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강정의 세가지 장면들

조은
2023-08-26 13:42
376

 

 

 

 

 

 

 

조은

5년 동안 현민, 시윤, 민서, 동희와 함께 동천동에서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다.
10년을 살던 마을을 떠나,
2월부터 강정에서 첫 독립을 시작했다.
그동안 피하던 주5일 일을 단기로 하게 되어서 고단하고 부지런한 하루를 살아내는 중이다.

 

 

 

 

강정에 온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강정에 처음 왔을 때를 빼먹을 수가 없다. 작년 4월, 3개월짜리 강정살이 프로그램인 피스파인더를 위해 강정에 왔다. 매일은 꽉 찬 스케쥴로 소화해내느라 당시에는 너무 힘들다며 투정을 부렸지만 돌이켜보면 그때의 시간들 중 너무나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순간들이 있다. 오늘은 그 순간들을 나누고자 한다. (*친구들의 이름은 아무말이나 가져다썼다)

 

 

 

 

1. 2022.6.12 pm 3:45

 

우리는 새방밧이라는 공간에 살았다. 2층짜리 컨데이너 하우스이고, 화장실, 주방, 사무실, 방이 다 다른 컨테이너에 있기 때문에 비가 오는 날은 하루종일 화장실가기 참기 챌린지였다. 이런 공간에서 열명 정도가 함께 생활을 했다. 매일 저녁에는 당번을 정해서 밥을 같이 먹었지만, 주말은 자유였기 때문에 많은 친구들이 밖으로 많이 나갔다. 평일에는 바빠서 가지 못한 맛집이나 관광지를 가기도 했고, 육지에서 온 친구와 여행을 가기도 했다.

 

이러 저러한 이유로 주말의 새방밧은 조용했다. 주말에는 거의 나와 친구 둘뿐이었다. 비도 조금 왔던 것 같다. 어쩐지 분위기가 우중충했고, 몸은 새방밧 사무실 소파에 가라앉아있었다. 조용한 새방밧을 만끽하기에 사무실 소파만한 곳이 없었다. 한 친구는 방에서 게임을 하느라 하루종일 밖을 나오지 않았고, 복숭아는 내 옆에서 기타를 쳤다.

 

얼마전, 새방밧에는 힘든 일이 있었다. 새방밧에는 함께 살고 있는 강아지인 가을이가 있었는데, 가을이의 거처를 문제로 큰 갈등이 있었고, 그 일로 한 친구가 새방밧에서 나가게 되었다. 복숭아는 기타를 새방밧에 와서 처음 배웠는데, 이번에 새방밧을 나가게 된 친구가 기타를 알려줬었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우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서 보내기로 했다. 그래서 복숭아는 아직 서툰 기타를 하루종일 연습하고 영상을 찍었다. 나는 정말 할일없이 소파에 누워 낮잠을 자다가 깨기를 반복했고, 내내 복숭아는 노래를 연습했다. 보통 할일없이 누워있으면 우울해지기 마련인데, 그날은 유난히 편안했다.

 

그 어느 날 내가 초라해 보이고

무모하고 이기적이고 못생겨 보일 때

이런 나라면 여기서 뭘 하든

한 발자국의 아름다움도 없다고 느낄 때

 

너흰 지그시 나를 보며 말 했지

그런 너이기에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자 보라고, 네가 이룬 기적을

너가 보여준 삶의 진심을

 

사라지지 않는 나의 미운 모습에

부끄러하며 혼자만의 자책이 늘 때

구겨 숨겨버린 나의 초라한 마음에

먼지를 털고 너는 내게 말 했지

 

잘 봐, 어둠이 아냐, 그건 너의 날개야

너가 자유로이 이 세상을 날게 해주는

잘 봐, 어둠이 아냐, 그건 너의 빛이야

너를 너 답게 살게 해주는

 

미워하지 않아도 돼

나는 너가 멋지다고 생각해

주저하지 말아 친구야

그런 너를 우린 좋아한거야

 

바뀌어도 좋아 그대로여도 좋아

그저 너의 당찬 웃음이 좋아

느려도 좋아 멈춰도 괜찮아

밝은 숨을 쉬는 생으로 가자

 

직선도 좋아 구부러져도 좋아

그저 너의 당찬 웃음이 좋아

대학도 좋아 아니어도 괜찮아(강정도 좋아 아니어도 괜찮아로 바꾸어서 불렀다)

