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개념탐구 2학기 에세이 데이 후기-어려운 공부를 마무리한다는 것
2025 개념학교가 완전체 모임을 가졌다. 서울, 경기, 부산, 전주, 제주 등 전국구와 홍콩과 미국 등 외국에서 모든 선생님들이 함께 한 가운데 2025 개념학교 2학기 에세이 데이가 시작되었다. 2학기 세미나에서 우리는 동양 고전으로는 장재의 <<정몽>>과 최한기<<기학>>을 읽었고, 인류학 및 역사학 텍스트로는 팀 잉골드의 <<선의 인류학>>과 디페시 차크라바르티의 <<행성 시대 역사의 기후>>를 공부했다.

1부는 잉골드로 에세이를 쓰신 바람, 미란, 해정, 소영샘의 발표로 이루어졌다. 선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잉골드의 관점에 기초하여 각자의 문제의식을 풀어냈다. 세계와 얽혀 들어가는 공부, 행로와 운송이 교차된 이주 경험, 새로움이 늘 생성되는 장소로서의 정원, 플롯의 선이 아닌 신체적이고 감응적인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자신의 일상, 활동, 공간을 점과 선, 운송과 행려, 네트워크와 얽힘(meshwork)이라는 개념들을 새롭게 이해하고자하는 시도들이었다. 세계의 관찰자가 아닌 세계와 함께 배우면서 차이를 만들어 내는 참여자로서의 자신을 새롭게 규정하려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에세이들을 통해 잉골드 인류학이 갖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공식화된 구조, 정해진 목적 및 결과에 집중하여 살도록 요구되는 식민화되고 자본화된 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삶의 경로, 과정, 흔적 들을 만들어내야 할까를 질문하게 했다. 발표 후 질문들이 있었느데, 신유물론적인 관점에서 <<라인스>>를 보면 인간중심적인 시각이 강한 것 아닌가, 또 종이와 펜이 아닌 온라인 글쓰기를 구조적이고 기계적으로만 봐야 할까 등의 질문들은 쉽게 답하기 어렵지만 생각할 거리를 안겨 주었다.
2부는 동양고전팀이었다. 토용, 해야, 봄날, 진달래, 기린 샘이 장재의 <<정몽>>과 최한기의 <<기학>>으로 주요 개념과 본인들의 문제의식을 다루었다. 성리학과 장재(최한기)의 차이를 유학의 주요 개념을 통해 상세히 풀어주고, 기를 중심으로한 철학이 현대 사회에 주는 함의를 이야기하거나 본인의 공부를 점검하는 에세이들이었다. 기를 중심으로 유학의 학문 체계를 세우려 시도한 장재의 존재론, 성리학의 존재론과 윤리, 기학의 대동 세계, 최한기만의 독특한 공부법(인식론) 이 상세히 소개되었다. 올해 처음으로 유학 텍스트를 공부해 본 나로서는 장재와 최한기의 사상을 성리학과 비교하는 에세이들을 통해 유가 사상의 흐름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도움이 되었다. 이중 성리학의 거경궁리 공부법이나 수양론에 대해 좀더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기를 중심으로 유학의 존재론을 새롭게 강화하여 구성한 장재와 성리학이 거의 힘을 잃어가고 있던 조선 말, 기철학과 서양 학문을 통해 역시 독보적인 유학적 존재-인식-윤리론을 구성해 낸 최한기. 에세이 발표를 들으면서, 이들이 정통이나 주류로 평가받지는 않지만 둘 다 유학의 사상사에서 매우 독특한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왜 신유물론 커리큘럼에 두 사람의 텍스트가 들어왔는지도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최한기가 막스와 좀 유사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는 갤러리의 언급이 있었다. 둘다 과학자이자 모두가 같이 잘 사는 세계를 지향했고, 막스가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를 중시한 것처럼 최한기는 서양과학 및 기술에 대한 철저한 탐구를 우선 과제로 삼았다는 측면에서 그렇다는 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3부에서는 차크라바르티의 <<행성시대 역사의 기후>>로 주제를 잡은 산책, 혜근, 은영, 경덕, 지영, 샘의 에세이가 이어졌다. 차크라바르티가 이야기하는 행성의 역사(지구의 역사와 대비하여)가 무엇인지, 인류세의 곤경이 무엇인지가 자세히 소개되었다. 특히 인류를 역사의 주체로 설정하여 인간의 행위와 의도를 중심으로 역사가 전개된다고 보는 관점을 왜 차크라바르티가 문제 삼고 있는지를 상세하게 풀어주었다. 요지는 행성의 역사와 행성적 차원의 지질학적 힘은 인간의 의도나 행위에 무심하다는 것이다. 즉, 인간은 행성적 힘 (작동기제)을 감각할 수도 또 정확히 파악할 수 없고, 지구를 통제하는 주인이 아닌 행성적 활동에 의존하는 하나의 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행성의 시간 및 역사와 대면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지도 모른다는 것이 에세이들을 통해 전달되었다.
