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 최종 에세이 _ 그 사랑은 어떻게 막을 내렸나
1.
만나기로 한 약속을 4번이나 미룬 데에는 쏟아지는 과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지만 별로 인상적이지 않은 사진 속 그의 모습도 한몫했다. 큰 덩치에 뿔테 안경, 착하고 공부 잘하게 생긴 모범생 느낌. 어디서든 만날 법한 남자와의 소개팅에 시간을 쓰는 것보다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게 이로운 선택이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만날 인연이었는지 흐지부지되는 듯했던 만남은 결국 이뤄졌다. 봄날의 대학 교정에서.
소개팅을 주선한 친구의 초대로 축제 주점을 찾아간 날이었다. 친구는 그와 대학 동기였으므로 초대에 응하면 그와 마주칠 수 있겠다 싶어 조금 껄끄러웠지만 분명 약속을 미룰 만한 사정이 있었으니 가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곳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분명 사진 속 그였지만 사진 속 모습과는 다른 그를. 180cm 정도 돼 보이는 큰 키에 넓은 어깨, 안경을 끼지 않아 드러나는 뚜렷한 이목구비,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날렵한 몸태. 매력적이었다. “정말 이유가 있던 것 맞아요?”라고 눈을 흘기며 농담을 건네는 모습도, 내게 말을 걸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어리숙한 태도도 마음에 들었다. 벚꽃이 떨어지던 봄날의 밤, 스무 살의 남녀는 서로에게 빠져들었다.
막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이 그러하듯 우리는 시시때때로 만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에 대한 정보를 쌓아갔다. 그 정보에는 그의 배경도 포함됐다. 이를테면 아버지의 오랜 여성편력으로 그의 부모가 꽤 오래 전부터 별거했다는 것, 그의 아버지가 엄청난 재력가라는 것 같은. 그는 부모의 불화는 은밀히 숨기려 했고, 아버지의 부(富)는 넌지시 드러내려 했다. 그의 조건과 조건을 대하는 태도는 모두 내 사랑을 심화시키는 요소가 됐다. 나는 상처 입은 그를 보듬어 주고 싶었고, 그가 가진 부에 편승해 내 위치를 높이고 싶었다. 숭고한 사랑과 신분 상승. 가진 것 많은 그의 빈틈은 내가 가진 사랑의 크기를 증명할 수 있는 시험대이자 풍요의 삶으로 진입할 수 있는 입구였다. 나는 그에게 더 깊이 빠져들었고, 우리 관계는 한동안 문제없이 잘 굴러갔다.
관계에 파열음이 생긴 건 6개월 정도 만났을 때였다. 중간고사를 목전에 둔 어느 날, 그는 자기 학과에서 운영하는 일일호프에 내가 꼭 오길 바랐다. 나는 가기 싫었고 마침 명분이 있었다. “피부과 시술 받아서 얼굴 상태가 영 아니야. 자기 친구들 처음 보는 자리인데 이 얼굴로 나가고 싶지 않아. 자기도 이해하지?” 핑계였다. 그곳에 가면 계획에 차질이 생겨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받게 될 게 그려졌다. 피부가 별로여도 자기 눈에만 예쁘면 되지 않냐며 늦은 밤까지 와 달라고 사정하는 그의 부탁을 아쉬운 척 거절하고 나는 공부를 했다. 그 마지막 부탁을 기점으로 그와 하루 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고, 다시 연락이 왔을 땐 그는 어딘가 달라져 있었다.
그리고 듣게 된 이야기. 못 견디게 외로웠던 날 나는 오지 않았고, 자기 옆엔 입학했을 때부터 관심이 있던 여자애가 있었고, 알고 보니 그 애는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가 있었고, 얘기를 깊게 나누다 보니 서로 마음이 통했고, 어느 순간 몸을 만지고 있더라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는 생각보다 ‘그럴 수 있었겠다’라는 생각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초조했다. 그의 마음이 내게서 그 애한테로 옮겨질까 봐. 후회했다. 그의 욕망보다 내 욕망을 우선한 것을.
