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나희덕과 함께 읽는 시] 8월 21일 3강 공지

일리치약국
2023-08-17 13:36
316

 

 

 

세 번째 시집은 진은영 시인의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입니다. '사랑'이라는 말이 너무 올드하게 느껴지고, '사랑한다'는 고백도 이제는 아무도 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요즘입니다. 시인이라고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아닐 텐데, 진은영 시인은 이 시집에서 '사랑의 전문가'를 불러옵니다. 세월호, 이태원...... 사회적 재난이 끊이지 않는 시대, 사랑을 말하는 시는 드물고 귀합니다. 지난 시간에 나희덕 시인이 "말할 수 없는 것, 말이 되지 못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시다"라고 이야기했던 것이 기억에 납니다. 시를 쓰고, 시를 읽는 일이 드문 일이 된 시대, 시를 읽어봅시다. '시적인 것'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요?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을 읽고, 좋은 시,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이해가 안 되는 질문 등등 댓글로 많은 소감 남겨주시면 강좌때 이야기나눠보겠습니다. 밑줄 긋고 싶은 구절, 외우고 싶은 표현 등등 많이 남겨주세요^^ 다음주 월요일 저녁 줌으로 뵙겠습니다~

 

 

 

 

댓글 2
  • 2023-08-17 20:11

    3, 감상문

    데포르마시옹이란?
    언어는 근본적으로 인식방법의 소산이었다. 인간은 사유의 양식을 이 언어를 통해서 형성해 왔다. 생물의 존재는 언어를 통해서 우리의 의식에 조명되는 것이다. 우리는 언어로 사고하고 언어로 인식하는 것이다. 한포기의 들꽃이 있을 때 그것이 이름이 주어지지 않았을 경우 nameless와 이름이 주어진 상태
    named를 비교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이름이 있기 전에도 그 꽃은 그 자체로 존재했지만 우리들의 의식에는 존재하지 않은 것이다. ‘장미’라는 언어는 장미의 실체가 없어도 우리로 하여금 장미에 대해서 사고할 수 있게 해 준다. 바로 이것이 언어의 조명기능인 것이다.
    모든 사물은 언어의 조명을 받음으로써 존재의 빛을 발하게 된다. 하이데거가 「휠더린과 시의 본질」에서 밝힌 말 즉 ‘시란 만물의 존재와 본질을 건설하여 거기에 명칭을 부여하는 일로서 결코 멋대로의 변설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에 의하여 일상언어들이 비로소 빛을 보게 되는 것’ 이라는 것도 바로 이 언어의 조명기능과 밀접히 관련되는 것이다.

