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양생프로젝트 2학기] 1주차 <망명과 자긍심> 1부 후기

무사
2023-08-08 10:18
401

앗! 제가 후기를 써야한다는 것을 이제야 인지했습니다;;

(저희 집에 에어컨이 없다는 핑계를 대봅니다. 어제는 정말 아이스팩과 한몸이 되어 버텼습니다ㅎㅎ 도서관까지 가다가 흐믈흐믈 연체동물이 될 것 같아서요. 자리도 없고요. 지역 주민들이 죄다 수영장과 도서관으로 피서오심ㅎㅎ)

일라이 클레어는 자신의 존재 그 자체로, 다층적이고 중첩된, 매우 매우 복잡한 정체성 쟁점 다발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제가 발제의 끝부분에도 썼지만, 이 글은 픽션같은 논픽션이고, 시같은 선언입니다. 감각적인 동시에 정치적입니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의 무거움에 비해 가독성도 너무 훌륭하여 그냥 휘리릭 읽어버릴까봐 미안한 마음에 속도를 조절하며 읽었습니다. '중요한 것, 없어서는 안되는 것들은 대부분 한 글자다'라는 글을 어디선가 봤던 기억이 납니다. 물, 해, 숨, 삶, 밥, 불, 시 등등이 떠오르네요. 클레어에게는 아마도 '집'이 아닐까요. 클레어의 고향 포트 오포드는 인구가 1,000명 정도밖에 안되는 시골마을입니다. 벌목 산업과 연어 어업 관련 일자리가 대부분인 취약한 경제구조는 관련 민간 기업의 기금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정치-문화 구조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클레어는 퀴어, 계급으로 인해(덕분에?) 망명 중입니다. 집을 도둑맞은 몸을 되찾는 중입니다. 그러니 클레어의 이야기는 집으로서의 몸, 몸으로서의 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겸목샘은 클레어의 망명에는 퀴어 정체성뿐 아니라 노동자 정체성과 시골정체성이 교차되어 있으며, '온전함과 자유'가 부족한데, 지금의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라는 메모를 주셨고, 윤경샘은 클레어가 레드넥들과의 연대를 말하는 대목에서 지역사회에서의 풀뿌리 운동을 하는 자신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가진 지역주민들과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는 매우 어렵고도 난해한 숙제같이 느껴지신다고. 서해샘은 장애와 손상의 구분에 대한 이해의 어려움을 호소하셨는데요. 클레어는 "손상(신체적 또는 정신적인 한계)에 대한 경험은 장애(사회적으로 구조화된 한계)에 의해 형성된 것이므로 손상과 장애를 깔끔하게 구분하기 어렵고", 그 손상이야말로 사회적으로 조직된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혁명적인, '집으로서의 몸'을 창조해야 한다고 일갈하는 클레어가, 우리가 그냥 단지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Ken is just Ken, Clare is just Clare, 무사는 그냥 무사!

 

댓글 5
  • 2023-08-08 11:26

    라이언 고슬링 보러 <바비>를 보러 가려 했는데, 아직도 못하고 있어요.....
    <망명과 자긍심> 충격적이고 감동적으로 읽었는데,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는 독특한 책이에요.
    왜 말을 하기 어려운 걸까? 이런 질문을 가져봅니다.

    • 2023-08-08 14:35

      내가 볼까 말까 망설이는 영화. 딱히 새로운 메세지가 있을까 싶은 마음도 있고, 그래도 봐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마음도 있고. ㅋ

      • 2023-08-08 15:06

        정임합목은 봤습니다^^
        한 줄 요약을 해보자면,
        대놓고 페미니즘, 그러나 다정한 페미니즘? 전쟁 아니라고 켄들을 속이는 범바비측의 깜찍한 술수와 전략, 그리고 당도하는 모두의 해방? 바비랜드에서나 가능한 일일까요?
        쨍한 형광의 매력에 푹 빠지실지도ㅎㅎ

        • 2023-08-09 15:15

          손보미 작가가 별로라고 그래서 안보기로 했는데… ㅋ
          그레타 거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고민되네유~

  • 2023-08-09 15:20

    ‘산’을 읽고 망설임 없이 내려가자고 마음 먹기까지의 그녀의 분투가 느껴져서 눈물이 났습니다. 정말 새로운 글이에요. 스스로를 엘라이 클레어처럼 분해하고 따져보고 세상과의 쟁점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367
[6주차 공지]-해러웨이 - 트러블과 함께하기(#1)-가이아여신 대신 테라포밍을 (10)
문탁 | 2023.09.07 | 조회 275
문탁 2023.09.07 275
366
<5주차 후기> 종과 종이 만날 때 8장~12장 (8)
스프링 | 2023.09.04 | 조회 270
스프링 2023.09.04 270
365
[5주차 공지]- 해러웨이 <종과 종이 만날 때> (#3) -끝까지 입니다 (5)
문탁 | 2023.08.31 | 조회 284
문탁 2023.08.31 284
364
<4주차> 종과 종이 만날 때 #2 필멸의 얽힘, 환원불가능한 얽힘 코스모폴리틱스(Cosmopolitics) (4)
김윤경 | 2023.08.27 | 조회 254
김윤경 2023.08.27 254
363
[4주차 공지]- 해러웨이 <종과 종이 만날 때> (#2) -7장까지 입니다 (7)
문탁 | 2023.08.23 | 조회 254
문탁 2023.08.23 254
362
<2023 양생프로젝트> 2학기 3주차 ‘종과 종이 만날때’ 1~3장 후기 (4)
서해 | 2023.08.20 | 조회 251
서해 2023.08.20 251
361
[3주차 공지]- 해러웨이 <종과 종이 만날 때> (#1) - 우리 이거 세 번에 끝낼 수 있을까요? ㅠㅠ (7)
문탁 | 2023.08.16 | 조회 354
문탁 2023.08.16 354
360
<망명과 자긍심> 2부 후기-자기혐오를 자긍심으로 바꾸기 위해 (3)
기린 | 2023.08.12 | 조회 381
기린 2023.08.12 381
359
[2주차 공지]- 은근히 까다로운 <망명과 자긍심> - 대충읽지맙시다!! (5)
문탁 | 2023.08.09 | 조회 308
문탁 2023.08.09 308
358
[2023 양생프로젝트 2학기] 1주차 <망명과 자긍심> 1부 후기 (5)
무사 | 2023.08.08 | 조회 401
무사 2023.08.08 401
357
오매, <세상 끝의 버섯>(애나 칭, 2015)이 번역되었다네요. 그럼 우리 커리도? ㅋ
문탁 | 2023.08.01 | 조회 256
문탁 2023.08.01 256
356
[1주차 개강 공지]- 엘라이 클레어의 <망명과 자긍심>부터 할게요 (6)
문탁 | 2023.07.23 | 조회 359
문탁 2023.07.23 359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