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이는 마을활동가
      마음을 이야기하다       마을에 처음 들어가 활동을 시작했을 때, 우리 마을을 더 잘 알고 더 많은 주민과 만나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고민했었다. 그래서 몇몇 지인들과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에 응모하기로 했다. <동네 한 바퀴> 컨셉으로 금천 마을 이곳저곳을 마을 사람들과 놀러 다니는 <금천, 나만의 사적인 지도만들기> 프로그램을 제출했고 선정되었다. 그리고 약 9개월 동안 많은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방식으로 운영했었다. 그렇게 작년 4월부터 11월까지 9번 모임에 누적 79명의 주민을 만났다. 역시 노는 게 젤 좋아! (친구들 모여라~) ^^                       골드로(Gold路)님을 처음 만난 건 작년 6월이었다. 작년 6월 모임에 마을공동체 밴드 게시글을 보고 혼자 찾아오신 거였다. 남성인 골드로님은 좀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처럼 보이긴 했지만 모임의 거의 대부분인 중년 여성 회원들과 스스럼없이 잘 어울렸다. 그 이후에도 두 번 더 참석하여 잘 놀았기에 골드로님에게 우울증이 있는 줄은 짐작도 못했다. 올해 복지관에서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예전 연재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우리 금천구는 서울시 평균보다 자살률이 높다. 그리고 우울감 경험률도 높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나는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작년에 ‘노랑식탁’(청년들을 위한 소셜다이닝)에 참여했었고, 복지관 사업에도 참여하게 되었던 것이다. 작년 5월부터 시작된 <마음 건강한 마을 만들기>사업은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장년’ 지역 주민인 참여자와 역시...
      마음을 이야기하다       마을에 처음 들어가 활동을 시작했을 때, 우리 마을을 더 잘 알고 더 많은 주민과 만나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고민했었다. 그래서 몇몇 지인들과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에 응모하기로 했다. <동네 한 바퀴> 컨셉으로 금천 마을 이곳저곳을 마을 사람들과 놀러 다니는 <금천, 나만의 사적인 지도만들기> 프로그램을 제출했고 선정되었다. 그리고 약 9개월 동안 많은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방식으로 운영했었다. 그렇게 작년 4월부터 11월까지 9번 모임에 누적 79명의 주민을 만났다. 역시 노는 게 젤 좋아! (친구들 모여라~) ^^                       골드로(Gold路)님을 처음 만난 건 작년 6월이었다. 작년 6월 모임에 마을공동체 밴드 게시글을 보고 혼자 찾아오신 거였다. 남성인 골드로님은 좀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처럼 보이긴 했지만 모임의 거의 대부분인 중년 여성 회원들과 스스럼없이 잘 어울렸다. 그 이후에도 두 번 더 참석하여 잘 놀았기에 골드로님에게 우울증이 있는 줄은 짐작도 못했다. 올해 복지관에서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예전 연재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우리 금천구는 서울시 평균보다 자살률이 높다. 그리고 우울감 경험률도 높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나는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작년에 ‘노랑식탁’(청년들을 위한 소셜다이닝)에 참여했었고, 복지관 사업에도 참여하게 되었던 것이다. 작년 5월부터 시작된 <마음 건강한 마을 만들기>사업은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장년’ 지역 주민인 참여자와 역시...
김윤경~단순삶
2024.08.20 | 조회 512
K장녀_돌봄을 말하다
  엄마와 손주를 함께 돌보다   엄마가 집으로 오시고 몇 달 후에 아들 며느리가 집으로 들어왔다. 젊었을 때 아이 키우며 직장생활을 했던 나는 워킹맘이 얼마나 힘든지 너무 잘 아는 터라 모른 채 할 수가 없었다. 아들부부에게 아이 키우는 걸 도와주겠다고 자청했고, 3년은 함께 살자고 제안했다. 그 다음해에 손주가 태어났고, 우리 집은 4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이 되었다. 1층에는 엄마가 계시고, 2층 한편에는 아들네 세 식구가, 다른 한편에는 우리 부부가 살았다. 설계부터 부모님과 함께 살 생각으로 지은 집이라 공간은 그런대로 살만했다. 문제는 모든 식구들을 다 돌봐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은 거의 대부분 내 몫이라는 것이다. 나는 엄마와 이제 막 태어난 손주, 그리고 수유하는 며느리를 돌보면서 남편과 아들도 챙겨야 하는 돌봄 대장이 되었다.   손주가 태어나고 며느리가 아직 육아휴직 중일 때만 해도 엄마가 아직은 혼자서 움직일 수 있었다. 엄마 말벗은 주로 남편이 했고 나는 엄마 식사와 이런 저런 일들을 해결하는 집사역할을 담당했다. 그때는 엄마보다는 손주와 며느리를 돌보는데 시간을 더 많이 썼다. 나는 하루걸러 하루씩 손주를 데리고 잤다. 나도 애들 키울 때 밤에 잠을 못자는 것이 가장 힘들었는데, 며느리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물론 밤에 여러 번 깼고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몸은 힘들었지만 나날이 커가는 손주를 보는 기쁨으로 마음은 평화로웠다.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손주가 코로나에 걸렸다. 아들, 며느리, 남편 모두가 순서대로 코로나에 걸렸고...