밝은 숨을 쉬는 생으로 가자

 

그런 너를 우린 좋아하니까

그런 너여도 돼 친구야

 

그런 너를 우린 좋아하니까

그런 너를 잃지 말아

친구야

 

 

 

 

2.  2022.4.23 pm 7:35

 

매일 12시에 인간띠잇기를 한다. 깃발을 들고 해군기지 정문까지 가서, 앞에 있는 방해막들에 깃발을 꽂는다. 어느 날부턴가 해군들이 우리의 깃발을 뽑아서 바닥에 던졌다. 쏭은 상급자와 대화하기 위해서 한치의 고민 없이 해군기지 앞에 텐트를 치고 농성을 시작했다. 하루 종일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고, 어떨 때는 소리를 치기도, 어떨 때는 눈물을 머금은 말들을 하기도 했다.

 

4월은 밤에 텐트를 치고 밖에서 자기에 아직 추웠기에, 걱정되는 마음에 친구들 몇몇과 함께 해군기지 앞으로 갔다. 쏭은 여전히 마이크를 쥐고 있었고, 과학실에서나 보던 램프에 불이 켜져 있었다. 쏭은 매일같이 인간띠잇기에서 발언하던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쏭의 목소리는 흔들리고 울먹였다. 그 순간에 나의 눈에도 힘이 들어가고 눈물이 차오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쏭이 하는 말들은 매일같이 해군기지를 향해서 인간띠잇기에서 외치던 말이었지만 어느새 진심이, 속에서 차오르는 말들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아니, 쏭은 매일같이 진심이었지만 이제서야 나한테 그 진심이 와닿았다.

 

이 구럼비 바위는 하늘을 향해서 열려진 거대한 재단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스러운 느낌이 드는 이 바위를 쪼개고 부수어서 그 위에 전쟁의 기지를 짓는다니. 세상에 아무리 소중하고 고귀한 시설도 이 바위위에 지어서는 안될거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바위위에 해군기지를 짓는다는것이 얼토당토하지 않은 말처럼 들리지 않아요? 그러니 마을 사람들이 반대하고, 주민들의 반대를 어떻게 해서든지 무마하기 위해서 마을에 알량한 권력을 갖고 있는 마을 회장과 동네 사람들을 매수하고, 그리고 이미 나이가 연로하신 해녀들을 돈으로 유혹해서 그 분들을 앞세워 이 마을에 모든 여론을 호도하고 왜곡해서 마치 이 마을 주민들이 이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것처럼 그렇게 꾸며서 이 바다와 땅을 여러분이 성탈을 한 것이죠. 부끄러운 줄 아셔야 합니다. 여러분은 국민들의 재산을 빼앗고, 마을 공동체를 산산히 부셔트렸어요. 여러분이 지키려고 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자신들이 세워질 기지의 마을 하나 조차도, 그 작은 마을조차도 지키지 못하면서 여러분은 무엇을 지키겠다는 것입니까. 해녀들을 매수하고, 농부들을 겁박해서 이 바다와 땅을 강탈했어요. 이 바다가 해녀들의 바다입니까. 우리 자녀들에게 우리가 받은 모습 그대로 돌려주어야될 바다 아닌가요. 예전에는 이곳에 수많은 돌고래 떼들이 몰려왔습니다. 그런 성스러운 모습을 여러분은 본 적이 없으시죠. 지금은 돌고래 떼들은 더이상 이 강정 앞바다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바다는 죽어가고, 산호들은 물 속에서 흔적이 없어지고, 해산물들을 채취해야 되는 해녀들은 빈손으로 돌아오는. 여러분이 지켜야할 바다가 죽어가고 있어요. 이곳은 세계 평화의 섬입니다. 군인들에 의해서 3만명이 넘는 주민들이 무참하게 학살당한 뼈아픈 상처를 안고있는 섬입니다. 그 곳에서 왜 총을 들고 계시나요. 누가 이 기지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여 총을 들고 계시나요. 그 총이 이 제주도에서 어떤 만행을 저질렀었는지 기억이 나시나요. 해군장병 여러분, 생각을 하십시오. 단지 위에서 명령하니까 행동하는 기계나 도구가 되지 마시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인간이 먼저 되어야하는거 아닐까요. 군인은 인간이 아닌가요. 군인은 단지 도구일 뿐인가요. 단지 살인병기 그것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가요. 여러분은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그리고 내려야만하는 그런 고결한 인간입니다. 부끄러운줄 알고 스스로의 명예를 지켜야된다는 그런 책임감도 함께 느껴야 되는 것이죠. 왜 오늘 있었던 그리 크지 않은 사건을, 책임져야할 책임자가 나타나지 않은 것입니까. 무엇이 두려운 건가요. 아니면 시민들의 이런 요구는 하찮게 보여서 그럴 가치조차 없다고 상그리 무시를 하는 것입니까? 도대체 왜 응답하지 않으십니까. 저는 오늘 오후 12시에서 1시까지 이 위병소를 책임 지었을 경비과장을 만나기를 원합니다.”

