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치 약국에 놀러와-죽음편> 1회 후기

느티나무
2022-10-09 22:26
289

 낯선 분들이 많은 줌세미나에서 죽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좀 어색했다.

 

하지만 우에노 치즈코의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한다>가 곧 다가올 미래의 삶을

가감 없이 솔직하고 현실적으로 말해주고 있기에 더불어 마음이 담담해졌다.

책을 읽을 때는 혼자 키득거렸다.

너무 딱 까놓고 하는 얘기들이 나의 현실과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웃픈 현실...

첫 시간은 자신의 죽음보다 부모님을 돌보면서 느끼는 

의료와 복지와 가족과 사회의 관계 구조 안에서의 늙음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자녀가 없이 혼자 살아가는 노후가 비참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일 수 있다.

오히려 노후가 오기 전부터 고립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지금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혼자 죽는 죽음이 모두 고독사는 아니다. 

 

내가 '죽음'을 두고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한 것은 

2~3주에 한 번씩 대구를 오가며 노인성 치매가 진행 중인 어머니를 돌보면서 이다.

몇 년 전 어머니는 심정지로 사경을 헤매다 살아나셨다.

나는 어머니가 혼자 계시면서 얼마나 외로웠을까를 생각하며 눈물을 훔치곤 했었다. 

그런데 의식이 돌아오신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셨다.

그곳에서 당신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아냐고...

추억과 행복한 시간들이 담겨있는 곳이라고... ...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노인들이 혼자 살면 외롭고 불행할 것이라는 통념은 나의 일방적인 생각이었다.

어머니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 보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 과잉 반응,

경제적인 입장에서 당신의 능력을 일찌감치 무능함으로 차단해 버리고 사회적 관계를 무시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너무 죄송한 마음이었다.

나는 어떨까?

무기력하게 죽음을 기다리고 만 있기를 원할까?

 

지금도 혼자 살고 계시는  어머니는 노인성 치매가 진행 중이다.

아직은 잘 버티고 계시지만 언제 무너지실지 모른다.

어머니의 죽음을 생각하면 두렵기도 하고 울컥 슬픔이 치밀어 오르지만

이제 나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오롯이 살아내고 계시는 어머니의 삶을 응원한다. 

그리고 혹시나 어머니가 혼자 죽음을 맞이하게 되더라도, 나는 불행한 죽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어머니는 창문을 열고 소리 치시며 사람들을 불러 들인다.

"ㅇㅇ아~ 커피 마시러 올라 온나!!!!"

그리고 나는 어머니 집에 커피와 율무차가 떨어지지 않도록 쿠o에 주문을 넣는다. 

 

 

 

 

 

댓글 1
  • 2022-10-10 09:57

    느티샘! 셈나에서도 이야기 들려주셔 감사했는데 후기까지 써주셔 넘넘 감사해요. 일리치약국에서 대구로 커피 한 번 보내드려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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