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행성 #4] 별이의 배속 성장기

사이
2023-05-0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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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임신 34주 차. 아가에게는 엄마 배 속이 세상 전부이다. 별이의 성장을 돌아보면서 그때 나의 몸과 마음도 돌아보려고 한다.

 

  처음 임신을 의심했던 건, 배가 고파서 음식을 진짜 많이 시켰는데 음식 앞에서 한 입도 못 먹고 속이 울렁거렸다. 남편이 “임신 아니야?”라는 말에 절대 그럴 리 없다고 했지만, 혹시 몰라 집에 와서 임신테스트기를 해보니 바로 선명하게 두 줄이 나왔다. ‘헉 ㅜㅜ’ 계획된 임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너무 당황스러웠는데 다음날 병원에 가보니 이미 5~6주가 되었다고 했다.

 

[5~6주] 2022년 10월 22일 0.12cm 사과씨 크기


  초음파에 보이는 작은 씨앗이 보였고, 심장 소리를 들려줬을 때 두려움과 뭉클함이 함께 몰려왔다. 새 생명이 내 안에서 이미 자라고 있었다니. 그때 나의 몸은 가슴이 커졌고, 차멀미하듯 울렁울렁했다. 당시엔 소화가 안 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입덧의 시작이었다.

  너무 신기한 건 집에 오렌지 자스민 나무가 있었는데 이상하게 꽃이 정말 만개했었다. 이렇게 많은 꽃을 본 적이 없었는데 여기저기서 꽃이 피는데 생명의 기운을 받아 나와 아기를 축복해 주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8주] 2022년 11월 22일 1.6cm 산딸기 크기

  8주 차가 되어 병원에 갔을 때 머리, 팔, 다리가 생겨서 꼬물꼬물 거리고 있었다. 이때 태아의 크기는 1.6cm인데 작은 씨앗에서 눈, 귀, 발가락, 팔, 다리가 생겼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때 아기의 움직임을 볼 때가 제일 뭉클하고, 감격스러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이때쯤 태명을 정했는데 태명은 ‘별’이었다. 별은 카오스에서 생겨난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카오스이기에 별처럼 찾아와 주었기 때문이다. 입덧은 점점 심해지고, 잠이 미친 듯이 쏟아졌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몸을 받아들이니 불안한 마음이 점점 줄어들고 생명의 충만함으로 채워지는 시기였다.

 

[12주] 2022년 11월 29일 12주 차 5.4cm 자두 크기

  이 시기는 뼈, 근육과 뇌가 급속도로 커지는 시기라고 한다. 이때는 오히려 살이 빠지고, 기형아 검사를 하는 시기여서 그런지 ‘지금 배 속에서 뭐가 있는 게 맞나?? 잘 크고 있나??’ 라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4주에 한 번씩 초음파를 보면서 아기는 아기대로 잘 크고 있다는 걸 확인하니 큰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며 안심했다.

당시 열심히 하고 다닌 핑크색 임산부 뱃지!

 

[16주] 2022년 12월 27일 11cm 아보카도 크기

  이쯤 성별을 알 수 있다! 성별은 딸~ 12주에 탯줄 밑에 뭔가 있다고 해서 아들인가 싶었는데 원래 태아는 남녀 모두 생식기가 나와 있다가 여자는 들어가고 남자는 남아서 자란다고 한다. 이런 몸의 변화도 신기했다.

 

  이때 내이가 완성되어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태교로 태아에게 어떤 소리를 들려주는지 정말 중요하다고 하는데 스님 법문이랑 명상 영상을 많이 들었다.

  이 시기에 더글로리가 나왔는데 태교에 좋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진 않아서 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1화를 보니 그 자리에서 8화를 몰아서 봤다. 이것도 세상의 한 면이니깐 이라며 합리화했다^^

 

[20주] 2023년 1월 26일 16.4cm 바나나 크기

  이때 초음파 정밀검사를 한다. 머리 크기, 다리 길이, 팔길이, 배 크기, 심장 위치 등등 신체 하나하나가 정상범위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었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기 때문에. 아이가 태어나도 이때의 마음을 기억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시기부터 점점 배가 나와서 임산부 몸이 되어가고 있었다. 태동도 느끼고, 갑자기 퍽 하며 배를 차는 움직임은 너무 신기했다.