 

 

구럼비 사진을 찾다가 발견한 브런치의 글이다. 구럼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담겨있다.

 

 

나는 구럼비를 본 적이 없다. 구럼비의 이야기를 들으면 궁금해서 네이버에 쳐서 나오는 구럼비의 사진을 봤다. 많은 지킴이들의 마음에는 다양한 구럼비가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매일 외친다. “구럼비야 일어나라” 구럼비는 더이상 지명이 아니다. 그 이상이다. 각자 다른 구럼비를 가지고 살아간다. 생각했다. 구럼비를 본 사람의 마음은 이런 것일까. 구럼비를 보지 못한 나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이 자리에 이렇게 앉아있는 걸까.

 

그날, 내 마음속에 구럼비가 생겼다. 나의 구럼비는 이날의 바람, 온도, 불빛, 쏭의 목소리 같은 것들이다. 구럼비를 보지 못했지만 내 속에는 구럼비가 정말로 있었다. 램프에 붙은 불은 바람에 쉴 새 없이 날리고 있었고, 쏭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 속에 쉴 새 없이 들어왔다. 쏭은 진짜 이상한 사람이다. 쏭과 나는 너무 많은 곳에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쏭이 가지고 있는 그 진심 하나하나가 나에게 너무 와닿는다. 그래서 페미니즘 때문에, 동물권 때문에 우리가 부딪힐때 나도 가능한 진심을 다해서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들이 쏭에게도 와닿아서 우리가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게. 쏭이 하는 짓이 너무 미울 때도 있는데, 차마 끝까지 미워할 수가 없다.

 

 

그날 찍은 사진이 없어서 영상을 캡쳐하느라 화질이 좋지 않지만, 그게 더욱 그날의 기억을 생생히 만들어준다.

 

 

3.  2022.6.28 pm 8:04

 

피스파인더의 3개월을 마무리하는 날이다. 졸업파티를 위해서 음식을 만들고, 장소를 준비했다. 그렇게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갔고, 너무 정신이 없어서 졸업파티에서의 많은 순간이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선녀님과 눈이 마주친 순간은 잊히지가 않는다.

 

친구들의 축하공연이 있었다. 강정의 기나긴 역사에는 노래가 빠질 수 없었고, 강정을 이야기하는 많은 노래들이 있다. 그 중에서 ‘강정의 노래’를 그때 처음 들었던 것 같다. 노래를 듣다가 한순간, 선녀님과 눈이 마주쳤다. 노래가 입에서 나오지 않고, 눈으로 나왔다. 나에게 해주는 말처럼 느껴졌다. ‘마지막’은 참 소중하다. 너무 슬프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아름답고, 우리의 시간들이 더 좋은 시간으로 마무리될 수 있게 도와준다. 그 노래를 들으면서 그랬다. 우리는 늘 여기에 있으니, 강정이 그리워질 때면, 우리가 보고파 질때면 언제든지 돌아오라고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기억해줘요 이곳의 슬픔

강정의 슬픔이 당신의 슬픔

기억해줘요 이곳의 평화

강정의 평화가 당신의 평화란걸

강정아 이 땅에서 가장 작은 마을이지만

강정아 너에게서 이 땅의 평화가 시작되리

 

사랑의 나눔속에 마음을 열어봐요

정다운 사람들이 친구가 될게요

아쉬워 돌아설땐 이것만 기억해요

함께한 시간속에 서로 이어져 있다고

 

 

4. 2023.2.11 am 10:08

 

강정에 가서 바다를 잘 즐기고 싶은 마음에 라섹을 했다. 3일 동안 집에서 커튼을 다 치고, 눈을 못 뜨고 살았다. 하루 종일 심심해서 기분이 처지기도 했다. 그때 어쩌다가 복숭아가 불러준 친구와, 졸업파티 때 들은 강정의 노래를 듣게 됐다. 온몸에서 바다 내음이 차오르는 듯 강정의 모든 순간들이 한 번에 몰려왔다. 라섹하고 눈이 아파서 안 그래도 많이 울었는데, 노래를 들으면서는 펑펑 울었다. 그냥 너무 그리웠다. 강정에서 있었던 그 모든 일상들과 친구들이.

