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으로 공생자 되기-7회차> 몸과 마음의 허기에 관한 이야기

담쟁이
2023-04-25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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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집단 성폭행으로 인해 자신의 몸을 학대하며 혐오하는 몸을 만들어 오히려 안전하게 사람들속에서 숨고 싶었던 록산게이. 

그녀의 경험과 그로 인한 고통의 내용들을 읽어가며 우리들의 마음은 여러 감정들로 요동친다.  

타인의 폭력으로 상처받은 몸을 자신은 폭식으로  학대하는 저자의 방식이 폭력적이라고 느껴지기도 하다가  그녀의 고통을 가늠조차 할 수 없어 답답하고 안타까워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그녀의  고백을 계속 따라가보는 수 밖에......

 

 그 전에 나는 성폭행을 당했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인 척하면서 살아야 했기에 내 머릿속에는 가족들에게서 도망치고 싶단 생각밖에 없었다. 기숙학교 진학은 중상류층 소녀가 도망갈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나는 세상 모르고 순진무구한 소녀인 척할 필요가 없었다. 나의 이상 행동을 설명하지 않고도 어쩌다가 되어버린 무가치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었다. 훨씬 더 쉽게 내 비밀과 죄책감과 수치심에만 애처롭게 매달려 지낼 수 있었다. P80 

.....................

먹을 수 있다는 것, 그것도 다채롭게, 무한정으로 먹을 수  있는 자유는 내가 고등학교에서 알게 된 유일한 쾌락이었다.

 내 앞에는 오색찬란한 맛의 향연이 펼쳐졌고 그 안에 나를 완전히 내던져버리기로 작정했다. 원할 때마다 원하는 음식을 흥청망청 질펀하게 먹을 수 있었다. 짭짤한 프렌치프라이, 뜨거운 치즈 덩어리가 줄줄 녹아 내리는 따끈한 슬라이스 피자, 차고 달콤한 프라페를 한입 가득 넣을 때 전해지는 순간적인 쾌감. 그 쾌감을 갈구했고 가능한 한 자주 그 쾌감으로 나를 채웠다.

 내 비밀을 삼키면서 내 몸은 부풀고 또 부풀었다.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숨을 수 있는 방법, 절대 채워지지 않는 허기에 밥을 주는 방법, 상처를 멈추고자 하는 이 갈급함을 채울 방법을 찾아냈다.  나 자신을 더 크게 만들었다. 나를 더 안전하게 만들었다. 나에게 감히 접근하려고 하는 사람이 오지 못하게 확실한 선을 그었다. 나와 가족 사이에도 선을 그었다. 나는 가족의 일부였지만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p82

 

댓글 5
  • 2023-04-26 18:42

    일방적 폭력을 당한다는 것, 그것도 집단 성폭행이라는 것이 한 인간을 어떤 고통 속에 살게 하는 지...
    감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조차 없습니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학대하는 방법을 택하는 록산 게이에게 왜 그랬냐고 물을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읽고 있습니다.
    담쟁이님 낭독 감사해요.

  • 2023-04-28 00:22

    다음시간에는 록산게이의 허기에 대하여 마음이 좀 열리길 바라며 ㅎ 담쟁이샘 잘 들었습니다~~^^

  • 2023-04-28 16:58

    이제서야 차분히 들어봅니다~
    쉽지 않은 내용이라 곱씹어 보게 되네요.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2023-04-28 21:00

    집단성폭행 후의 삶
    살아내는 것만도 힘겨운
    그 삶을 읽어가는 일도 쉽지 않으실듯

  • 2023-05-01 10:05

    아이고ㅡㅡ
    힘든 삶의 이야기를 낭독해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