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의 걷다보면
이런 '탈다이어트'             기린 고전 분야에서 덕업일치를 이루지 못하고 고민하던 차, 양생을 위한 담론을 생산하고 생업도 마련하는 기회를 잡아 소속을 인문약방 팀으로 옮겨 일리치 약국 정규직이 되었다.  양생과 관련한 공부에 박차를 가하며 또 한 번의 덕업일치에 도전중이다.         3월 넷째 주, 일교차가 큰 날씨가 거듭되고 있지만 어쨌든 봄은 오고 있었다. 낮에는 걷기에 좋은 기온에 무릎도 많이 호전되었으니 이번 주는 좀 많이 걷기로 했다. 광교산에 진달래도 피었다 하고 겨우내 늘어난 뱃살을 자극할 필요도 있었다. 이럴 때 나서는 길은 광교산 너울길 1코스다. 용인 수지 상현동에 있는 심곡서원에서 시작해 광교산 자락을 걸어 동천동 손골성지까지 이르는 10.8 키로(용인시청 홈피소개) 코스다. 집 앞 탄천에서 출발해 코스의 시작점인 심곡서원까지 걸으면 한 시간 정도 걸린다. 그러면 대략 15키로 정도 걷게 되는 코스이다. 걷기만으로 코스 출발점에 도착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서 애용하는 코스이기도 하다.       이 정도 거리를 걷는다면 중간에 쉴 때 먹을 간식을 충분히 싸지만 이번에는 마실 물과 최소한의 간식만 챙겼다. 밀가루는 거의 안 먹고 그 외 탄수화물의 섭취도 줄이는 식단을 유지하려고 애쓰지만 그게 쉽지 않다. 파지사유 공간에 있다 보면 다른 세미나에서 간식이라며 챙겨주는 한 접시, 이러저러한 선물로 들어오는 떡이나 과일 등을 그냥 지나치기는 나에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다. 한입 두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는 순식간, 정신 차리고 보면...
이런 '탈다이어트'             기린 고전 분야에서 덕업일치를 이루지 못하고 고민하던 차, 양생을 위한 담론을 생산하고 생업도 마련하는 기회를 잡아 소속을 인문약방 팀으로 옮겨 일리치 약국 정규직이 되었다.  양생과 관련한 공부에 박차를 가하며 또 한 번의 덕업일치에 도전중이다.         3월 넷째 주, 일교차가 큰 날씨가 거듭되고 있지만 어쨌든 봄은 오고 있었다. 낮에는 걷기에 좋은 기온에 무릎도 많이 호전되었으니 이번 주는 좀 많이 걷기로 했다. 광교산에 진달래도 피었다 하고 겨우내 늘어난 뱃살을 자극할 필요도 있었다. 이럴 때 나서는 길은 광교산 너울길 1코스다. 용인 수지 상현동에 있는 심곡서원에서 시작해 광교산 자락을 걸어 동천동 손골성지까지 이르는 10.8 키로(용인시청 홈피소개) 코스다. 집 앞 탄천에서 출발해 코스의 시작점인 심곡서원까지 걸으면 한 시간 정도 걸린다. 그러면 대략 15키로 정도 걷게 되는 코스이다. 걷기만으로 코스 출발점에 도착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서 애용하는 코스이기도 하다.       이 정도 거리를 걷는다면 중간에 쉴 때 먹을 간식을 충분히 싸지만 이번에는 마실 물과 최소한의 간식만 챙겼다. 밀가루는 거의 안 먹고 그 외 탄수화물의 섭취도 줄이는 식단을 유지하려고 애쓰지만 그게 쉽지 않다. 파지사유 공간에 있다 보면 다른 세미나에서 간식이라며 챙겨주는 한 접시, 이러저러한 선물로 들어오는 떡이나 과일 등을 그냥 지나치기는 나에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다. 한입 두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는 순식간, 정신 차리고 보면...
