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 얼굴들

경덕
2023-10-23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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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덕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

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

 

 

 

 

얼굴들

 

 

 

비질을 다녀온 후로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다.

 

그들의 몸부림, 울부짖음, 가쁜 호흡, 헐떡거림, 충혈된 눈, 절뚝거리는 다리. 그런 몰골로 그들은 도살장으로 들어갔다. 비질이 끝나고 나는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와 말끔해졌다. 그들은 부위별로 해체되어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멀쩡한 몸으로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그들은 햇빛도 들지 않는 축산농장에서 태어나 좁은 철장 속에서 오물, 악취와 함께 자랐을 것이다. 그러다 태어난지 6개월만에 처음으로 바깥 공기를 마셨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로 트럭에 실려 어딘가로 향했을 것이다. 

 

축산업의 세계에서 '6개월'은 효율적인 고기 생산을 위한 기간이다. 그리고 인간의 쓸모에 따라 부여한 돼지의 수명이다.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로 활동한며 <여섯 달>이라는 영화를 만든 김지원 감독은 서울동물영화제(SAFF)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돼지의 수명은 대략 10년에서 15년이라고 해요. 하지만 인간 손아귀에서 고기로 태어난 돼지의 수명은 6개월이죠. (...) 돼지의 '여섯 달'은 결코 흐르는 시간이 아닙니다. 태어남으로써 이미 도축되었으니 그것은 그저 텅 빈 시간 속에서 듣는 이 없이 쌓여갔던 비명의 한 덩이 무덤 같은 것이죠. (...) 그 여섯 달에, 새벽이와 잔디라는 어떤 돼지들은 여전히 살아 삶을 증명하고 있다는 진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1)

 

 

[SAFF 2023 Trailer] 여섯 달 6 Months 캡처 

 

 

도살장 앞에 선 사람들

 

이전에도 도살장 앞을 찾아간 사람들이 있었다. 페미니스트 활동가 아니타 크라인크Anita Kranjc는 개와 산책을 하다가 트럭에 가득 실린 돼지들과 마주했다. 근처에는 도살장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살아 있는 돼지를 본 건 처음이었고, 그들은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이후에 그녀는 토론토 피그 세이브Toronto Pig Save를 만들어 시민들과 함께 도살장 앞을 찾아갔다. 2011년 7월 어느 날. 그들은 빨간 신호등 앞에 멈춰선 트럭으로 재빨리 다가가 돼지들에게 물과 수박을 주었다. 최초로 비질 모임이 시작된 순간이었다.2)

 

 

이후에 도살장 비질 모임은 국경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되었다. 미국배우조합상(SAG : Screen Actors Guild)에서 조커로 최우수배우상을 수상한 호아킨 피닉스는 시상식 이후에 턱시도를 입은 채로 도살장 앞을 찾아갔다. 동물권 단체(Los Angeles Animal Save)에서 주관하는 비질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비질에 정기적으로 참여한다는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육류 및 유제품 산업에서 일어나는 고문과 살인에 대해 잘 모릅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보았기 때문에 여기에 있어야 합니다.”3)

 

한국에서는 2019년 처음으로 비질 모임이 시작되었다. (그 해 7월에 새벽이가 구조되었다.) 서울애니멀세이브(Seoul Animal Save)와 디엑스이코리아(DxE-Korea) 활동가들은 시민들과 함께 도살장 앞을 찾았다. 섬나리 활동가는 2019년 9월에 있었던 비질 모임을 회고하며 이렇게 썼다. "도살장 앞에서 죽기 직전 동물들의 눈빛을 마주하는 일은 활자와 영상만으로 동물권을 접했던 것과는 달랐다. 두통을 일으킬 정도로 심각한 악취와 동물들의 비명이 나를 꾸짖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들의 몸을 뒤덮은 분변이 내 손에 옮겨 묻자 불쾌함이 느껴졌다. 피하고 싶다는 마음이 느껴질수록 나의 기만이 들통나는 것 같았다"4)

 