차크라바르티는 우리가 인류세의 위기를 정밀하게 사유하고 느낄 수 있다는 생각,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내려 놓아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인류세의 징후들과 현상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에세이들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본인들이 감각하고 고민하고 있는 구체적인 문제와 연결시켰다. 인간의 존재에 대해 새롭게 질문하는 것, 즉 겸손한 자세로 인간이 종으로 처한 조건과 딜레마를 재구성하고 인간을 존재론적으로 재배치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거란 메시지가 와닿았다. 에세이들은 공통으로 행성적 존재라는 것을 체감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 인간이, 행성 거주자로서의 책임과 행성적 돌봄 등을 실천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져 주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2학기에 읽은 책들 또한 묵직하고 만만치 않았다. 내가 왜 이렇게 어려운 걸 공부하고 있을까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다. 개념들과 이론 체계가 다학제적이고 매우 복잡했다. 명료하게 알고 지나간 것보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간 부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누군가가 이 책들을 공부해서 인류세에 대한 나의 사유와 관점이 어떻게 변화되었지 설명해 달라고 하면 난감할 것 같다. 그럼에도 난 지난 일 년간의 공부에는 어려움과 낯섦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파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전에 제대로 생각해 보지 않은 개념들과 관련 질문들을 맞닥뜨리면서 거기서 어설프더라도 나의 질문을 구성해 보기 시작한 것, 그 자체가 공부이지 않았을까?
우리가 읽은 텍스트들의 공통점은 저자들 모두가 동시대의 지배적인 사상들과 분투했고 또 이들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씨름했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 쉽지 않은 과제를 수행한 셈이다. 그 흔적들이 텍스트에 녹아 있었다. 앞으로 어떤 공부를 하든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사유할 때 이 택스트들이 소환될 것 같다. 다른 텍스트나 사상들을 공부하다보면 그때 우리가 같이 공부한 책들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리란 희망을 가져본다.
개인적으로는 에세이데이 현장 참여가 처음이었다. 샘들을 모두 뵐 수 있어서 너무 반가웠다. 공부가 맺어주는 인연으로 많은 동학들을 알게 되고 직접 뵙게 된 게 행운이란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개념학교 세미나라는 공부의 장을 만들고 이끌어 주신 문탁샘, 수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매주 여러 모로 애써 주신 기린샘께 감사드린다. 공부할 수 있는 에너지와 동기부여를 제공해 준 클라스의 모든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 다음 공부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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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탐구 2-8]후기-'운화기'를 지금의 언어로 전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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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 | 2025.09.24 | 169 |

와! 샘도 드디어 성리학의 매력에 빠지셨군요 ㅎㅎ
실물영접하게 되어 정말 반가웠어요. 건강하게 잘 지내시고 다른 공부에서 또 뵈어요.
완전체! 개념탐구 공부를 마무리하며 그 대기록을 세우다니… 대~감격!! 에세이 벼락치기하며 ‘아…도저히 마감 못 맞추겠는데… 쓰지 말까…‘라는 마음이 올라올 때마다, 해성샘 보러 가야하는데, 전원 참석이 나 때문에 실패한다고? 안 되지 안돼.... 라며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습니다. 제가 에세이 데이 때 한 말은 농담이 아니었어요. 그날은 뭐랄까… ‘다 이루어졌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해성샘의 멋진 해성샘다운 후기를 읽으니, 다 이루어진 자리는 여기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멀리 왔다갔다하시느라 힘드셨을텐데, 정성 듬뿍 후기 감사합니다.
제가 2022년 나이듦과 자기서사에 찾아왔을 때는 ‘물에 흠뻑 젖은 솜‘ 같은 상태였는데, 2년이 지나고 거기에 2년의 개념탐구학교 과정이 더해지면서 이제 (보송한지는 모르겠으나) 멀쩡한 솜 상태가 되었습니다. 시간 보다 공부의 힘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때론 텍스트가 너무 어려워, 뭘 배우고는 있는지 알 수 없을 때도 있었지만 그런 때에도 반드시 함께 한 여러분들에게서는 뭔가를 나누고 배웠습니다. 성실함, 꾸준함(그게 그말인가), 텍스트를 해석하는 나와는 다른 방식, 각자가 처한 삶의 고단한 자리들, 응원의 마음들… 그것들을 고스란히 나눌 수 있어서 우리의 배움은 텍스트에 갇히지 않고 그 너머 삶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이 과정에 기둥이 돼주신 문탁샘께 존경의 마음을 담아 감사 인사드립니다(큰 절🙇♀️).
한해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에도 우리 공부해요~ 공부하려면 건강해야 하니, 새해에도 우리 건강하기로 해요~ 공부하면서 또 만나요~~ 💕💕💕
혜성샘을 뵙게 되어서 에세이 데이가 완성되었네요^^
저는 1년만 함께 했는데, 에세이 데이에 속속 도착하는 샘들을 보면서 되게 오래 같이 공부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함께 공부한다는 게 이런 거겠죠? 온라인이 어렵다고 했지만 그래도 매주 함께 공부한다는 게 참 대단한 일인 듯 합니다.
에세이 발표 중에 후기를 담당이라는 임무를 완수하게 위해서(?) 꼼꼼히 필기 하시던 혜성 샘.
성리학이 궁금하시다고 하니 함께 공부할 수 있을 날이 오겠죠? - 온라인에 얼른 친해져야겠습니다.
함께 공부해서 행운이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해성샘! 후기 감사합니다. 모두 완전체로 모여 신기하고 반가웠어요.
그리고... 고전샘들에게 오프에서 충분히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지 못해서 댓글에 남겨요.
저는 고전샘들이 아니었다면, 이 일년을 버티기 어려웠을 겁니다. 정몽,계사전,기학의 조모임을 할 때마다, 저의 어리버리한 질문에도 늘 친절하게 답을 주셨던 고전팀샘들! 감사합니다. 정말 복 받으실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