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아무튼, 공동체력

무사
2023-08-31 19:42
503

 

아무튼, 공동체력

 

2023.8.31. 정화편

Designed by Cho-hui

 

 

 

 

 

(앞으로 꽃길만 걷고 싶은) 백수 꿈나무

살림의료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희망법/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한국성폭력상담소 후원회원

문탁에서 함께 공부하던 임수를 꼬드겨 '쫌 다른 가족-되기' 실험 중

소박하게 꾸린 정임합목 양생하우스에서 앎과 삶에 관해 질문하며 살고 있다.

 

 

백수에게도 번아웃이?

 

갭이어(Gapyear)의 중간 지점을 지나고 있다. 20년의 직장생활을 꾸역꾸역 마무리한 후 맞는 꿀맛같은 휴식이다...라고 쓰고 싶지만, 질끈 눈을 감고 싶을만큼 즐비한 사건사고 때문에 뉴스, 신문, 솔직히는 책과도 거리를 두고 싶은 나날들이다.

 

두달 전 긴 제주여행 끝에 번아웃이 찾아왔다. 백수에게 번아웃이 웬말이냐며 나조차 비웃었지만,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문탁 양생프로젝트 1학기 에세이를 겨우 마무리하고 나서도 번아웃은 좀 더 이어졌고, 7월 중순이 되어서야 나아졌다. 나름 퇴직증후군을 겪고 있는가보다 했지만, 사실 직장생활을 하던 중에도 짧고 길게 번아웃은 찾아왔었다. 사치라며 뒤로 미루거나 지는 척 대충 겪어내면서 미봉해왔을 뿐이었다.

 
 
 

<미생>의 장그래처럼 나에게도 운동과 체력은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달리고 나면, 상념은 사라지고 근육의 통증과 심장 박동만이 남는 순간이 온다. 땀에 흠뻑 젖은 몸뚱이만이 지금 이 순간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지지고 볶았던 많은 것들이 하찮게 느껴졌다.

 

 

돌잡이의 매직

 

학창시절에도 공부와 운동을 병행했다. 돌잡이로 연필과 공을 동시에 잡았던 운명 탓이려나? 초딩 때는 하루 이틀 상간에 수학경시대회와 육상대회를 나간 적도 있다. 중학교에 다닐 적엔 검도를 배웠고, 만화 <슬램덩크>를 보며 농구기술을 독파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는 <마지막 승부>라는 농구 드라마의 높은 시청율을 등에 업고 체육선생님과 독대하여 운동장에 농구대를 설치했다.(그때까지 운동장에 농구대가 없었다니...!!)

 

체육시간을 떠올리면 대부분의 여학생들은 출렁이는 가슴을 감추려 윗옷을 부여잡고 달리기를 했다거나, 몸이 안좋다고 말하고 주로 자습을 했다거나, 훌라후프를 돌리거나 배구공을 몇번 토스하고 말았다거나, 남학생들이 축구를 하는 동안 피구나 발야구를 했다거나(이건 그나마 좀 나은 경우) 아니면 스탠드에 앉아 응원을 했다고 했다. 당연지사 운동은 넘의 일일 수 밖에.

 

 

"여자애같이 달려봐."

 

2015년 미국에서 한 기업이 세계 여성의 날(매년 3월 8일)을 기념해 '라이크 어 걸Like a girl, 여자애같이 달려보세요' 캠페인을 연 적이 있다. 이 캠페인은 여성에 대한 편견의 민낯을 보여 주었다. 카메라 앞에 선 사람들 대부분은 팔을 옆으로 살랑살랑 흔들며 조심스럽고 예쁘게 대충 달리려 애를 썼다. '보통의 달리기'와는 대비되는 괴이한 모습이었다. 이런 편견과 관념이 만연한 사회구조 속에서 대부분의 여성들이 운동과 멀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여성 몸의 골격과 근육을 섹시하게 그린다는 컨셉의 책.
(굳이 왜?)
 

여성의 몸은 늘 응시의 대상이었다. 얼굴, 가슴, 엉덩이, 다리로 분절된 여성의 몸을 향한 관음적 시선은 심지어 스포츠가 업인 여자 선수들의 몸에도 가닿았다. 여자 배구와 여자 농구 선수들이 언젠가부터 몸에 착 달라붙는 유니폼을 입고 운동했던 장면이 생생하다. 농구공의 색도 달랐다. 남자 농구 경기에서는 적갈색 단색 농구공을 쓰는 반면 여자 농구 경기에서는 알록달록한 농구공을 사용했다. 농구협회의 해명대로 스키니한 유니폼이 경기력을 향상시킨다면, 같은 시기 남자선수들은 왜 헐렁한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했는지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여자 스포츠 선수 유니폼에는 여전히 덕지덕지 규제가 붙어 있다.

