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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평범한여자들의 비범한 글쓰기 시즌2/ 20230812 시소
#중학교 1학년 엄마가 사다주신 오징어로 오징어 젓갈을 만들고 있다. -이정도면 괜찮다.
#김밥 싸는 것을 좋아한다. 철들면서 혼자 김밥을 싸기 시작했다. 내가 김밥을 싸면 식구들이 좋아한다.
#여동생이 친구를 데리고 왔다. 김치전을 해주었다. 맛나게 먹는다.
#수업시간 꿈을 묻는 질문에 현모양처요 라는 나의 대답에 선생님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질문하셨다. -햇빛 들어 오는 거실에서 남편와이셔츠를 다리면 행복할 것 같아요. 라고 답했다. TV광고의 영향이다.
#수능100일 기념 여행을 재수학원 친구들과 떠났다. 눈꼼만 겨우 정리하고 음식을 준비하려고 하니 같이 간 남자사람친구가 말한다. -너 그러면 안돼. 너의 시간이니 먼저 너를 가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명절은 어떻게 지내지 생각해보니 내가 다른 형제들에게 친정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싶다. 명절에 우리집에 와서 맛난거 같이 먹고 쉬다 가게 하고 싶다.
용어의 재정의
지난시간 세미나에 현모양처와 관련된 나의 이중적이 태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셨다. 그때는 단순히 현모양처가 굳이 옷을 잘입히는게 현모양처는 아니지 않나 하고 속으로 생각했었다. 난 우리아이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엄마이고 애를 자율적으로 키웠다고 자부하고 살았으니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돌아오는 내내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난 왜 현모양처가 되고 싶었을까? 노력도 안하면서.
난 기억력이 안 좋은 편임에도 기억나는 몇 가지들은 음식에 대한 것이 많다. 엄마 심부름으로 아빠드릴 보신탕을 사러 심부름 하던 기억. 비린 것을 싫어하는 엄마가 생선을 좋아하는 아빠를 위해 해주시던 생선조림. 가족이 많다보니 항상 음식은 부족했고 엄마음식은 너무 맛있었다. 그 시절 우리가족의 엥겔지수는 상당했을 것이다. 애들은 서로서로 같이 잘켰고 엄마는 때에 맞춰서 밥을 해주는 것 으로도 엄마의 소임을 다 하신건데 거기다 돈까지 벌어오셨다. 물론 엄마의 고단한 생활은 어린 자식들에게 폭발한 적이 많았지만 그 정도는 괜찮았다.
명절에도 엄마의 주방은 빛을 발한다. 육형제의 장남인 아버지형제들과 그 가족까지 모두모이면 30명은 족히 되는 대가족의 음식준비의 대장인 엄마는 작은 엄마들을 지휘하며 요리를 만드시고 그 모든 행사가 끝나시면 그것으로 아빠에게 유세를 하셨다. 나이가 90을 바라보는 지금도 엄마는 아빠의 밥을 챙겨주시는 것으로 아내의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하신다. 배우자가 정말 원하는게 무언지 궁금하지도 묻지도 않으신다. 엄마에게는 가족을 위해 차리는 밥상이 집에서 본인의 위치를 드러내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다 큰 자식들이 집에 오면 힘들어서 외식하고 싶은 마음과 젊은 시절 본인의 강력한 무기를 쓰고 싶은 마음이 충돌하는 순간이 있으신 것 같다.
식구(食口)
애들을 키우면서 저학년때는 같이 저녁식사를 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고학년이 되면서 평일 학원수업이 생기면서 평일 식사시간은 점점 힘들어졌다. 내가 생각한 가족은 단란해야 하고 밥을 같이 먹어야 하고 주말을 같이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황은 자꾸 변해서 타협안으로 제시 된게 주중에는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주말에는 같이 보내자는 것이었다. 토요일은 가족과 같이 또는 따로 시간을 보내다가도 저녁6시에는 집에 모여야 했다. 남편이 골프에 취미를 가지면서, 애들이 고학년이 되면서 반발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나의 대답은 왜 식구가 식구인거냐고 물었고 하루 종일 같이 먹을 음식 준비하는 사람생각을 하라고 애기했다. 생각해 보니 웃긴다.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그런데 그때는 내가 베이스 캠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까지 나가 놀 수 없으니 집에서 반찬을 만들며 6시만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나도 6시에 맞춰서 들어와야 하는 사람도 스트레스 받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내가 정한 가족의 허상-가족은 단란하고 시간을 같이 보내야 한다-을 지키기 위해 나는 가족들에게 가족을 빌미로 무기를 휘둘렸다.
