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이는 마을활동가
김윤경~단순삶
2025.03.20 |
조회
499
스프링의 실화극장
다시, 모여 살다 생활력 강한 여자 셋이 사는 우리 집의 암묵적인 모토는 ‘내 손에 물 안 묻히면, 웬만하면 다 좋아’다. 싫어도 좋아야 내 손에 물을 안 묻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조건에 맞게 몸을 개조했다. 아니 저절로 개조됐다. 맛에 유연해지고 먼지와 소음에 관대해졌다. 적당히 게으른 세 명의 김씨는 20여 년 전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모여 살게 되었다. 머리 굵은 성인들이 한 공간에서 평화롭게 공존할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사별 싱글 1명, 비혼 싱글 2명 / 60대 1명, 30대 2명 / 자영업자 1명, 직장인 2명 / 왼손잡이 1명, 오른손잡이 2명 /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 1명,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 2명 / 개에 무관심한 사람 1명, 무서워하는 사람 2명 / 요리를 거의 못하는 사람 1명, 그럭저럭 하는 사람 2명 / 냄새에 민감한 사람 1명, 소리에 민감한 사람 2명 30대는 50대가 되었고, 60대는 80대가 되었다. 주5일 직장을 다니던 나는 파트타임 일을 하고, 자영업자는 백수가 되었다. 개를 무서워하던 한 명은 개 친화적으로 변했고, 다른 한 명은 여전히 그런 변화를 부러워한다. 요리를 거의 못하는 사람은 이제 그럭저럭 하게 되었고, 그럭저럭 하던 사람 중 한 명은 노화로 음식을 거의 안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 얼마나 편리한가? 노화는 생활에서 여러 가지 까방권을 준다. 냄새에 민감한 사람은 공동생활(잔소리와 지랄)을 통해 소리에도 제법 민감해졌다. 소리에...
다시, 모여 살다 생활력 강한 여자 셋이 사는 우리 집의 암묵적인 모토는 ‘내 손에 물 안 묻히면, 웬만하면 다 좋아’다. 싫어도 좋아야 내 손에 물을 안 묻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조건에 맞게 몸을 개조했다. 아니 저절로 개조됐다. 맛에 유연해지고 먼지와 소음에 관대해졌다. 적당히 게으른 세 명의 김씨는 20여 년 전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모여 살게 되었다. 머리 굵은 성인들이 한 공간에서 평화롭게 공존할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사별 싱글 1명, 비혼 싱글 2명 / 60대 1명, 30대 2명 / 자영업자 1명, 직장인 2명 / 왼손잡이 1명, 오른손잡이 2명 /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 1명,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 2명 / 개에 무관심한 사람 1명, 무서워하는 사람 2명 / 요리를 거의 못하는 사람 1명, 그럭저럭 하는 사람 2명 / 냄새에 민감한 사람 1명, 소리에 민감한 사람 2명 30대는 50대가 되었고, 60대는 80대가 되었다. 주5일 직장을 다니던 나는 파트타임 일을 하고, 자영업자는 백수가 되었다. 개를 무서워하던 한 명은 개 친화적으로 변했고, 다른 한 명은 여전히 그런 변화를 부러워한다. 요리를 거의 못하는 사람은 이제 그럭저럭 하게 되었고, 그럭저럭 하던 사람 중 한 명은 노화로 음식을 거의 안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 얼마나 편리한가? 노화는 생활에서 여러 가지 까방권을 준다. 냄새에 민감한 사람은 공동생활(잔소리와 지랄)을 통해 소리에도 제법 민감해졌다. 소리에...
