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차 후기> 애나 칭 <세계 끝의 버섯>#3

둥글레
2023-10-20 21:25
209

3부는 송이버섯이 인간에 의한 교란에 의해 자라날 수 있었음을 얘기하고 있다.

 

오리건주의 송이버섯은 미국 서부 내륙림에서 행한 산림청의 산불 금지 정책의 실패로 인해 발생한 의도치 않은 결과이다. 개벌 구역에서 자라는 로지폴소나무가 산불 금지로 40~50년 이상 살 수 있었고 그 연령이 되어야 소나무에서 송이버섯은 형성된다.

 

따라서 송이버섯은 일본-미국-동남아 숲이 교차하는 벌목의 역사와 또 세계대전이라는 전쟁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동남아의 값싼 목재 덕에(?) 일본은 더 이상 스기와 히노키 플랜테이션을 하지 않았고 플랜테이션의 붕괴로 인해 살아남은 숲에서 일본의 송이버섯이 자란다. (일본의 나무 플랜테이션과 산불 금지 정책은 미군정의 영향을 받았다.) 동남아 목재 탓에(?) 미국의 목재 산업은 막을 내렸고 버려진 폐허의 숲에서 로지폴소나무가 그리고 오리건의 송이버섯이 자란다. 일본과 미국의 송이버섯은 동남아의 숲이 폐허가 되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송이버섯 과학에 관해 얘기하면서 애나 칭은 번역으로서 과학을 말한다. 하나의 진리를 말할 것 같은 과학이지만 번역 과정에서 모순과 양립 불가능의 패치들이 생긴다. 미국의 송이버섯 과학과 일본의 송이버섯 과학이 그렇다. 패치들의 가변성은 과학의 가변성을 이끌 것이다. 독자로서 나는 그리고 내 생각에 애나 칭도 송이버섯 과학에 있어서 일본의 손을 들어주는 것 같다. 일본의 과학자들은 소농민들의 경험을 경청하고, 소나무와 송이버섯의 이종 간 상호작용을 다루는 연구를 하고, 환경과의 관계성까지 강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소나무와 송이버섯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마을 숲(사토야마)을 방치하지 않고 교란한다. 코피싱, 갈퀴질, 벌초 등. 

 

송이버섯의 생식은 우연적이고 다양하다. 곰팡이의 생식 다양성은 생물종에 대한 확신을 약화한다. 곰팡이라는 종은 생식에 개방적이다. 유성생식, 이종교배, 다배체화, 염색제 복제, 공생화가 모두 가능하다. 송이버섯은 포자와 포자가 만나 유성 생식도 하지만 포자가 체세포와도 결합한다(다이몬 교배). 송이버섯의 균사체 매트(시로) 자체가 모자이크 형식으로서 다수 게놈의 결합이기 때문에 송이버섯의 유전적 장치는 개방적이고 새로운 물질을 더할 수 있다. 따라서 송이버섯은 자급자족해 살지 않는다. 그래서 송이버섯의 생명선은 숙주 나무, 캔디 케인, 약초, 이끼, 벌레, 흙의 박테리아, 숲의 야생동물, 들썩이는 둔덕과 버섯 채집인의 생명선들과 얽혀 있다. 숲은 분류 체계의 완성이 부재하다. 송이버섯은 채집인들에게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주체로서 경험된다. 숲은 송이버섯은 종차별적이지 않다.

 

4부에서는 사유재산이 공유지의 열매임을 얘기한다. 

 

마치 송이버섯이 많은 존재들과 얽혀서 눈에는 보이지 않고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땅속 균사체 매트에서 열리듯이 사유재산의 거의 대부분은 다종의 통행이 일어나는 공유지에서 발생한다. 다시 말해 송이버섯은 폐허에서, 진보 서사가 말하는 ‘텅 빈 공간’에서, 변두리 공간에서, 자본주의의 한계 공간들에서, 즉 잠복해 있는 공유지에서 자라난다. 애나 칭은 바로 이 ‘잠복해 있는 공유지’를 제안한다. 다종다양한 존재들의 기운이 복잡하게 얽혀 작용하는 공간이다. 이 장소들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지만 우리가 알아차리지 않으면 현실화되지 않고 잠재된 가능성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4부를 읽고 나서 일리치약국의 쌍화탕이 송이버섯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일리치약국은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 사람들의 통행이 일어나고 여러 공부들이 얽히고 있는 공유지가 되어 간다. 한창 진행 중이다. 혼란도 있다. 잠복해 있는 공유지는 계속 재발견 될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나의, 우리의 ‘알아차림’에 의해서! 이곳에서 채집인으로 얽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스토리텔링을 모으고 약을 다리고 상담을 하는 채집인. 

댓글 2
  • 2023-10-20 21:34

    후기 읽으니까 또 언제 송이버섯을 읽었나 싶어요~ ㅎㅎ 왤케 빠르게 지나가는거 같죠?? 일리치약국의 송이버섯화! 좋네요~ 냄새도 비슷? ㅋㅋㅋㅋ

  • 2023-10-20 21:57

    채집인. 좋네요. 저는 사유재산의 거의 대부분이 공유지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자꾸 잊어요. 그래서겠죠? 지난 수업중 공동체는 누군가의 곡진한 헌신이 있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남은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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