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의 실화극장
지켜보고 있다 나는 동생 직장에서 나름 유명인이다. 괴짜는 아니지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재미있는 캐릭터쯤 된다. 심심할 때 가끔, 안부가 궁금해지는. “느그 아부지 뭐하시나?”가 아니라, “느그 언니 요즈음 뭐하나?” 정도? ‘세상에 이런 일이’의 주인공까지는 아니어도, 매일매일 그날이 그날인 사람들 속에서 나는 조금 결이 다른, 그러나 무섭거나 위협이 되지는 않는, 그런 종류의 흥미로운 사람이다. 조금 있으면 공중부양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고 나를 지켜보고 있다. 그들이 날 그렇게 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내 일상의 루틴에서 도인의 풍모를 느끼기 때문이다. ‘음양탕, 침뜸, 태극권, 108배, 명상’. 음양탕과 108배는 오래된 인연이다. 명상은 명절에만 찐하게 만나는 친척처럼 연례행사 정도로만 치른다. 침뜸은 예전에 1년 정도 배웠는데 놓는 법만 알 뿐, 혈 자리를 잘 모른다. 매번 혈 자리를 인터넷으로 찾아, 장님 문고리 찾듯 조심조심 눌러보고 만져보며 더듬더듬 뜸을 뜨고 침을 놓는다. 아침마다 열심히 108배하고 뜸을 뜨고 출근하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거의 손절 수준이다. 최근에 알게 된 게 태극권인데 현재는 가장 주력하고 있는 종목이다. 나의 아침 루틴은 뜨거운 물과 찬 물을 섞은 음양탕으로 시작한다. 작년 5월부터 온라인으로 태극권을 접하게 되었다. 몸이 유연하고 중심이 잘 잡혀 있을수록 동작이 잘 나온다. 태극권 동작에 도움이 되는 움직임으로 구성된 양생체조를 30~40분 하고, 투로와 기본 보법, 참장 등을 간단히 한 다음, 철봉 매달리기로 마무리를 하면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108배나 명상을...
지켜보고 있다 나는 동생 직장에서 나름 유명인이다. 괴짜는 아니지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재미있는 캐릭터쯤 된다. 심심할 때 가끔, 안부가 궁금해지는. “느그 아부지 뭐하시나?”가 아니라, “느그 언니 요즈음 뭐하나?” 정도? ‘세상에 이런 일이’의 주인공까지는 아니어도, 매일매일 그날이 그날인 사람들 속에서 나는 조금 결이 다른, 그러나 무섭거나 위협이 되지는 않는, 그런 종류의 흥미로운 사람이다. 조금 있으면 공중부양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고 나를 지켜보고 있다. 그들이 날 그렇게 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내 일상의 루틴에서 도인의 풍모를 느끼기 때문이다. ‘음양탕, 침뜸, 태극권, 108배, 명상’. 음양탕과 108배는 오래된 인연이다. 명상은 명절에만 찐하게 만나는 친척처럼 연례행사 정도로만 치른다. 침뜸은 예전에 1년 정도 배웠는데 놓는 법만 알 뿐, 혈 자리를 잘 모른다. 매번 혈 자리를 인터넷으로 찾아, 장님 문고리 찾듯 조심조심 눌러보고 만져보며 더듬더듬 뜸을 뜨고 침을 놓는다. 아침마다 열심히 108배하고 뜸을 뜨고 출근하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거의 손절 수준이다. 최근에 알게 된 게 태극권인데 현재는 가장 주력하고 있는 종목이다. 나의 아침 루틴은 뜨거운 물과 찬 물을 섞은 음양탕으로 시작한다. 작년 5월부터 온라인으로 태극권을 접하게 되었다. 몸이 유연하고 중심이 잘 잡혀 있을수록 동작이 잘 나온다. 태극권 동작에 도움이 되는 움직임으로 구성된 양생체조를 30~40분 하고, 투로와 기본 보법, 참장 등을 간단히 한 다음, 철봉 매달리기로 마무리를 하면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108배나 명상을...