 
헐렁 유니폼(좌), 스키니 유니폼(우)
 

테니스에 진심인 학교

 

여중, 여고를 다닌 나는 비교적 운이 좋은 편이었다. 운동장은 '우리'의 것이었고, 분절된 시선에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아니 그나마 적었다. 애교심은 별로 없지만, 우리 학교의 '테니스 특성화' 커리큘럼은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물론 고3 때는 자습으로 전환되기 일쑤였지만, 교내 체육대회 종목에도 테니스가 있을 만큼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테니스에 진심이었다. 이 모든 것은 한 체육선생님의 지도철학 덕분이었다. '여자'라고 해서 맨날 배구 토스, 훌라후프, 농구 드리볼이나 대충 배우는 것으로 체육시간을 보내서는 안된다고. 생활체육 종목 한 가지는 평생 취미로 할 수 있을 정도로 기본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선생님의 재직기간이 10년 이상이었으니, 테니스를 제대로 칠 줄 아는 최소 만 여 명의 여고 졸업생 중 일부는 지금도 어디에선가 테니스 라켓을 휘두르고 있을수도. 멋지지 아니한가. 

 

근골격계 질환을 앓게 되면서 테니스같은 편향성 운동을 계속하기 어려워졌다. 자연스레 등산, 수영, 달리기, 걷기 등 근골격계에 도움이 되는 운동을 혼자하는데 익숙해져 갔다. 그것이 뭐든 꾸준히 해온 결과물을 확인하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다. 요 근래 상박(팔꿈치~어깨)에 근육이 소소하게 올라오고 있다. 수영 덕분이다. 상박 이외에도 몸 여기저기에 서서히 잔근육이 붙고 있다. 수영은 근육운동과 유산소 운동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전신운동이다. 게다가 물의 부력이 관절에 주는 압력을 경감시켜 부상의 위험도 적다.(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수영장까지 오가는 시간과 운동 전후 샤워 시간까지 고려하면 2시간~2시간30분, 꽤 긴 시간을 낼 수 있어야 가능한 운동이기도 하다. 물에 공포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보니 진입 장벽도 좀 있는 편이다.

 
종목별 사용 근육 범위(수영이 짱이다!)

 

그렇게 덮석 물줄은 몰랐다.^^;;

 

문탁에서 막 공부를 시작했던 꼬꼬마 시절, 별로 친하지도 않은 임수와 덜컥 대만 올레길 걷기 여행을 같이 가게 되었다. 당시 여행은 가고 싶은데 마땅한 메이트를 찾지 못하던 임수에게 '그럼 같이 갈래요?'라고 예의상 물어봤을 뿐인데, 임수는 같이 가겠다며 내 제안을 덮석 물었다.-.- 대만 여행 출발을 3주 정도 앞두고 좀 친해져볼겸, 체력과 장비 체크를 해볼겸 광교산 등산을 하기로 했다. 등산날 아침. 임수는 면티셔츠와 면바지에 무슨 스키점퍼 비슷한 걸 입고 나왔다. 등산을 가는데 말이다.-.- 간식으로는 연시를 싸왔다.(등산 휴식 때 먹으려 꺼낸 연시는 사방팔방 터져 있었다.) '흠...이 분과 함께 올레길 걸으려면 견적이 좀 나오겠군'

 

다행히 임수의 기본 체력은 생각보다 괜찮았고, 정상까지 별 무리없이 오를 수 있었다. 체력은 일단 OK. 알고보니 임수는 퇴근 후에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었고, 타고난 허벅지 근육 덕분인지 학창시절 닭싸움에서 져본적이 없는 나름 무림의 고수였다. 기본 등산복 정도는 구매할 것을 권하고, 챙겨야할 준비물 리스트를 알려주는 것으로 사전 체킹은 마무리했다. 그해 초겨울 임수와 대만 올레길을 걸으면서, 혼자 하는 운동도 좋지만 좋은 파트너와 함께 하는 운동도 꽤 매력적임을 알게 되었다. 올레길에서 땀흘리며 걷던 기억들이 모여 '함께 살 결심'의 바탕이 되었고, 그렇게 우리는 지지고 볶으면서 함께 살고 있다.

 

 

새벽 5시 30분

 

새벽 산책길(해가 아니고 달입니다.)

 

새벽 산책. 정임합목 양생하우스 오픈 이후 유지 중인 루틴이다. 5시 30분쯤 일어나 양치를 하고 음양탕을 마시고 몸을 깨우는 스트레칭을 한다. 40분 동안 걷다보면, 평소에는 들리지 않던 새소리와 바람소리, 나지 않던 풀냄새를 만난다. 후레쉬를 비춰가며 걷는 깜깜한 새벽 산행길. 길을 잘못 들어 헤맸을 때도 바람에 후두둑 떨어지는 낙엽비 소리 덕분에 두려움이 호기심으로 바뀌었던 신비로운 경험을 하기도 했다. 대형 반려종 둘(로이와 무명씨), 그 둘에 거의 끌려가다시피 산책을 하는 반려종 중년 남성, 천천히 그만의 속도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노년 남성, 라디오(복음성가)를 틀고 저 멀리서부터 존재감을 드러내며 씩씩하게 걸어오는 노년 여성 등 우리의 산책 메이트는 단지 우리만이 아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러웨이와 애나칭을 공부하며 관심을 갖게 되니, 하나둘씩 보이는 숲 속 생명과 이야기들... 피모아 쑬루는 아니지만, 엄청 멋진 동심원 예술가 거미군과 버섯군 역시 우리의 산책 메이트다.)

