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도전> 이름을 물어볼 것!

관리쟈
2023-04-24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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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서점 여행기 2탄이다.

 

 

대전 생태책방 버들서점은 한지붕 세가족이다.

사진에 보이는 세 분이 서점, 제로웨이스트샵 은영상점, 메이커스페이스 재작소를 한지붕 아래에서 운영하는 분들이다.

불편한 사실이 있는데, 세 분의 이름을 몰랐다. 

제로웨이스트샵 이름은 왜 은영상점인가요? 이렇게는 물어봤는데, 정작 저 세분의 이름을 물어보지 않은 것이다.

돌아보면 참 어설프고 미안한 마음이다.

 

이름이 아니어도 기억할 방법은 많을 수 있다는 경험이 있다.

4.14 기후파업에서 세종시 거리를 메운 사람들이 그렇게 친근할 수가 없었다.

영상 작업을 하면서 촬영분을 수십차례 봐서인지 모두가 아는 사람같았다.

물론 얼굴이 선명하게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그 분위기, 몸짓 등이 낯설지 않았다.

대전의 저 세분도 비록 이름은 모르지만 방문한 날의 분위기, 표정은 기억이 생생하다.

그럼에도 촬영 영상을 돌려보면서 새삼 마음이 불편해졌고, '이름을 물어볼 것'을 잊지 말아야할 항목으로 정했다.

 

은영상점은 원래 다른 분이 하시다가 그만두고 재작소 분들이 넘겨받았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제로웨이스트샵 운영 외에도 만들기 워크샵을 자주 한다.

한 번은 도로 구석진 곳에 씨앗심기를 했는데 씨앗심는 삽을 3D 프린터로 제작했다고 해서 놀랐다.

3D프린터? 재작소 안을 둘러보니 기계들이 어마무시(내기준)하다.

 

 

알고보니 우리가 모은 병두껑으로 재사용 제품을 만드는 바로 그  ‘프레셔스 플라스틱’이었다.

그 외에도  재사용-고쳐쓰기 작업을 신경쓰신다고 한다.

사진에는 잘 안보이지만 저 나무 쟁반에는 갈라진 틈을 칠기로 메운 흔적이 있다.

 

 

갈라지고 깨진 것도 고쳐서 쓰려고 연구하고, 오픈소스 기술을 응용하기도 한다.

공대 출신이 있어서 가능하다고...ㅎㅎ

 

수공예 하는 분들의 솜씨를 널리 알리고파서 초청해서 프로그램을 열기도 한다.

그런 분들은 어떻게 찾아요? 이렇게 물었더니, 초창기에  똑같은 질문이 들었다고 한다.

어떤 분께 물었더니 대답이 “인터넷에 지천에 깔렸어요”였는데,  지천은 커녕 한 개 찾기도 어려웠다고 한다.

그런데 한 번 두 번 찾기 시작하자 얼마 후부터는 정말 지천으로 깔리고 있다는데, 바로 추천 알고리즘의 위력이었다.

 

서점과 재작소, 은영상점은 북콘서트, 워크샵 등을 함께 진행하거나 도움을 주고 받는다.

프로그램 중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경우는 실용적인 만들기나 인지도 있는 작가의 북콘서트라고 한다.

제로웨이스트샵도 인지도 있는 브랜드가 생겨서, 좋은 상품 소비하는 마인드와 비슷해지는게 아닌가하는 걱정도 있다.

 

이런 이야기들을 다시 돌려보면서 이름을 물어볼 이유가 생긴 것이다. 

추천 알고리즘이 알아서 펼쳐주는 손 안의 디지털 세상에서는 내가 굳이 이름을 알려고 할 필요가 없다.

인지도 있는 사람이나 브랜드만 찾으면 이미 알고 있는 이름 외의 이름을 물어볼 필요가 없다.

내가 이름에 무심한 건 혹시 이런 세태에 익숙해서인가? 이런 의문이 들었다.

아니면 성향이 무심했더라도, 그 동안은 괜찮았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내게 이름을 물어봐줬으니까.

그러면 나도 그의 이름을 묻고 기억했던 것 같다.

이제는 누구를 알아보려고 굳이 애쓰지 않고도 세상을 빈틈없이 아는 것같은, 그런 착각 속에 살아가나보다.

(나의 어설픔을 이렇게 가볍게 세상탓으로 돌리고, 자마니의 자만은 계속되는 걸로 ㅋㅋ)

어쨋든 세상이 바뀌니까 늘 어설프고 늘 배움이 필요한건지도 모르겠다.

 

지난번 후기와 영상을 공유하려고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버들서점 주인장 이름을 알게 되었다.

너무 따뜻한 메일이라 보관 중이다.

 

자누리 선생님, 안녕하세요.

대전 버들서점 송송이입니다.

보내주신 영상 잘 보았습니다.

영상으로 만든 독서감상문인 느낌이 참 좋네요.

공유해주셔서 감사드려요 🙂

 

기후위기 시대에 이런 활동과 작품들이 모두 전환의 한 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없는 노력의 나눔이 답이 되었으면 하는 날들입니다.

두서없이 핀 꽃들로 대전은 아름답지만 아름답지 않은 요즘입니다.

지내고 계신 수원은 어떠신지요.

 

건강히 지내시길 바랍니다.

 

송송이님 고맙습니다^^

댓글 5
  • 2023-04-25 07:54

    작업장에 별거별거 다 있네요.
    기계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지 좋아할 곳이 될듯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왜 인지 모르겠으나, 이름 보다는 신분(직분)으로 부르는 문화. 그래서 실명을 묻지 않게 되더라는 ㅎㅎ;;;;;

  • 2023-04-26 18:47

    자누리의 <여행도전>을 읽으면
    세상엔 아직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희망이라는 게 생겨요.

  • 2023-04-28 08:41

    은영서점이라..
    은하영웅전설(은영전)이 떠오르는건 왜일까요..
    은영전 다시 읽고 싶네요ㅋㅋ

  • 2023-04-28 20:52

    버들서점, 은영상점 이름이 친근
    은영상점은 우리의 기린 나은영의 은영이라 더 친근 ㅋㅋ

  • 2023-05-01 10:07

    이름을 물어봐야겠군요 ㅋㅋ
    가게 이름이든
    모임 이름이든
    일꾼 이름이든
    기억할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