2021년 12월 <당신의 얼굴 Your soul>이라는 비질 사진전을 기획한 혜린 활동가는 전시 소개글에 이렇게 썼다. "작년 5월 27일 첫 비질을 시작으로 최근 11월 29일까지 나는 29번의 비질을 하였다. 공교롭게도 29일은 한국의 농장에서 한 명의 닭이 태어나 도살장에서 살해되기까지의 기간이다. 나는 29일간 비질을 하면서 나 자신이 너무도 특권을 가진 인간임을 깨달았다. 누군가는 29일이면 도살되었지만 29일이 지나도 나는 여전히 인간이었다. (...) 그곳 도살장 앞에서 시선의 마주침은 일방적이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를 보고 있었다. 내가 그들을 목격한 만큼 그들도 나를 목격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증인'으로 불렸지만 내가 아는 진짜 증인들은 모두 죽임 당했다. 내가 마주한 동물들은 모두 용감했고, 모두 울고 있었다. 나는 사진 속 당신들의 얼굴과 몸을 기억한다. 당신들이 어떤 소리를 냈고, 어떤 몸짓으로 말했고, 어떤 표정으로 어떤 온기를 내뿜었는지 기억한다. 소리와 냄새로 만났던 모든 당신들을 기억한다."5)

 

혜린 활동가 인스타그램 계정

 

2022년 10월 비질 모임에 참여한 새벽이생추어리 돌봄 활동가는 이렇게 말했다. "새벽이생추어리에서 돼지들을 만나고 있는데, 그곳의 돼지들은 저를 볼 때나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때 초점이 딱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오늘 만난 돼지들은 그런 게 없는 것 같아 기억에 남아요." 같은 날 비질에 처음으로 참여한 청소년 활동가도 있었다. "어쩐지 멍한 상태예요.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잘 들지 않아요. 트럭 안에 있는 돼지들을 봤을 때,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았어요. 가까이서 보니 잘린 꼬리 같은 몸의 일부분이 눈에 들어왔고요. 돼지가 저한테 와서 제 손 냄새를 맡게 해주려고 손을 내밀었는데, 숨이 되게 따뜻했어요.”6)

 

 

돌봄과 비질

 

비질에 참여했던 새벽이생추어리 활동가들이 다시 모였다. 비질에서 경험한 세계를 비질 바깥의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을 때의 당혹감, 우울감, 회의감이 우리를 다시 모이게 했다. 돼지들과의 마주침 이후의 비틀린 감각, 상처 입은 마음을 공유하고, 일상에서 겪은 감정의 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돌봄 활동가들은 자체적으로 비질 모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혜리 활동가가 새벽이생추어리 비질(dawn_vigil_)이라는 이름의 인스타 계정을 만들었다.7) 프로필에는 "비질을 기록하고 마음을 나눕니다."라는 한 줄 설명을 달았다.

 

새벽이생추어리 비질 모임을 소개할 수 있는 낭독문8)도 작성하기로 했다. 나는 초안을 맡았고 이후에 그린 활동가와 회의를 거쳐 수정, 보완했다. 새벽, 잔디를 만나온 우리를 묶어줄 수 있는 공통 키워드로 나는 '돌봄'을 떠올렸다. 새벽이생추어리 돌봄은 인간 동물이 비인간 동물과 밀접 접촉하여 서로의 냄새와 분비물을 묻히고, 서로의 몸과 마음을 끊임없이 살피는 상호의존적 활동이라고 생각했다. 돌봄 활동가들은 서로의 돌봄 행위를 일지를 통해 공유해왔다. 나는 새벽, 잔디와 함께 비인간 동물과의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활동가들의 지속적이고 섬세한 실천을 지켜보며 종종 감탄했다. 비질에서도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돼지들과 신체적 관계를 맺는다. 그들에게 물과 음식을 건내며 그들과 돌봄 관계로 뒤얽힌다. 나는 비질과 돌봄이 교차하는 자리에 우리가 서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언젠가 초심을 생각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우리가 릴레이로 지속해온 '돌봄'을 떠올리기를 희망했다.

