서 달력에 여름방학 d-day를 적었다. 사춘기 아이들이 품어내는 기운은 4층 복도와 학교 지붕을 뚫고 나갈 지경이다. 6학년 아이들 간의 투닥거림과 교사들을 향한 적대적 표현은 말할 것도 없고, 6학년 소행으로 추측되는 사건에 대한 제보와 민원 메시지가 수시로 날아온다. “4층 정수기 앞에 물이 흥건하게 고여있습니다. 벌써 몇 번째 인지 모르겠어요. 손으로 물을 받아먹거나, 입을 대고 먹지 않도록 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유치원 놀이터 쪽에서 6학년 학생들이 볼록 렌즈로 불을 붙이는 것을 OO 선생님이 발견하시고 지도해주셨다고 합니다.” “점심시간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던 6학년 학생들이 찬 공에 5학년 학생이 맞았는데 사과도 안 하고 갔다고 합니다.” “OO학원에서 6학년 OO학생이 5학년 OO학생을 때렸다고 합니다.” 부장 회의에서도 ‘6학년 선생님들 힘드신 건 알겠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지도해주시길 바란다’는 당부가 나온다. 지도가 부족해서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덕분에 교실에서는 매일 잔소리와 공갈이 섞인 소위 ‘지도’가 강화된다.   그래도 이렇게 겉으로 또렷하게 드러나는 사안은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더 힘든 문제는 미묘한 따돌림의 문제이다. 방학 전 가장 신경이 쓰였던 일은 좌석 배치이다. 우리 반은 책상을 붙여서 앉는 짝을 정하지 않는다. 24명 아이들이 5줄로 나누어 앉고 가까이 있는 4명이 한 모둠이 된다. 보통 한 달에 한 번씩 자리를 바꾸는데 싫어하는 아이와 같은 모둠이 된 경우 학생들은 노골적으로...
<때가 되었다> 선생이 미칠만할 때 하는 것이 방학이고 엄마가 미칠 만할 때 하는 것이 개학이라고 했던가. 7월에 들어서면서 달력에 여름방학 d-day를 적었다. 사춘기 아이들이 품어내는 기운은 4층 복도와 학교 지붕을 뚫고 나갈 지경이다. 6학년 아이들 간의 투닥거림과 교사들을 향한 적대적 표현은 말할 것도 없고, 6학년 소행으로 추측되는 사건에 대한 제보와 민원 메시지가 수시로 날아온다. “4층 정수기 앞에 물이 흥건하게 고여있습니다. 벌써 몇 번째 인지 모르겠어요. 손으로 물을 받아먹거나, 입을 대고 먹지 않도록 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유치원 놀이터 쪽에서 6학년 학생들이 볼록 렌즈로 불을 붙이는 것을 OO 선생님이 발견하시고 지도해주셨다고 합니다.” “점심시간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던 6학년 학생들이 찬 공에 5학년 학생이 맞았는데 사과도 안 하고 갔다고 합니다.” “OO학원에서 6학년 OO학생이 5학년 OO학생을 때렸다고 합니다.” 부장 회의에서도 ‘6학년 선생님들 힘드신 건 알겠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지도해주시길 바란다’는 당부가 나온다. 지도가 부족해서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덕분에 교실에서는 매일 잔소리와 공갈이 섞인 소위 ‘지도’가 강화된다.   그래도 이렇게 겉으로 또렷하게 드러나는 사안은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더 힘든 문제는 미묘한 따돌림의 문제이다. 방학 전 가장 신경이 쓰였던 일은 좌석 배치이다. 우리 반은 책상을 붙여서 앉는 짝을 정하지 않는다. 24명 아이들이 5줄로 나누어 앉고 가까이 있는 4명이 한 모둠이 된다. 보통 한 달에 한 번씩 자리를 바꾸는데 싫어하는 아이와 같은 모둠이 된 경우 학생들은 노골적으로...