  엄마와 손주를 함께 돌보다   엄마가 집으로 오시고 몇 달 후에 아들 며느리가 집으로 들어왔다. 젊었을 때 아이 키우며 직장생활을 했던 나는 워킹맘이 얼마나 힘든지 너무 잘 아는 터라 모른 채 할 수가 없었다. 아들부부에게 아이 키우는 걸 도와주겠다고 자청했고, 3년은 함께 살자고 제안했다. 그 다음해에 손주가 태어났고, 우리 집은 4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이 되었다. 1층에는 엄마가 계시고, 2층 한편에는 아들네 세 식구가, 다른 한편에는 우리 부부가 살았다. 설계부터 부모님과 함께 살 생각으로 지은 집이라 공간은 그런대로 살만했다. 문제는 모든 식구들을 다 돌봐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은 거의 대부분 내 몫이라는 것이다. 나는 엄마와 이제 막 태어난 손주, 그리고 수유하는 며느리를 돌보면서 남편과 아들도 챙겨야 하는 돌봄 대장이 되었다.   손주가 태어나고 며느리가 아직 육아휴직 중일 때만 해도 엄마가 아직은 혼자서 움직일 수 있었다. 엄마 말벗은 주로 남편이 했고 나는 엄마 식사와 이런 저런 일들을 해결하는 집사역할을 담당했다. 그때는 엄마보다는 손주와 며느리를 돌보는데 시간을 더 많이 썼다. 나는 하루걸러 하루씩 손주를 데리고 잤다. 나도 애들 키울 때 밤에 잠을 못자는 것이 가장 힘들었는데, 며느리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물론 밤에 여러 번 깼고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몸은 힘들었지만 나날이 커가는 손주를 보는 기쁨으로 마음은 평화로웠다.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손주가 코로나에 걸렸다. 아들, 며느리, 남편 모두가 순서대로 코로나에 걸렸고...
인디언
2024.08.16 | 조회 581
일상명상
  취약함 마주하기   어느 날 집에 오는 길에 어떤 사람과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고 올라왔다. 잠깐 시선이 마주쳤는데 이유 없이 기분이 나빴다. 뭐지 싶었는데 그 사람이 나보다 한층 아래에서 내리는 것을 보니 불현듯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처음 아래층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을 때였는데 대뜸 내가 베란다 난간에 널어둔 이불이 자기 집 창을 가린다고 따졌다. 내가 위층에 산다고 했더니 자신과 같은 1호 라인에 사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곧 같은 라인 위층이 아니라 맞은 편 2호에 산다고 말했지만 그 사람은 별다른 태도 변화 없이 이불을 내다 넌 행위가 마치 불법인 것 마냥 불만을 토로했다. 그런 그의 태도가 몹시 불쾌하고 황당해서 더는 아는 척 하지 않고 지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위층으로 올라가는 그 잠깐 사이에 여러 생각들이 오갔다. 오랜 전 일인데도 쿨하지 못하게 반응한 나 자신을 탓하고 분석하는 마음이 일어났다.   나는 스스로 통제력을 잃었다고 여기는 순간에 감정적으로 취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럴 땐 마음이 쪼그라들고 동요되는 바람에 지금 벌어지는 상황의 맥락을 놓치고 적절한 대응이나 능동적인 대처를 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때문에 결과적으로 자책이나 원망에 빠져드는 일이 잦았다. 인문학 공부를 통해 그런 취약함을 극복하려고 애썼지만 종종 제자리걸음하는 것 같은 답답함이 있었다. 그런 이유로 불교공부를 시작할 때는 그동안의 공부가 취약한 자아를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 채우고 쌓아올리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허물고 비워내는 공부를 하겠노라 다짐했었다.    ...
