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7~8부 4회차 후기

당최
2022-08-25 19:01
183

지난 시간에는 편견적 성격의 요인과 유형을 살펴본 뒤 저자가 제시하는 편견 사회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살펴보았습니다. 편견적 성격의 가장 주요한 특징은 판단이 지연되는 모호한 상태를 자아에 대한 위협이라 인식하고 잘 견디지 못한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부터 명확성이나 안정성을 추구하는 성향, 개별이 아닌 범주로써 파악하려는 성향, 권위 지향적 성향, 도덕주의, 이분법, 투사를 통한 외재화 등의 성향이 파생되는 것 같습니다. 편견적 성격의 사람들은 국가주의나 제도화된 집단 규범 체제를 지향하는데, 이는 자신과 같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내집단 속에 머물 때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선동가는 외집단을 명시해 주고 명확한 지시를 하달함으로써 이들을 규합합니다. 선동가에게서 욕구를 충족받고 배출구를 찾은 이들은 추종자가 됩니다. 이 책이 쓰인 50년대에는 사회적 루저 집단이 주로 추종자가 되었으나 오늘날에는 목적과 기능에 따라 다양한 계층이 선동가에게 동조합니다. 현재 한국 사회를 사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국힘의 이준석이나 가세연, 일부 개신교 목사들, 보수 유튜버, 태극기 부대 등을 떠올릴 수 있는 대목입니다. 민주당 또한 많은 선동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소규모 정당이나 중도 정당, 다당제 등 그간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양당 체제를 극복하지 못한 걸 보면 한국 사회는 여전히 오른쪽으로 상당히 치우쳐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의 성격을 편견적, 관용적이라거나 보수적, 진보적으로 잘라서 구분할 수 없고 실질적으로 사안에 따라 넓은 중간 지대가 있을 것이지만, 분단국가란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된 견고한 양당 체제가 각 개인들의 세계관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클까 생각하게 됩니다. ‘옥소’ 어플로 진단해 보니 진보지수가 나름 높을 거라 생각했던 저는 중도 보수였습니다.

편견 사회를 벗어나는 첫걸음은 차별을 줄이는 입법입니다. 입법은 시도 자체로 사회적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그것이 관철되었을 땐 직접적인 효과를 발휘합니다. 위반 사례는 발생하겠지만 차별적 행위를 물리적으로 억제할 수 있으며, 외적 행위를 통제함으로써 중간 지대에 머무는 다수의 사고 습관도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청탁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수천수만 번 캠페인을 하는 것보다 김영란법을 제정해버리는 게 옳은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확실한 정의라면 계도보다 입법이 낫습니다.

사회 전체가 진보하기 위해선 중간 지대의 이동은 물론, 가장 극단에 있는 편견 세력도 한발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편견은 무지에 대한 공포와 내면의 불안에서 비롯됩니다. 이를 교정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접촉하며 서로에 대한 무지를 걷어내야 합니다. 인간 본성의 친애적 경향을 회복하고 서로 익숙한 존재가 되어 불안과 공포를 약화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분리된 집단과 계층, 문화가 뒤섞여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함께 과제를 수행하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교육이나 치료, 훈련, 권고와 같은 지원책도 그 효과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겠지만 수반되어야 할 인프라일 것입니다.

편견은 특정 성격의 태도 구조이고, 차별은 이것이 사회 안에서 공통의 관행이나 관계적 행위로 발현된 것이라고 이 책은 말합니다. 편견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편견의 다면성을 이해하고 납득하며, 사회 구조와 개인이 맞물려 변화를 꾀해야 합니다. 개인들의 지속적인 노력은 부메랑처럼 사회 구조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초판이 발간된 시기를 계속 의식하며 읽게 되던 책이었습니다. 2차 대전과 냉전 시기를 통과하던 저자의 메시지는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찰떡같고, 한국 사회의 상황과도 밀착된 듯 보였습니다. 생각이란 심는 것도, 뽑는 것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편견>을 마치고 <보통 일베들의 시대> 결론 챕터를 다함께 읽었습니다. 일베를 그저 상종 불가 집단으로만 생각해 왔는데 사회학적으로 고찰한 텍스트를 읽고 다시금 나의 편견을 반성했습니다. 편견에 대한 교정은 편견을 이해하고 납득하는 것부터, 씹어 삼키고 소화해내는 것부터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댓글 2
  • 2022-08-25 19:17

    불안정, 좌절, 모호함에서 빨리 벗어나려 하면 편견에 쉽게 빠질 수 있더라고요. 원인을 파악해보고 파악하지 못 해도 모호함, 불안, 좌절을 다시 생각해보는 태도가 필요하겠어요. 

     

    모호했던 '모호함'에 대한 논의도 기억나요. 최소한 어떤 집단에 관한 판단은 빨리 정리해버리기 보다는 모호함을 간직하면서 알려는 노력을 더해야되겠다 정도로 정리했습니다. 

     

    편견에 대해서 알수록 입법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데, 부동산 관련 법과 같이 이익과 손해를 피하기 위한 법 말고도 우리의 양심에 맞는 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고 싶어졌어요. 

  • 2022-08-25 19:26

    당최님! 매우 학구적인 사람이구나!! 꼼꼼한 후기에 놀랐어요^^ 편견을 읽는 동안 나는 참 편견 많은 사람이구나!! 이런 각성에 좀 힘들더군요. 그래도 알게 되어 다행인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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