윤경이는 마을활동가
김윤경~단순삶
2025.08.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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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
산골짝에 도라지
오늘은 뭐 먹지? 여름 텃밭의 주인은 토마토, 가지, 고추, 오이, 호박, 당근, 깻잎이다. 텃밭 셔틀 몇 번이면 밥상은 풍성해진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것 같은 도시생활에 비해 여름철 시골 살이는 경제적인 면에서 월등하다. 근처에 구멍가게 하나 없고, 배달 음식은 상상할 수 없으니 돈은 쓸래야 쓸 데가 없어 좋다. 하지만 애환은 어디에나 있는 법. 문득 밥하기 귀찮고, 더위에 입맛도 없는 것 같고, 특별한 뭔가 먹고 싶어지는 날은 난감하다. “오늘 뭐 먹지?” 가지, 호박, 오이로 매 끼니 돌려먹다 지겨워지면 남편에게 묻는다. 남편은 간단하게 국수나 먹자고 할 때가 많은데, 국수가 후루룩 먹기에나 그렇지 어떤 국수도 간단하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좋건 싫건 산속에서 선택지는 별로 없다. 그나마 쉬운 게 국수 일테니, 나와 입지조건이 비슷한 곳에 사시는 스님들이 국수를 왜 ‘승소(僧笑)'라고 부르셨는지 알 것 같다. 여름이면 양양에 도착해서 마트 들러 계란만 사면 된다. 장바구니는 가벼워도 텃밭에 먹을 것들이 넘친다. 이 날은 아침 상을 차리고 색감이 예뻐 사진 찍기 바빴다. 전날 구운 통밀빵에 커피를 더해 아침식사를 했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어요 육수 내고 면을 삶아야 하는 잔치국수는 벌써 냄비만 두 개가 필요하다. 고명으로 호박이라도 볶아내려면 여기에 프라이팬이 하나 더 추가된다. 이쯤 되면 있는 반찬 해서 밥해 먹을 걸 슬슬 후회가...
오늘은 뭐 먹지? 여름 텃밭의 주인은 토마토, 가지, 고추, 오이, 호박, 당근, 깻잎이다. 텃밭 셔틀 몇 번이면 밥상은 풍성해진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것 같은 도시생활에 비해 여름철 시골 살이는 경제적인 면에서 월등하다. 근처에 구멍가게 하나 없고, 배달 음식은 상상할 수 없으니 돈은 쓸래야 쓸 데가 없어 좋다. 하지만 애환은 어디에나 있는 법. 문득 밥하기 귀찮고, 더위에 입맛도 없는 것 같고, 특별한 뭔가 먹고 싶어지는 날은 난감하다. “오늘 뭐 먹지?” 가지, 호박, 오이로 매 끼니 돌려먹다 지겨워지면 남편에게 묻는다. 남편은 간단하게 국수나 먹자고 할 때가 많은데, 국수가 후루룩 먹기에나 그렇지 어떤 국수도 간단하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좋건 싫건 산속에서 선택지는 별로 없다. 그나마 쉬운 게 국수 일테니, 나와 입지조건이 비슷한 곳에 사시는 스님들이 국수를 왜 ‘승소(僧笑)'라고 부르셨는지 알 것 같다. 여름이면 양양에 도착해서 마트 들러 계란만 사면 된다. 장바구니는 가벼워도 텃밭에 먹을 것들이 넘친다. 이 날은 아침 상을 차리고 색감이 예뻐 사진 찍기 바빴다. 전날 구운 통밀빵에 커피를 더해 아침식사를 했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어요 육수 내고 면을 삶아야 하는 잔치국수는 벌써 냄비만 두 개가 필요하다. 고명으로 호박이라도 볶아내려면 여기에 프라이팬이 하나 더 추가된다. 이쯤 되면 있는 반찬 해서 밥해 먹을 걸 슬슬 후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