 

"삶이 엉망이 되어갈 때 여러분은 무엇을 하는가? 나는 산책을 한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버섯을 발견한다. 버섯을 통해 내 감각은 되살아난다. 꽃처럼 소란스러운 색깔이나 향기를 지니고 있어서가 아니다. 버섯은 불현듯 나타나, 다행히도 내가 그곳에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그러면 불확정성의 공포 속에서도 아직 즐거움이 있음을 알게 된다."(세계 끝의 버섯, 21-22)

 

 

"성평등해야 안전하다."

 

최윤종 강간살인 사건 피해자 추모집회(2023. 8. 24, 사건 현장과 신림역에서)

 

지난 8월 24일에 신림동 최윤종 강간살인 피해자 추모집회를 다녀왔다. 8월 17일 사건 발생 이후 정부는 연이은 ‘흉악범죄’ 대책으로 ‘CCTV 추가 설치, 의무경찰제 재도입’ 등 치안강화에 힘쓰겠다고 발표했고, 서울시내 한복판에는 장갑차가 등장했다. 이 사건 이후로 우리 하우스 인근 공원 산책길에도 '2인 이상 다녀야 안전하다'는 플랜카드가 크게 나붙었고, 대부분의 주민들이 2인씩 작조하여 산책을 하고 있다. 혼자 걷는 '건장한 남자'에 대한 경계심이 들때면 미안함과 속상함에 복잡한 마음도 잠시, 바로 태세를 전환하여 뒤에서 공격할 것에 대비하는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그리기도 한다. 인터넷에선 호신용품이 불티나게 팔린다 하고, 호신술을 배우려는 여성도 늘고 있다. 그런데 치안이 좋지 않아서, 호신용품이 없어서 호신술을 몰라서 발생한 폭력일까?

 

얼마 전 그레타 거윅 감독의 영화 <바비>가 개봉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기록을 깰 만큼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참패했다고 한다. <바비> 처럼 온건한 페미니즘, '싸우지 말고 함께 살아보자'는 메시지 조차 한국에서는 꼴페미 영화라며 배척당하는 형국이다. 최윤종 강간살인 피해자 추모시위 행렬은 관악구 공원에서 신림역까지 “혼자든 숲길이든 괜찮은 나라 만들어라”, “여성폭력 방치국가 모두에게 위험하다”, “장갑차 말고 성평등”, “호신용품 말고 성평등” 구호를 외치며 1시간 동안 행진했다. 행렬 옆을 지나던 한 노년 남성은 "조선 여자는 이래서 안된다"며 손가락질을 해댔다. '불안하다'고, '성평등해야 안전하다'고 외치는 여성들을 향한 혐오는 이제껏 여성 대상 범죄의 밑거름이 되어 왔다. 기시감이 들었다. '그러니까 여자 혼자 밤늦게 다니면 안된다.'(대낮이었다! 아니 밤이었어도 비난받을 일이 아닌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니 남자의 보호가 필요하다.'(성폭력 가해자의 대다수는 남자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대부분 아는 사람이다.) 다시금 여성은 가부장제라는 든든한 아니 단단한, 방패 아니 보호소에 갇혀 지내라는 말인가. 그 안에서 지금껏 여성들은 정말 안전했는지 묻고 싶다.

 

 

'자기', '방어', '훈련', '공동체'

 

2022년 파주여성민우회 부설 파주성폭력상담소에서 개최한 여성주의 자기방어훈련 안내 포스터

 

자기방어 훈련은 단순히 호신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여자는 체력>의 박은지 작가는 "자기방어 훈련은 신체적인 면은 물론 사회적으로 어떤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는지 자신을 탐색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며, (성)폭력에 대한 감수성 기르기, 자기방어가 일상에서 끊임없이 마주치고 목격하는 차별과 혐오에 대응하는 일임을 깨닫기, 폭력 상황에서의 대응 시나리오 작성하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포함한다"고 말한다.

 

십수년 전 자기방어 훈련에 참가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강사는 "우리는 서로 다른 몸을 갖고 있다. 내 몸과 마음의 힘, 강점과 약점을 발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이 서로 정수리를 맞대고 엎드려 서로 힘껏 밀었다. 자신의 힘과 상대의 힘을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체구가 작은 상대였지만, 제법 힘이 쎘다. 보기와는 달랐다. 서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당당한 자세와 걸음걸이를 연습했다. 이런 연습을 통해 "우리는 조금씩이라도 분노를 표현하고, 갈등을 피하지 않고 직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공동체 안에서 가능하다"고 박은지 작가는 말하고 있다.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하면서 살 수는 없고, 지지 집단에서 얻는 유대감과 소속감이 일상을 살아가는 데 정서적 버팀목이 되어 주기 때문에, 공동체는 누구에게나 꼭 필요하다. 부분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유기체인 우리 몸이 언제나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 움직인다는 점을 기억하자.. (중략).. 내가 휘청일 때 손을 잡아 줄 협력근 같은 공동체가 필요하다."(여자는 체력, 274~275쪽)