 

[28주] 2023년 3월 23일 36.6cm 가지 크기

  이 시기에 정밀 초음파도 3D로 아가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아기가 많이 움직이고 손으로 가려서 3D는 못 찍었고, 대신 흑백으로라도 사진을 남겨주셨다. 얼굴이 선명하게 보이니 너무 신기했고, 입 부분은 나를 많이 닮았다^^

  이제 하루 종일 별이의 움직임을 느끼고 있다. 쾅쾅쾅 리듬에 맞춰 차기도 하고, 옆으로 마구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심장 소리도 느껴진다. 요즘 특히 임산부요가를 할 때 이완 호흡을 하면서 온몸에 힘을 쫙 빼는데 그때 별이의 움직임이 더욱 선명해진다.

 

[32주] 2023년 4월 20일 41.1cm 코코넛 크기

  30주부터 아가가 세상에 나오기 위해 자리를 잡는 시기이다. 요즘엔 역아(머리가 위에 위치한 상태)가 많은데 별이는 다행히 머리가 자궁 쪽에 있다고 한다. 별이 점점 커지면서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점점 몸은 무거워지고, 다리 붓기가 심해지고 있다. 그래도 임신 전에는 손발이 차갑고 순환이 안되었는데 임신을 통해서 소화도 잘되고 요가를 할 때 '릴렉신 호르몬'이 나와서 뻣뻣했던 골반이 많이 늘어난다. 나의 몸 또한 아기가 나오는 길과 문이 되기 위해 준비중이다. 

 


  이렇게 4주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초음파로 별이의 성장을 볼 때마다 신기하고, 감사함이 느껴진다. 우리 모두가 이런 과정을 통해서 엄마 배 속에서 자라서 태어났다는 사실에 더욱 생명의 충만함이 느껴진다. 엄마가 되는 몸돠 마음의 변화는 너무 특별하고, 또한 모든 엄마들이 겪는 너무 보편적인 생명 활동이다. 누구나 경험한다는 이 보편적 사실이 삶의 충만함을 가져다 준다. 임신과 출산의 막연한 불안이 지나가며 별이와 완전히 연결된 시기를 하루하루 잘 느껴보려고 하고 있다

댓글 7
  • 2023-05-03 18:31

    코코넛 크기의 별이 ㅋㅋ
    과일과 열매로 사이즈를 알려주니 훨씬 실감나네요.
    7.3 센티. 15센티 이렇게 부르는 것보다 ㅋㅋ

    문탁에서 보기 드문 임산부의 배를 보았네요
    사이님. 힘드신데도 늘 공생자행성 올려주셔서 땡큐!

  • 2023-05-03 22:07

    별이가 쑥쑥 자라나고 있군요
    사이님이 느끼고 있는 생명의 충만함이 제게도 전해지내요
    뱃 속 모습부터 별이를 만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엄마입 쏙 빼닮은 별이 이렇게 만나서 반가워^^

  • 2023-05-03 23:15

    임테기 두줄부터 시작해서 사과씨..가지...코코넛
    (지금은 메론 혹은 수박 정도?ㅎㅎㅎ)
    ㅋㅋㅋ너우 적절한 크기 비유.
    초음파 사진도 신기하고.
    사진 보여줘서 고마워요. 한참 들여다 봤어요.ㅎㅎ

    아기와 엄마, 모두 건강하길 기원합니다.

  • 2023-05-04 20:21

    예전에는 막 태어난 아기들을 보며 예쁘다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갔어요.
    그런데 요즘은 세상에서 처음 만나자 마자 어찌나 보송보송한지 미소가 저절로 생겼었는데...
    이제는 뱃속 아기가 예뻐보이네요ㅋㅋ
    다음엔 아마도 같이? 저도 별이 만날 날을 기대해봅니다. 이뽀요~

  • 2023-05-04 23:01

    사이님이랑 별이 라니🥹둘의 사진만 보아도
    신기하고 신비롭고 아름답고 찡~ 해요~
    역사책보다 훨씬 드라마틱하고 기나길
    사이님과 별이의 이야기가 벌써 시작 되었네요~

  • 2023-05-06 09:26

    공생자 행성에서 글로만 소식듣다가 지난 주에 사이님 봐서 너무 기뻤어요.
    쑥쑥 자라는 별이가 살고 있어서 작은 동산처럼 볼록 나온 배가 얼마나 예뻐보이던지..^^

  • 2023-05-08 10:56

    그러게요. 참 어여쁜 임산부를 보았지 말이에요. 제가 아는 임산부란, 출산이 가까워오면 그래도 붓기란 것도 좀 있고 해야 하는데 희한하게 배만 볼록하신 임산부를요. ㅋ
    그 날 못 본 뱃속 별이를 사진으로 보니까 엄청 친해진 느낌이고 그렇습니다. 이렇게 잘 자라 주었군요. 귀엽다~~~! 별이와 만날 그날을 함께 기다려 봅니다. 홧팅!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