기린
2023.04.05 | 조회 456
정화와 임수의 좌충우돌 가족-되기
  [현장 르뽀] 나는 임수가 오늘 아침에 한 일을 알고 있다.   2023.3.31. 정화편 Designed by Cho-hui           (앞으로 꽃길만 걷고 싶은) 백수 꿈나무 살림의료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희망법/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한국성폭력상담소 후원회원 문탁에서는 주로 서양철학을 공부하며, 함께 공부하던 임수를 꼬드겨 '쫌 다른 가족-되기' 실험 중 소박하게 꾸린 정임합목 양생하우스에서 앎과 삶에 관해 질문하며 살고 있다.       "뻐국뻐국~~ 00하세요. 00~~ " 아침밥이 준비되었음을 뜻하는 기계음이 들려오자 임수가 놀라며 물었다. "오잉? 저 소리 뭐야? 어디서 들리는 거지?" "뭐? 저 소리 첨 들었어? 전기밥솥에서 밥 다 됐다고 알려주는 소리잖아. 나는 3년째 듣고 있는데..." "난 처음듣는 것 같오." "뭣이라 -.-"   2명만 같이 살아도 공동체   책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에서 김하나, 황선우 작가는 "2명만 되어도 공동체다." 라고 말한다. 임수와 함께 생활하면서 이 말의 찐 의미를 점점 알아가고 있다. 나는 외동이다. 것두 성 감별 낙태가 공공연한 비밀이던 시절, 귀하디 귀했던 '무남독녀 외동'. 당연지사 자라오면서 먹는 것에 욕심낼 필요가 없었고 옆에서 부대끼는 사람 역시 없었다. 직장 초 특수했던 공동생활을 제외하면 죽~ '혼자' 살아온 셈이다. 그랬으니, 길게는 눈을 뜰 때부터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했다. 3년 전 함께 살 결심을 하고 합을 맞춰볼 요량으로 잠시 임수의 숙소에 거주한 적이 있었다. 작은 거실 겸 주방이 있고, 방이 2칸인 집이었다....
  [현장 르뽀] 나는 임수가 오늘 아침에 한 일을 알고 있다.   2023.3.31. 정화편 Designed by Cho-hui           (앞으로 꽃길만 걷고 싶은) 백수 꿈나무 살림의료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희망법/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한국성폭력상담소 후원회원 문탁에서는 주로 서양철학을 공부하며, 함께 공부하던 임수를 꼬드겨 '쫌 다른 가족-되기' 실험 중 소박하게 꾸린 정임합목 양생하우스에서 앎과 삶에 관해 질문하며 살고 있다.       "뻐국뻐국~~ 00하세요. 00~~ " 아침밥이 준비되었음을 뜻하는 기계음이 들려오자 임수가 놀라며 물었다. "오잉? 저 소리 뭐야? 어디서 들리는 거지?" "뭐? 저 소리 첨 들었어? 전기밥솥에서 밥 다 됐다고 알려주는 소리잖아. 나는 3년째 듣고 있는데..." "난 처음듣는 것 같오." "뭣이라 -.-"   2명만 같이 살아도 공동체   책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에서 김하나, 황선우 작가는 "2명만 되어도 공동체다." 라고 말한다. 임수와 함께 생활하면서 이 말의 찐 의미를 점점 알아가고 있다. 나는 외동이다. 것두 성 감별 낙태가 공공연한 비밀이던 시절, 귀하디 귀했던 '무남독녀 외동'. 당연지사 자라오면서 먹는 것에 욕심낼 필요가 없었고 옆에서 부대끼는 사람 역시 없었다. 직장 초 특수했던 공동생활을 제외하면 죽~ '혼자' 살아온 셈이다. 그랬으니, 길게는 눈을 뜰 때부터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했다. 3년 전 함께 살 결심을 하고 합을 맞춰볼 요량으로 잠시 임수의 숙소에 거주한 적이 있었다. 작은 거실 겸 주방이 있고, 방이 2칸인 집이었다....