 

정화와 임수는 광교산행을, 대만 올레길을, 새벽 산행을 함께 하면서 체력도 관계도 더 단단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둘의 몸과 마음이 같을 수는 없는 법. 당연히 아픈 정도도 대응도 다르다. 그 과정에서 간혹 불협화음도 발생한다. 몸의 소리에 매우 적극적으로 귀 기울여 소화가 안될 때는 평위 오령산, 땀을 낼 필요가 있을 때는 갈근탕, 찬바람에 콧물이 날 때는 소청룡탕, 몸이 으슬하거나 피곤할 땐 쌍화탕 등 매일 1일 1약 하시는 임수와는 달리, 정화는 웬만큼 아프지 않고는 그냥 참는 편이다. 그래서 좀처럼 잘 아프지 않(다고 생각 하)지만 한번 아프면 크게 탈이 난다. 그래서 평소엔 정화가 임수를 챙기지만, 한번씩 크게 탈이 날 때 정화는 (평소에 챙긴 것이 있으니 부담없이 맘껏) 임수에 기대 편히 쉴 수 있다. 이렇게 다른 몸이 바로 정임합목 양생하우스의 베이스다. 흔들릴 때 손 잡아주고 함께 걷는 가족, 그리고 문탁이라는 든든한 공동체력이, 내가 가진 가장 멋진 근육이고 힘이다. 

 

 

[애독자 감사 이벤트]

 

9월 1일로 정임합목 양생(뉴)하우스 오픈 1주년을 맞습니다.

그동안 <정화와 임수의 좌충우돌 가족-되기> 연재를 읽어주신 애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감사 이벤트!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 중 세 분을 추첨하여 작은 선물을 드릴 예정이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선물발송예정일 : 9월 26일

 

(감사이벤트까지 써놓고보니, 뭔가 연재 마무리 멘트같네요. 안되나요? 문탁샘? 호호~)

 

댓글 11
  • 2023-08-31 21:10

    어느새 손가락이 자판을 두드리고 있네요. '작은' 선물에 혹해서. ㅎㅎ. 선착순 어찌 안 될까요? 해러웨이의 개 카옌처럼 앞발을 들이대며 무작정 비벼보고 싶네요. ㅎㅎ. 우리 정화님이 번아웃을 겪고 있었군요. 잘 겪어내기를. 이 흉흉한 시절에 손가락 힘이라도 길러서 공동 체력에 힘 좀 보태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이벤트에 응모합니다. 글은 항상 재밌게 읽고 있어요. 은근히 배어나오는 유머에 피식거리며 읽고 있답니다.

    • 2023-09-03 11:35

      제가 아니 (정확히는) ‘작은’ 선물 이벤트가 음지의 애독자님을 양지로 인도했군요ㅎㅎ 응답해주신 스프링님의 선착순 어필 감안하겠습니다!

  • 2023-08-31 22:28

    저요! 저요! 저도 이벤트 참여할래요~~
    정화와 임수의 안전한 새벽산행 응원합니다!! 서로를 돌보는 정화입목 양생하우스 멋져요.ㅎㅎㅎ
    정화님, 날도 선선해지고 있으니 이제 공부방에도 가끔 오셔요. 기다리고 있답니다.^^

  • 2023-09-01 08:35

    애독자입니다!! 혼자 아침 산행을 즐기는 1인으로 최신 발생한 사건 끔찍해요. 오늘 딸이 힘들게 아직 바비 하고 있는 상영관 찾아 보러 간다는데....발제가 코앞이라 못가겠네요. 해야 할 일은 많고 그 가운데 꼭 해야 할 일을 선택하는 일, 늘 갈등 때리며 삽니다. 아무튼 공동체력!

  • 2023-09-01 10:37

    지난 6개월 회전근개파열 땜시 어떤 운동도 안 하고 살았고
    며칠 전 임플란트 두 개 심는 수술땜시 며칠 째 비몽사몽 중인데
    정신이 번쩍 나는 글입니다.

    사실 저 대학교 때,
    운동권 남자애들은 시간 날 때마다 농구하는데
    운동권 여자애들은 시간 날 때마다 담배만 피우는 거 보고
    여자친구들과 농구도 하면서
    운동권 운동대회 열었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 운동권 되고 싶어요^^

  • 2023-09-01 11:15

    아 벌써 연재 1년이 되었군요.
    어쩐지 글이 제일 재밌고, 제일 잘 썼네. 했네요.

    운동, 춤에 완전 꽝인 저는 저런 운동부심이 엄청 부러워요.
    그래도 오래달리기는 늘 대표로 뛰었답니다. ㅍㅎㅎㅎㅎ

    같이 사는 사람과 운동이든 산행이든 몸을 움직이는 일에 합을 맞춘다는 건 어쩜 제일 중요한 일인 거 같아요.
    현명한 친구들이었군요.
    게다가 루틴하게 지속한다는 건 정말로 제일 부럽네욤.
    저도 숨쉬듯이 루틴한 무언가를 저를 위해서 하고 싶으네요.

