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탐구세미나] 5회차 후기

니은
2024-04-16 15:22
84

바가와드 기타 강의 1, 2부

 

*먼저 <바가와드 기타>의 ‘바가와드’는 존귀한 존재를 뜻하고 ‘기타’는 노래라는 의미로서 ‘존귀한 분의 노래’라는 뜻이고, 여기서 존귀한 분은 비슈누의 8번째 화신 크리슈나를 말합니다. <바가와드 기타>를 먼저 읽었으면 좋으련만 이 책 <바가와드 기타 강의>를 처음 접하는 저의 후기가 이미 공부를 하신 분들이 보기에는 여러 가지로 미흡하겠지만 어쩌겠어요, 제가 이해한 만큼만, 세미나 진행 순서로 나열식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인도에서 종교와 철학의 차이점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책에서는 ‘우파니샤드가 철학적 혁명이라면 힌두교는 종교적 혁신’이라고 하여 마치 우파니샤드는 소수의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고, 힌두교는 대중 다수가 철학적으로 깨닫기 힘들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이 위계적인 구분처럼 읽혀서 불편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구원의 통로가 여러 가지인 것은 좋은데 왠지 불편하게 읽히는 점 등을 이야기했는데 저는 어쨌든 많은 사람들을 믿고 따르게 해야 하는 종교가 어쩔 수 없이 취할 수 밖에 없는 방법이 아니었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인도 철학에서는 철학과 종교가 추구하는 목표는 해탈이므로 분명하게 나누어질 수가 없는 체제였다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기타>에 대한 해석, ‘물질과 정신의 이원론을 내세우는 상키야 철학과 브라흐만과 아트만이 하나라는 우파니사드의 일원론을 조화시킨다’라는 문구에 대해 얘기하면서 요요샘의 상키야 철학 설명을 들었지만 한 번 들은 것으로는 감이 잘 안옵니다. 반복해야겠지요...

 

*아무 생각 없이 ‘지성’이라는 단어를 읽었는데 인디언샘의 집요하게 발췌한 문장을 보면서 정신의 반은 딴 데 두고 책을 읽는 저를 반성했습니다. 이 책에서 지성의 뜻은 내면기관 가운데 하나로, 나라는 자의식 없이 작동하는 올바른 이해 혹은 알아차림을 기능으로 갖고 있다고 합니다. 나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상황을 조망하는 힘이라고도 합니다. 감각기관>마음>지성>아트만, 이 표대로 뒤로 갈수록 더 우월한 능력이고 진정한 자유는 아트만에 도달해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지성은 아마도 실천을 통해야 더 명료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행위의 요가에서 ‘세상의 이익 또는 모두의 이익을 위해서 집착 없이 행해야 한다’는 문구가 있는데 여기서의 ‘세상이나 모두’는 무엇을, 누구를 말하는가 라는 질문이 있었고, 기존의 질서, 기득권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대답도 있었고, 그 시대에는 사회의 상황에 따라서 신의 역할이 달라질 수도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는 대답도 있었습니다. 좋게 말하자면 시대정신과 같은 거겠지요.

 

*<기타>가 전쟁을 눈앞에 두고 좌절한 왕자 아르주나에게 크리슈나가 내린 가르침이라고 하는데 필요한 전쟁은 정말 있는 것일까? 라는 문제를 문탁샘의 다양한 예를 통해서 많이 배웠습니다. 주디스 버틀러의 책에서 불의에 항거하는 ‘어떤 폭력’은 전술적으로 정당하다는 좌파의 명제에 대해 질문하면서 ‘자기 방어’의 ‘자기’란 누구인가 라는... 전쟁이 이미 벌어졌을 때 자기 혼자만 빠져나오는 것이 정당한가... 또한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는 지금, 까르마 요가라면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간디가 <기타>를 죽을 때 까지 끼고 생활했다고 하는데 식민지배에 대항하는 의미로서 그랬겠지... 등등.

그리고 <기타>에서의 전쟁은 실제적인 전쟁을 대상으로 하기도 했겠지만 ‘마음의 전쟁’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지적 또한 좋았습니다.

 

*<기타>에서는 지혜의 요가, 행위의 요가, 신애의 요가의 세 가지 해탈에 이르는 길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지혜의 요가는 사문 전통의 출가자, 행위의 요가는 브라만 전통의 재가자, 신애의 요가는 인격신을 숭배하는 대중을 위한 해탈의 가르침이라고 합니다. 제가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행위의 요가와 신애의 요가, 이런 종류는 좀 무시했습니다. 지혜의 요가만이 정말 해탈에 이르는 길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행위, 신애 등은 대충 알면서 다 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책의 설명, 요요샘의 말씀대로 나름 다 일리가 있고 서로 다른 부분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하며, 결합했을 때 더 진정한 해탈에 이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어떤 문제에서 너무 빠르게 결론이 나오는 것, 어느 것만이 진정 옳은 것이라는 생각은 늘 경계해야겠습니다.