나와 그 애 사이를 갈팡질팡하다 그가 결국 나와의 관계를 선택했을 때, 나는 무척 기뻤다. 분노나 허탈감도 없지 않았지만 그런 감정은 농도가 옅었다. 나는 어떤 사람의 행동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다 싶으면 잘잘못을 따지고 싶은 마음이 쉽게 누그러지고, 농도가 짙은 감정과 생각을 따라 큰 고민 없이 행동하는 단순한 데가 있으며, 갈등 상황에서 내 잘못은 없나를 기계적으로 곱씹는 사람이었다. 일종의 달란트 같은 것. 그런 특성 덕에 그 일이 있고 나서도 그와의 관계에 큰 부대낌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나는 그를 원하고 그도 나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사귄 지 1년쯤 지난 그해 겨울, 그가 아버지의 사업 부도를 이유로 나와 이별하길 원했을 때 슬프긴 했지만 괴롭지 않은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였다. 나를 좋아하는 마음은 변치 않았으나 연애할 상황이 아니라는 그의 말이 납득됐다. 여전히 나는 그를 원했으므로 다른 남자를 만날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그가 보고 싶다고 부를 때면 고민 없이 그를 만나러 갔다.
공식적으로 이별한 지 몇 달이 지난 어느 봄밤 우린 만날 약속을 잡았다. 오랜만에 나눈 대화에서 그가 요새 밥을 잘 못 먹는다는 것을 알았고, 나는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도시락을 준비했다. 우리는 만난 뒤 자연스레 모텔로 향했고 특별한 대화 없이 몸을 섞었다. 그러고 나서 침대에서 시답잖은 이야기를 주고받다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원치 않게 액정에 뜬 이름과 그 이름 옆에 나란히 놓인 빨간색 하트를 보게 됐다. 민망해하는 그의 얼굴까지도. 서운한 내색을 숨길 수 없었지만 차마 따지지는 못하고 그냥 씁쓸히 웃었다. 모텔에서 나와 강의를 들으러 학교로 향하는 길에서 나는 창피할 만큼 울었다. 하지만 창피함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슬픔, 배신감, 분노, 허탈감 등등이 물밀 듯 올라왔고 무엇보다 세포마다 스민 듯한 수치심을 감당하느라 창피함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다. 그 와중에 절망스러웠던 건 견딜 수 없는 모멸감을 느꼈음에도 내가 여전히 그를 원한단 사실이었다.
2.
그때부터였다. 체기가 잘 가시지 않았던 게. 먹은 것도 마땅치 않은데 부대끼는 느낌. 그의 말들을 소화시키기 어려웠던 그때부터 체증을 달고 살았다. 안 그래도 마른 몸이 더 앙상해졌다. 너는 집고양이 같은데, 걔는 들고양이 같아, 너랑 만나면 내 구질구질한 상황이 떠올라, 같은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 않은 그런 말들을 뱉지 못한 채 꾸역꾸역 삼키며 버텼다. 사랑이었다. 불가항력, 자기 안의 결여 발견, 뭐 이런 게 사랑의 속성이라면 그건 사랑이었다. 그를 향한 마음은 의지로 누르기엔 너무 컸고, 그의 다른 연인들에겐 있지만 내겐 없는 무엇들은 너무나도 갖고 싶은 것이었다. 그러니 그건 사랑이었다. 다만 굳이 만성화된 소화불량의 원인을 좀 더 파헤쳐보자면 사랑이 아닌 순간에도 전부 사랑이라고 생각한 것. 나조차도 그렇게 나를 속인 것. 그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우리는 10년 가까이 서로를 놓지 못했다. 이별 직후 얼마간은 그가 내 사랑을 시험했고, 내가 그의 시험을 통과한 직후에는 다시 내가 그의 사랑을 평가했다. 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은 고되고, 성취의 순간은 짜릿하며, 성취 이후에는 허탈감이 몰려왔다. 성취의 쾌감은 자극적이라 우리의 관계를 멈추지 않게 하는 동력이 되었지만, 동시에 일시적이라 우리를 지치게 했다. 그래서였을 거다. 