  취약함 마주하기   어느 날 집에 오는 길에 어떤 사람과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고 올라왔다. 잠깐 시선이 마주쳤는데 이유 없이 기분이 나빴다. 뭐지 싶었는데 그 사람이 나보다 한층 아래에서 내리는 것을 보니 불현듯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처음 아래층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을 때였는데 대뜸 내가 베란다 난간에 널어둔 이불이 자기 집 창을 가린다고 따졌다. 내가 위층에 산다고 했더니 자신과 같은 1호 라인에 사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곧 같은 라인 위층이 아니라 맞은 편 2호에 산다고 말했지만 그 사람은 별다른 태도 변화 없이 이불을 내다 넌 행위가 마치 불법인 것 마냥 불만을 토로했다. 그런 그의 태도가 몹시 불쾌하고 황당해서 더는 아는 척 하지 않고 지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위층으로 올라가는 그 잠깐 사이에 여러 생각들이 오갔다. 오랜 전 일인데도 쿨하지 못하게 반응한 나 자신을 탓하고 분석하는 마음이 일어났다.   나는 스스로 통제력을 잃었다고 여기는 순간에 감정적으로 취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럴 땐 마음이 쪼그라들고 동요되는 바람에 지금 벌어지는 상황의 맥락을 놓치고 적절한 대응이나 능동적인 대처를 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때문에 결과적으로 자책이나 원망에 빠져드는 일이 잦았다. 인문학 공부를 통해 그런 취약함을 극복하려고 애썼지만 종종 제자리걸음하는 것 같은 답답함이 있었다. 그런 이유로 불교공부를 시작할 때는 그동안의 공부가 취약한 자아를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 채우고 쌓아올리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허물고 비워내는 공부를 하겠노라 다짐했었다.    ...
오영
2024.08.10 | 조회 613
기린의 걷다보면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보았다. 노년의 주인공은 도쿄 시내 중심가에 있는 공중 화장실 청소부다. 영화가 시작되면 새벽녘 이웃집 할머니의 빗질 소리에 잠자리에서 눈을 뜨는 주인공이 나온다. 이부자리를 개키고 세수를 하고 수염을 다듬고 윗방에 키우는 식물들에게 물을 준다. 그러고는 작업복을 입고 문 앞에 정리해둔 소지품을 챙기고는 문밖으로 나선다. 집 앞 자판기에서 캔커피 하나를 뽑아 차에 오른다. 차 안에 보관해둔 낡은 테이프들 중에서 하나를 택해 틀어 놓고 캔커피를 마신다. 시동을 걸고 집을 나서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다.        자신이 맡은 구역을 돌며 화장실 청소를 하는 동안 같이 일하는 젊은 동료의 수다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 그저 빙그레 웃을 뿐. 변기를 닦고 세면대의 물기를 털어내고 휴지통을 처리하는 작업을 한결같은 진지함으로 임한다. 점심을 먹는 장소도 한결같다. 편의점에서 사온 샌드위치를 먹으며, 공원에 오래된 나무들의 잎사귀가 바람에 흔들리며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을 필름카메라로 찍는다. 퇴근 후에는 자전거를 타고 가끔 들르는 단골 선술집으로 향한다. 술 한 잔을 하면서 술집에 온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한다.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들어서는 어제 보다 접어둔 소설을 읽는다. 그러다 스르르 눈이 감기면 책을 내려놓고 잠을 청한다.      영화는 대사가 별로 없는 주인공이 하루의 루틴을 어김없이 실행하는 이 과정을 꽤 오랫동안 보여준다. 그 사이 어느 순간에서 주인공의 미소어린 표정을 클로즈업 하면 저 삶의 평안이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해졌다. 영화의 중간에 다른 인물들의 등장으로 주인공의 일상이 흩트려...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보았다. 노년의 주인공은 도쿄 시내 중심가에 있는 공중 화장실 청소부다. 영화가 시작되면 새벽녘 이웃집 할머니의 빗질 소리에 잠자리에서 눈을 뜨는 주인공이 나온다. 이부자리를 개키고 세수를 하고 수염을 다듬고 윗방에 키우는 식물들에게 물을 준다. 그러고는 작업복을 입고 문 앞에 정리해둔 소지품을 챙기고는 문밖으로 나선다. 집 앞 자판기에서 캔커피 하나를 뽑아 차에 오른다. 차 안에 보관해둔 낡은 테이프들 중에서 하나를 택해 틀어 놓고 캔커피를 마신다. 시동을 걸고 집을 나서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다.        자신이 맡은 구역을 돌며 화장실 청소를 하는 동안 같이 일하는 젊은 동료의 수다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 그저 빙그레 웃을 뿐. 변기를 닦고 세면대의 물기를 털어내고 휴지통을 처리하는 작업을 한결같은 진지함으로 임한다. 점심을 먹는 장소도 한결같다. 편의점에서 사온 샌드위치를 먹으며, 공원에 오래된 나무들의 잎사귀가 바람에 흔들리며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을 필름카메라로 찍는다. 퇴근 후에는 자전거를 타고 가끔 들르는 단골 선술집으로 향한다. 술 한 잔을 하면서 술집에 온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한다.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들어서는 어제 보다 접어둔 소설을 읽는다. 그러다 스르르 눈이 감기면 책을 내려놓고 잠을 청한다.      영화는 대사가 별로 없는 주인공이 하루의 루틴을 어김없이 실행하는 이 과정을 꽤 오랫동안 보여준다. 그 사이 어느 순간에서 주인공의 미소어린 표정을 클로즈업 하면 저 삶의 평안이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해졌다. 영화의 중간에 다른 인물들의 등장으로 주인공의 일상이 흩트려...