 

 

 

 

이 글을 쓰기 전에는 내가 강정에 온 거창한 이유를 찾아 헤매었다. 그런데 쓰다 보니, 그저 그리움이었다. 좋은 순간들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 강정에 있는 동안 나는 자유로웠고, 행복했고, 충분했다. 모든 시간이 만족스러웠다. 좋은 곳, 좋은 친구들과 함께 살고 싶은 건 당연한 마음이다. 그렇게 나는 당연하게 강정에 왔다. 앞으로도 나는 그리웠던, 그리울 순간들을 이곳에 남길 것이다.

 

 

 

 

 

 

 

 

 

 

 

 

 

 


<강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

 

강정에서 일어나고 있고, 육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는 일들을 공유해보려고 해요.

 

삼거리식당 후원

제가 첫번째 글을 올리고, 문탁과 동천동에서 정말 많은 후원이 들어왔어요. 강정은 후원 받을 일이 너무 많아서 지킴이들도 지쳐있는 상태인데, 너무 큰 힘이 되었어요. 다시 한번 정말 감사드려요.

 

생명평화대행진

: 강정투쟁이 시작되고, 매년 제주도를 한바퀴 도는 생명평화대행진이 몇년 동안 코로나로 인해 중단되었었어요. 올해 드디어 다시 시작되었고, 올해는 강정과 제2공항으로 한참 투쟁을 하고 있는 성산을 기점으로 제주도를 걷습니다.

 

 

 

제2회 구럼비평화축제

: 구럼비평화축제를 친구들과 함께 준비하게 되었어요. 자세한 내용은 인스타 @gureombi_festival 을 통해서 확인해주세요!!

 

댓글 5
  • 2023-08-27 07:36

    조은의 그리움 잘 읽고 갑니다~

  • 2023-08-27 11:00

    조은의 글이 내 마음의 구럼비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 2023-08-28 14:49

    글읽고 구럼비 바위 찾아봤네요. ㅠ
    조은이 어떤 맘으로 제주에 갔는지 조금 알 것 같아요. ㄹ고 제주 소식 알려주니 저희도 좋아요! ^^

  • 2023-08-29 19:08

    소식도 고맙고 조은이 잘 지내는 것도 고맙네요^^

  • 2023-08-30 09:11

    10년 전엔 운동이 끝난것만 같았는데... 운동은 우리 삶은 이어지네요. 그곳에서의 삶과 소식 .. 뭉클합니다.

