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이는 마을활동가
    이반 일리치와의 첫 만남     내가 일리치를 처음 알게 된 건 재작년(23년) 겨울이다. 문탁네트워크에서 공부하고는 있었지만, 이반 일리치는 모르고 있었다. 파지사유에 일리치 약국이 있어도 그게 사람 이름이라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인문약방 선생님들에게 일리치세미나 이끔이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으며 일리치에 대한 눈뜸이 일어났다. 양생프로젝트 세미나에서 같이 2년여를 공부해온 호정쌤, 경덕쌤과 함께 하는 것이라 부담 없어 보여 승낙했다. 그 계기를 시작으로 나는 작년, 올해 2년 동안 일리치 세미나를 진행해 왔다.       일리치 세미나는 격월 홀 수 달에 하고 세 명의 이끔이가 돌아가며 발제하고, 진행은 한 명이 하되 서로 도와서 하는 것으로 정했다. 24년 첫 세미나의 문은 이반 일리치 전집을 출판하고 있는 <사월의 책> 대표 안희곤 선생님이 강의로 힘차게 열어주었다. 자그만치 66명이나 들어온 온라인 강의에서 안희곤 선생님은 성장의 도구로서의 제도, 경제 원리로서의 젠더, 반성장주의 맥락에서의 생태를 키워드로 일리치의 생애와 저작을 균형 있게 훑어 주셨다. 영성이 충만해지는 강의 시간이었다. 강의에 대한 호정쌤의 후기에도 댓글들이 넘쳐나 재미도 충만이었다.       강의에 이어 우리는 『전문가들의 사회』를 읽고 토론했다. 그리고 『깨달음의 혁명』, 『그림자노동』, 『젠더』 마지막에는 『H2O와 망각의 강』을 읽으며 24년 세미나를 마무리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학교 없는 사회』,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텍스트의 포도밭』, 그리고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를 읽었다. 장장 2년여를 이어온 여정은 11월 세미나를 마지막으로 마친다. 그동안 읽은 일리치 책이...
    이반 일리치와의 첫 만남     내가 일리치를 처음 알게 된 건 재작년(23년) 겨울이다. 문탁네트워크에서 공부하고는 있었지만, 이반 일리치는 모르고 있었다. 파지사유에 일리치 약국이 있어도 그게 사람 이름이라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인문약방 선생님들에게 일리치세미나 이끔이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으며 일리치에 대한 눈뜸이 일어났다. 양생프로젝트 세미나에서 같이 2년여를 공부해온 호정쌤, 경덕쌤과 함께 하는 것이라 부담 없어 보여 승낙했다. 그 계기를 시작으로 나는 작년, 올해 2년 동안 일리치 세미나를 진행해 왔다.       일리치 세미나는 격월 홀 수 달에 하고 세 명의 이끔이가 돌아가며 발제하고, 진행은 한 명이 하되 서로 도와서 하는 것으로 정했다. 24년 첫 세미나의 문은 이반 일리치 전집을 출판하고 있는 <사월의 책> 대표 안희곤 선생님이 강의로 힘차게 열어주었다. 자그만치 66명이나 들어온 온라인 강의에서 안희곤 선생님은 성장의 도구로서의 제도, 경제 원리로서의 젠더, 반성장주의 맥락에서의 생태를 키워드로 일리치의 생애와 저작을 균형 있게 훑어 주셨다. 영성이 충만해지는 강의 시간이었다. 강의에 대한 호정쌤의 후기에도 댓글들이 넘쳐나 재미도 충만이었다.       강의에 이어 우리는 『전문가들의 사회』를 읽고 토론했다. 그리고 『깨달음의 혁명』, 『그림자노동』, 『젠더』 마지막에는 『H2O와 망각의 강』을 읽으며 24년 세미나를 마무리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학교 없는 사회』,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텍스트의 포도밭』, 그리고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를 읽었다. 장장 2년여를 이어온 여정은 11월 세미나를 마지막으로 마친다. 그동안 읽은 일리치 책이...
