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의 59년생 서른살
친구들이 다음 번 운동 약속을 잡자고 한다. 병원을 목요일에 쉬는 친구가 있어서 “목요일 콜?”하고 청한다. “난 안 돼. 그 날 세미나가 두 개나 있어.” “아니, 이 나이에 왠 공부?” "이 나이가 어때서?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이지. ㅎㅎ“ 두 다리 생생할 때에 놀러 다니기도 바쁜데, 그 지긋지긋한 공부를 또 하느냐고 은퇴한 친구들이 핀잔을 준다. 헌데, 그 속에는 부러움도 섞여 있다. 내게 묻는다. 무슨 공부를 하는데? 서양철학하고 동양고전을 읽지. 혼자서 ? 아니! 혼자서는 못하지. 그럼, 어떻게 할 수 있는데? 로 이어지는 질문들을 보면 그 들도 책 읽는 시간을 가지고 싶은 게다. 도서관을 가기도 하는데, 나처럼 공부를 하는 게 아니어서 오래 가지 못한다고 한다. 읽을 만한 것으로 이 책, 저 책 뒤지다 보면, 할 일없이 시간 때우러 온 것 같은 시선을 스스로 느끼기도 해서...... TV가 고장 났다. 은퇴 후 서너 달은 집에서 마냥 빈둥거렸다. 정년을 꽉 채운 직장생활이었고, 가족들은 그 간의 생활을 끝내고 새로운 삶을 희망하는 축하 파티를 열어 주었지만, 내게는 무언가 모를 허탈함? 상실감? 그런 것이 있었다, 누구를 만나기도 싫었다. 은퇴를 말해야 하고, 바로 이어지는 질문, “어떻게 지내?”에 대답하기 마뜩찮다. 마당일을 조금 하고 나면 바로 TV를 켰다. 자세를 바꿔가며 하루 종일 채널을 돌린다. 스포츠, 유투브, 영화, BBC 다큐, CNN 방송까지 시청한다. 손흥민이 나오는 프리미어 리그는...
친구들이 다음 번 운동 약속을 잡자고 한다. 병원을 목요일에 쉬는 친구가 있어서 “목요일 콜?”하고 청한다. “난 안 돼. 그 날 세미나가 두 개나 있어.” “아니, 이 나이에 왠 공부?” "이 나이가 어때서?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이지. ㅎㅎ“ 두 다리 생생할 때에 놀러 다니기도 바쁜데, 그 지긋지긋한 공부를 또 하느냐고 은퇴한 친구들이 핀잔을 준다. 헌데, 그 속에는 부러움도 섞여 있다. 내게 묻는다. 무슨 공부를 하는데? 서양철학하고 동양고전을 읽지. 혼자서 ? 아니! 혼자서는 못하지. 그럼, 어떻게 할 수 있는데? 로 이어지는 질문들을 보면 그 들도 책 읽는 시간을 가지고 싶은 게다. 도서관을 가기도 하는데, 나처럼 공부를 하는 게 아니어서 오래 가지 못한다고 한다. 읽을 만한 것으로 이 책, 저 책 뒤지다 보면, 할 일없이 시간 때우러 온 것 같은 시선을 스스로 느끼기도 해서...... TV가 고장 났다. 은퇴 후 서너 달은 집에서 마냥 빈둥거렸다. 정년을 꽉 채운 직장생활이었고, 가족들은 그 간의 생활을 끝내고 새로운 삶을 희망하는 축하 파티를 열어 주었지만, 내게는 무언가 모를 허탈함? 상실감? 그런 것이 있었다, 누구를 만나기도 싫었다. 은퇴를 말해야 하고, 바로 이어지는 질문, “어떻게 지내?”에 대답하기 마뜩찮다. 마당일을 조금 하고 나면 바로 TV를 켰다. 자세를 바꿔가며 하루 종일 채널을 돌린다. 스포츠, 유투브, 영화, BBC 다큐, CNN 방송까지 시청한다. 손흥민이 나오는 프리미어 리그는...