 

*저까지 포함하여 세 분이 ‘리추얼’에 대한 생각을 올려주었습니다. 책에서는 행위의 요가 부분에 나오는 개념인데 우리가 일상생활을 할 때 마음을 모아 행위하면 좋겠다, 그래야만 심신이 하나가 되고 수행도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저자는 몰입을 이끌어내는 행위의 기술이란 정성을 다해서 행위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고미숙 선생님의 책 ‘몸에서 자연으로, 마음에서 우주로’에서도 ‘자기가 만나는 사람이나 사물, 심지어 자기가 내뱉는 발음까지, 그 모든 걸 최고로 존중하는 마음을 갖을(284쪽)’ 것을 추천합니다. 이렇게 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작년에 저 문장을 읽고 감동받아서 실천해 봐야지 했는데 실제 실천했다고 본 시간은 고작 몇 시간에 지나지 않더군요.ㅠㅠ 기억이 희미한 상태에서 이번에 또 비슷한 문장을 만났습니다. 이제는 좀 더 길게 실천할 수 있기를...

인도 사람들은 삶 전체를 성스럽게 생각해서 잠에서 깨는 순간 하루를 선물 받은 것에 감사하고 신 앞에 서기 위해 매일 아침 목욕하고 땅 위에 첫발을 디디면서 대지에 감사한다고 합니다. 노동과 놀이가 모두 신에게 다가가는 신성한 길이 됩니다. 그것이 신을 위한 것일테지만 사실은 나를 위한 행위가 될 겁니다. 신을 믿을 수 있는 마음 밭이 있는 사람들은 좋겠습니다. 제가 신이 없이 ‘정성을 다해 행위하는 방법’을 여쭈었습니다. 한 선생님은 공부, 또 한 선생님은 명상, 또 한 선생님은 ‘영성’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죽음에 대한 공부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는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다음 주, 이 책의 3부와, ‘죽음의 의미’ 중, ‘힌두교와 죽음’을 공부하면 인도의 그림이 좀 더 선명해지길 기대합니다.

댓글 6
  • 2024-04-17 09:36

    니은샘, 꼼꼼한 후기 감사드려요~ 세미나 자리에 다시 앉아있는 느낌입니다.^^
    저는 <바가와드 기타>를 함석헌선생님 번역본과 이현주목사님 번역본으로 읽었어요.
    함석헌님 번역본은 옛말투이긴 한데 다양한 주석들을 종합해놓은 장점이 있었고요, 이현주님 번역본은 간디가 해설한 <기타>랍니다.
    근데 몇년전 박경숙님의 <기타> 번역본이 나와서 샀는데 아직 꼼꼼하게 읽어보지는 못했네요.
    이번에 <바가와드기타강의>을 읽으면서 본문인용이 나올 때 몇군데 펴서 비교해보긴 했답니다.
    박경숙님은 산스크리트어를 직접 번역한 것이고 인도에서 인도학을 공부한 분이니 더 좋은 번역일거라 생각해요.
    언젠가 <바가와드 기타>를 다시 읽을 때가 오기를 바래봅니다.ㅎ

  • 2024-04-17 14:38

    엄청 꼼꼼히 후기를 써주셨네요
    김영샘 강의를 들으며 책을 읽으니 더 좋은것 같습니다
    힌두교와 죽음도 잘 읽어보겠습니다

  • 2024-04-17 19:02

    니은샘, 후기 재밌어요.
    니은샘이 어떤 생각하고 계신지, 훨씬 더 잘 알게 되어서 좋아요^^

  • 2024-04-17 21:08

    우와~~ 차분한 분위기가 글에서도 느껴집니다~~ 세미나 했던 내용이 다시 복기되는 후기 고맙습니다~

  • 2024-04-18 13:49

    니은샘의 꼼꼼한 후기를 읽으니 벌써 가물가물한 지난 세미나의 기억이 채워지는군요. 감사 합니다.
    저도 지난 세미나 분량에서 눈에 들어온 게 '리추얼' 이었어요. 아무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행하는 루틴이 아닌 정성을 다하는 '리추얼'.
    단조로운 삶이라도 리추얼에서 삶의 다채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만,
    제 머릿속은 매번 집중을 못하고 산만하기만 하네요. 후기에 답글을 다는 이 잠시의 시간에 하나의 리추얼을 행한다는 마음으로 올려봅니다. ^^

  • 2024-04-18 21:49

    글이 니은샘의 음성지원으로 읽히네요. 정성스러운 후기 잘 읽었습니다.
    저도 지난 시간 ‘지성’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음양탕을 마시며 책읽는 것을 리추얼이라 생각하니 그 시간이 매우 행복해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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