 

낭독문은 비질 모임이 진행되고 활동가들의 피드백을 거쳐 계속 수정되고, 보완될 거라고 생각했다. 

 

 

 

마음을 기록하기

 

2023년 10월 10일. 나는 두 번째로 비질에 참여했다. 새벽이생추어리 비질(dawn vigil)에서 여는 첫 모임이기도 했다. 도착해서 처음으로 목격한 트럭은 밖에서 정차하지 않고 바로 도살장으로 들어갔다. 완전히 들어가지는 않고 입구 쪽에 대기하고 있어서 우리는 바리케이트를 사이에 두고 돼지들을 만났다. 페트병을 꾸욱 눌러 돼지들에게 물을 주기 시작하는데 어떤 직원이 우리에게 다가와 말했다. "물 주면 안 돼. 물을 주면 키로수가 틀려진다고. 다 달아서 이거 돈 주는 건데. 돈이 다 틀려지는 거라고. 돈이. 저울에 딱 달아놨는데 물 준만큼 숫자가 올라가면 돼지 값이 올라가는 거야. 보고 그러는 건 괜찮지만 물 주면 안돼. 그리고 여기 들어오지 말어. 저기까지 가라고."9) 트럭은 곧 도살장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갓길에 서서 다음 트럭을 기다렸다.

 

돼지에게 물을 주다 보면 얼굴에 이물질이 튀기도 한다. 생강 활동가는 후기에 이렇게 적었다. "입에 물을 주다가 돼지 몸에 맞고 튀긴 오물물이 내 얼굴에 옷에 묻었다. 처음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다가 점차 마음이 편해지며 피하지 않게 되었다. 잠시나마 우리가 같은 오물을 묻히고 같은 냄새가 나서 나는 덜 부끄러워졌다."10) 도살장으로 들어가는 돼지를 바라보며 가만히 기도를 하던 재현 활동가는 후기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는 그저 손을 모으고 절을 해요. 이 도로로 끌려왔고 곧 공장으로 끌려갈 동물들이 그들의 죽음을 정당화하는 사회의 도덕을 뚫고 감각과 의식의 영토 위로 불쑥 솟아나 기어코 타자의 자리를 쟁취하길 바라는 마음으로요."11) 영인 활동가는 절을 하다가 눈물이 났다고 했다. "정신없이 사진 찍고 물을 주느라 잊고 있었는데, 땅바닥에 이마를 대고 있으니 꼭 내가 저들을 살려달라고 비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떤 생명은 살리려고 애쓰고, 어떤 생명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죽이려고 애쓰는 세상이 슬프고 비참해서 눈물이 났다."12) 그러면서도 우리의 '이상한' 행동이 기쁘게 느껴졌다고 썼다. "갑자기 나랑 이 사람들(비질 식구들)이 굉장히 ‘이상한’걸 하고 있구나 실감이 났다. 수없이 많은 돼지가 빽빽하게 트럭에 실려와서 도살장에 들어가는 것이 너무 당연한 세상에서 그 목숨들을 애도하는 것이 사회에는 아주 이상하게 보일 것 같고, 그래서 기뻣다…"

 

 

 

 

 

 

 

 

 

 

 

영인, 다큐 <231010 비질> 캡처 

 

그리고 우리는 낭독문을 함께 읽었다.

 

 

10.10 새벽이생추어리 비질 낭독문
 
 
- 비질은 도살장 앞을 찾아가 종차별주의 사회에서 고통 받는 동물들의 현실을 함께 목격하고 증언하는 활동입니다.
 
- 비질(Vigil)은 본래 사회적 참사의 희생자를 애도하는 정치적인 집단행동을 의미하지만, 캐나다 동물권단체 ‘토론토 피그세이브’(Tronto Pig Save)가 도살장 앞에서 동물들을 애도하는 비질을 시작하면서 풀뿌리 동물 해방운동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DxE-korea와 서울애니멀세이브에서 처음으로 비질을 시작했습니다.
 