기린
2024.08.06 | 조회 608
동물을 만나러 갑니다
  재개발 구역의 고양이들 | 3편     예동동님이 올린 게시글을 설마 하는 마음으로 읽어 내려갔다.   2018년부터 내 하루를 채워 준 동동.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동동이는 올해 9살이다. 길고양이로 보면 오래 살았다 싶겠지만 그래도 아직 9살이다. 지치고 피곤한 하루 중 동동이를 만나는 건 행복이었다. 나는 동동이를 만나면 행복했는데 동동이는 어땠을까. 동동~~ 부르면 애오오옹~~~ 대답하며 달려와주던 동동. 너의 빈자리를 언니가 버틸 수 있을까? [1]   나는 봉봉오리님의 『지구에 살 자격』 표지 그림에서 동동이를 처음 보았다. 아들 댕댕이와 나란히 있는 동동이를 보고 나는 이렇게 썼다. 두 명의 고양이가 나란히 앉아 있다. 한 명은 그릇에 얼굴을 묻고 무언가를 먹는다. 그 옆에 있는 고양이는 허리를 세우고 정면을 본다.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뭘 쳐다보냐는 눈빛으로.   2024년 2월 9일. 내가 동동이와 처음으로 만난 날이다. 새벽이생추어리 비질 활동가들과 재개발구역 길고양이 돌봄 현장을 방문했다. 예동동님이 한 명 한 명의 고양이를 소개해줬다. 그 중에 동동이도 있었다. 동동이와의 만남을 기록한 <15회> 글을 읽고 한 선생님은 고양이를 '마리'가 아니라 '명'으로 표기한 이유를 궁금해했다. 나는 '종평등한 언어'에 대한 논의들을 소개하며 내 나름의 생각을 답글로 달았다. 새벽이생추어리 돌봄 현장에서 처음으로 접한 '종평등한 언어' 교육, "수를 세는 단위 '명'은 현재 '名(이름 명)' 자를 쓰지만, 종평등한 언어에서는 이를 '命(목숨 명)'으로 치환해 모든 살아 있는 존재를 아우르는 단위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재개발 구역의 고양이들 | 3편     예동동님이 올린 게시글을 설마 하는 마음으로 읽어 내려갔다.   2018년부터 내 하루를 채워 준 동동.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동동이는 올해 9살이다. 길고양이로 보면 오래 살았다 싶겠지만 그래도 아직 9살이다. 지치고 피곤한 하루 중 동동이를 만나는 건 행복이었다. 나는 동동이를 만나면 행복했는데 동동이는 어땠을까. 동동~~ 부르면 애오오옹~~~ 대답하며 달려와주던 동동. 너의 빈자리를 언니가 버틸 수 있을까? [1]   나는 봉봉오리님의 『지구에 살 자격』 표지 그림에서 동동이를 처음 보았다. 아들 댕댕이와 나란히 있는 동동이를 보고 나는 이렇게 썼다. 두 명의 고양이가 나란히 앉아 있다. 한 명은 그릇에 얼굴을 묻고 무언가를 먹는다. 그 옆에 있는 고양이는 허리를 세우고 정면을 본다.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뭘 쳐다보냐는 눈빛으로.   2024년 2월 9일. 내가 동동이와 처음으로 만난 날이다. 새벽이생추어리 비질 활동가들과 재개발구역 길고양이 돌봄 현장을 방문했다. 예동동님이 한 명 한 명의 고양이를 소개해줬다. 그 중에 동동이도 있었다. 동동이와의 만남을 기록한 <15회> 글을 읽고 한 선생님은 고양이를 '마리'가 아니라 '명'으로 표기한 이유를 궁금해했다. 나는 '종평등한 언어'에 대한 논의들을 소개하며 내 나름의 생각을 답글로 달았다. 새벽이생추어리 돌봄 현장에서 처음으로 접한 '종평등한 언어' 교육, "수를 세는 단위 '명'은 현재 '名(이름 명)' 자를 쓰지만, 종평등한 언어에서는 이를 '命(목숨 명)'으로 치환해 모든 살아 있는 존재를 아우르는 단위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경덕
2024.08.01 | 조회 617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