남어진의 현장분투기
나와 당신의 책임   10년 전, 밀양 송전탑 반대 운동이 일어났다. 그때 쓰인 멋진 슬로건들을 생각하고 있자면, 만든 이를 찾아가 박수를 쳐 주고 싶어지곤 한다.전기를 소비하는 곳에는 책임이 있다. 전기를 생산하고 송전하는 곳의 고통에 대한 책임이다. 그 책임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슬로건이 있었다 .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또,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였던 송전탑 반대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킨 데에 기여했던 슬로건도 있다.   "우리 모두가 밀양이다"   누군가가 당사자이고, 누군가는 당사자가 아니라고 규정할 수 없게 되어 버린 에너지 문제를 정확하게 짚어 냈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말이다. 이 슬로건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는 운이 좋게도 끝없이 확장되는 사회 운동을 경험했다. 설령 자신이 서 있는 곳이 밀양이 아니더라도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운동이었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밀양은 졌다. 높이 100m짜리 송전탑은 어디를 가도 피할 수 없다. 밭일을 할 때도, 병원을 가기 위해 마을 길을 걸을 때도, 캄캄한 밤 안방 창문에서도 쇳덩어리를 마주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낮 쇳덩어리면 얼마나 좋겠는가. 저 철탑에는 핵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가 흐른다. 전기가 흐르지 않는다고 상상해 보아도, 마주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송전탑에는 돈으로 갈기갈기 찢긴 마을 공동체의 상처가 묻어 있다. 38만 명의 경찰이 투입되어 사람을 짓밟았던 폭력의 상처, 함께 싸우다 떠난 이들에 대한 그리움이 덕지덕지 묻어 있다.   ▲ 2014년, 2차...
나와 당신의 책임   10년 전, 밀양 송전탑 반대 운동이 일어났다. 그때 쓰인 멋진 슬로건들을 생각하고 있자면, 만든 이를 찾아가 박수를 쳐 주고 싶어지곤 한다.전기를 소비하는 곳에는 책임이 있다. 전기를 생산하고 송전하는 곳의 고통에 대한 책임이다. 그 책임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슬로건이 있었다 .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또,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였던 송전탑 반대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킨 데에 기여했던 슬로건도 있다.   "우리 모두가 밀양이다"   누군가가 당사자이고, 누군가는 당사자가 아니라고 규정할 수 없게 되어 버린 에너지 문제를 정확하게 짚어 냈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말이다. 이 슬로건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는 운이 좋게도 끝없이 확장되는 사회 운동을 경험했다. 설령 자신이 서 있는 곳이 밀양이 아니더라도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운동이었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밀양은 졌다. 높이 100m짜리 송전탑은 어디를 가도 피할 수 없다. 밭일을 할 때도, 병원을 가기 위해 마을 길을 걸을 때도, 캄캄한 밤 안방 창문에서도 쇳덩어리를 마주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낮 쇳덩어리면 얼마나 좋겠는가. 저 철탑에는 핵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가 흐른다. 전기가 흐르지 않는다고 상상해 보아도, 마주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송전탑에는 돈으로 갈기갈기 찢긴 마을 공동체의 상처가 묻어 있다. 38만 명의 경찰이 투입되어 사람을 짓밟았던 폭력의 상처, 함께 싸우다 떠난 이들에 대한 그리움이 덕지덕지 묻어 있다.   ▲ 2014년, 2차...
남어진
2024.05.10 | 조회 182
일상명상
