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의 59년생 서른살
      아내가 프레시안 인문학습원에서 보낸 해외여행 광고 문자를 보여 준다. 미술사학자와 함께 떠나는 13일간의 이탈리아 ‘美味 미술여행’이다. 구미가 당긴다. 은퇴 기념 가족파티에서 처의 사촌동생이 내게 책을 선물한 적이 있다. 『미술이야기』라는 책인데,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중세, 르네상스 그리고 현대미술까지 아우르는 총 6권의 강의식 미술 관련 이야기책이었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학생시절, 나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했다. 그래서 일까? 다른 사람의 그림을 볼 줄도 몰랐다. 하기야 그 긴긴 학창시절 동안 그림에 대하여 제대로 공부해 본적이 없으니 당연한 결과인 지도 모른다. 볼줄 모르니 내게 미술관은 아주 따분한 공간이다. 그런 공간만을 찾아다니는 여행이라..... 오래된 트라우마(?)를 깨는 도전의 기회일 수도, 책에서 본 것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한 가지 걸리는 것은 일정이 8월말에서 9월초에 걸려있다. 덥지 않을까? 나의 우려에, 이곳 프레시안에서 주관하는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서 십여 년 전에 실크로드 대장정을 여러 번에 나누어서 다녀온 아내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믿고 떠나면 된다고 ‘선언’한다. 이 정도면 토 달지 말고 그냥 따라 나서는 게 상책이다.   가볍게 훌쩍 떠나지 못하는 나이      긴 시간 먼 곳으로의 여행이니 준비물을 단단히 챙긴다. 베이지색 큰 가방도 하나 장만했다. 안내 물에 적힌 준비물이외에도 매일 갈아입을 옷, 날씨 변화에 따른 적절한 옷가지, 이것저것 개인적으로 필요한 물건들을 담아 가기 위해서이다. 평소와는 거꾸로 아내는 유비무환!을 외치고 나는 과유불급!을...
      아내가 프레시안 인문학습원에서 보낸 해외여행 광고 문자를 보여 준다. 미술사학자와 함께 떠나는 13일간의 이탈리아 ‘美味 미술여행’이다. 구미가 당긴다. 은퇴 기념 가족파티에서 처의 사촌동생이 내게 책을 선물한 적이 있다. 『미술이야기』라는 책인데,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중세, 르네상스 그리고 현대미술까지 아우르는 총 6권의 강의식 미술 관련 이야기책이었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학생시절, 나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했다. 그래서 일까? 다른 사람의 그림을 볼 줄도 몰랐다. 하기야 그 긴긴 학창시절 동안 그림에 대하여 제대로 공부해 본적이 없으니 당연한 결과인 지도 모른다. 볼줄 모르니 내게 미술관은 아주 따분한 공간이다. 그런 공간만을 찾아다니는 여행이라..... 오래된 트라우마(?)를 깨는 도전의 기회일 수도, 책에서 본 것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한 가지 걸리는 것은 일정이 8월말에서 9월초에 걸려있다. 덥지 않을까? 나의 우려에, 이곳 프레시안에서 주관하는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서 십여 년 전에 실크로드 대장정을 여러 번에 나누어서 다녀온 아내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믿고 떠나면 된다고 ‘선언’한다. 이 정도면 토 달지 말고 그냥 따라 나서는 게 상책이다.   가볍게 훌쩍 떠나지 못하는 나이      긴 시간 먼 곳으로의 여행이니 준비물을 단단히 챙긴다. 베이지색 큰 가방도 하나 장만했다. 안내 물에 적힌 준비물이외에도 매일 갈아입을 옷, 날씨 변화에 따른 적절한 옷가지, 이것저것 개인적으로 필요한 물건들을 담아 가기 위해서이다. 평소와는 거꾸로 아내는 유비무환!을 외치고 나는 과유불급!을...
