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시즌>4주차 공지 - 수전 손택 -은유로서의 질병 (1회차)

문탁
2023-07-03 17:42
234

1.  백혈병=송혜교?

 

너무 '라떼' 같은 이야기지만 전 중학생때 친구 한명과 매일 편지를 주고 받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공책 한권에 돌아가면서 서로에게 편지를 쓰는 것입니다.

여학교에서 친구 사이에 편지를 통해 내밀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은 식민지 시대 여학교 때부터 시작된, 너무 오래되고 자연스러운 것이죠.

그런데 주로 어떤 내용이었냐면, ㅋㅋㅋ....

 

자기가 읽은 책이나 시의 일부를 베껴쓰고 난 후,

오래 살고 싶지 않다. 짧고 굵게 살다 일찍 죽고 싶다. 아, 백혈병에 걸려 죽는 게 소원이다, 뭐 이런 거였습니다. 

(전혜린, 사강, 임어당...이런 거 읽었던 것 같은데... 왜 결론이 죽는걸루? ㅋㅋㅋㅋㅋㅋ)

조숙한 소녀들의 유치한 데카당스가 장난 아니죠?

 

그런데 왜 하고 많은 질병 중에 백혈병이었을까요?

그건 아마... 1971년 에릭 시걸의 소설을 영화화한  <러브 스토리> 때문 아니었을까요?

 

 

하버드에 다니는 존잘 금수저 남자주인공과 래드클리프에 다니는  똑똑하고 가난한 캔디 여자주인공의 러브스토리.

온갖 혼사장애를 극복하고 결혼했지만 여자주인공은 백혈병에 걸려 사랑하는 남편을 두고 죽는......

여기에 아주 멜랑꼴리하고 통속적인 음악이 입혀지고....

 

전 그 유명한 대사 러브 민즈 네버 해빙 투 세이...어쩌구를 진짜 오랫동안 입에 달고 다녔어요. (와, 지금도 저절로 튀어나온다..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백혈병으로 일찍 죽어야겠구나. 똑똑하고 예쁘고 사랑받는 여성으로 살다 죽는 판타지!!!!

 

제 어린 시절 백혈병은 그런 거였습니다. (왜 일케 부끄럽지? ㅎㅎ)

 

 

2. 폐결핵=이상()?

 

'폐병'에 대한 낭만화는 시대를 더 거슬러 올라갑니다. 

나도향, 김유정, 이상....근대 남성 지식인 모두 폐결핵으로 죽었죠. 그들의 작품에도 결핵이 자주 등장하구요. 하지만 그 묘사는 매우 낭만적입니다. 이상의 자전적 소설 '봉별기( )'에는 이런 구절이 있죠. 

 

스물세 살이요-삼월이요-각혈이다. 여섯 달 잘 기른 수염을 하루 면도칼로 다듬어 코밑에 다만 나비만큼 남겨 가지고 약 한 제 지어들고 B라는 신개지 한적한 온천으로 갔다. 게서 나는 죽어도 좋았다. (봉별기)

 

 

 

정말 데카당의 끝판왕. 병리주의 미학의 최고봉입니다. ㅎㅎㅎㅎ (그런데 저 같은 소위 '문학소녀'에게 끼친 영향은 지대했습니다. ㅠㅠㅠㅠ)

네, 저에게 폐결핵은 오랫동안 원고지, 기다랗고 하얀 손가락, 각혈  같은 것과 계열화되어 있었습니다. 그것은 지식인의 병이었습니다.

(사실 데카르트, 칸트, 스피노자, 도스토예프스키, 발자크, 조지 오웰, 카프카, 쇼팽, 나이팅게일...등이 모두 폐결핵으로 사망햇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합니다. <가을동화>의 송혜교가 백혈병이 아니라 자궁암이나 대장암이었다면, 그 드라마는 성공했을까?

이상이나 김유정이 폐결핵이 아니라 평생 치질으로 고생했었다면 사람들은 그걸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우리 모두는 질병 그 자체가 아니라 해석된 질병, 의미화된 질병으로 더 고통받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전 손택은 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3. 이번 메모는 다시 A조입니다. 한쪽에 2~3 토픽을 정리해서 수욜 6시까지 댓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무쟈게 덥네요. 모두 건강 조심하세요

 

댓글 7
  • 2023-07-05 07:21

    글 올립니다. 이따가 뵙겠습니다.

  • 2023-07-05 11:27

    과제 제출합니다.

  • 2023-07-05 15:46

    ...

  • 2023-07-05 15:53

    메모 조금 수정하였습니다. ^^;;

  • 2023-07-05 17:54

    5분 전이다! ㅎㅎ

  • 2023-07-05 18:45

    올립니다.

  • 2023-07-05 19:18

    메모 모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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