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실험일지]는 2026년, 파지사유가 엮어내는 크고 작은 이야기입니다
#86 우리 안아보자
지난 금요일, 이스탄불에서 가족 상견례 자리를 마친 노라님이 파지사유에 복귀했다. 거의 매일 생활을 공유하는 우리는 서로의 부재를 통해 다시 서로의 존재에 담겨진다. 부재중에도 마니들에게 할 일을 지시하는 사장님 덕분에 예쁜 파우치들이 쌓였고, 돌아오자마자 그 일을 다시 같이 하면서 보지 못했던 시간에 있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그러다가 노라님이 포옹, 사돈댁과의 만남에서 서로를 안아주는 것이 너무 좋았다는 이야기를 던졌다. 잉? 처음 본 사이에 안는다고^^:;

그러더니 다음날에 캐나다에 딸 보러 가는 달팽이님과 서로 꽉 껴안으며 덕담을 주고받았다. 달팽이님도 연거푸 “와, 노라랑 안으니까 좋다 좋아” 하는데, 갑자기 나에게 안자고 할까 봐 거리를 두었다. 그리고 카메라를 들이대며, 다른 사람들과 서로 안으라고 부추겼다. 나는 그 포옹의 현장에 들어서고 싶지 않았다. 윽, 낯간지러워~~
포옹 - 정호승
뼈로 만든 낚싯바늘로
고기잡이하며 평화롭게 살았던
신석기 시대의 한 부부가
여수항에서 뱃길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한 섬에서
서로 꼭 껴안은 채 뼈만 남은 몸으로 발굴되었다
그들 부부는 사람들이 자꾸 찾아와 사진을 찍자
푸른 하늘 아래
뼈만 남은 알몸을 드러내는 일이 너무 부끄러워
수평선 쪽으로 슬며시 모로 돌아눕기도 하고
서로 꼭 껴안은 팔에 더욱더 힘을 주곤 하였으나
사람들은 아무도 그들이 부끄러워하는 줄 알지 못하고
자꾸 사진만 찍고 돌아가고
부부가 손목에 차고 있던 조가비 장신구만 안타까워
바닷가로 달려가
파도에 몸을 적시고 돌아오곤 하였다
차례차례 안기 시작했다. 알지 않는가. 그러다 보면, 서로를 바라보며 나오는 말과 웃음소리로 인해 그 행위에 집중하게 되는 것 말이다. 정작 나는 그 행위의 당사자는 되지 못하면서 거기서 흘러내리는 감정을 살짝 묻혀가며 신이 났다. 낯간지러운 행위의 현장에서, 실상은 자신이 품고 있는 생각과는 달리, 보면서 좋아하는 것은 왜일까. 정호승의 시, <포옹>은 내 이런 감정과 맞닿아있다. 꽉 껴안은 부부를 찾아와 사진을 찍는 이들은 오기 전과 같은 사람들일까. 이미 부부가 손목에 차고 있던 조가비 장신구와 같은 존재가 된 것은 아닐까. 연루되어버린 존재로서 말이다.