산책
2025.08.05 | 조회 328
스프링의 실화극장
  염소탕은 별로지만   올 여름 들어 가장 더운 날이란다. 무려 38도다. 이 더위에 엄마가 약속이 있다며 외출 준비를 한다. 엄마의 외출 준비는 전날 저녁부터 시작된다. 구루프로 원하는 머리 스타일을 만들려면 최소 2~3시간은 걸린다. 외출 당일의 화장 시간 또한 만만치 않다. 젊어서 다친 새끼 손가락과 살짝 떨리는 왼손으로 색조 화장을 마치고, 입고 나갈 옷을 고르고 나면 등에 땀이 줄줄 흐른다. 오늘은 아파트 경로당 회원들과 점심 약속이다. 경로당에 지원되는 보조금으로 먹을 수 있는 메뉴는 한정되어 있다. 가격과 이동 거리를 고려하면 갈 만한 식당이 몇 개 없다. 식탐이 있는 편도 아니고, 먹는 양이 많지도 않은 엄마는 한 달에 한 번 있는 회식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좋아하지도 않는 염소탕을 먹으러 오늘도 시간 맞춰 부지런히 경로당을 향한다. 폭염 대비는 양산과 마스크다. 눈이 시려 집안에서도 선글라스를 끼는 엄마는 막상 혼자 외출할 때는 선글라스를 쓰지 않는다. 건방져 보일까봐.   엄마는 동 주민센터 문화교실, 노인대학을 거쳐 지금은 임시로 경로당에 안착했다. 처음에는 경로당에 가는 것을 꺼렸다. 아직 경로당 갈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구분은 나이와 관련된 마지막 프라이드였다. 그런데 요가와 노래를 배우던 동 주민센터를 새로 짓게 되면서, 임시로 이주한 동 주민센터가 집에서 멀어지게 됐다. 게다가 날씨까지 너무 덥거나 너무 추워졌다. 걸어서 다니기엔 좀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작년에 마을버스에서 한 번 넘어지고 난 뒤로는 버스를 타지 않는다. 선택할 수...
  염소탕은 별로지만   올 여름 들어 가장 더운 날이란다. 무려 38도다. 이 더위에 엄마가 약속이 있다며 외출 준비를 한다. 엄마의 외출 준비는 전날 저녁부터 시작된다. 구루프로 원하는 머리 스타일을 만들려면 최소 2~3시간은 걸린다. 외출 당일의 화장 시간 또한 만만치 않다. 젊어서 다친 새끼 손가락과 살짝 떨리는 왼손으로 색조 화장을 마치고, 입고 나갈 옷을 고르고 나면 등에 땀이 줄줄 흐른다. 오늘은 아파트 경로당 회원들과 점심 약속이다. 경로당에 지원되는 보조금으로 먹을 수 있는 메뉴는 한정되어 있다. 가격과 이동 거리를 고려하면 갈 만한 식당이 몇 개 없다. 식탐이 있는 편도 아니고, 먹는 양이 많지도 않은 엄마는 한 달에 한 번 있는 회식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좋아하지도 않는 염소탕을 먹으러 오늘도 시간 맞춰 부지런히 경로당을 향한다. 폭염 대비는 양산과 마스크다. 눈이 시려 집안에서도 선글라스를 끼는 엄마는 막상 혼자 외출할 때는 선글라스를 쓰지 않는다. 건방져 보일까봐.   엄마는 동 주민센터 문화교실, 노인대학을 거쳐 지금은 임시로 경로당에 안착했다. 처음에는 경로당에 가는 것을 꺼렸다. 아직 경로당 갈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구분은 나이와 관련된 마지막 프라이드였다. 그런데 요가와 노래를 배우던 동 주민센터를 새로 짓게 되면서, 임시로 이주한 동 주민센터가 집에서 멀어지게 됐다. 게다가 날씨까지 너무 덥거나 너무 추워졌다. 걸어서 다니기엔 좀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작년에 마을버스에서 한 번 넘어지고 난 뒤로는 버스를 타지 않는다. 선택할 수...