  • 2023-09-01 11:16

    새벽산행 넘나 땡기네요! 근데 누구랑? ㅠㅠ 혼자는 무서워져버린 세상… 걍 낮에라도 요요샘 붙들고 산에 갈까봐요. ^^

  • 2023-09-02 01:29

    좋다, 음성 지원되는 듯ㅎㅎ

  • 2023-09-04 09:14

    댓글 이벤트가 효과가 좀 있었나요?ㅎㅎ
    오늘도 새벽산행했습니다. 날이 습해서 덥지도 않은데 땀을 많이 흘려서 기분이 좋습니다~
    날이 어두워질수록 같이 가는 이들에게 의지하게되네요~^^

  • 2023-09-08 20:49

    저도 이벤트 참여할래요~~ㅎㅎ
    글이 재밌어서 잘 읽고 있어요.
    저는 요즘 체력이 정말 모든 것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외출 한 번 하고 오면 방전되어서 쓰러지니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네요. 그래서 조금씩 가벼운 운동을 시작했어요. 방전되어서 빼먹는 날도 많지만요.....ㅎㅎ 학교 다닐 때 제일 못했던 과목이 체육과 수학이었던 사람으로서 꾸준히 운동을 자신의 삶 일부로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워요. 제가 그 자습하는 여학생이었거든요ㅋㅋ 저도 언젠간 운동이 친숙한 친구처럼 느껴지길...

  • 2023-09-20 19:53

    댓글 이벤트 종료합니다.
    응모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작은 선물을 드립니다^^

    선물은 9.23일 토요일부터 파지사유에서 찾아가실 수 있도록 창가 앞 책상에 두겠습니다.
    (요요샘, 문탁샘께는 별도 선물이 있는데요. 제작이 늦어져 10월초에나 배송될 것 같습니다. 이 때 저희가 제주에 있어서 파지사유로 배송되도록 해놓았습니다.)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