매일 만나 공부도 하고 일도 하는 곳이지만, 무엇보다 서로의 연약함을 숨기지 않고 기꺼이 서로의 생에 개입하는 구체적인 현장이 나에겐 있다. (나로서는) 포옹이라는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행위에도 서로를 기꺼이 내어주는 실험(?)이 가능한 곳이다. 그날 찍은 사진들을 들여다보면서 미소를 짓는다. 한 발 떨어져 사진을 찍은 나조차도 이미 그 속에 묻어 들어가 있는 것이다. 고병권샘이 말했던 목격이란 것이 이런 것이겠지. 거기에 연루되는 것...
“돌이켜보면, 지난 몇 해 동안 파지사유에 모여 함께 밥을 먹고, 식후 수다로 우애를 다지며, 그 힘으로 공부를 쉬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밥 한 끼의 힘이 이렇게 크다는 걸 매번 느끼고, 또 감사드립니다”(연잎밥 공지중에 두루미님의 글)
오늘 아침부터 공식당에 나와 과학세미나팀이 정성껏 연잎밥을 만들어주셨다. 참 감사하다. 그러고 보니 두루미님의 말은 문탁 2층에 있던 식당이 파지사유 공간으로 내려올 때를 떠오르게 한다. 그때도 참 말이 많았었는데(토용님과의 뒷담화가 떠오른다), 언제 그랬나 싶다. 지나고 나니 좋았던 기억만 남는다. 뜻깊게도 과학세미나 회원들이 연잎밥 수익금을 공식당에 주신단다. 이제 두어 달, 공간의 변화가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오고 있을까. 우선은 나에게 익숙함을 돌아보게 하고, 서로의 변화에 긍정으로 반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환기시켜주고 있다. 새로운 실험이 우리 속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2026년, 현재를 잘 살아보고 싶다. 실상 어렵더라도 좋은 삶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하며...
덧붙여, 낯간지러워도 이번엔 한 마디 해 보련다.
며칠 안 되었지만 벌써부터 보고 싶은ㅋ 달팽이님, 돌아오면 우리 안아보자!!! 으악, 해냈다.

나 갔다 올테니, 잘 하고 있어~~~ 알았지? ㅎㅎ
-
[에코실험일지] #86 우리 안아보자 (8)띠우 | 2026.02.23 | 조회 214
-
겨울파동의 눈빛들 (3)참 | 2026.02.14 | 조회 137
-
[에코실험일지] #85 지루할 틈 없는 에코실험생활 (7)뚜버기 | 2026.02.12 | 조회 122
-
[에코실험일지 #84] 바지사장 달팽이의 어리버리 1월 생존기 (7)달팽이 | 2026.02.03 | 조회 232
-
[에코실험일지 #83] 월요일에 점심 드시러 오세요 (5)느티 | 2026.01.26 | 조회 204
-
에코실험일지 #82. 돈키호테형 인간이란? (5)노라 | 2026.01.19 | 조회 200
-
에코실험일지 #81. 새해가 밝았어요 (7)곰곰 | 2026.01.12 | 조회 271
-
에코실험일지 #80 우리 세 돌 됐어요! -영어강독 사람들 (9)토토로 | 2025.12.22 | 조회 331
-
에코실험일지 #79 블랙 프라이데이 (21)노라 | 2025.12.17 | 조회 353
-
에코실험일지 #78 한 트러블 메이커의 깨달음 (5)참 | 2025.12.15 | 조회 254
-
[에코실험일지] #77 파지사유는 계획 중 (4)수수 | 2025.12.11 | 조회 247
-
[에코실험일지] #76 한 해를 돌아보다 (4)띠우 | 2025.12.08 | 조회 282

ㅎㅎ 재밌당
‘우리 안아보자’ 좋은데요. 조카손주를 와락 그리고 못 도망가게 꼬옥 안아주기는 자주 하지만 성인과 포옹은 40년 넘은 여고시절 친구들 빼고는 잘 안하고 살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옛날 옛적에도 우리는....
궁금하시면 요기를 클릭...
'춤 테라피'를 빙자한 여러 띵까띵까 포즈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https://moontaknet.com/?page_id=228&mod=document&uid=563
와.. 겸서가 애기였을 때.. 달빛에 바래 신화가 되어버린 시절 이야기네요.ㅎㅎ
그 사이에 달팽이가 캐나다로 떠났군요..
딸과 좋은 시간 보내고 건강하게 잘 다녀와요~~
뚜버기만큼이나 나도 스킨십에 약한데.. 달팽이 오면 나도 한 번 안아봐야지.^^
띠우의 부추김 덕분에 친구들의 온기를 듬뿍 받아 온 덕분인지 시차에도 하루만에 완벽적응
딸래미랑 알콩달콩 잘 지내고 있슴다
돌아가면 더더더 많은 친구들과 포옹할 수 있겠네요
생각만으로도 따스해져서 캐나다 영하 14도 추위가 두렵지 않네요
포옹할 친구가 있어 참 좋네요^^
오늘은 이 두 사람 부추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