스프링
2025.07.30 | 조회 327
아스퍼거는 귀여워
“어머님, 혹시 감자가 특수교육대상자이거나 장애등록을 했을까요?”   4학년 초, 선생님과의 첫 대면 상담이었다. 3학년까지는 코로나 시절이라 전화 상담으로 대신했었다. 나는 괜스레 긴장한 채 담임 선생님과 마주 앉았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사실 면담 전에도 몇 번 전화 통화로 감자의 상황을 설명한 바 있었다. 나는 선생님과 대화할 때 최대한 솔직하게 말하려고 한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달라고, 가정에서 최대한 도와보겠다고. 감자는 인복이 아주 좋아서 그 시기마다 꼭 필요한 사람들을 만났다. 담임 선생님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감자를 도와주셨고, 소외되지 않도록 보살펴 주셨다. 그래서인지 나름대로 꽤 오픈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선생님들도 편하게 말씀해주시는 듯했다.   그러나 장애등록이라니.   나는 그때까지 장애등록이나 특수교육대상자 같은 걸 진지하게 고려해 본 적이 없었다. 아이가 아스퍼거 진단을 받았고, 사회성에 문제가 있으며, 끝도 없이 이어지는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디에 뭔가 ‘도장’을 찍듯 장애등록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었다. 아니, 알고는 있었지만 우리 감자가 그걸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거다. 그렇다면 도대체 내가 생각하는 ‘장애’의 기준은 무엇이었단 말인가. 감자는 늘 경계에 서 있는 아이였다. 아주 어려운 것도, 그렇다고 아주 괜찮은 것도 아닌 상태. 학교에서는 분명 ‘다르게’ 보이지만, 누군가는 ‘그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니에요?’라고 할지도 모른다. 성장의 한고비를 넘어서기가 매우 힘든, 하지만 결국은 넘어서긴 하는 아이다.   “감자가 수업 시간에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어서요.”   이건...
“어머님, 혹시 감자가 특수교육대상자이거나 장애등록을 했을까요?”   4학년 초, 선생님과의 첫 대면 상담이었다. 3학년까지는 코로나 시절이라 전화 상담으로 대신했었다. 나는 괜스레 긴장한 채 담임 선생님과 마주 앉았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사실 면담 전에도 몇 번 전화 통화로 감자의 상황을 설명한 바 있었다. 나는 선생님과 대화할 때 최대한 솔직하게 말하려고 한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달라고, 가정에서 최대한 도와보겠다고. 감자는 인복이 아주 좋아서 그 시기마다 꼭 필요한 사람들을 만났다. 담임 선생님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감자를 도와주셨고, 소외되지 않도록 보살펴 주셨다. 그래서인지 나름대로 꽤 오픈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선생님들도 편하게 말씀해주시는 듯했다.   그러나 장애등록이라니.   나는 그때까지 장애등록이나 특수교육대상자 같은 걸 진지하게 고려해 본 적이 없었다. 아이가 아스퍼거 진단을 받았고, 사회성에 문제가 있으며, 끝도 없이 이어지는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디에 뭔가 ‘도장’을 찍듯 장애등록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었다. 아니, 알고는 있었지만 우리 감자가 그걸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거다. 그렇다면 도대체 내가 생각하는 ‘장애’의 기준은 무엇이었단 말인가. 감자는 늘 경계에 서 있는 아이였다. 아주 어려운 것도, 그렇다고 아주 괜찮은 것도 아닌 상태. 학교에서는 분명 ‘다르게’ 보이지만, 누군가는 ‘그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니에요?’라고 할지도 모른다. 성장의 한고비를 넘어서기가 매우 힘든, 하지만 결국은 넘어서긴 하는 아이다.   “감자가 수업 시간에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어서요.”   이건...