덕밍 아웃, 그 후   지난 글에서 호기롭게 덕밍 아웃을 했지만 명상에 빠져든 이유를 명확하게 알았던 것은 아니다. 명상에 빠진 것은 결과지 이유는 아니니까. 하여 명상이 처음부터 함께 있으면 편안하고 좋은 친구와 같다고 했지만 정작 누군가 뭐가 그렇게 좋으냐고 물었다면 제대로 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마 그냥 좋으니까 좋았다는 식의 동어 반복을 되풀이하지 않았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무언가에 꽂힐 때 그 이유를 다 알아서는 아닌 것 같다. 우연히 어떤 것에 마음이 불꽃처럼 호응할 때 그저 속절없이 빠져드는 게 아닐까. 처음엔 빠져든 이유를 잘 모르는 터라 경우에 따라 ‘입덕 부정기’를 겪기도 하면서 말이다. 대개는 빠져든 다음에야 그 이유를, 스스로가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를 발견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낸 이유 덕분에 다시 그 대상을 더 깊이 애정하게 되는, 다이내믹한 순환이야말로 덕질의 진정한 묘미가 아닐지.     나도 명상의 경험이 쌓이면서 이른바 덕질의 묘미를 맛보고 있다. 명상이 뭔지도 모르고 매달리듯 빠져들었다가 이제야 차츰 명상이 뭔지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명상을 하기 전까지는 그렇게나 많은 쓸데없는 생각들에, 그렇거나 많이 휘둘리고 있는 줄 몰랐다. 그 때문에 명상을 통해 처음 경험했던 침묵과 평온이 그토록 강렬하게 인상에 남았는지도. 만약 명상이 아니었다면 일 년 365일, 꺼지지 않는 텔레비전처럼 소란스런 정신적 수다 때문에 괴롭다는 걸 영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그 순전한 무지에서 벗어난 순간, 마치 세상의 비밀을 다...
덕밍 아웃, 그 후   지난 글에서 호기롭게 덕밍 아웃을 했지만 명상에 빠져든 이유를 명확하게 알았던 것은 아니다. 명상에 빠진 것은 결과지 이유는 아니니까. 하여 명상이 처음부터 함께 있으면 편안하고 좋은 친구와 같다고 했지만 정작 누군가 뭐가 그렇게 좋으냐고 물었다면 제대로 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마 그냥 좋으니까 좋았다는 식의 동어 반복을 되풀이하지 않았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무언가에 꽂힐 때 그 이유를 다 알아서는 아닌 것 같다. 우연히 어떤 것에 마음이 불꽃처럼 호응할 때 그저 속절없이 빠져드는 게 아닐까. 처음엔 빠져든 이유를 잘 모르는 터라 경우에 따라 ‘입덕 부정기’를 겪기도 하면서 말이다. 대개는 빠져든 다음에야 그 이유를, 스스로가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를 발견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낸 이유 덕분에 다시 그 대상을 더 깊이 애정하게 되는, 다이내믹한 순환이야말로 덕질의 진정한 묘미가 아닐지.     나도 명상의 경험이 쌓이면서 이른바 덕질의 묘미를 맛보고 있다. 명상이 뭔지도 모르고 매달리듯 빠져들었다가 이제야 차츰 명상이 뭔지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명상을 하기 전까지는 그렇게나 많은 쓸데없는 생각들에, 그렇거나 많이 휘둘리고 있는 줄 몰랐다. 그 때문에 명상을 통해 처음 경험했던 침묵과 평온이 그토록 강렬하게 인상에 남았는지도. 만약 명상이 아니었다면 일 년 365일, 꺼지지 않는 텔레비전처럼 소란스런 정신적 수다 때문에 괴롭다는 걸 영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그 순전한 무지에서 벗어난 순간, 마치 세상의 비밀을 다...
오영
2024.05.09 | 조회 171
K장녀_돌봄을 말하다
          언젠가 엄마의 구술 생애사를 써볼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엄마의 삶을 기록으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엄마의 삶을 통해 우리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손녀딸이 인터뷰를 시작하긴 했는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진행을 못해서 좀 아쉽다. 이렇게 빨리 엄마가 기억을 잃고 이야기를 못하게 될 줄 그때는 몰랐다.       산업화세대 워킹맘   10년 전쯤 아버지가 대장암 재발로 병원에 오래 입원해 계실 때 엄마는 병원간호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혈관이 잘 안 나오는 아버지에게 혈관 주사를 놓으려면 꽤나 힘이 들었는데 엄마가 곧잘 혈관을 잡아주었기 때문이다. 1935년생인 엄마는 간호사이자 조산사였다. 엄마가 간호사 면허번호를 말하면(0000번 대) 간호사들(면허번호 000000번 대)은 깜짝 놀라며 ‘선배님’이라 불렀다. 엄마는 은근히 그걸 즐기는 듯했다. 대학병원 수술실에서 근무하던 엄마는 결혼하면서 그만두었고, 시골학교 교사인 아빠의 고향에서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는 걸 도왔다고 했다.   엄마는 의대에 가고 싶었다. 중학생 때 친엄마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새엄마가 들어오셨는데 엄마가 의대 가는 걸 반대해서 간호학교에 갔다. 동생인 삼촌 두 분은 의사다. 엄마 세대, 즉 산업화 세대에 많은 딸들은 아들들을 위해서 진학을 포기하고 산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남동생을 위해 희생한 누나들. 엄마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딸이었기 때문에 원하는 의대에 갈 수 없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 엄마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내 또래는 대부분 형제가 4~5명 정도 된다. 유독 우리집은 형제가 오빠와...