- 새벽이생추어리 돌봄 활동가들은 공장식 축산농장에서 구조된 돼지 새벽이와 실험동물로 태어나 안락사 직전에 구조된 돼지 잔디를 정기적으로 돌보면서, 동물과 인간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계와 착취를 예의주시하고, 종간 경계를 뛰어넘는 신체적 관계를 만들기 위해 애써왔습니다. 돌봄은 시혜적 태도로는 참여할 수 없는 '상호의존적 활동'이고, 인간 또한 동등한 동물로서 그들과 연대하는 모두의 '동물해방운동'입니다.
 
- 돌봄은 비질로 이어집니다. 새벽이, 잔디와 접촉하며 연결된 돌봄의 감각으로 도살장 앞을 찾아갑니다. 죽음 직전의 동물들에게 물과 음식을 건네며 그들과 짧은 순간이나마 돌봄 관계로 뒤얽힙니다. 그들의 눈을 응시하고, 그들의 살을 만지고, 그들의 울부짖음을 듣습니다.
 
- 새벽이생추어리 비질에서는 돌봄과 비질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지속적으로 살아있는 동물들을 마주하고, 죽은 동물들을 기억할 것입니다. 우리는 고기로 태어난 동물들의 비극적 현실을 집요하게 응시하며, 그 자리로부터 전해진 장면과 이야기를 퍼뜨리고, 우리에게 공유된 마음을 나누고 기록할 것입니다.

 

 

목격과 증언

 

비질에 참여한 사람들의 마음이 기록되고 있다. 비질을 목격한다는 건 비인간 동물 당사자들의 고통과 더불어, 그 경계를 뛰어넘어 고통에 전염된 활동가들의 마음까지 살핀다는 의미로 생각해본다. 비질을 증언한다는 건 도살장 앞에서 목격한 장면과 동물과의 지속적인 마주침으로 변해가는 우리의 행동과 언어를 함께 기록하는 실천이라고 생각해본다. 그리고 비질은 새벽, 잔디와 함께 새벽이생추어리를 만들어가는 돌봄 네트워크와 끊임없이 연결되고, 그 밖의 장소에서 고통 받는 인간/비인간 동물들과 연대하며, 그들을 맞아들이는 환대의 모임이라고 생각해본다. 

 

새벽이와 잔디를 만난다. 도살장 앞의 동물들과 마주한다. 마주침 이후의 언어와 행동을 기록한다.

당신들의 나이듦을 충분히 목격하고, 증언할 수 있을 때까지, 그러고 싶다. 

 

 

이사 레슈코, <사로잡는 얼굴들>

VIOLET, POTBELLIED PIG, AGE 12, ll

 

 


 

1) 서울동물영화제, <여섯 달> 김지원 감독과의 인터뷰

https://www.instagram.com/p/Cyr_8uFgXDx/?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id=MzRlODBiNWFlZA==

2) ANITA KRAJNC, BRINGING THE WORLD TOGETHER TO BEAR WITNESS

https://unboundproject.org/anita-krajnc/

3) Joaquin Phoenix Followed SAG Awards With Vigil for Pigs: “I Have to Be Here”

https://www.hollywoodreporter.com/news/general-news/joaquin-phoenix-followed-sag-awards-vigil-pigs-i-have-be-here-1271468/

4) 더는 뺏길 게 없는 도살장 앞 흰 소…‘비질’은 계속된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532789

5) <당신의 얼굴 Your soul> 비질 사진전, 2021. 12. 10. - 12. 23.

https://godehr98.wixsite.com/-site-1

6) 생명의 경계에서 - 비질 참여 현장 (2)

https://www.bigissue.kr/magazine/new/312/2016

7) 새벽이생추어리 비질

https://www.instagram.com/dawn_vigil_/

8) 새벽이생추어리 비질 낭독문, 231010

https://www.instagram.com/p/CySrjuWO3rg/?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id=MzRlODBiNWFlZA==

9) 영인, 다큐 <231010 비질> 

10) 생강, 231010, 새벽이생추어리 비질

https://www.instagram.com/p/CyksLNRJW8g/?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id=MzRlODBiNWFlZA==