    그러나 시의 언어는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일상언어 그대로가 시의 언어가 된다. 그런데 시로 완성되기 이전의 재료로서의 일상언어는 그것이 형성되어온 시기만큼의 기성의 의미 즉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결혼이면 ‘행복과 단란함’으로, 하느님은 ‘경건함’으로 그 의미가 고정되어 있다. 그리고 이 고정관념은 쉽게 자신의 의미를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무감각의 베일에 싸여 완고한 역사적 집단성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 고정관념의 인습적 은폐물을 파괴하지 않고는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없다. 결혼은 영원히 행복으로 하느님은 영원히 경건함으로만 남는다. 바로 이 소재로서의 언어 즉 기성언어가 갖는 고정관념의 성벽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창조작업이 바로 데포르마시옹인 것이다. 그때에 ‘결혼’과 ‘하나님’은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하느님을 푸줏간의 살점으로 인식한 김춘수의 「나의 하나님」은 이러한 데포르마시옹의 소산이다. 엘리엇도 이러한 과정을 가르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시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인식과, 가치의 인습적 양식을 깨드려, 사람들로 하여금 세계를 새롭게 하고 그 새로운 면을 보게 하는 언어 기능의 세계이다.” 이러한 데포르마시옹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인에게는 언어의 민감성과 강렬한 개성과 치열한 시 의식이 요구된다. 『文學의 理論 』 조기섭, 이강삼, 김영길. 공저. 형설출판사. p 155
    는 데포르마시옹을 공부하면서 진은영의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에 실린 「청혼」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다.
    청혼의 마지막이라면 누구보다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변치 않겠다고 말할 것인데, 그동안 읽어왔던 청혼과는 예상을 뒤엎은 시적 진술들이었다. 청혼은 아름답기만 한 시가 아니다.
    ‘오래된 거리처럼’ 익숙하고 낡은 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부터 ‘슬픔이 나의 물컵에 담겨있’는 상황까지 확장되는 모든 순간을 우리는 다 사랑할 수 있을까? 그리하여 마침내 고백에 다다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진다.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기 위하여 가려낸 언어들은 시가 언어들을 선택한 게 아니라 시 자체가 언어를 가능케 한 것 같다. 결혼으로 가기 위한 단계적 의례인 청혼의 개념어 이해로 받아들여지는 외연과
    아름다운 청혼을 위해 아름답지 못한 시간도 기꺼이 끌어안으며, 감내하는 일이 얼마나 깊은 슬픔인지, 각오해야 한다는 내포에 해당하는 청혼은 색다른 환기였다. 인식과 가치의 인습적 양식을 깨드려 생명력을 불어넣은 청혼,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언어의 기능에 대해 알았다.
    그리고 시집을 공부하다 알게 되었는데
    청혼은 請婚으로 독해하면 아련하고 달달한 연애시로 읽힐 수 있지만, 請魂으로 받아들이면, 고정희의 <초혼제>에 담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실재했던 어떤 역사적 사건에 대한 초혼굿으로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請婚으로 읽으면 마지막 연은 투명 유리 조각을 <초혼제>에서 볼 수 있는, 의지를 가진 자만이 볼 수 있는 ‘관 속의 거울’ 과도 같은 것으로 느낄 수 있다는 내용을 읽은 후 조정희 <초혼제>도 읽을 기회를 가졌다.

    질문 한가지

    아이스킬로스, 『아가멤논』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됐다고 추측되는 표현과 시어들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스퀼로스 비극전집』에 나온
    ‘제물=불타는 선물=제물로 바쳐진 신성한 기름’이 등장하는데 이런 ‘제물=불타는 기름’은 신에게 바쳐서 ‘신을 부드럽고 거짓없는 설득’하는 기능을 함. 진은영의 시에 몇 군데 ‘기름’이라는 시어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조직생활자에 부제로 나온 아이스킬로스, 『아가멤논』은 먼저 그 주제를 알아야 본문을 이해할 수 도 있다고 보는데 본문만 읽어서는 부제가 예상이 되지 않고, 부제를 읽고 나서도 본문이 해독되지 않습니다. 한국 민화나 설화 정도는 상징적인 의미는 알아서 눈치를 채지만 전혀 내용도 모르는 그리스 신화도 시에다 활용을 해도 되는지요?

  • 2023-08-21 14:29

    시와 사랑을 망각 속에서 가져와줘서 진은영 시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다. 비극이 만연한 세상에 '사랑'을 고백함으로써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을, 슬픔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을 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시적으로 확인했다. 시의 자명종을 듣고 모두 깜짝 놀라서 일어나던 때가 언제였을까 아득하기도 하지만, 진은영의 시는 잠들어 있는 마음을 깨운다. "내 영혼은 잠옷 차림을 하고서 돌아다닌다. 맨홀 뚜껑 위에 쌓인 눈을 맨발로 밟으며"(<봄여름가을겨울>) 서성이는 마음을 시에서 잠시 위로 받는다. 시인에게 고된 일을 맡긴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든다. "두 글자가 모자라는 말/채워야 하는 것, 그게 뭔지 도무지 모르겠어/나는 모자라는 것을 쓰고 온종일 걸어 다녔다"(<모자>) 시를 읽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사랑의 마법'을 믿고 이것저것 생각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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