가마솥
2024.10.26 | 조회 606
아스퍼거는 귀여워
  멀리서부터 감자가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쿵쾅쿵쾅, 급하게 비번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리자마자 가방을 집어 던지면서 들어온다. 무슨 일이지?     “엄마~ 엄마~ 내가 어디서 콘돔이라는 걸 봤는데, 생각해보니까 책에서 본 거 같더라고요?”     감자는 책장으로 달려가 책 하나를 꺼내 든다. 그러곤 나에게 바짝 다가와서 그림을 보여준다. 내가 얼마 전에 사준 성교육 책 비스무리한거다.     “엄마, 콘돔은 얇은 고무 주머니처럼 생겼는데, 이걸 음경에 덧씌우면 정자가 여성의 질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데요. 가장 간편한 피임 도구라고 적혀있는데요?”     그으래…. 그렇지. 문자 그대로 정확하게 알고 있는 감자. 하지만 그 말의 뜻이 무엇인지 알고 이야기하는 거야? 정자와 난자가 어떻게 만나는지는 안다니? 그나저나 이 자식 도대체 뭘 본 거야?           감자, 사춘기에 들어서다     감자는 5학년, 이제 키가 나를 뛰어넘다 못해 한 뼘 정도는 훌쩍 커버린 청소년이다. 신발도 270을 신는다. 거기에다가 목소리가 쩍쩍 갈라지며 변성기 초입에 들어섰고, 얼마 전부터 겨드랑이에서도 시큼한 냄새가 난다. 언제 이렇게 커버린 거지?     사실 처음에 사춘기의 징조를 발견했을 땐, 기분이 좋았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그 어떤 발달도 다른 아이들보다 느렸던 탓에 얘가 사춘기가 오려나….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생기려나 싶었다. 하지만 사춘기의 징조가 뚜렷하게 나타난 지금까지도 생활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샤워하고 나와 빨가벗고 돌아다녀, 제발 팬티부터 입으라고 해도 건성이다. 게다가 아직도...
  멀리서부터 감자가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쿵쾅쿵쾅, 급하게 비번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리자마자 가방을 집어 던지면서 들어온다. 무슨 일이지?     “엄마~ 엄마~ 내가 어디서 콘돔이라는 걸 봤는데, 생각해보니까 책에서 본 거 같더라고요?”     감자는 책장으로 달려가 책 하나를 꺼내 든다. 그러곤 나에게 바짝 다가와서 그림을 보여준다. 내가 얼마 전에 사준 성교육 책 비스무리한거다.     “엄마, 콘돔은 얇은 고무 주머니처럼 생겼는데, 이걸 음경에 덧씌우면 정자가 여성의 질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데요. 가장 간편한 피임 도구라고 적혀있는데요?”     그으래…. 그렇지. 문자 그대로 정확하게 알고 있는 감자. 하지만 그 말의 뜻이 무엇인지 알고 이야기하는 거야? 정자와 난자가 어떻게 만나는지는 안다니? 그나저나 이 자식 도대체 뭘 본 거야?           감자, 사춘기에 들어서다     감자는 5학년, 이제 키가 나를 뛰어넘다 못해 한 뼘 정도는 훌쩍 커버린 청소년이다. 신발도 270을 신는다. 거기에다가 목소리가 쩍쩍 갈라지며 변성기 초입에 들어섰고, 얼마 전부터 겨드랑이에서도 시큼한 냄새가 난다. 언제 이렇게 커버린 거지?     사실 처음에 사춘기의 징조를 발견했을 땐, 기분이 좋았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그 어떤 발달도 다른 아이들보다 느렸던 탓에 얘가 사춘기가 오려나….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생기려나 싶었다. 하지만 사춘기의 징조가 뚜렷하게 나타난 지금까지도 생활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샤워하고 나와 빨가벗고 돌아다녀, 제발 팬티부터 입으라고 해도 건성이다. 게다가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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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6 | 조회 449
현민의 독국유학기
  안녕하세요. 두달이나 글을 올리지 않아 약간은 민망한 마음으로 새 글을 올렸습니다. 그래도 제가 이번 달은 해내서 뿌듯하네요. 이번 글은 저를 몇 달 간 정말 고생 시킨 독일의 학교 시스템이나 서류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그리고 거의 1년간의 저의 삽질 스토리를 축약한 거라 분량도 조금 깁니다. 읽으실 때 너무 지루하지 않게, 이해가 가게 썼다면 좋겠습니다. 가끔은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어서 옆 괄호에 영어와 독일어를 써 놓았습니다. 글을 안 썼던 기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래 글로 읽어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잘 설명 못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 달아주세요.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실패하는 이야기     가을이다. 낙엽이 떨어지고, 시간이 지나간다. 이번 여름에는 많은 실패를 했다. 살면서 이렇게나 많이 실패해본 적이 있던가? 처음 타지에서 이민자로 살기를 결심했을 땐 당연히도 많은 실패와 고난을 예상했다. 이 정도로 주저앉으면 안되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실패하는 일은 늘 낯선 감각을 가져다준다. 떠나온 사람에게 ‘다시 돌아가기’라는 결론은 별로 달갑지 못하다. 이번 여름 나는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야 할까 봐 불안했다.   독일에 도착해 1년간 어학연수를 한 후, 나는 책과 관련된 아우스빌둥을 하겠다는 마음이었다. 아우스빌둥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번역하면 ‘교육’인데, 학교와 회사에서 번갈아가며 실무와 이론교육을 받는 직업교육 제도이다. 아우스빌둥으로 할 수 있는 직업으로는 목수, 사무관리, 판매원부터 간호사, 선생님, 사서까지 굉장히 다양하고 넓은 분야가 존재한다.  ...