아스퍼거는 귀여워
나른하게 앉아서 털을 핥고 있는 고양이를 본다. 혀로 천천히 오른쪽 팔을 핥는다. 이어서 왼쪽 팔을 핥고, 왼쪽 다리로, 오른쪽 다리로 옮긴다. 길고 유연한, 꺼끌꺼끌한 고양이의 혀는 등 뒤쪽까지 닿는다. 유일하게 직접 닿지 않는 곳은 이마나 얼굴 위쪽. 고양이는 손을 핥고 그 손으로 꼼꼼히 얼굴을 닦고, 다시 핥기를 반복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쟤가 우리 집에서 제일 깨끗한 거 같아.’ 목욕하지 않아도, 반질반질 윤기가 나는 털에는 햇볕 냄새가 난다. 올해로 11살인 우리 집 고양이 ‘마리’는 검정, 갈색, 흰색이 고르섞인 길고 아름다운 털을 가지고 있다. 3살 때 우리 집으로 입양되어서 줄곧 이 집에서 함께 산다. 몇 년 전부터 노묘 사료를 먹이고 있지만, 이 할머니 고양이의 털은 아직도 윤기가 흐르고, 코는 촉촉하고, 눈은 맑다. 고양이 눈을 본 적이 있을까? 여러 가지 색으로 반짝이는, 금빛이면서 또는 오로라 빛 같은 다채로운 색을 가졌다. 그 안에는 길고 까만 동공이 세로로 그은 듯 벌어진다. 햇빛을 받으면 좁은 틈처럼 줄어드는 신기한 눈. 다른 세계에서 온 것 같다. 이 사랑스러운 고양이는 하루 종일 잠을 자고, 집사를 따라다니고, 몸을 단장한다. 멍하게 창밖을 바라보다가, 빛을 따라서 손을 요리조리 움직이다가, 나른하게 기지개를 쭉 켜고, 곧 몸을 돌돌 말아서 움츠린다. 내가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을 가면 따라온다. 자다가 일어나 눈을 끔뻑거리며 화장실을 가는 나를 지켜준다. ‘앙~ 집사, 내가 지켜줄 테니...
나른하게 앉아서 털을 핥고 있는 고양이를 본다. 혀로 천천히 오른쪽 팔을 핥는다. 이어서 왼쪽 팔을 핥고, 왼쪽 다리로, 오른쪽 다리로 옮긴다. 길고 유연한, 꺼끌꺼끌한 고양이의 혀는 등 뒤쪽까지 닿는다. 유일하게 직접 닿지 않는 곳은 이마나 얼굴 위쪽. 고양이는 손을 핥고 그 손으로 꼼꼼히 얼굴을 닦고, 다시 핥기를 반복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쟤가 우리 집에서 제일 깨끗한 거 같아.’ 목욕하지 않아도, 반질반질 윤기가 나는 털에는 햇볕 냄새가 난다. 올해로 11살인 우리 집 고양이 ‘마리’는 검정, 갈색, 흰색이 고르섞인 길고 아름다운 털을 가지고 있다. 3살 때 우리 집으로 입양되어서 줄곧 이 집에서 함께 산다. 몇 년 전부터 노묘 사료를 먹이고 있지만, 이 할머니 고양이의 털은 아직도 윤기가 흐르고, 코는 촉촉하고, 눈은 맑다. 고양이 눈을 본 적이 있을까? 여러 가지 색으로 반짝이는, 금빛이면서 또는 오로라 빛 같은 다채로운 색을 가졌다. 그 안에는 길고 까만 동공이 세로로 그은 듯 벌어진다. 햇빛을 받으면 좁은 틈처럼 줄어드는 신기한 눈. 다른 세계에서 온 것 같다. 이 사랑스러운 고양이는 하루 종일 잠을 자고, 집사를 따라다니고, 몸을 단장한다. 멍하게 창밖을 바라보다가, 빛을 따라서 손을 요리조리 움직이다가, 나른하게 기지개를 쭉 켜고, 곧 몸을 돌돌 말아서 움츠린다. 내가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을 가면 따라온다. 자다가 일어나 눈을 끔뻑거리며 화장실을 가는 나를 지켜준다. ‘앙~ 집사, 내가 지켜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