어느 순간 둘 다 관계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게 된 것은. 그럼에도 서로를 향한 허기는 때때로 몰려왔고, 그럴 때면 자연스레 서로를 찾았고, 짧은 시간 몸을 섞으며 허기를 달랜 뒤 헤어졌다. 헤어짐 끝에 남는 외로움은 내 일상을 뒤흔들 때가 많았다. 그럴 때면 나는 허우적대며 그를 잡으려 안간힘을 썼지만 그는 내게 붙들리지 않았다. 상대를 강렬히 원하는 마음은 사랑의 열정과 닮아 있어 허기와 사랑을 구분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를 원한다는 마음은 20대 내내 실재하는 감각이었으므로 나는 내 행위의 동기를 그를 향한 사랑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내 스스로에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더 이상 사랑만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어느 순간 나는 그가 뱉은 기이한 말들을 이해했던 것 같다. 의지와 상관없이 그냥 그 의미를 알았던 것 같다. 순도 높은 사랑이었다면 나는 그에게 말했을지 모른다. 네 구질구질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으면 너는 다른 곳으로 도망가면 안 된다고, 네가 있고 있어야 할 자리를 직면하고 받아들이라고, 이제 그만 정신 차리고 나를 보라고. 네가 가진 걸 더 잃기 전에.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아니, 그러지 않았다는 게 더 정확할 듯하다. 나는 그의 조건이 두려웠다. 부모의 불화는 감히 감당하고 싶은 조건이었으나, 가난은 절대 감당하고 싶지 않은 조건이었다. 나는 그를 사랑해서 그의 얼굴에 드리운 어둠을 거두고 싶었지만, 나는 나를 사랑해서 그 어둠이 내 얼굴에도 깃들까 무서웠다. 내가 그의 기이한 말들을 이해할 무렵, 내가 그를 사랑하는 마음보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져 있었다. 아니, 더 정확히는 그를 사랑하는 일엔 그의 가난까지 받아들이겠다는 다짐이 포함되어야 함을 알게 된 무렵, 나는 나보다 그를 더 사랑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됐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몰랐다. 모든 문제의 원인이 그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지긋지긋한 체기도, 그가 내게 돌아오려 할 때마다 솟구치는 화도, 이 남자 저 남자 기웃거리며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불안도, 다 그의 탓이었다. 근데 정말 몰랐을까. 내가 바라는 이미지와 실제 내 모습 사이의 괴리가 체기를 심화시킨다는 걸, 내게 돌아오겠다는 그의 결심이 두려워 갖고 있던 화보다 더 큰 화를 냄으로써 그를 쫓으려 했단 걸, 그의 대체재를 찾기 위해 학벌과 재력을 따져가며 이 남자 저 남자를 찾아 헤맨 걸, 나는 정말 몰랐을까. 알려고 하면 알 수 있었을 것들. 그러니 정확히는 ‘몰랐다’가 아니라, ‘모르는 쪽을 택했다’가 맞다. 나는 도망쳤다. 쉽고 편하고 자극적인 쪽으로. 한 남자만을 지고지순하게 사랑하는 착한 여자, 그 여자의 사랑을 착취하는 나쁜 남자. 20대 중반까지 나는 비운의 주인공을 연기하며 내가 꿈꾸는 내 모습과 피학적 쾌감에 빠져 있었다.
3.
현실이 너무 생생하면 연극은 사치에 불과해진다. 26살, 엄마가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내 삶의 각본에서 엄마의 죽음은 인생 후반부쯤에 등장할 일이었다. 하지만 삶은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예측불가능성은 반쯤 붕 떠서 지내던 나를 현실로 끌어내렸다. 현실감각의 장착. 엄마의 췌장암은 내게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심어줬고, 그 위기감이 삶의 우선순위를 빠르게 판단하길 부추겼다. 그 우선순위에는 그가 포함됐다.