11) 재현, 231010, 새벽이생추어리 비질

https://www.instagram.com/p/Cya4-zBLatT/?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id=MzRlODBiNWFlZA==

12) 영인, 231010, 새벽이생추어리 비질

https://www.instagram.com/p/Cykpw2KpPsZ/?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id=MzRlODBiNWFlZA==

 

댓글 4
  • 2023-10-23 14:04

    경덕님을 통해서나마 비인간동물들과 인간동물의 관계를 생각해볼수 있는 기회가 되어 감사합니다
    잠시나마 그들을 위해 애도하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 2023-10-24 14:38

    목격자들의 증언을 나도 모르게 숨죽이며 읽게 되는군요.

  • 2023-10-24 21:18

    <사로잡는 얼굴들>의 사진을 한참 보게 되네요....

  • 2023-10-25 19:07

    조아라..

윤경이는 마을활동가
      지난 4월 13일과 14일 낮 최고 기온이 27.3℃와 29.4℃였다. 아직은 이른 봄인데, 기온은 한여름이다. 작년보다도 더 빠르게 더워지는 것 같고, 무엇보다 햇빛의 강도가 작년과 또 다르게 더 강렬했다. (올해는 새로운 패턴이 생긴 것도 같다. 너무 일찍 더워졌다가 또 급하게 온도가 내려가 평년보다 더 쌀쌀해진 느낌이다) 그런 햇빛을 받으며 걷고 있는 나는 겁이 났다. 정말 지구가 불타오르는 것 아닐까 해서다.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아이들이 엄청 더워서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인다. 괜스레 미안해지고 안쓰러웠다. 기후변화가 시작된 것은 이미 오래전이고, 이제 기후위기라고 한다. 이런 지구를 물려주는 어른으로서 나는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번 어린이날 행사에 참여하며 느낀 점을 정리하며 또다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 본다.         친구야 노~올자     2024년 5월 5일 제102회 어린이날, 우리 동네에서는 제17회 금천어린이큰잔치 ‘친구야 노~올자’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2007년부터 시작된 마을 행사이다. 우리구는 1995년 구로구에서 분구된 후 ‘금천구’라는 정체성을 찾는데 시간이 좀 걸린 것 같다. 그래서 어린이날 행사도 한동안 없었다. 우리 동네 어린이들은 신도림 가로공원에서 열리는 어린이날 행사까지 다녀와야 했단다. 그런 상황을 보고 ‘나서는 어른들’이 있었다. 우리 동네 어린이들도 우리 동네에서 놀게 하자고. 그런 어른들의 제안으로 2007년 처음 금천구에도 어린이날 행사가 생긴 것이다. 전교조, 노동조합, 청년회, 진보정당 등 지역의 여러 단체가 첫 행사를 준비했다. 처음 열린 행사에서는 이주노동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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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단순삶
2024.05.20 | 조회 149
남어진의 현장분투기
나와 당신의 책임   10년 전, 밀양 송전탑 반대 운동이 일어났다. 그때 쓰인 멋진 슬로건들을 생각하고 있자면, 만든 이를 찾아가 박수를 쳐 주고 싶어지곤 한다.전기를 소비하는 곳에는 책임이 있다. 전기를 생산하고 송전하는 곳의 고통에 대한 책임이다. 그 책임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슬로건이 있었다 .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또,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였던 송전탑 반대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킨 데에 기여했던 슬로건도 있다.   "우리 모두가 밀양이다"   누군가가 당사자이고, 누군가는 당사자가 아니라고 규정할 수 없게 되어 버린 에너지 문제를 정확하게 짚어 냈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말이다. 이 슬로건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는 운이 좋게도 끝없이 확장되는 사회 운동을 경험했다. 