남어진의 현장분투기
나와 당신의 책임   10년 전, 밀양 송전탑 반대 운동이 일어났다. 그때 쓰인 멋진 슬로건들을 생각하고 있자면, 만든 이를 찾아가 박수를 쳐 주고 싶어지곤 한다.전기를 소비하는 곳에는 책임이 있다. 전기를 생산하고 송전하는 곳의 고통에 대한 책임이다. 그 책임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슬로건이 있었다 .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또,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였던 송전탑 반대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킨 데에 기여했던 슬로건도 있다.   "우리 모두가 밀양이다"   누군가가 당사자이고, 누군가는 당사자가 아니라고 규정할 수 없게 되어 버린 에너지 문제를 정확하게 짚어 냈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말이다. 이 슬로건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는 운이 좋게도 끝없이 확장되는 사회 운동을 경험했다. 설령 자신이 서 있는 곳이 밀양이 아니더라도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운동이었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밀양은 졌다. 높이 100m짜리 송전탑은 어디를 가도 피할 수 없다. 밭일을 할 때도, 병원을 가기 위해 마을 길을 걸을 때도, 캄캄한 밤 안방 창문에서도 쇳덩어리를 마주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낮 쇳덩어리면 얼마나 좋겠는가. 저 철탑에는 핵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가 흐른다. 전기가 흐르지 않는다고 상상해 보아도, 마주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송전탑에는 돈으로 갈기갈기 찢긴 마을 공동체의 상처가 묻어 있다. 38만 명의 경찰이 투입되어 사람을 짓밟았던 폭력의 상처, 함께 싸우다 떠난 이들에 대한 그리움이 덕지덕지 묻어 있다.   ▲ 2014년, 2차...
나와 당신의 책임   10년 전, 밀양 송전탑 반대 운동이 일어났다. 그때 쓰인 멋진 슬로건들을 생각하고 있자면, 만든 이를 찾아가 박수를 쳐 주고 싶어지곤 한다.전기를 소비하는 곳에는 책임이 있다. 전기를 생산하고 송전하는 곳의 고통에 대한 책임이다. 그 책임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슬로건이 있었다 .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또,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였던 송전탑 반대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킨 데에 기여했던 슬로건도 있다.   "우리 모두가 밀양이다"   누군가가 당사자이고, 누군가는 당사자가 아니라고 규정할 수 없게 되어 버린 에너지 문제를 정확하게 짚어 냈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말이다. 이 슬로건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는 운이 좋게도 끝없이 확장되는 사회 운동을 경험했다. 설령 자신이 서 있는 곳이 밀양이 아니더라도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운동이었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밀양은 졌다. 높이 100m짜리 송전탑은 어디를 가도 피할 수 없다. 밭일을 할 때도, 병원을 가기 위해 마을 길을 걸을 때도, 캄캄한 밤 안방 창문에서도 쇳덩어리를 마주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낮 쇳덩어리면 얼마나 좋겠는가. 저 철탑에는 핵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가 흐른다. 전기가 흐르지 않는다고 상상해 보아도, 마주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송전탑에는 돈으로 갈기갈기 찢긴 마을 공동체의 상처가 묻어 있다. 38만 명의 경찰이 투입되어 사람을 짓밟았던 폭력의 상처, 함께 싸우다 떠난 이들에 대한 그리움이 덕지덕지 묻어 있다.   ▲ 2014년, 2차...
남어진
2024.05.10 | 조회 120
일상명상
덕밍 아웃, 그 후   지난 글에서 호기롭게 덕밍 아웃을 했지만 명상에 빠져든 이유를 명확하게 알았던 것은 아니다. 명상에 빠진 것은 결과지 이유는 아니니까. 하여 명상이 처음부터 함께 있으면 편안하고 좋은 친구와 같다고 했지만 정작 누군가 뭐가 그렇게 좋으냐고 물었다면 제대로 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마 그냥 좋으니까 좋았다는 식의 동어 반복을 되풀이하지 않았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무언가에 꽂힐 때 그 이유를 다 알아서는 아닌 것 같다. 우연히 어떤 것에 마음이 불꽃처럼 호응할 때 그저 속절없이 빠져드는 게 아닐까. 처음엔 빠져든 이유를 잘 모르는 터라 경우에 따라 ‘입덕 부정기’를 겪기도 하면서 말이다. 대개는 빠져든 다음에야 그 이유를, 스스로가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를 발견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낸 이유 덕분에 다시 그 대상을 더 깊이 애정하게 되는, 다이내믹한 순환이야말로 덕질의 진정한 묘미가 아닐지.     나도 명상의 경험이 쌓이면서 이른바 덕질의 묘미를 맛보고 있다. 명상이 뭔지도 모르고 매달리듯 빠져들었다가 이제야 차츰 명상이 뭔지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명상을 하기 전까지는 그렇게나 많은 쓸데없는 생각들에, 그렇거나 많이 휘둘리고 있는 줄 몰랐다. 그 때문에 명상을 통해 처음 경험했던 침묵과 평온이 그토록 강렬하게 인상에 남았는지도. 만약 명상이 아니었다면 일 년 365일, 꺼지지 않는 텔레비전처럼 소란스런 정신적 수다 때문에 괴롭다는 걸 영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그 순전한 무지에서 벗어난 순간, 마치 세상의 비밀을 다...
