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차 공지]- 해러웨이 <종과 종이 만날 때> (#2) -7장까지 입니다

문탁
2023-08-23 17:39
253

1. 어제 어떤 단톡방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지난 일주일 거의 하루 열시간 이상 의자에 제 몸을 묶고,
요가도 산잭도 아니하고, 오펜하이머 예약한것두 취소하구, 밥도 아니먹고 대신 계속 까페인과 그걸 중화시키는 각종 달달이들을 먹어가며 (1주일동안 1.5킬로 쪄보신분? ㅋ),

음허화동의 상태로 유령처럼 쓰고 있습니다."

 

답이 뭐였을까요? 위로? 격려? 공감?
아니에요.

 

"음허화동이 뭔지 찾아보았어요. 음정?이 휴손?되어 허열이 매우 심한 병증. 증상으로는 뭐, 뭐, 뭐, 뭐 그리고 성욕항진이 나타난다.
앗...00항진? 부작용이 우려됩니다"

 

이후 잠시 단톡방에는 너도 나도 음허화동이 뭔지 검색해봤다는 소리가 줄줄이.. 동시에 나에게 00항진을 조심하라는 충고가 줄줄이.....

 

그래서 제가 다시 "그건 수승화강의 반대로...어쩌구 블라블라...." 했더니 또 수승화강은 뭐냐구? 검색한다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여전히 저는 의자에 제 몸을 묶고... 있습니다. 크하핫

하지만!!

이번주만 지나가면, 저는 텐트폴 영화 중 유일하게 보고 싶었던 '콘유'를 볼 거구,  아이맥스에서 '오펜하이머'를 볼 거구
<무빙>과 <마스크걸>과 <남남>을 볼 겁니다.
그것이, 그 생각을 하는 것이 지금 나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

 

 

 

2. 각설하고, 말씀드린대로 <종과 종이 만날 때는> 2년전 <반려종 선언> 읽을 때와는 또 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정리해봅니다.

 

1)
저는 <반려종 선언>(2003)이
버틀러가 9.11이후 'precariousness', 'precarity' 등의 새로운 용어를 발굴해내면서 "지구상에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를 이론화하려 했던거처럼,
해러웨이가 9.11 이후의 '다른 세계화'의 비전을 '형상화'하려는 기획이라는 생각이 좀 더 분명하게 들었습니다.
<종과 종이 만났을 때>(2008)는 이 반려종선언을 더 발전시킨 것이지요.
그리고 무사님이 이야기하신 것처럼 해러웨이는 버틀러보다 유머가 많습니다.

(버틀러는 멋있고, 해러웨이는 우껴요. 둘 다 겁나 멋진 언니들에요~~)

 

 

 

 

 

2)
그러다보니 얼마 전 제가 <동물해방>을 읽고 쓴 미니 소감문에서 "나는 동물 없는 곳에서 자랐다. 서울 중구에서 나고 자란 아스팔트 키드가 야생동물을 만날 길은 없었으며, 소, 돼지, 닭 같은 가축도 직접 본 적이 없었다."고 쓴 내용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틀렸구나, 동물없는 곳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데, 내가 도시여서 동물없는 곳이라고 인식한 게 문제였구나. 동물이 없는 게 아니고 내가 (근대인답게) 동물을 비가시화(타자화) 한 것이구나!!

정정합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저는 을지로 6가에서도 지렁이, 참새, 개, 제비, 모기, 파리, 쥐, 회충 등과 같이 살았습니다. 어릴때부터 저는 반려종이었습니다. 하하하

 

 

3)들뢰즈와 푸코를 까는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들뢰즈/가타리의 동물-되기에 대해 "나는 여기서 세속적이고 보통인 존재에 대한 두 저자의 온갖 조소, 현실의 동물들에 대한 호기심의 철저한 결여와 무시 외에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없었다."(42)고 하고, 분자적 다양체를 설명하면서 "이 별종적 존재는 개체도 종도 아니다. 감응, 감염, 공포..경계확정이라는 현상만을 갖는다" 라고 들뢰즈가 설명하는 부분에 대해 "이것은 숭고의 철학이지 세속의 철학이거나 진흙의 철학은 아니다. 동물-되기는 오트르-몽디알리자숑이 아니다"라고 놀립니다. 아마 해러웨이를 가장 격분시킨 것은 "고양이나 개를 좋아하는 자는 모두 머저리다"라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해러웨이의 반격도 '쎕니다" ㅎㅎ

 

"늙고, 여성이고, 작고, 개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존재, 이런 존재는 누구 혹은 무엇이건 동물-되기를 하려는 자가 토해내야 하는 것들이다. 여성혐오, 늙음에 대한 두려움, 동물에 대한 흥미의 결여, 보통 이하의 육신을 가진 것에 대한 공포 등은 철학에서 경쟁적으로 표명되어 왔지만, 이런 것들이 안티-오이디푸스적이고 반자본주의적 프로젝트를 구실삼이 이 이상 선명하게 설명되는 예를 발견할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다"(45)