무사
2023.03.31 | 조회 696
먼불빛의 웰컴 투 60
*맘마 미아(Mamma mia)는 이탈리아어로 놀라움이나, 괴로움을 나타내는 감탄사이다. "세상에, 맙소사!", 직역하면 "우리 엄마"다.(엄마는 성모마리아를 의미)/위키백과, 나무위키 참조     지난 2월 나는 딸의 결혼식을 치렀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 결혼보다 더 낯설고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딸의 결혼이었다. 나는 언제나 모든 결혼에 ‘축하한다’는 말보다 ‘반댈세’라는 말을 먼저 던졌던 사람이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여성에게 너무나 불리했고, 그런 이유로 나도 이혼했으며, 좌우지간 남녀를 떠나 다양한 삶의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결혼’에 근본적인 회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시대 ‘필수’였던 결혼이 요즘 세대에겐 ‘선택’이 되었다(억울하다 나는 왜 그런 생각을 못 했을까?). ‘3포, 5포 세대(삼포:연애, 결혼, 출산/오포:삼포+취업, 주택을 포기)’처럼 ‘포기’를 하기도 하지만, 자발적 비혼과 동거족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누구나 다 똑같은 삶이 아닌 자기만의 삶을 다양하게 선택하며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결혼’이라는 오래된 전통에 대한 저항은 쉽지 않다. 오죽하면 명절 금기어로까지 등장할까. 여하튼 그래서 내 딸만은 좀 다른 선택, 다른 삶을 살기를 바랐지만 그건 내 욕심이었다. 이혼 후 단출한 2인 가족이 늘 외로움과 결핍의 근원이었던 딸은 전형적인 가족주의 안에서 자신의 결핍감을 채우고자 했다. 내가 다르게 살지 못했는데 딸에게 다른 삶을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언제나 결혼은 반대’라는 말과는 달리 나는 딸의 결혼을 ‘축하’해주어야만 했다.     “돈만 주고 가~”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의 관계가 다 그렇지 않을까? 페미니스트 작가 리베카 솔닛의 책...
*맘마 미아(Mamma mia)는 이탈리아어로 놀라움이나, 괴로움을 나타내는 감탄사이다. "세상에, 맙소사!", 직역하면 "우리 엄마"다.(엄마는 성모마리아를 의미)/위키백과, 나무위키 참조     지난 2월 나는 딸의 결혼식을 치렀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 결혼보다 더 낯설고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딸의 결혼이었다. 나는 언제나 모든 결혼에 ‘축하한다’는 말보다 ‘반댈세’라는 말을 먼저 던졌던 사람이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여성에게 너무나 불리했고, 그런 이유로 나도 이혼했으며, 좌우지간 남녀를 떠나 다양한 삶의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결혼’에 근본적인 회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시대 ‘필수’였던 결혼이 요즘 세대에겐 ‘선택’이 되었다(억울하다 나는 왜 그런 생각을 못 했을까?). ‘3포, 5포 세대(삼포:연애, 결혼, 출산/오포:삼포+취업, 주택을 포기)’처럼 ‘포기’를 하기도 하지만, 자발적 비혼과 동거족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누구나 다 똑같은 삶이 아닌 자기만의 삶을 다양하게 선택하며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결혼’이라는 오래된 전통에 대한 저항은 쉽지 않다. 오죽하면 명절 금기어로까지 등장할까. 여하튼 그래서 내 딸만은 좀 다른 선택, 다른 삶을 살기를 바랐지만 그건 내 욕심이었다. 이혼 후 단출한 2인 가족이 늘 외로움과 결핍의 근원이었던 딸은 전형적인 가족주의 안에서 자신의 결핍감을 채우고자 했다. 내가 다르게 살지 못했는데 딸에게 다른 삶을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언제나 결혼은 반대’라는 말과는 달리 나는 딸의 결혼을 ‘축하’해주어야만 했다.     “돈만 주고 가~”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의 관계가 다 그렇지 않을까? 페미니스트 작가 리베카 솔닛의 책...