동네 병원에서 엄마에게 큰 병원을 가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날, 나는 엄마가 있는 집에 가지 않았다. 마주해야 할 현실이 두려워서. 그렇다고 혼자 있을 수도 없었다. 공포감에 질식당할 것만 같았다. 그때 나는 그를 찾았고, 그는 지체 없이 내 곁으로 왔다. 그렇게 내게 그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 순간 나는 삶의 계획을 수정했다. 변수로 뒀던 그를 상수로, 상수로 뒀던 결혼과 자녀를 변수로. 그렇게 하면 그의 가난이 내 삶을 뒤흔드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늘 도망갈 태세로 다리 한쪽을 걸쳐 두던 남자들도 하나씩 정리했다. 나는 그와 함께 있는 공간에 두 다리를 붙이고 있겠다고 마음먹었다.
짧게라도 그와 주기적으로 만나려고 시도했다. 내게 닥친 불행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슬픔을 덜기 위함은 아니었다. 그런 고통은 오롯이 당사자의 몫임을 알게 되었다. 다만 관계를 다시 쓰기 위해서는 각자의 일상을 예측 가능한 시점에 공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전과는 달리 차분해지고 집요해진 내 모습을 불편해하고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였지만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의 반응을 견디려 했다. 실패한 때가 많았다. 반복되는 그의 거절에 넌더리가 날 때면 나 좋다는 다른 남자를 만나기도 했다. 그러다 그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다시 그와의 관계를 이어가기로 마음먹고…. 그렇게 1년을 보냈다.
그런 때가 있다. 사소한 일이 트리거가 돼서 복잡한 머릿속이 차갑게 정리되는. 퇴근한 그를 집까지 데려다주던 차안이었다. 내 생일에 보자, 네 생일?, 곧이니까, 네 생일이 12월이었지? 1월이든가? 언제였지? 그의 집 앞에서 시시껄렁한 농담 몇 마디 주고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10년 간 연인이라 생각했던 남자가 내 생일 하나 기억 못한다는 사실이 씁쓸하긴 했지만 슬프진 않았다. 네가 무슨 성모 마리아야?, 걘 널 사랑하지 않아, 난 네가 이러고 있는 게 이제 불쌍할 지경이야, 친구들의 말이 떠올랐다. 헛웃음이 났다. 내가 그에게 특별한 여자라고 생각했던 믿음이 깨지며 가까운 미래가 보였다. 장례식에 나타나 엄마 잃은 내 울음을 받아주고 내 눈물을 구경한 뒤 오래도록 연락이 되지 않을 그의 모습이. 깨달았다. 내게 필요한 건 내 고통을 감상하는 관객이 아니라 내 현실을 함께할 동반자라는 걸. 나는 더 이상 그가 필요하지 않았다.
특별한 이별의 말을 건네진 않았다. 그간 비장한 결심을 담아 뱉은 이별의 말이 결과적으로 늘 거짓이 되었으므로, 진짜 이별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쨌든 그 후 1년 반 동안 우리는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 사이 나는 그와 ‘진짜’ 이별을 했고, 새로운 ‘사랑’을 만났다.
그에게서 문자가 온 건 애인 H와 통영을 여행하고 있던 중이었다. H가 신경 쓰여 연락하기 꺼려졌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그의 연락을 무시하기 어려웠다. 나도 작년 겨울 엄마를 잘 보내드렸다고, 마음이 많이 안 좋겠다고 답장했다. 죽기 전 사과를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졌다고 답이 왔고, 나는 미안하다 말해줘 고맙다고 답했다. 우울증을 앓고 있음을 호소하며 연락을 이어가려는 그에게 여행 중이라 연락하기 곤란하다고 말하고 그의 번호를 차단했다. 여행 후 며칠 간 마음에 그가 걸렸지만, 더 이상 그와 연결되고 싶지 않았다.