김윤경~단순삶
2025.11.20 | 조회 245
현민의 독국유학기
      진로 고민 part.2       1편에서 이어집니다.      사서 프로니와의 만남   프로니는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내가 한국에서 서점을 했던 이야기, 서점을 하다 페미니즘과 마을 공동체를 주제로 두 권의 책을 쓰고 냈던 것,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도서관은 어떤 공간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프로니는 가만히 듣더니 보통 사서를 되게 지루한 직업으로만 생각하는데 신기하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이런 경험들을 이미 했다면 이 아우스빌둥은 너무 쉬울 것 같다며,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혹시 한 단계 더 높은 사서 직급 교육을 받는 건 어떨지 물었다.   프로니와의 만남은 결정적이었다. 내가 우물 안에서 머리를 굴리고 있었던 것 같아서다. 한국이라는 경쟁적 사회에서의 대학의 역할이 싫었고, 독일에는 대학 말고도 다른게 있다는 것만 듣고 혹 빠져 내 진로를 아우스빌둥이라는 시스템 내에서 가능한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경험은 직업 교육보다는 아카데믹 영역에서 가능한 것인데 말이다.     밀려오는 문제들   독일, 내가 사는 뮌헨이 속해있는 바이에른 주에는 3단계의 공식 사서 교육이 있다. 가장 낮은 단계의 사서 3년제 아우스빌둥, 4년제 문헌정보학 학사 그리고 2년제 석사. 아우스빌둥은 대학 입학 자격 즉 수능 없이도 할 수 있지만 주로 간단 업무가 위주다. 직급이 올라가려면 당연히 학사를 해야 하고 필요시 석사를 해야 할 수도 있다. 내가 대학 공부를 하고 싶다면 문제는 내가 한국에서...
      진로 고민 part.2       1편에서 이어집니다.      사서 프로니와의 만남   프로니는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내가 한국에서 서점을 했던 이야기, 서점을 하다 페미니즘과 마을 공동체를 주제로 두 권의 책을 쓰고 냈던 것,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도서관은 어떤 공간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프로니는 가만히 듣더니 보통 사서를 되게 지루한 직업으로만 생각하는데 신기하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이런 경험들을 이미 했다면 이 아우스빌둥은 너무 쉬울 것 같다며,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혹시 한 단계 더 높은 사서 직급 교육을 받는 건 어떨지 물었다.   프로니와의 만남은 결정적이었다. 내가 우물 안에서 머리를 굴리고 있었던 것 같아서다. 한국이라는 경쟁적 사회에서의 대학의 역할이 싫었고, 독일에는 대학 말고도 다른게 있다는 것만 듣고 혹 빠져 내 진로를 아우스빌둥이라는 시스템 내에서 가능한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경험은 직업 교육보다는 아카데믹 영역에서 가능한 것인데 말이다.     밀려오는 문제들   독일, 내가 사는 뮌헨이 속해있는 바이에른 주에는 3단계의 공식 사서 교육이 있다. 가장 낮은 단계의 사서 3년제 아우스빌둥, 4년제 문헌정보학 학사 그리고 2년제 석사. 아우스빌둥은 대학 입학 자격 즉 수능 없이도 할 수 있지만 주로 간단 업무가 위주다. 직급이 올라가려면 당연히 학사를 해야 하고 필요시 석사를 해야 할 수도 있다. 내가 대학 공부를 하고 싶다면 문제는 내가 한국에서...
현민
2025.11.17 | 조회 209
현민의 독국유학기
      진로고민 part.1     고등학교 삼학년 즈음 친구들에게 자신 있게 진로에 대해 말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난 대학 안 간다. 왜 필요한지 하나도 모르겠어.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의 맥락과 배경 상황이 너무 달라져 웃음이 난다. 왜냐하면 지금 나는 대학에 갈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는 한국의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대학의 역할이 괴기하다고 생각했다. 대학이 나의 정체성이 된다는 게 싫었다. 지금은 대학이 수단처럼 느껴진다. 사실 언제나 수단이었을 것이다. 내가 매사에 너무 진지했던 탓이다. 살면서 겪어야 하는 모순들을 그냥 세상은 이렇구나, 사람들은 이상하구나 하고 웃어넘기지 못해서. 물론 지금도 잘 못 한다. 이번 글에서는 근 몇달간 골몰했던 미래에 대한 생각을 언어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긴 호흡의 글이 되어버려 글을 두개로 나누었다.   유아교육 아우스빌둥에 대한 고찰   나는 현재 독일에서 유아교육 아우스빌둥을 하고 있다. 아우스빌둥은 독일의 직업 교육 시스템이다. 내가 하고 있는 교육은 2년제고 졸업 시험에 합격하면 뮌헨시 공증 유아 보육사 자격증을 얻게 된다. 독일에 처음 왔을 때 내가 하고 싶었던 건 출판 도서계 아우스빌둥이었는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외국에서 외국인으로 지내려면 언제나 명분이 있어야 비자를 받을 수 있기에, 그 모든 실패 후 나는 무엇이라도 시작해야 했다. 그게 유아교육 아우스빌둥이었다. 어디나 그렇듯이 양육/돌봄 분야에는 인력난이 심해, 나는 비교적 쉽게 이 세계에 편입되었다.   언제나 의미 있는 일이라면 돈을 적게 받아도,...