덕밍 아웃, 그 후   지난 글에서 호기롭게 덕밍 아웃을 했지만 명상에 빠져든 이유를 명확하게 알았던 것은 아니다. 명상에 빠진 것은 결과지 이유는 아니니까. 하여 명상이 처음부터 함께 있으면 편안하고 좋은 친구와 같다고 했지만 정작 누군가 뭐가 그렇게 좋으냐고 물었다면 제대로 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마 그냥 좋으니까 좋았다는 식의 동어 반복을 되풀이하지 않았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무언가에 꽂힐 때 그 이유를 다 알아서는 아닌 것 같다. 우연히 어떤 것에 마음이 불꽃처럼 호응할 때 그저 속절없이 빠져드는 게 아닐까. 처음엔 빠져든 이유를 잘 모르는 터라 경우에 따라 ‘입덕 부정기’를 겪기도 하면서 말이다. 대개는 빠져든 다음에야 그 이유를, 스스로가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를 발견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낸 이유 덕분에 다시 그 대상을 더 깊이 애정하게 되는, 다이내믹한 순환이야말로 덕질의 진정한 묘미가 아닐지.     나도 명상의 경험이 쌓이면서 이른바 덕질의 묘미를 맛보고 있다. 명상이 뭔지도 모르고 매달리듯 빠져들었다가 이제야 차츰 명상이 뭔지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명상을 하기 전까지는 그렇게나 많은 쓸데없는 생각들에, 그렇거나 많이 휘둘리고 있는 줄 몰랐다. 그 때문에 명상을 통해 처음 경험했던 침묵과 평온이 그토록 강렬하게 인상에 남았는지도. 만약 명상이 아니었다면 일 년 365일, 꺼지지 않는 텔레비전처럼 소란스런 정신적 수다 때문에 괴롭다는 걸 영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그 순전한 무지에서 벗어난 순간, 마치 세상의 비밀을 다...
오영
2024.05.09 | 조회 115
K장녀_돌봄을 말하다
          언젠가 엄마의 구술 생애사를 써볼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엄마의 삶을 기록으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엄마의 삶을 통해 우리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손녀딸이 인터뷰를 시작하긴 했는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진행을 못해서 좀 아쉽다. 이렇게 빨리 엄마가 기억을 잃고 이야기를 못하게 될 줄 그때는 몰랐다.       산업화세대 워킹맘   10년 전쯤 아버지가 대장암 재발로 병원에 오래 입원해 계실 때 엄마는 병원간호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혈관이 잘 안 나오는 아버지에게 혈관 주사를 놓으려면 꽤나 힘이 들었는데 엄마가 곧잘 혈관을 잡아주었기 때문이다. 1935년생인 엄마는 간호사이자 조산사였다. 엄마가 간호사 면허번호를 말하면(0000번 대) 간호사들(면허번호 000000번 대)은 깜짝 놀라며 ‘선배님’이라 불렀다. 엄마는 은근히 그걸 즐기는 듯했다. 대학병원 수술실에서 근무하던 엄마는 결혼하면서 그만두었고, 시골학교 교사인 아빠의 고향에서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는 걸 도왔다고 했다.   엄마는 의대에 가고 싶었다. 중학생 때 친엄마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새엄마가 들어오셨는데 엄마가 의대 가는 걸 반대해서 간호학교에 갔다. 동생인 삼촌 두 분은 의사다. 엄마 세대, 즉 산업화 세대에 많은 딸들은 아들들을 위해서 진학을 포기하고 산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남동생을 위해 희생한 누나들. 엄마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딸이었기 때문에 원하는 의대에 갈 수 없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 엄마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내 또래는 대부분 형제가 4~5명 정도 된다. 유독 우리집은 형제가 오빠와...
          언젠가 엄마의 구술 생애사를 써볼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엄마의 삶을 기록으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엄마의 삶을 통해 우리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손녀딸이 인터뷰를 시작하긴 했는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진행을 못해서 좀 아쉽다. 이렇게 빨리 엄마가 기억을 잃고 이야기를 못하게 될 줄 그때는 몰랐다.       산업화세대 워킹맘   10년 전쯤 아버지가 대장암 재발로 병원에 오래 입원해 계실 때 엄마는 병원간호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혈관이 잘 안 나오는 아버지에게 혈관 주사를 놓으려면 꽤나 힘이 들었는데 엄마가 곧잘 혈관을 잡아주었기 때문이다. 1935년생인 엄마는 간호사이자 조산사였다. 엄마가 간호사 면허번호를 말하면(0000번 대) 간호사들(면허번호 000000번 대)은 깜짝 놀라며 ‘선배님’이라 불렀다. 엄마는 은근히 그걸 즐기는 듯했다. 대학병원 수술실에서 근무하던 엄마는 결혼하면서 그만두었고, 시골학교 교사인 아빠의 고향에서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는 걸 도왔다고 했다.   엄마는 의대에 가고 싶었다. 중학생 때 친엄마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새엄마가 들어오셨는데 엄마가 의대 가는 걸 반대해서 간호학교에 갔다. 동생인 삼촌 두 분은 의사다. 엄마 세대, 즉 산업화 세대에 많은 딸들은 아들들을 위해서 진학을 포기하고 산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남동생을 위해 희생한 누나들. 엄마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딸이었기 때문에 원하는 의대에 갈 수 없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 엄마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내 또래는 대부분 형제가 4~5명 정도 된다. 유독 우리집은 형제가 오빠와...
인디언
2024.05.07 | 조회 252
기린의 걷다보면