모로
2025.07.25 | 조회 621
윤경이는 마을활동가
    매달 20일 인문약방 자기돌봄의 글쓰기 나의 꼭지에 글을 업로드하고 나면 바로 다음 달 무엇을 쓸지 고민한다. 다음 달 20일까지 내가 겪고 느끼고 깨달은 바를 정리해내야 한다. 사실 이번 달 글은 이 주제가 아니었다. 문탁네트워크의 여름 특강 <정치의 재구성, 다시 민주주의를 묻다> 1강에서 진태원강사님이 강의하신 블레즈 파스칼의 『팡세』 「정의와 힘」(5. 현상의 이유 103-135/을유문화사/현미애)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강한 것과 정의로운 것’에 꽂혔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의 내용에 은근한 반발심이 일어 반박하는 글을 쓰고는 싶었지만 역시 무리였다. 피드백을 주신 기린샘은 강의 내용이나 책의 요약이지 않냐, 글쓴이의 문제 의식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좀 더 잘 읽히는 글을 쓰는 것은 어떨지 의견을 주셨다. 어려운 주제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논리정연하게 잘 풀어낼 수 있는 역량이 아직은 안되는 것 같다. ㅠ_ㅠ 그래서 급 주제를 바꿔 그냥 나의 요즘 생활에 대해 이야기할까 한다.         자주 보아야 알게 되는 것들     나는 지금 서울시 가치동행일자리를 통해서 발달장애인 주간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5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이 센터에는 성인 발달장애인 16명과 복지사 선생님 6명, 보조 선생님 5명이 주간에 함께 생활하는 곳이다. 나는 한 달 57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는 것이라서 주로 오후 시간에 나간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자주 접해 보지 못해서 낯선 발달장애인들에게 겁을 먹었었다. 특히 성인 남자분들에게 겁이 났었다. 그들의 뚱한 표정엔 화가 난 것인가 싶어...
    매달 20일 인문약방 자기돌봄의 글쓰기 나의 꼭지에 글을 업로드하고 나면 바로 다음 달 무엇을 쓸지 고민한다. 다음 달 20일까지 내가 겪고 느끼고 깨달은 바를 정리해내야 한다. 사실 이번 달 글은 이 주제가 아니었다. 문탁네트워크의 여름 특강 <정치의 재구성, 다시 민주주의를 묻다> 1강에서 진태원강사님이 강의하신 블레즈 파스칼의 『팡세』 「정의와 힘」(5. 현상의 이유 103-135/을유문화사/현미애)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강한 것과 정의로운 것’에 꽂혔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의 내용에 은근한 반발심이 일어 반박하는 글을 쓰고는 싶었지만 역시 무리였다. 피드백을 주신 기린샘은 강의 내용이나 책의 요약이지 않냐, 글쓴이의 문제 의식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좀 더 잘 읽히는 글을 쓰는 것은 어떨지 의견을 주셨다. 어려운 주제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논리정연하게 잘 풀어낼 수 있는 역량이 아직은 안되는 것 같다. ㅠ_ㅠ 그래서 급 주제를 바꿔 그냥 나의 요즘 생활에 대해 이야기할까 한다.         자주 보아야 알게 되는 것들     나는 지금 서울시 가치동행일자리를 통해서 발달장애인 주간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5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이 센터에는 성인 발달장애인 16명과 복지사 선생님 6명, 보조 선생님 5명이 주간에 함께 생활하는 곳이다. 나는 한 달 57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는 것이라서 주로 오후 시간에 나간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자주 접해 보지 못해서 낯선 발달장애인들에게 겁을 먹었었다. 특히 성인 남자분들에게 겁이 났었다. 그들의 뚱한 표정엔 화가 난 것인가 싶어...