          언젠가 엄마의 구술 생애사를 써볼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엄마의 삶을 기록으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엄마의 삶을 통해 우리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손녀딸이 인터뷰를 시작하긴 했는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진행을 못해서 좀 아쉽다. 이렇게 빨리 엄마가 기억을 잃고 이야기를 못하게 될 줄 그때는 몰랐다.       산업화세대 워킹맘   10년 전쯤 아버지가 대장암 재발로 병원에 오래 입원해 계실 때 엄마는 병원간호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혈관이 잘 안 나오는 아버지에게 혈관 주사를 놓으려면 꽤나 힘이 들었는데 엄마가 곧잘 혈관을 잡아주었기 때문이다. 1935년생인 엄마는 간호사이자 조산사였다. 엄마가 간호사 면허번호를 말하면(0000번 대) 간호사들(면허번호 000000번 대)은 깜짝 놀라며 ‘선배님’이라 불렀다. 엄마는 은근히 그걸 즐기는 듯했다. 대학병원 수술실에서 근무하던 엄마는 결혼하면서 그만두었고, 시골학교 교사인 아빠의 고향에서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는 걸 도왔다고 했다.   엄마는 의대에 가고 싶었다. 중학생 때 친엄마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새엄마가 들어오셨는데 엄마가 의대 가는 걸 반대해서 간호학교에 갔다. 동생인 삼촌 두 분은 의사다. 엄마 세대, 즉 산업화 세대에 많은 딸들은 아들들을 위해서 진학을 포기하고 산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남동생을 위해 희생한 누나들. 엄마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딸이었기 때문에 원하는 의대에 갈 수 없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 엄마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내 또래는 대부분 형제가 4~5명 정도 된다. 유독 우리집은 형제가 오빠와...
인디언
2024.05.07 | 조회 317
기린의 걷다보면
  지난 1월에 마포 난지생명길 1코스를 걸었다. 쓰레기산이었던 난지도 공원을 숲으로 만든 이야기 『씨앗부터 키워서 천이숲 만들기』를 읽고 찾아가 본 둘레길이었다. 그 때 노을 공원에 자리한 ‘나무자람터’에서 키운 묘목을 공원의 경사지에 심는 자원봉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숲과 숲을 개미집처럼 이어주는 ‘1천명의 나무 심는 개미들’ 활동이었다. 언젠가는 직접 나무를 심어보고 싶어서 활동 신청을 했고 905번 개미로 신청되었다는 연락도 받았다. 무리개미, 개별개미, 수시개미 등으로 분류해서 가능한 날짜에 신청하라고 매달 초에 문자로 공지가 왔다. 5월 공지에서 토요일 오후 2시 개별개미 활동 신청을 받는 것을 확인했다. 마침 세미나 방학이라 5월 4일 토요일 활동에 참가 신청을 했다.    토요일 오후에 난지공원을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헤맬 것을 예상하고 일찌감치 나섰다. 9호선 당산역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30분이면 충분하다는 네이버 지도의 안내를 믿었다. 당산역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반, 근데 버스 정류장이 사람들이 북적였다. 난지 공원 주변으로 상암 올림픽 경기장, 하늘 공원, 노을 공원까지 여러 행사들이 연이어 열리는 모양이었다. 겨우 버스를 탔는데 30분이면 된다던 거리가 한 시간이 넘게 걸리도록 막혔다. 집합 장소에 도착하니 2시 10분이 지나있었다.      회사에서 신청해서 왔다는 일가족 세 명, 개별로 신청한 네 명, 교회청년회 봉사활동으로 참가했다는 청년들 다수가 오늘의 참가자였다. 나처럼 개별로 왔다는 분은 노을 공원에 이렇게 아카시아가 많은 줄 몰랐다고 감탄을 했다. 약속 시간에 늦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던 나도 그제야...