K장녀_돌봄을 말하다
나는 한 달에 한 번 책이 잔뜩 든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전철을 세 번 갈아타고 아버지 집이 있는 일산으로 간다. 그 일주일 동안 아버지와 관련된 일은 온전히 내 책임이다. 밥과 약을 챙기는 것은 기본이고, 아프면 병원에 모시고 가고, 약이 떨어지면 약을 타오고, 같이 TV를 보고, 대화를 나누고, 간식을 챙기고, 장을 보고, 빨래를 돌린다. 어쩌다 함께 집 밖에 나갈 때면 아버지의 손을 잡고 걸어도 이제 조금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어느새 돌봄 4년차. 함께 한 시간만큼 아버지에 대한 이해도도 깊어지고 있다. n분의 1 돌봄 2020년 겨울, 갑자기 닥친 부모님의 위기는 우리 형제의 위기가 되었다. 어머니의 입원이 아버지의 멘탈붕괴로 이어지는 몇 달 사이에 나는 동생들과 평생 나눈 대화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는 수시로 줌 회의를 열어 상황을 공유하면서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서로를 위로했다. 순식간에 금치산자와 같은 상태가 된 부모를 돌보는 일에는 종결이라는 것이 없었다. 아버지를 강제 입원시키자 어머니 간병을 하러 들어갔고, 퇴원과 동시에 어머니는 낙상사고를 당했다. 수술을 하고 요양병원으로 옮기는 사이에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왔다. 하나의 고비를 넘기면 또 다른 고비가 왔고, 크고 작은 문제들이 줄을 이었다. 그러면서 알았다. 이제 빼도 박도 못하는 부모 돌봄의 생애주기에 접어 들었다는 것을. 막 시작된 돌봄이 얼마나 길어질지 알 수 없었다. 지속가능한 돌봄의 방식, 돌봄과 일상의 균형을 잡는...
나는 한 달에 한 번 책이 잔뜩 든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전철을 세 번 갈아타고 아버지 집이 있는 일산으로 간다. 그 일주일 동안 아버지와 관련된 일은 온전히 내 책임이다. 밥과 약을 챙기는 것은 기본이고, 아프면 병원에 모시고 가고, 약이 떨어지면 약을 타오고, 같이 TV를 보고, 대화를 나누고, 간식을 챙기고, 장을 보고, 빨래를 돌린다. 어쩌다 함께 집 밖에 나갈 때면 아버지의 손을 잡고 걸어도 이제 조금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어느새 돌봄 4년차. 함께 한 시간만큼 아버지에 대한 이해도도 깊어지고 있다. n분의 1 돌봄 2020년 겨울, 갑자기 닥친 부모님의 위기는 우리 형제의 위기가 되었다. 어머니의 입원이 아버지의 멘탈붕괴로 이어지는 몇 달 사이에 나는 동생들과 평생 나눈 대화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는 수시로 줌 회의를 열어 상황을 공유하면서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서로를 위로했다. 순식간에 금치산자와 같은 상태가 된 부모를 돌보는 일에는 종결이라는 것이 없었다. 아버지를 강제 입원시키자 어머니 간병을 하러 들어갔고, 퇴원과 동시에 어머니는 낙상사고를 당했다. 수술을 하고 요양병원으로 옮기는 사이에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왔다. 하나의 고비를 넘기면 또 다른 고비가 왔고, 크고 작은 문제들이 줄을 이었다. 그러면서 알았다. 이제 빼도 박도 못하는 부모 돌봄의 생애주기에 접어 들었다는 것을. 막 시작된 돌봄이 얼마나 길어질지 알 수 없었다. 지속가능한 돌봄의 방식, 돌봄과 일상의 균형을 잡는...
윤경이는 마을활동가
김윤경~단순삶
2024.06.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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