김윤경~단순삶
2025.07.20 | 조회 455
산골짝에 도라지
  꽃밭이나 텃밭이나!     나는 귀촌한 사람들을 텃밭파와 가드닝파로 나누곤 한다. 기준은 애써 가꾸는 것이 ‘먹는 것인가? 보는 것인가?’이다. 텃밭이든 정원이든 가꾸는 일은 사람 손을 끝없이 요구하는데, 가심비보다 가성비를 우선하는 나로서는 먹지도 못할 꽃을 땀 흘려 가꾸는 사람들의 감수성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산속에 들어와 살면서 처음부터 꽃을 키우는데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수선화, 백합, 채송화와 과꽃이 차례로 피는 풍경도 상상했었다. 땅 일구고 파종하고 거둬 먹으며 텃밭의 계절 경치를 즐기는 사이 플라워 가든은 점점 멀어졌을 뿐이다.     문 열고 나가면 사방천지 꽃과 나무. 이른봄부터 늦가을까지 산야초들은 돌아가며 피고 진다. 그뿐인가! 텃밭도 게으른 일꾼을 만난 덕에 꽃잔치는 흔한 일이다. 작고 하얀 부추꽃, 연노랑 쑥갓꽃을 본적 있는가? 수확할 때를 놓친 아쉬움은 플라워 텃밭의 반전으로 만회되기도 하니 정원을 가꾸지는 않지만 주변에 꽃이 만발하지 않았던 적도 없다.       부추를 부지런히 베어 먹으면 저 하얗고 예쁜 부추꽃을 절대 만날 수 없다. ^^       자두 따러 왔던 로이가 쑥갓꽃을 한줌 예쁘게 꺾어놓고 갔다.        너, 이름이 뭐니?   양양에 온 첫 해엔 텃밭 관리에 의욕이 넘쳤다. 공단 같은 텃밭을 만들고 싶어 재배할 목적이 아닌 풀들은 다 뽑아낼 기세로 덤볐다. 그런데 낯선 식물이 눈에 들어왔다. 유독 성장이 빨라 키가 크고, 몸 전체에 털이 난 풀이었다. 처음 보는 풀이다 싶었는데...
  꽃밭이나 텃밭이나!     나는 귀촌한 사람들을 텃밭파와 가드닝파로 나누곤 한다. 기준은 애써 가꾸는 것이 ‘먹는 것인가? 보는 것인가?’이다. 텃밭이든 정원이든 가꾸는 일은 사람 손을 끝없이 요구하는데, 가심비보다 가성비를 우선하는 나로서는 먹지도 못할 꽃을 땀 흘려 가꾸는 사람들의 감수성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산속에 들어와 살면서 처음부터 꽃을 키우는데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수선화, 백합, 채송화와 과꽃이 차례로 피는 풍경도 상상했었다. 땅 일구고 파종하고 거둬 먹으며 텃밭의 계절 경치를 즐기는 사이 플라워 가든은 점점 멀어졌을 뿐이다.     문 열고 나가면 사방천지 꽃과 나무. 이른봄부터 늦가을까지 산야초들은 돌아가며 피고 진다. 그뿐인가! 텃밭도 게으른 일꾼을 만난 덕에 꽃잔치는 흔한 일이다. 작고 하얀 부추꽃, 연노랑 쑥갓꽃을 본적 있는가? 수확할 때를 놓친 아쉬움은 플라워 텃밭의 반전으로 만회되기도 하니 정원을 가꾸지는 않지만 주변에 꽃이 만발하지 않았던 적도 없다.       부추를 부지런히 베어 먹으면 저 하얗고 예쁜 부추꽃을 절대 만날 수 없다. ^^       자두 따러 왔던 로이가 쑥갓꽃을 한줌 예쁘게 꺾어놓고 갔다.        너, 이름이 뭐니?   양양에 온 첫 해엔 텃밭 관리에 의욕이 넘쳤다. 공단 같은 텃밭을 만들고 싶어 재배할 목적이 아닌 풀들은 다 뽑아낼 기세로 덤볐다. 그런데 낯선 식물이 눈에 들어왔다. 유독 성장이 빨라 키가 크고, 몸 전체에 털이 난 풀이었다. 처음 보는 풀이다 싶었는데...
도라지
2025.07.14 | 조회 272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