      진로고민 part.1     고등학교 삼학년 즈음 친구들에게 자신 있게 진로에 대해 말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난 대학 안 간다. 왜 필요한지 하나도 모르겠어.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의 맥락과 배경 상황이 너무 달라져 웃음이 난다. 왜냐하면 지금 나는 대학에 갈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는 한국의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대학의 역할이 괴기하다고 생각했다. 대학이 나의 정체성이 된다는 게 싫었다. 지금은 대학이 수단처럼 느껴진다. 사실 언제나 수단이었을 것이다. 내가 매사에 너무 진지했던 탓이다. 살면서 겪어야 하는 모순들을 그냥 세상은 이렇구나, 사람들은 이상하구나 하고 웃어넘기지 못해서. 물론 지금도 잘 못 한다. 이번 글에서는 근 몇달간 골몰했던 미래에 대한 생각을 언어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긴 호흡의 글이 되어버려 글을 두개로 나누었다.   유아교육 아우스빌둥에 대한 고찰   나는 현재 독일에서 유아교육 아우스빌둥을 하고 있다. 아우스빌둥은 독일의 직업 교육 시스템이다. 내가 하고 있는 교육은 2년제고 졸업 시험에 합격하면 뮌헨시 공증 유아 보육사 자격증을 얻게 된다. 독일에 처음 왔을 때 내가 하고 싶었던 건 출판 도서계 아우스빌둥이었는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외국에서 외국인으로 지내려면 언제나 명분이 있어야 비자를 받을 수 있기에, 그 모든 실패 후 나는 무엇이라도 시작해야 했다. 그게 유아교육 아우스빌둥이었다. 어디나 그렇듯이 양육/돌봄 분야에는 인력난이 심해, 나는 비교적 쉽게 이 세계에 편입되었다.   언제나 의미 있는 일이라면 돈을 적게 받아도,...
현민
2025.11.17 | 조회 247
산골짝에 도라지
    티빙을 해지했다   8월 초, 롯데가 가을야구에 가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봄에만 반짝 잘하고 여름부터 야구 못하기로 소문난 롯데라지만 올해는 달라 보였다. 줄곧 3위를 지키면서 2등 LG와 순위 싸움을 하는 동안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 확률은 80퍼센트였다. 아들들과 사직으로 가을야구 보러 갈 생각만 하면 비실비실 웃음이 났다.     야구 시즌이면 저녁 밥상은 TV 앞에 차려진다. 롯데가 잘하고 있으면 밥상 분위기가 좋다. 하지만 욕 나오는 플레이가 시작되면(자주 그렇다) 밥맛과 품위를 동시에 지키기 위해 급히 화면을 바꿔야 한다. 롯데 자이언츠가 무려 80퍼센트라는 가을야구 확률을 제 발로 걷어차고 연패의 기록을 써가던 즈음(결국 롯데는 12연패를 했다). 타자들은 방망이 휘두르는 방법을 까먹었고, 투수들은 스트라이크 존이 어딘지 모르는 것 같았다. 가을야구 가기 싫은 선수들의 간절함이 전해지는 플레이를 지켜보다 지친 나는 어느 저녁 밥상머리에서 외쳤다. “야구 그만!!!”     양양집에서 야구를 보려면 티빙 구독은 필수다. 롯데가 연패를 거듭하는 동안 티빙 구독과 해지를 반복하며 매일 저녁 이상행동을 보이는 부인을 염려하던 남편은 화면을 유튜브로 급히 전환했다. 남편에게 심심한 도파민을 제공해 주는, 마치 자연사 박물관 같은 남편의 알고리즘 속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가운데 롯데는 7등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7월에는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버섯은 유튜브를 타고   거주지의 위치는 계절에 따른 음식 접근성과 불가분의 관계일 수밖에 없다. 우리 부부의 장래 희망은 수렵-채집인. 최근 남편의 어깨와 나의 손가락이...