설령 자신이 서 있는 곳이 밀양이 아니더라도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운동이었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밀양은 졌다. 높이 100m짜리 송전탑은 어디를 가도 피할 수 없다. 밭일을 할 때도, 병원을 가기 위해 마을 길을 걸을 때도, 캄캄한 밤 안방 창문에서도 쇳덩어리를 마주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낮 쇳덩어리면 얼마나 좋겠는가. 저 철탑에는 핵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가 흐른다. 전기가 흐르지 않는다고 상상해 보아도, 마주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송전탑에는 돈으로 갈기갈기 찢긴 마을 공동체의 상처가 묻어 있다. 38만 명의 경찰이 투입되어 사람을 짓밟았던 폭력의 상처, 함께 싸우다 떠난 이들에 대한 그리움이 덕지덕지 묻어 있다.   ▲ 2014년, 2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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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0 | 조회 202
일상명상
덕밍 아웃, 그 후   지난 글에서 호기롭게 덕밍 아웃을 했지만 명상에 빠져든 이유를 명확하게 알았던 것은 아니다. 명상에 빠진 것은 결과지 이유는 아니니까. 하여 명상이 처음부터 함께 있으면 편안하고 좋은 친구와 같다고 했지만 정작 누군가 뭐가 그렇게 좋으냐고 물었다면 제대로 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마 그냥 좋으니까 좋았다는 식의 동어 반복을 되풀이하지 않았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무언가에 꽂힐 때 그 이유를 다 알아서는 아닌 것 같다. 우연히 어떤 것에 마음이 불꽃처럼 호응할 때 그저 속절없이 빠져드는 게 아닐까. 처음엔 빠져든 이유를 잘 모르는 터라 경우에 따라 ‘입덕 부정기’를 겪기도 하면서 말이다. 대개는 빠져든 다음에야 그 이유를, 스스로가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를 발견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낸 이유 덕분에 다시 그 대상을 더 깊이 애정하게 되는, 다이내믹한 순환이야말로 덕질의 진정한 묘미가 아닐지.     나도 명상의 경험이 쌓이면서 이른바 덕질의 묘미를 맛보고 있다. 명상이 뭔지도 모르고 매달리듯 빠져들었다가 이제야 차츰 명상이 뭔지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명상을 하기 전까지는 그렇게나 많은 쓸데없는 생각들에, 그렇거나 많이 휘둘리고 있는 줄 몰랐다. 그 때문에 명상을 통해 처음 경험했던 침묵과 평온이 그토록 강렬하게 인상에 남았는지도. 만약 명상이 아니었다면 일 년 365일, 꺼지지 않는 텔레비전처럼 소란스런 정신적 수다 때문에 괴롭다는 걸 영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그 순전한 무지에서 벗어난 순간, 마치 세상의 비밀을 다...
덕밍 아웃, 그 후   지난 글에서 호기롭게 덕밍 아웃을 했지만 명상에 빠져든 이유를 명확하게 알았던 것은 아니다. 명상에 빠진 것은 결과지 이유는 아니니까. 하여 명상이 처음부터 함께 있으면 편안하고 좋은 친구와 같다고 했지만 정작 누군가 뭐가 그렇게 좋으냐고 물었다면 제대로 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마 그냥 좋으니까 좋았다는 식의 동어 반복을 되풀이하지 않았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무언가에 꽂힐 때 그 이유를 다 알아서는 아닌 것 같다. 우연히 어떤 것에 마음이 불꽃처럼 호응할 때 그저 속절없이 빠져드는 게 아닐까. 처음엔 빠져든 이유를 잘 모르는 터라 경우에 따라 ‘입덕 부정기’를 겪기도 하면서 말이다. 대개는 빠져든 다음에야 그 이유를, 스스로가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를 발견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낸 이유 덕분에 다시 그 대상을 더 깊이 애정하게 되는, 다이내믹한 순환이야말로 덕질의 진정한 묘미가 아닐지.     나도 명상의 경험이 쌓이면서 이른바 덕질의 묘미를 맛보고 있다. 명상이 뭔지도 모르고 매달리듯 빠져들었다가 이제야 차츰 명상이 뭔지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명상을 하기 전까지는 그렇게나 많은 쓸데없는 생각들에, 그렇거나 많이 휘둘리고 있는 줄 몰랐다. 그 때문에 명상을 통해 처음 경험했던 침묵과 평온이 그토록 강렬하게 인상에 남았는지도. 만약 명상이 아니었다면 일 년 365일, 꺼지지 않는 텔레비전처럼 소란스런 정신적 수다 때문에 괴롭다는 걸 영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그 순전한 무지에서 벗어난 순간, 마치 세상의 비밀을 다...