  안녕하세요. 두달이나 글을 올리지 않아 약간은 민망한 마음으로 새 글을 올렸습니다. 그래도 제가 이번 달은 해내서 뿌듯하네요. 이번 글은 저를 몇 달 간 정말 고생 시킨 독일의 학교 시스템이나 서류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그리고 거의 1년간의 저의 삽질 스토리를 축약한 거라 분량도 조금 깁니다. 읽으실 때 너무 지루하지 않게, 이해가 가게 썼다면 좋겠습니다. 가끔은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어서 옆 괄호에 영어와 독일어를 써 놓았습니다. 글을 안 썼던 기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래 글로 읽어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잘 설명 못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 달아주세요.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실패하는 이야기     가을이다. 낙엽이 떨어지고, 시간이 지나간다. 이번 여름에는 많은 실패를 했다. 살면서 이렇게나 많이 실패해본 적이 있던가? 처음 타지에서 이민자로 살기를 결심했을 땐 당연히도 많은 실패와 고난을 예상했다. 이 정도로 주저앉으면 안되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실패하는 일은 늘 낯선 감각을 가져다준다. 떠나온 사람에게 ‘다시 돌아가기’라는 결론은 별로 달갑지 못하다. 이번 여름 나는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야 할까 봐 불안했다.   독일에 도착해 1년간 어학연수를 한 후, 나는 책과 관련된 아우스빌둥을 하겠다는 마음이었다. 아우스빌둥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번역하면 ‘교육’인데, 학교와 회사에서 번갈아가며 실무와 이론교육을 받는 직업교육 제도이다. 아우스빌둥으로 할 수 있는 직업으로는 목수, 사무관리, 판매원부터 간호사, 선생님, 사서까지 굉장히 다양하고 넓은 분야가 존재한다.  ...
현민
2024.10.22 | 조회 605
윤경이는 마을활동가
      교육연수위원장이 되다     민주당 금천구 지역위원회에서 교육연수위원장 자리를 제안받았다. 나는 내가 바라는 세상을 위해 무엇으로든 쓰이길 원하기 때문에 당연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22년 3월, 20대 대통령 선거 결과를 접하고 난 후부터 나는 어떤 절박한 위기감을 느꼈다. 절박감이 나에게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 외에 다른 행동을 하도록 부추겼기에 민주당에 가입했고, 권리당원이 되었다. 그리고 작년부터 민주당 금천구 지역위원회 독서 모임을 시작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나와 같은 어떤 절박감을 가지고 있는 당원들을 만났다. 또 같은 뜻을 지닌 우리구 국회의원, 시의원, 구의원들도 만나게 되었다.                   활동하며 알게 된 금천구 지역위원회의 캐치프레이즈는 ‘약한 자 힘있게! 강한 자 바르게!’였다. 강자의 특권이 용납되지 않고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정치, 소외되고 배제된 자가 경험하는 부정의를 해결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 금천구 지역위원회의 모토라는 것이었다. 나는 우리 지역구 의원님이 달리 보였고, 마음에 들었다. 활동이 쌓여가면서 지역위와 의원님에 대한 신뢰 또한 쌓여갔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서 댄스 유세단 활동까지 하게 되었다. 그리고 올해 4월 의원님은 우리구 최초, 연속 국회의원 재선에 성공했다.         활동기간은 짧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게 또 열렬하게 활동했었기에 나에게 교육연수위원장을 제안했을까? 내가 의원님과 지역위원회를 예의주시하며 관찰하듯, 의원님과 지역위원회 사람들도 나를 눈여겨본 것 같았다. 내가 6년 동안 인문학을 공부해왔다는 점과 독서 모임에서 포인트를 잘 짚고 주제 옆으로 새지...
      교육연수위원장이 되다     민주당 금천구 지역위원회에서 교육연수위원장 자리를 제안받았다. 나는 내가 바라는 세상을 위해 무엇으로든 쓰이길 원하기 때문에 당연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22년 3월, 20대 대통령 선거 결과를 접하고 난 후부터 나는 어떤 절박한 위기감을 느꼈다. 절박감이 나에게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 외에 다른 행동을 하도록 부추겼기에 민주당에 가입했고, 권리당원이 되었다. 그리고 작년부터 민주당 금천구 지역위원회 독서 모임을 시작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나와 같은 어떤 절박감을 가지고 있는 당원들을 만났다. 또 같은 뜻을 지닌 우리구 국회의원, 시의원, 구의원들도 만나게 되었다.                   활동하며 알게 된 금천구 지역위원회의 캐치프레이즈는 ‘약한 자 힘있게! 강한 자 바르게!’였다. 강자의 특권이 용납되지 않고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정치, 소외되고 배제된 자가 경험하는 부정의를 해결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 금천구 지역위원회의 모토라는 것이었다. 나는 우리 지역구 의원님이 달리 보였고, 마음에 들었다. 활동이 쌓여가면서 지역위와 의원님에 대한 신뢰 또한 쌓여갔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서 댄스 유세단 활동까지 하게 되었다. 그리고 올해 4월 의원님은 우리구 최초, 연속 국회의원 재선에 성공했다.         활동기간은 짧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게 또 열렬하게 활동했었기에 나에게 교육연수위원장을 제안했을까? 내가 의원님과 지역위원회를 예의주시하며 관찰하듯, 의원님과 지역위원회 사람들도 나를 눈여겨본 것 같았다. 내가 6년 동안 인문학을 공부해왔다는 점과 독서 모임에서 포인트를 잘 짚고 주제 옆으로 새지...