 

푸코에 대해서는 들뢰즈에 대한 비판보다 좀 나은 이야기를 합니다. 푸코 역시 '종 중심주의'에 빠져있어서 "개 또한 기술생명권력의 영역에 산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기는 그래서 <개집의 탄생>을 쓰고 싶다고도 하지요.그런데 제가 볼 때 이 책 <종과 종이 만났을 때>가 바로 그 <개집의 탄생>입니다. ㅎㅎㅎ

 

이에 비해 데리다에 대한 평가는, 물론 한계를 지적하지만, 후한 편이죠?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서일까요? ㅎ

 

 

 

 

 

3)그러나 저는 좀 미진한 구석이 있습니다.  '반려종'과 반려동물을 헷갈리면 안되지만, 해러웨이가 그 개념을 자신과 자신의 반려견, 카엔의 관계로부터 귀납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그것이 개와 그런 식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미국 백인 중산층 지식인의 경험 속에서만 가능한 이야기 아닐까, 라는 생각을 여전히 금할 수 없습니다.

해러웨이가 푸코나 들뢰즈의 동물에 대한 태도가 유럽, 남성 지식인 (전통적인 유럽 남성 지식인이 반려동물을 키울 것 같지는 않아요...ㅋㅋㅋ)의 위치성을 드러낸다고 보는 것처럼,

저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러웨이의 동물(특히 개)에 대한 태도는 교외에 단독주택을 가지고 있는 미국 중산층의 위치성을 드러낸다고 보입니다.

 

중국이었다면, 인도였다면, 동물과 관련하여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을까요?

 

4)저는 반려종 개념을 제대로 익히기 위해서라도 작금의 반려동물 열풍을 좀 분석하고 싶습니다. (언제 할지는 모르지만) 다시말해 전 '개집의 탄생' 까지는 아니어도 '반려동물의 탄생' 같은 것을 계보학적으로 탐구하고 싶습니다. 요즘 생각하는 건데 이것은 아주중산층 문화이면서 동시에 아주 퀴어적인 것 같습니다. 그걸 잘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방법론이 좀 문제일듯)

 

 

 

3. 양이 많아서 정리하면서 읽어야 할 것 같고 꼼꼼하게, 촘촘하게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메모는 B조입니다.

댓글 7
  • 2023-08-25 09:56

    저는 지난 주말 <마스크걸>을 보았어요. 엽기적이더라구요. 색다르고 재미있었어요.
    오늘도 일정이 많아 일찍 올리고 나갑니다.
    4,5장 양이 많고 복잡해서 둥글레샘에게 죄송하네요. ㅎㅎ
    비교적 간단한 6,7장을 골라서....그러나 내용을 보고 골른거 아니니 미안함 조금 내려놓고...ㅎㅎ
    그럼 내일 뵈어용

  • 2023-08-25 19:58

    DNA 스크리닝 검사는 만병통치약이 아니고 이미 발병한 개의 치료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식별된 변이가 어떤 질환의 원인이 될 확률이 매우 높은 번식현장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스크리닝 검사가 보인자를 식별할 수 있고 보인자끼리의 교배를 피하도록 지시할 수도 있다. 여기서 열쇠가 되는 것은 검사 및 그 테크노문화적인 장치와 공동체가 맺는 관계이다. (163)
    - 뉴욕시의 아슈케나지계 유대인 공동체에서는 중추신경계의 점진적인 파괴를 유발하는 테이-삭스병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고 유전 검사를 실시해서, 그 병을 가진 아기의 탄생을 실질적으로 방지하고 있다고 한다. 병을 치료할 수는 없지만, 유전검사를 통해 탄생 자체를 선제적으로 막아버리는 것이다.
    - 발병이 되지 않도록 보인자들의 교배를 막는다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유전 검사의 대상이 되는 질병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는 것일까요? 나쁜 것으로 가정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에 대비하여 미리 그 싹을 자른다는 점에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 우리 사회는, 시대는 무엇을 나쁜 것으로, 나타나면 안 되는 질병으로 보는지? 유전 검사처럼 생명의 탄생 전의 과정부터 선별하고 배제하는 것은 윤리적인 것인지?(그럼 생명의 탄생부터 소멸에 이르는 과정 중 어느 단계에 인간이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인지? 근데 따지고 보면 인간의 얽힘이 없는 단계는 없는데. @@ 에궁.) 미리 싹을 자른다는 발상은 신체적인 손상을 장애로 만드는 사회적인 시선과는 별개의 것인지 궁금하네요.(그럼 그냥 다 내비두는 게 자연의 질서에 따른다는 건지?)