먼불빛
2023.03.27 | 조회 833
동물을 만나러 갑니다
        경덕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 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 올해 문탁네트워크에서 주역, 불교, 돌봄을 키워드로 공부한다. 낮에는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친다.         ‘그 쪽’으로 가는 길       새벽이생추어리에 가면 새벽이와 잔디 뿐만 아니라 온갖 이질적인 존재들과 접촉한다. 식사를 준비하며 고구마, 비트, 호박, 보리, 서리태, 시금치 등의 식재료를 손질하고, 물그릇에 미강을 넣고 손으로 휘휘 저어 섞어준다. 새벽이와 잔디의 분비물이 묻은 밥그릇과 물그릇을 설거지하다 보면 물이 옷에 튀고, 덩굴 잎을 채취하느라 잎 사이를 헤집다 보면 씨앗이 옷에 달라붙고, 진흙 위를 걷다 보면 흙탕물이 바지에 묻어 얼룩이 진다. 돌봄을 마치고 나면 내 몸은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은밀한 존재들이 우글거리는 작은 아지트가 된 기분이다. 그리고 귀가하는 길에 지하철에서 겪은 일이 떠올라 이런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 더운 여름 날 돌봄활동을 하다 보면 많은 것들이 내 몸에 들러붙는다. 나는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온갖 존재들과 긴밀해진다. 그 존재들이 땀샘을 통해 내 몸 밖으로 나온 노폐물과 섞이고 반응하면 특유의 냄새가 만들어진다. 돌봄 후 귀갓길 지하철에서 하차하려고 일어난 줄 알았던 내 옆자리 사람이, 나와 멀리 떨어진 좌석으로 이동(피신)해서 앉는 모습을 보았다. 혹시나 하고 땀으로 젖은 셔츠를 살짝 들어 코에 가져다 대었더니 시큼한 냄새가 올라왔다. 그때 나는 부끄러움보다는 어떤 사이-존재(자연과 문화, 인간과 비인간)로서 새로운 네트워크의 일원이 되었다는 생각에...
        경덕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 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 올해 문탁네트워크에서 주역, 불교, 돌봄을 키워드로 공부한다. 낮에는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친다.         ‘그 쪽’으로 가는 길       새벽이생추어리에 가면 새벽이와 잔디 뿐만 아니라 온갖 이질적인 존재들과 접촉한다. 식사를 준비하며 고구마, 비트, 호박, 보리, 서리태, 시금치 등의 식재료를 손질하고, 물그릇에 미강을 넣고 손으로 휘휘 저어 섞어준다. 새벽이와 잔디의 분비물이 묻은 밥그릇과 물그릇을 설거지하다 보면 물이 옷에 튀고, 덩굴 잎을 채취하느라 잎 사이를 헤집다 보면 씨앗이 옷에 달라붙고, 진흙 위를 걷다 보면 흙탕물이 바지에 묻어 얼룩이 진다. 돌봄을 마치고 나면 내 몸은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은밀한 존재들이 우글거리는 작은 아지트가 된 기분이다. 그리고 귀가하는 길에 지하철에서 겪은 일이 떠올라 이런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 더운 여름 날 돌봄활동을 하다 보면 많은 것들이 내 몸에 들러붙는다. 나는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온갖 존재들과 긴밀해진다. 그 존재들이 땀샘을 통해 내 몸 밖으로 나온 노폐물과 섞이고 반응하면 특유의 냄새가 만들어진다. 돌봄 후 귀갓길 지하철에서 하차하려고 일어난 줄 알았던 내 옆자리 사람이, 나와 멀리 떨어진 좌석으로 이동(피신)해서 앉는 모습을 보았다. 혹시나 하고 땀으로 젖은 셔츠를 살짝 들어 코에 가져다 대었더니 시큼한 냄새가 올라왔다. 그때 나는 부끄러움보다는 어떤 사이-존재(자연과 문화, 인간과 비인간)로서 새로운 네트워크의 일원이 되었다는 생각에...