김윤경~단순삶
2024.10.20 | 조회 630
일상명상
순례의 추억     추석연휴에 문탁의 친구 둘과 함께 오랫 동안 꿈꾸어 왔던 시코쿠 순례를 다녀왔다. 시코쿠 순례의 전체 코스는 88개 절을 도는 1200키로의 장대한 여정이다. 도보로 88개 절을 도는 데는 보통 40일 이상이 걸리는데, 우리는 도보를 기본으로 하되, 먼 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5일 동안 46번절에서 64번절까지 18개의 절을 참배했다(이 중에서 60번 절은 패쓰). 우리가 선택한 루트가 절과 절 사이가 비교적 가까운 곳이어서 18개절 사이의 총 거리는 약 90키로. 모든 루트를 걸어서 순례한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오며가며 실제 걸은 거리도 비슷하니 순수 '아루키 오헨로'(걸어서 순례하는 사람)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무더위에 웬만큼 걸었다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처음 시코쿠 순례길을 알게 된 건 15년 전(2009년), 한겨레 신문에 연재된 도보 여행가 김남희님의 글을 통해서였다. 산티아고 순례길 말고도 가까운 일본에 순례길이 있다는 소식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 뒤 김남희님과 비슷한 시기에 시코쿠 순례길 1200키로를 완주한 경민선님이 쓴 <일생에 한번은 순례 여행을 떠나라>를 읽으며 나도 언젠가는 순례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마음에 품었다.     구도의 길, 순례   일반적인 여행과 순례의 차이는 무엇일까? 여행과 순례 모두 익숙한 일상의 공간을 떠난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나 여행이 관광과 휴식을 목적으로 하는 것과 달리 순례는 종교적인 장소를 방문하여 성스러움과 접촉하고 영성을 고양하는 수행적 행위라 할 수 있다. 무슬림들은 성스러운 돌 카바가 있는 메카 순례를 의무로 여긴다. 메카는...
순례의 추억     추석연휴에 문탁의 친구 둘과 함께 오랫 동안 꿈꾸어 왔던 시코쿠 순례를 다녀왔다. 시코쿠 순례의 전체 코스는 88개 절을 도는 1200키로의 장대한 여정이다. 도보로 88개 절을 도는 데는 보통 40일 이상이 걸리는데, 우리는 도보를 기본으로 하되, 먼 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5일 동안 46번절에서 64번절까지 18개의 절을 참배했다(이 중에서 60번 절은 패쓰). 우리가 선택한 루트가 절과 절 사이가 비교적 가까운 곳이어서 18개절 사이의 총 거리는 약 90키로. 모든 루트를 걸어서 순례한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오며가며 실제 걸은 거리도 비슷하니 순수 '아루키 오헨로'(걸어서 순례하는 사람)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무더위에 웬만큼 걸었다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처음 시코쿠 순례길을 알게 된 건 15년 전(2009년), 한겨레 신문에 연재된 도보 여행가 김남희님의 글을 통해서였다. 산티아고 순례길 말고도 가까운 일본에 순례길이 있다는 소식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 뒤 김남희님과 비슷한 시기에 시코쿠 순례길 1200키로를 완주한 경민선님이 쓴 <일생에 한번은 순례 여행을 떠나라>를 읽으며 나도 언젠가는 순례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마음에 품었다.     구도의 길, 순례   일반적인 여행과 순례의 차이는 무엇일까? 여행과 순례 모두 익숙한 일상의 공간을 떠난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나 여행이 관광과 휴식을 목적으로 하는 것과 달리 순례는 종교적인 장소를 방문하여 성스러움과 접촉하고 영성을 고양하는 수행적 행위라 할 수 있다. 무슬림들은 성스러운 돌 카바가 있는 메카 순례를 의무로 여긴다. 메카는...
요요
2024.10.14 | 조회 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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