  지난 1월에 마포 난지생명길 1코스를 걸었다. 쓰레기산이었던 난지도 공원을 숲으로 만든 이야기 『씨앗부터 키워서 천이숲 만들기』를 읽고 찾아가 본 둘레길이었다. 그 때 노을 공원에 자리한 ‘나무자람터’에서 키운 묘목을 공원의 경사지에 심는 자원봉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숲과 숲을 개미집처럼 이어주는 ‘1천명의 나무 심는 개미들’ 활동이었다. 언젠가는 직접 나무를 심어보고 싶어서 활동 신청을 했고 905번 개미로 신청되었다는 연락도 받았다. 무리개미, 개별개미, 수시개미 등으로 분류해서 가능한 날짜에 신청하라고 매달 초에 문자로 공지가 왔다. 5월 공지에서 토요일 오후 2시 개별개미 활동 신청을 받는 것을 확인했다. 마침 세미나 방학이라 5월 4일 토요일 활동에 참가 신청을 했다.    토요일 오후에 난지공원을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헤맬 것을 예상하고 일찌감치 나섰다. 9호선 당산역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30분이면 충분하다는 네이버 지도의 안내를 믿었다. 당산역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반, 근데 버스 정류장이 사람들이 북적였다. 난지 공원 주변으로 상암 올림픽 경기장, 하늘 공원, 노을 공원까지 여러 행사들이 연이어 열리는 모양이었다. 겨우 버스를 탔는데 30분이면 된다던 거리가 한 시간이 넘게 걸리도록 막혔다. 집합 장소에 도착하니 2시 10분이 지나있었다.      회사에서 신청해서 왔다는 일가족 세 명, 개별로 신청한 네 명, 교회청년회 봉사활동으로 참가했다는 청년들 다수가 오늘의 참가자였다. 나처럼 개별로 왔다는 분은 노을 공원에 이렇게 아카시아가 많은 줄 몰랐다고 감탄을 했다. 약속 시간에 늦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던 나도 그제야...
  지난 1월에 마포 난지생명길 1코스를 걸었다. 쓰레기산이었던 난지도 공원을 숲으로 만든 이야기 『씨앗부터 키워서 천이숲 만들기』를 읽고 찾아가 본 둘레길이었다. 그 때 노을 공원에 자리한 ‘나무자람터’에서 키운 묘목을 공원의 경사지에 심는 자원봉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숲과 숲을 개미집처럼 이어주는 ‘1천명의 나무 심는 개미들’ 활동이었다. 언젠가는 직접 나무를 심어보고 싶어서 활동 신청을 했고 905번 개미로 신청되었다는 연락도 받았다. 무리개미, 개별개미, 수시개미 등으로 분류해서 가능한 날짜에 신청하라고 매달 초에 문자로 공지가 왔다. 5월 공지에서 토요일 오후 2시 개별개미 활동 신청을 받는 것을 확인했다. 마침 세미나 방학이라 5월 4일 토요일 활동에 참가 신청을 했다.    토요일 오후에 난지공원을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헤맬 것을 예상하고 일찌감치 나섰다. 9호선 당산역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30분이면 충분하다는 네이버 지도의 안내를 믿었다. 당산역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반, 근데 버스 정류장이 사람들이 북적였다. 난지 공원 주변으로 상암 올림픽 경기장, 하늘 공원, 노을 공원까지 여러 행사들이 연이어 열리는 모양이었다. 겨우 버스를 탔는데 30분이면 된다던 거리가 한 시간이 넘게 걸리도록 막혔다. 집합 장소에 도착하니 2시 10분이 지나있었다.      회사에서 신청해서 왔다는 일가족 세 명, 개별로 신청한 네 명, 교회청년회 봉사활동으로 참가했다는 청년들 다수가 오늘의 참가자였다. 나처럼 개별로 왔다는 분은 노을 공원에 이렇게 아카시아가 많은 줄 몰랐다고 감탄을 했다. 약속 시간에 늦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던 나도 그제야...
기린
2024.05.06 | 조회 159
동물을 만나러 갑니다
  재개발 구역의 고양이들 | 2편           동물의 의례   초코는 지붕 위에 앉아 있었다. 불러도 가까이 오지 않고 햇볕을 쬐다 일어나더니 한쪽 다리를 절룩이며 걸었다. 왼쪽 뒷다리는 굽어 있었고 굽은 다리로 바닥을 간신히 딛고 걸었다. 몇 걸음 걷다가는 다친 다리를 허공에 들고 걸었다.   초코는 골절된 다리로도 높은 곳을 오르내리고 다른 고양이들과 잘 어울렸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좀처럼 다가오지 않았다. 돌보미들은 초코를 치료하기 위해 포획틀을 설치했지만, 초코 대신 엉뚱한 고양이가 들어왔다. 봉봉오리님은 포획틀에 갖힌 초코의 단짝 고양이 카레의 사진을 보여주며 '정말 속 터지는 희극'이라고 했다. 『지구에 살 자격』에는 <멀리서 보면 비극,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사람들은 재개발구역에서 돌봄하는 것이 무조건 슬플 것이라 생각한다. 멀리서 보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곳에 사는 이들이 마냥 불행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재개발구역이 조금 이상한 곳이라 그럴지도 모르다. 나는 그곳에서 평소보다 훨씬 많이 웃는다. 그들이 서로를 돌본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내염을 오래 앓아 밥을 먹을 때 힘들어하는 카레의 곁에는 늘 먼저 음식을 양보하는 초코가 있다. 둘은 추운 날 하나의 겨울 집에 들어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 주었다. 몸이 관통 당하는 큰 부상을 입었던 8개월의 오잉이는, 피를 흘리며 몸을 숨겼던 일주일 간의 시간 동안, 혀가 닿지 않는 그의 상처를 핥아준 형제들이 있었다. 『지구에 살 자격』, 145쪽   밥그릇...
  재개발 구역의 고양이들 | 2편           동물의 의례   초코는 지붕 위에 앉아 있었다. 불러도 가까이 오지 않고 햇볕을 쬐다 일어나더니 한쪽 다리를 절룩이며 걸었다. 왼쪽 뒷다리는 굽어 있었고 굽은 다리로 바닥을 간신히 딛고 걸었다. 몇 걸음 걷다가는 다친 다리를 허공에 들고 걸었다.   초코는 골절된 다리로도 높은 곳을 오르내리고 다른 고양이들과 잘 어울렸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좀처럼 다가오지 않았다. 돌보미들은 초코를 치료하기 위해 포획틀을 설치했지만, 초코 대신 엉뚱한 고양이가 들어왔다. 봉봉오리님은 포획틀에 갖힌 초코의 단짝 고양이 카레의 사진을 보여주며 '정말 속 터지는 희극'이라고 했다. 『지구에 살 자격』에는 <멀리서 보면 비극,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사람들은 재개발구역에서 돌봄하는 것이 무조건 슬플 것이라 생각한다. 멀리서 보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곳에 사는 이들이 마냥 불행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재개발구역이 조금 이상한 곳이라 그럴지도 모르다. 나는 그곳에서 평소보다 훨씬 많이 웃는다. 그들이 서로를 돌본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내염을 오래 앓아 밥을 먹을 때 힘들어하는 카레의 곁에는 늘 먼저 음식을 양보하는 초코가 있다. 둘은 추운 날 하나의 겨울 집에 들어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 주었다. 몸이 관통 당하는 큰 부상을 입었던 8개월의 오잉이는, 피를 흘리며 몸을 숨겼던 일주일 간의 시간 동안, 혀가 닿지 않는 그의 상처를 핥아준 형제들이 있었다. 『지구에 살 자격』, 145쪽   밥그릇...
경덕
2024.05.01 | 조회 226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