    티빙을 해지했다   8월 초, 롯데가 가을야구에 가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봄에만 반짝 잘하고 여름부터 야구 못하기로 소문난 롯데라지만 올해는 달라 보였다. 줄곧 3위를 지키면서 2등 LG와 순위 싸움을 하는 동안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 확률은 80퍼센트였다. 아들들과 사직으로 가을야구 보러 갈 생각만 하면 비실비실 웃음이 났다.     야구 시즌이면 저녁 밥상은 TV 앞에 차려진다. 롯데가 잘하고 있으면 밥상 분위기가 좋다. 하지만 욕 나오는 플레이가 시작되면(자주 그렇다) 밥맛과 품위를 동시에 지키기 위해 급히 화면을 바꿔야 한다. 롯데 자이언츠가 무려 80퍼센트라는 가을야구 확률을 제 발로 걷어차고 연패의 기록을 써가던 즈음(결국 롯데는 12연패를 했다). 타자들은 방망이 휘두르는 방법을 까먹었고, 투수들은 스트라이크 존이 어딘지 모르는 것 같았다. 가을야구 가기 싫은 선수들의 간절함이 전해지는 플레이를 지켜보다 지친 나는 어느 저녁 밥상머리에서 외쳤다. “야구 그만!!!”     양양집에서 야구를 보려면 티빙 구독은 필수다. 롯데가 연패를 거듭하는 동안 티빙 구독과 해지를 반복하며 매일 저녁 이상행동을 보이는 부인을 염려하던 남편은 화면을 유튜브로 급히 전환했다. 남편에게 심심한 도파민을 제공해 주는, 마치 자연사 박물관 같은 남편의 알고리즘 속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가운데 롯데는 7등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7월에는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버섯은 유튜브를 타고   거주지의 위치는 계절에 따른 음식 접근성과 불가분의 관계일 수밖에 없다. 우리 부부의 장래 희망은 수렵-채집인. 최근 남편의 어깨와 나의 손가락이...
도라지
2025.11.09 | 조회 263
스프링의 실화극장
  봉사자가 왔다   도서관에 자원봉사자가 왔다. 진학, 취업, 자격증 취득처럼 봉사 활동 점수가 필요해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아무 목적 없이 말 그대로 그저 봉사하러 오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 오신 분은 연배가 좀 있었다. 점수가 필요한 것 같지는 않았다. 보통 오전이나 오후 중 4시간 정도 봉사 활동을 한다. 일하는 시간이 짧고 1회성이어서, 줄 만한 일이 마땅치 않다. 가장 만만한 게 책 꽂는 일이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잘 못 하면 여러 사람 개고생 시킨다. 그래서 매번 봉사자들에게 배열 기준을 자세히 설명하고 꼭 테스트를 한다.   봉사하러 온 분들이 모두 책과 친한 것은 아니다. 이분 역시 평소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지는 않았다. 여러 번 설명했지만, 테스트에서 배열 순서를 자꾸 틀렸다. 눈이 침침해 작은 글씨도 잘 안 보인다. 어린이 자료실에는 그림책이 많다. 책 두께가 얇아, 책 등에 붙인 라벨의 글씨가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어린이 자료실에서 일하는 건 무리다. 본인도 힘들고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여기까지 오셨는데. 줄 만한 일거리가 없나 궁리를 한다. 다른 자료실에 연락을 해 본다. 상황을 설명하고 줄 만한 일이 있는지 문의를 했다. 다행히 책 꽂는 것 말고, 책을 옮기는 일을 줄 수 있다고 한다.   봉사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다른 자료실로 안내했다. 그런데 다음에도 또 오시면 어떡하지? 매번 직원이 바뀌니, 오늘 같은 과정을 다시 겪어야 할 것이다. 책...
  봉사자가 왔다   도서관에 자원봉사자가 왔다. 진학, 취업, 자격증 취득처럼 봉사 활동 점수가 필요해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아무 목적 없이 말 그대로 그저 봉사하러 오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 오신 분은 연배가 좀 있었다. 점수가 필요한 것 같지는 않았다. 보통 오전이나 오후 중 4시간 정도 봉사 활동을 한다. 일하는 시간이 짧고 1회성이어서, 줄 만한 일이 마땅치 않다. 가장 만만한 게 책 꽂는 일이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잘 못 하면 여러 사람 개고생 시킨다. 그래서 매번 봉사자들에게 배열 기준을 자세히 설명하고 꼭 테스트를 한다.   봉사하러 온 분들이 모두 책과 친한 것은 아니다. 이분 역시 평소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지는 않았다. 여러 번 설명했지만, 테스트에서 배열 순서를 자꾸 틀렸다. 눈이 침침해 작은 글씨도 잘 안 보인다. 어린이 자료실에는 그림책이 많다. 책 두께가 얇아, 책 등에 붙인 라벨의 글씨가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어린이 자료실에서 일하는 건 무리다. 본인도 힘들고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여기까지 오셨는데. 줄 만한 일거리가 없나 궁리를 한다. 다른 자료실에 연락을 해 본다. 상황을 설명하고 줄 만한 일이 있는지 문의를 했다. 다행히 책 꽂는 것 말고, 책을 옮기는 일을 줄 수 있다고 한다.   봉사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다른 자료실로 안내했다. 그런데 다음에도 또 오시면 어떡하지? 매번 직원이 바뀌니, 오늘 같은 과정을 다시 겪어야 할 것이다. 책...
스프링
2025.10.30 | 조회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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