경덕
2023.03.20 | 조회 578
현민의 독국유학기
          글쓴이 현민 친구들과 함께 동천동의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며 스쿨미투집 <밀려오는 파도 막을수는 없다> 1권과 같은 이름의 공동체 탐구집 2권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독일에 삽니다.         말하며 사는     혀가 기억하지 않는 언어를 배우는 기분   독일에 산지 네달이 되었다. 마냥 놀러 온 외국인이기엔 가본 데가 좀 많고, 로컬이라고 부르기엔 아직도 안 해본 게 많은 존재가 되었다. 그동안 지하철을 타면 간판에 있는 광고 문장 정도를 읽어낼 수 있게 되었고, 그 사실에 이따금씩 기뻐하며 지냈다. 인터네셔널 셰어하우스에 사느라 영어는 더 늘었다. 하지만 글을 쓰거나 한국 친구들과 영상통화를 할 때, 어려운 한국어 단어들은 종종 까먹는다. 어느 날에는 내가 발을 걸치는 언어들 중 아무것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 슬퍼하다가, 번역가의 일이 얼마나 고단할지 생각해보며 지낸다.   모국어를 영어로 Mother tongue이라고 하듯이, 혀가 기억하지 않는 언어를 배우는 일은 고난하다. 바닥이 없는 땅에 집을 짓는 기분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말한다. 틀리며 감각을 얻는 것이 불가피하다. 같은 뜻을 전하고 싶어도 나의 모국어로 문장이 이루어지는 방식과 이 언어로 문장을 이루는 방식이 다르다. 어떤 때는 문장을 읽고 이 말들이 각각 무슨 뜻인지는 알아도 무슨 의미인지 이해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 코스가 끝날 때 쯤에는 반에 앉아있는 수강생 모두가 자신이 다음 단계로 가도 괜찮을지 의심에 가득 차...
          글쓴이 현민 친구들과 함께 동천동의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며 스쿨미투집 <밀려오는 파도 막을수는 없다> 1권과 같은 이름의 공동체 탐구집 2권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독일에 삽니다.         말하며 사는     혀가 기억하지 않는 언어를 배우는 기분   독일에 산지 네달이 되었다. 마냥 놀러 온 외국인이기엔 가본 데가 좀 많고, 로컬이라고 부르기엔 아직도 안 해본 게 많은 존재가 되었다. 그동안 지하철을 타면 간판에 있는 광고 문장 정도를 읽어낼 수 있게 되었고, 그 사실에 이따금씩 기뻐하며 지냈다. 인터네셔널 셰어하우스에 사느라 영어는 더 늘었다. 하지만 글을 쓰거나 한국 친구들과 영상통화를 할 때, 어려운 한국어 단어들은 종종 까먹는다. 어느 날에는 내가 발을 걸치는 언어들 중 아무것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 슬퍼하다가, 번역가의 일이 얼마나 고단할지 생각해보며 지낸다.   모국어를 영어로 Mother tongue이라고 하듯이, 혀가 기억하지 않는 언어를 배우는 일은 고난하다. 바닥이 없는 땅에 집을 짓는 기분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말한다. 틀리며 감각을 얻는 것이 불가피하다. 같은 뜻을 전하고 싶어도 나의 모국어로 문장이 이루어지는 방식과 이 언어로 문장을 이루는 방식이 다르다. 어떤 때는 문장을 읽고 이 말들이 각각 무슨 뜻인지는 알아도 무슨 의미인지 이해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 코스가 끝날 때 쯤에는 반에 앉아있는 수강생 모두가 자신이 다음 단계로 가도 괜찮을지 의심에 가득 차...
현민
2023.03.16 | 조회 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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