그와 마지막으로 연락이 된 건 그로부터 2년이 지난 때였다. H와 결혼한 지 반년쯤 됐을 무렵, 나는 그가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 카카오톡 차단을 해제하고 그의 프로필을 구경하려 했다. 그러나 뭔가 잘 되지 않아 포기하고 금세 잊어버렸다. 그 다음날 야근을 하고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에게서 카톡이 왔다. 이제 차단 풀었나 보네? 심장이 두근댔다. 메시지를 읽지도 않고 삭제한 뒤 다시 번호를 차단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다. 얼핏 문자 내용을 보니 그였다. 이제 다시 연락하지 않겠다는 요지의 메시지에는 나를 향한 서운함이 담겨 있었다. 내 옆에 누워서 핸드폰을 하고 있는 남편이 혹시나 그 문자를 볼까 두려워 나는 재빨리 문자를 삭제하고 그 번호를 차단했다.
그 시절의 사랑이 그렇게 막을 내렸다. 어떤 이별의 말도 주고받지 않은 채. 나는 왜 단절을 이별의 방식으로 선택했을까. 끝내 거두지 못한 미련? 상처를 준 상대에 대한 복수? 영원한 사랑으로 기억되고 싶은 욕망? 지고지순한 사랑을 할 줄 아는 이미지에 대한 집착? 그런 마음들도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선택의 가장 큰 이유는 기저에 깔린 공포감이 아니었을까. H를 만나고 처음으로 느낀 안정감. 원가족에게서도 숱한 연인들에게서도 바랐지만 얻을 수 없던 그 감각을 나는 H에게서 느꼈다. 그 감각을 가진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 그 감각이 내 것이라는 확신 같은 게 없을 때 받게 된 그의 연락은 소중한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유발한 게 아닐까. 그는 나의 약한 부분을 잘 아는 상대였고, 나는 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으니 삼십육계 줄행랑이 그 시절의 내가 할 수 있던 가장 합리적 선택이 아니었을까. 일종의 생존 본능. 그러니 내게 던져야 할 더 정확한 질문은 ‘그 시절의 나는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가 아닐까. 그렇게 끝낼 수밖에 없는 만남도 있는 게 아닐까.
| 번호 | 제목 | 작성자 | 작성일 | 조회 |
| 194 |
[평비글]8월25일(일) 에세이발표에 초대합니다
(1)
겸목
|
2024.08.22
|
조회 762
|
겸목 | 2024.08.22 | 762 |
| 193 |
8차시 후기
(4)
시소
|
2024.08.08
|
조회 726
|
시소 | 2024.08.08 | 726 |
| 192 |
[평비글]9차시 8월10~11일 평창 워크숍 공지
겸목
|
2024.08.05
|
조회 721
|
겸목 | 2024.08.05 | 721 |
| 191 |
[평비글]8차시 8월 4일 세미나 <각각의 계절> 공지
(6)
겸목
|
2024.07.31
|
조회 775
|
겸목 | 2024.07.31 | 775 |
| 190 |
[평비글] 7차 시 후기
(6)
이든
|
2024.07.28
|
조회 728
|
이든 | 2024.07.28 | 728 |
| 189 |
(평비글) 6차시 후기
(5)
꿈틀이
|
2024.07.24
|
조회 667
|
꿈틀이 | 2024.07.24 | 667 |
| 188 |
[평비글] 7차시 7월 28일 세미나(글쓰기) 공지
겸목
|
2024.07.24
|
조회 715
|
겸목 | 2024.07.24 | 715 |
| 187 |
[평비글] 6차시 7월 21일 <짝 없는 여자와 도시> 세미나 공지
(7)
겸목
|
2024.07.17
|
조회 669
|
겸목 | 2024.07.17 | 669 |
| 186 |
[평비글] 5차시 후기
(4)
수영
|
2024.07.16
|
조회 613
|
수영 | 2024.07.16 | 613 |
| 185 |
[평비글] 5차시 7월 14일 세미나 공지(글쓰기)
겸목
|
2024.07.11
|
조회 595
|
겸목 | 2024.07.11 | 595 |
| 184 |
평비글 시즌2 4차시 후기 - 무이
(7)
무이
|
2024.07.10
|
조회 766
|
무이 | 2024.07.10 | 766 |
| 183 |
평비글 시즌2 4차시 후기
(6)
시소
|
2024.07.10
|
조회 690
|
시소 | 2024.07.10 | 69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