  지난 1월에 마포 난지생명길 1코스를 걸었다. 쓰레기산이었던 난지도 공원을 숲으로 만든 이야기 『씨앗부터 키워서 천이숲 만들기』를 읽고 찾아가 본 둘레길이었다. 그 때 노을 공원에 자리한 ‘나무자람터’에서 키운 묘목을 공원의 경사지에 심는 자원봉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숲과 숲을 개미집처럼 이어주는 ‘1천명의 나무 심는 개미들’ 활동이었다. 언젠가는 직접 나무를 심어보고 싶어서 활동 신청을 했고 905번 개미로 신청되었다는 연락도 받았다. 무리개미, 개별개미, 수시개미 등으로 분류해서 가능한 날짜에 신청하라고 매달 초에 문자로 공지가 왔다. 5월 공지에서 토요일 오후 2시 개별개미 활동 신청을 받는 것을 확인했다. 마침 세미나 방학이라 5월 4일 토요일 활동에 참가 신청을 했다.    토요일 오후에 난지공원을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헤맬 것을 예상하고 일찌감치 나섰다. 9호선 당산역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30분이면 충분하다는 네이버 지도의 안내를 믿었다. 당산역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반, 근데 버스 정류장이 사람들이 북적였다. 난지 공원 주변으로 상암 올림픽 경기장, 하늘 공원, 노을 공원까지 여러 행사들이 연이어 열리는 모양이었다. 겨우 버스를 탔는데 30분이면 된다던 거리가 한 시간이 넘게 걸리도록 막혔다. 집합 장소에 도착하니 2시 10분이 지나있었다.      회사에서 신청해서 왔다는 일가족 세 명, 개별로 신청한 네 명, 교회청년회 봉사활동으로 참가했다는 청년들 다수가 오늘의 참가자였다. 나처럼 개별로 왔다는 분은 노을 공원에 이렇게 아카시아가 많은 줄 몰랐다고 감탄을 했다. 약속 시간에 늦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던 나도 그제야...
기린
2024.05.06 | 조회 182
동물을 만나러 갑니다
  재개발 구역의 고양이들 | 2편           동물의 의례   초코는 지붕 위에 앉아 있었다. 불러도 가까이 오지 않고 햇볕을 쬐다 일어나더니 한쪽 다리를 절룩이며 걸었다. 왼쪽 뒷다리는 굽어 있었고 굽은 다리로 바닥을 간신히 딛고 걸었다. 몇 걸음 걷다가는 다친 다리를 허공에 들고 걸었다.   초코는 골절된 다리로도 높은 곳을 오르내리고 다른 고양이들과 잘 어울렸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좀처럼 다가오지 않았다. 돌보미들은 초코를 치료하기 위해 포획틀을 설치했지만, 초코 대신 엉뚱한 고양이가 들어왔다. 봉봉오리님은 포획틀에 갖힌 초코의 단짝 고양이 카레의 사진을 보여주며 '정말 속 터지는 희극'이라고 했다. 『지구에 살 자격』에는 <멀리서 보면 비극,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사람들은 재개발구역에서 돌봄하는 것이 무조건 슬플 것이라 생각한다. 멀리서 보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곳에 사는 이들이 마냥 불행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재개발구역이 조금 이상한 곳이라 그럴지도 모르다. 나는 그곳에서 평소보다 훨씬 많이 웃는다. 그들이 서로를 돌본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내염을 오래 앓아 밥을 먹을 때 힘들어하는 카레의 곁에는 늘 먼저 음식을 양보하는 초코가 있다. 둘은 추운 날 하나의 겨울 집에 들어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 주었다. 몸이 관통 당하는 큰 부상을 입었던 8개월의 오잉이는, 피를 흘리며 몸을 숨겼던 일주일 간의 시간 동안, 혀가 닿지 않는 그의 상처를 핥아준 형제들이 있었다. 『지구에 살 자격』, 145쪽   밥그릇...
  재개발 구역의 고양이들 | 2편           동물의 의례   초코는 지붕 위에 앉아 있었다. 불러도 가까이 오지 않고 햇볕을 쬐다 일어나더니 한쪽 다리를 절룩이며 걸었다. 왼쪽 뒷다리는 굽어 있었고 굽은 다리로 바닥을 간신히 딛고 걸었다. 몇 걸음 걷다가는 다친 다리를 허공에 들고 걸었다.   초코는 골절된 다리로도 높은 곳을 오르내리고 다른 고양이들과 잘 어울렸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좀처럼 다가오지 않았다. 돌보미들은 초코를 치료하기 위해 포획틀을 설치했지만, 초코 대신 엉뚱한 고양이가 들어왔다. 봉봉오리님은 포획틀에 갖힌 초코의 단짝 고양이 카레의 사진을 보여주며 '정말 속 터지는 희극'이라고 했다. 『지구에 살 자격』에는 <멀리서 보면 비극,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사람들은 재개발구역에서 돌봄하는 것이 무조건 슬플 것이라 생각한다. 멀리서 보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곳에 사는 이들이 마냥 불행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재개발구역이 조금 이상한 곳이라 그럴지도 모르다. 나는 그곳에서 평소보다 훨씬 많이 웃는다. 그들이 서로를 돌본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내염을 오래 앓아 밥을 먹을 때 힘들어하는 카레의 곁에는 늘 먼저 음식을 양보하는 초코가 있다. 둘은 추운 날 하나의 겨울 집에 들어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 주었다. 몸이 관통 당하는 큰 부상을 입었던 8개월의 오잉이는, 피를 흘리며 몸을 숨겼던 일주일 간의 시간 동안, 혀가 닿지 않는 그의 상처를 핥아준 형제들이 있었다. 『지구에 살 자격』, 145쪽   밥그릇...
경덕
2024.05.01 | 조회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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