  • 2023-08-25 21:06

    그다지 열심히 읽지도 못했지만.. 해러웨이를 읽으면서 이 이야기를 통해 도대체 어디로 가야하는 건지,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사랑에 못 빠짐..
    그래도 앞에 두 장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스프링 쌤 말대로 나쁜 유전은 도대체 무엇인지, 브리더가 어떻게 그것을 결정하는지에 대해서 궁금했습니다. 개는 어질리티를 하기 위해서만 태어나는가. 빠르고 강하고 충성심 있는 개들만 필요한 것은 아닌데, 물론 종마다 특성이 다르지만 오히려 한국의 아파트에서는 세퍼트는 살기 힘들죠. 요즘 세상에서는 슬프게도 조금 멍청(?)한 동물이 더 행복한 거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유전자 가위로 도려낸 동물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생각이 계속 드는 건 사실입니다. 본문에 나온 안과적 질환이 정말 나쁜 것인가. 시력이 좋지 않은 것은 또 다른 의미를 가져오지는 않나. 이런 뻘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사람도 유전자 조작까지는 아니지만, 임신 시기에 각종 검사를 진행하는데요. 대표적으로 다운증후군은 검사를 통해 거의 확실히(?) 알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임신했을 때도 다운증후군 검사를 하자고 했는데, 저는 고민 끝에 안 했던 기억이 납니다. 좀 더 세분화가 된 검사가 진행된다면 어쩌면 제 아이도 태어나지 못하는 세상이 올 지도 모르겠네요... 세상을 바꾸는 건 몇몇 또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ㅎㅎㅎㅎ (항상 제일 처음 복어를 먹은 놈은 도대체 누구인가! 이야기하는데.. 맛도 드럽게 없게 생겼고, 먹으면 죽어나가는 물렁물렁한 생선을 누가 독을 제거해 먹을 생각을 했냐고요.. 그게 혁신입니다! ㅋㅋㅋ)
    또 두 번째로 제가 키우는 고양이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희집 고양이는 완벽한 개냥이에다가 나만 쫓아다니는 공주님인데. 개와 다르게 고양이는 훈련이 되지 않아요. 물론 살면서 서로 스며드는 건 있지만 적극적인 어질리티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동물입니다. 고양이와는 어떤 식으로 소통해야 할 지에 대해 고민이 됩니다. 저도 해러웨이에게 욕을 먹겠죠? ㅎㅎㅎ

  • 2023-08-25 22:18

    5장의 부제는 ‘생명 윤리의 불안과 풍요의 문제’다. 해러웨이는 생명의 윤리와 관련하여 현재 테크노 문화에서 문제로 “현실성”의 문제를 제기한다.(174) 복제와 관련하여 생명윤리를 논함에 있어 “생물학적 현실성을 구성하고 있는 협동적이고 복잡하며 과정적이고 수행적인 관계성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서 형식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 연결해서 “우리에게 던져진 이런 다양한 요구의 공통 매트릭스는 풍요의 윤리이다.”(172) 이 문장에서 말하는 ‘풍요’의 의미가 구체적으로 잘 와 닿지 않는다. 크리스 쿠오모의 주장을 읽어도 마찬가지다. 해러웨이가 복제와 관련한 윤리에서 문제라고 생각하는 지점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다. “인간 복제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윤리 문제는 생물학적인 것임을 설득”(176) 하는 어려움? 윤리는 사회학의 문제고, 기술은 과학의 영역으로 보는 이분법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일까요?

  • 2023-08-26 00:03

    2021년 봄. 문탁 양생반에서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선언>, <반려종 선언>을 읽엇을 때, 전혀 맥락을 잡지 못했었다. 그때는 주제가 페미니즘이었던 만큼, 여권신장에만 초점을 맞춰 읽으려했던 게 나의 패착이었다. 2023년 가을. 다시 헤러웨이를 읽는다. 올해의 주제는 '취약한 몸들의 연대'. 장애인, 여성, 노인, 아동, 노동자, 이주 노동자, 비인간 동물, 등과의 연대를 생각해볼거나.... 여전히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면 해석안되는 문장과 페이지가 있지만, 대충 맥락이 잡히는 거 같다. 1부는 여전히 어렵다. 4장 <검증된 삶>과 5장 <잡종견을 복제하고 호랑이를 구출하기>는 제목과 내용이 잘 연결이 안된다. 그래도 2부 스포츠 기자의 딸은 넘넘 재밌게 읽었다. 헤러웨이가 이렇게 말을 유머있게 잘 하는 사람이었어? 아버지 해러웨이가 휠체어와 목발이라는 종과 함께 유능한 스포츠선수와 기자의 삶을 사는 모습, 그 아들들이 그 아버지의 걸음걸이를 따라하는 모습은 감동이었다. 헤러웨이의 유머는 아버지에게서 배운 게 아니었을까? 싶다. 또 치매노인(시어머니)과 롤런드가 눈을 마주하고 마음을 나누는 장면을 보고선, 늦기 전에 나도 반려종 하나 마련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 2023-08-26 06:52

    메모 묶음

  • 2023-08-26 09:06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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