오영
2024.05.09 | 조회 190
K장녀_돌봄을 말하다
          언젠가 엄마의 구술 생애사를 써볼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엄마의 삶을 기록으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엄마의 삶을 통해 우리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손녀딸이 인터뷰를 시작하긴 했는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진행을 못해서 좀 아쉽다. 이렇게 빨리 엄마가 기억을 잃고 이야기를 못하게 될 줄 그때는 몰랐다.       산업화세대 워킹맘   10년 전쯤 아버지가 대장암 재발로 병원에 오래 입원해 계실 때 엄마는 병원간호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혈관이 잘 안 나오는 아버지에게 혈관 주사를 놓으려면 꽤나 힘이 들었는데 엄마가 곧잘 혈관을 잡아주었기 때문이다. 1935년생인 엄마는 간호사이자 조산사였다. 엄마가 간호사 면허번호를 말하면(0000번 대) 간호사들(면허번호 000000번 대)은 깜짝 놀라며 ‘선배님’이라 불렀다. 엄마는 은근히 그걸 즐기는 듯했다. 대학병원 수술실에서 근무하던 엄마는 결혼하면서 그만두었고, 시골학교 교사인 아빠의 고향에서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는 걸 도왔다고 했다.   엄마는 의대에 가고 싶었다. 중학생 때 친엄마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새엄마가 들어오셨는데 엄마가 의대 가는 걸 반대해서 간호학교에 갔다. 동생인 삼촌 두 분은 의사다. 엄마 세대, 즉 산업화 세대에 많은 딸들은 아들들을 위해서 진학을 포기하고 산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남동생을 위해 희생한 누나들. 엄마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딸이었기 때문에 원하는 의대에 갈 수 없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 엄마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내 또래는 대부분 형제가 4~5명 정도 된다. 유독 우리집은 형제가 오빠와...
          언젠가 엄마의 구술 생애사를 써볼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엄마의 삶을 기록으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엄마의 삶을 통해 우리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손녀딸이 인터뷰를 시작하긴 했는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진행을 못해서 좀 아쉽다. 이렇게 빨리 엄마가 기억을 잃고 이야기를 못하게 될 줄 그때는 몰랐다.       산업화세대 워킹맘   10년 전쯤 아버지가 대장암 재발로 병원에 오래 입원해 계실 때 엄마는 병원간호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혈관이 잘 안 나오는 아버지에게 혈관 주사를 놓으려면 꽤나 힘이 들었는데 엄마가 곧잘 혈관을 잡아주었기 때문이다. 1935년생인 엄마는 간호사이자 조산사였다. 엄마가 간호사 면허번호를 말하면(0000번 대) 간호사들(면허번호 000000번 대)은 깜짝 놀라며 ‘선배님’이라 불렀다. 엄마는 은근히 그걸 즐기는 듯했다. 대학병원 수술실에서 근무하던 엄마는 결혼하면서 그만두었고, 시골학교 교사인 아빠의 고향에서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는 걸 도왔다고 했다.   엄마는 의대에 가고 싶었다. 중학생 때 친엄마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새엄마가 들어오셨는데 엄마가 의대 가는 걸 반대해서 간호학교에 갔다. 동생인 삼촌 두 분은 의사다. 엄마 세대, 즉 산업화 세대에 많은 딸들은 아들들을 위해서 진학을 포기하고 산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남동생을 위해 희생한 누나들. 엄마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딸이었기 때문에 원하는 의대에 갈 수 없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 엄마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내 또래는 대부분 형제가 4~5명 정도 된다. 유독 우리집은 형제가 오빠와...