현모양처
어릴 때 부터 좋은 곳에 시집가서 애들 잘 키우면 최고라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 그래서 순종적인 아내 넘치는 모성애를 장착한 엄마가 나오는 드라마를 보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생때는 공부한다고 살림을 안하고 사회생활하면서 부터는 결혼하면 하니 살림은 손도 대지 말라는 엄마의 만류로 속옷도 빨지 않고 생활하다 시집을 갔다. 결혼해서는 남편보다 더 경제력이 있다는 이유로 -표면적으로는 사랑한다는 이유로-가사의 부담은 적었다. 나는 경제적인 활동을 하기 때문에 현모양처가 되기 위한 준비를 못하는 거지 시간이 주어진 다면 언제라도 현모양처의 대열에 뛰어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다. 애들이 태어나고 일을 그만두고 현모양처(전업)의 길로 뛰어들 수 있는 선택의 순간에도 나는 입으로는 현모양처를 부르짖으며 일을 그만두는 선택은 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언제나 핑계가 있었다. “ 난 진짜 현모양처가 꿈인데 시간이 없어서 내가 살림을 못하는거야. 내가 여유가 있으면 잘할 수 있어”
5년전 이직을 하고 이혼을 하며 시간적이 여유가 생겼다. 그동안 시간이 부족해서 못했다고 생각한 살림도 할 수 있고 애들에게 주중에도 따뜻한 밥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난 살림을 못하는 사람이고 잘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었다. 화폐로 환산되지 않는 집안일은 나의 생각과 달랐다. 일한만큼 성과가 따르는 사회생활과 달리 집안일은 해도 티가 안났지만 안하면 너무 티가 나는 구조였다. 열심히 준비한 식사를 맛나게 먹어주면 그래도 좋을텐데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진 가족들은 나의 노력을 애써 외면하는 것 같았다. 현모양처의 꿈은 나를 더 압박해서 집에서는 편안히 TV를 볼 수 없는 상태에 까지 이르렀다. 쇼파에 누워 TV를 보면 집 청소를 해야 할 것 같은 죄책감에 설거지를 하며 아이패드를 보는 방법을 택한다. 애들도 더 이상 엄마가 해주는 밥이 맛있는 어린아이들이 아니었다.
내가 꿈꾸는 현모양처도 허상이었다.
부분적 관점을 열심히 훈련하고 체화한다면 수월하겠지만, 나를 포함해 인간은 욕심이 많고 어리석다. 자신이 생각ㅈㄴ하는 자기와 타인이 생가가하는 ‘나’는 대개 큰 차이가 있다. 자기 존재의 부분성을 깨닫고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아는지를 알기 어렵다. 세상탓을 하자면 ‘내 생각이 객관적’이라는 식의 자기 방어 없이는 이시대를 살기 힘들다. 윤리적이려고 노력하는 사람.‘정신승리’에 익숙한 사람, 그 중간에서 고뇌하는 사람.....여러 유형의 인생이 좁은 우리 안에서 사투를 벌이는 시대다(영화가 내몸을 관통할 때 p17)
정희진은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와 타인이 생각하는 ‘나’는 큰 차이가 있다고 이야기 한다. 어쩌면 남들눈에 보이는 모습을 나만 모르고 살아왔던 것일 수 있다. 이쁜 애들이 어른들에게 남자들에게 선택받는 모습을 보고 외모자본도 없는 내가 사랑받는 방법은 현모양처라고 그 어린 시절에도 생각했었던 것이다. 경제력을 갖추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자본은 바뀌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현모양처처럼 행동해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내가 있는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이성이든 동성이든)나는 먹을 거를 싸들고 다녔다. 무대작업을 할 때 늦은밤 야식 준비를 위해 엄마냉장고의 닭을 훔쳐오기도 했고 재수학원에도 간식을 싸들고 다니니까 우리집이 슈퍼를 하는 줄 아는 친구도 있었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준비하고 같이 먹는 행위는 다른 표현 방법보다 시간과 마음이 많이 소요되는 것이다. 이렇듯 나의 사랑표현은 ‘식’에 집중이 되어있다. 나의 사랑표현 방식이 이러니 나는 현모양처가 꿈인줄 알았던 것이다.
내꿈은 현모양처야’는 ‘나는 사랑받고 싶다’의 다른 표현이다.
나만의 감옥
사랑받고 싶으면 사랑해 달라, 사랑한다 말을 해야 하지만 정숙한 여자는 그럴 수 없다 조신하게 기다려야 한다고 너무나 오랜시간 교육받아 왔다. 어디 여자가.... 라는 말에 날 너무 가두어 두고 살았던 것이다. 노래 가사중에 ‘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라는 노래가 있다. 말하는 대로 이루어 질수 있다니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노래이다. 노래가사처럼 나도 내 감정을 말해보자 ‘현모양처가 꿈이라’ 라는 말의 감옥에 나를 가두지 말고 ‘좋아해’ 라는 말로 나의 감정을 표현 해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내가 차린 밥상은 ‘좋아하는 너를 위해 준비했어’ 의 다른 표현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냥 밥은 밥일수 도 있다. 이혼으로 양처는 물 건너 갔지만 아직 내가 좋아해 라고 표현해야할 고슴도치 같은 아들 둘이 있으니 연습을 해야 겠다. 좋아하니 밥을 차려주는게 아니라 좋아하니 같이 밥을 먹자고 애기하고 시간이 안 맞으면 서운해 하지 말고 말아야 한다. 옛날에 내가 규정했던 가족의 모습으로 계속 산다면 10년후에도 여전히 ‘현모’의 감옥에 갇혀있을 것이다. 내년이면 둘째가 성인이 된다. 성인 3명이서 만드는 단란한(?)가족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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