인디언
2024.05.07 | 조회 353
기린의 걷다보면
  지난 1월에 마포 난지생명길 1코스를 걸었다. 쓰레기산이었던 난지도 공원을 숲으로 만든 이야기 『씨앗부터 키워서 천이숲 만들기』를 읽고 찾아가 본 둘레길이었다. 그 때 노을 공원에 자리한 ‘나무자람터’에서 키운 묘목을 공원의 경사지에 심는 자원봉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숲과 숲을 개미집처럼 이어주는 ‘1천명의 나무 심는 개미들’ 활동이었다. 언젠가는 직접 나무를 심어보고 싶어서 활동 신청을 했고 905번 개미로 신청되었다는 연락도 받았다. 무리개미, 개별개미, 수시개미 등으로 분류해서 가능한 날짜에 신청하라고 매달 초에 문자로 공지가 왔다. 5월 공지에서 토요일 오후 2시 개별개미 활동 신청을 받는 것을 확인했다. 마침 세미나 방학이라 5월 4일 토요일 활동에 참가 신청을 했다.    토요일 오후에 난지공원을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헤맬 것을 예상하고 일찌감치 나섰다. 9호선 당산역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30분이면 충분하다는 네이버 지도의 안내를 믿었다. 당산역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반, 근데 버스 정류장이 사람들이 북적였다. 난지 공원 주변으로 상암 올림픽 경기장, 하늘 공원, 노을 공원까지 여러 행사들이 연이어 열리는 모양이었다. 겨우 버스를 탔는데 30분이면 된다던 거리가 한 시간이 넘게 걸리도록 막혔다. 집합 장소에 도착하니 2시 10분이 지나있었다.      회사에서 신청해서 왔다는 일가족 세 명, 개별로 신청한 네 명, 교회청년회 봉사활동으로 참가했다는 청년들 다수가 오늘의 참가자였다. 나처럼 개별로 왔다는 분은 노을 공원에 이렇게 아카시아가 많은 줄 몰랐다고 감탄을 했다. 약속 시간에 늦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던 나도 그제야...
  지난 1월에 마포 난지생명길 1코스를 걸었다. 쓰레기산이었던 난지도 공원을 숲으로 만든 이야기 『씨앗부터 키워서 천이숲 만들기』를 읽고 찾아가 본 둘레길이었다. 그 때 노을 공원에 자리한 ‘나무자람터’에서 키운 묘목을 공원의 경사지에 심는 자원봉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숲과 숲을 개미집처럼 이어주는 ‘1천명의 나무 심는 개미들’ 활동이었다. 언젠가는 직접 나무를 심어보고 싶어서 활동 신청을 했고 905번 개미로 신청되었다는 연락도 받았다. 무리개미, 개별개미, 수시개미 등으로 분류해서 가능한 날짜에 신청하라고 매달 초에 문자로 공지가 왔다. 5월 공지에서 토요일 오후 2시 개별개미 활동 신청을 받는 것을 확인했다. 마침 세미나 방학이라 5월 4일 토요일 활동에 참가 신청을 했다.    토요일 오후에 난지공원을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헤맬 것을 예상하고 일찌감치 나섰다. 9호선 당산역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30분이면 충분하다는 네이버 지도의 안내를 믿었다. 당산역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반, 근데 버스 정류장이 사람들이 북적였다. 난지 공원 주변으로 상암 올림픽 경기장, 하늘 공원, 노을 공원까지 여러 행사들이 연이어 열리는 모양이었다. 겨우 버스를 탔는데 30분이면 된다던 거리가 한 시간이 넘게 걸리도록 막혔다. 집합 장소에 도착하니 2시 10분이 지나있었다.      회사에서 신청해서 왔다는 일가족 세 명, 개별로 신청한 네 명, 교회청년회 봉사활동으로 참가했다는 청년들 다수가 오늘의 참가자였다. 나처럼 개별로 왔다는 분은 노을 공원에 이렇게 아카시아가 많은 줄 몰랐다고 감탄을 했다. 약속 시간에 늦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던 나도 그제야...
기린
2024.05.06 | 조회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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