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머컬처로 지구와 연결되기 #1>  엘름댄스와 함께 시작된 퍼머컬처~

블랙커피
2023-03-22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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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퍼머컬처를 알게 된 지 3년이 되었다.

재작년에 소란샘의 ‘은평 전환마을’에 대한 강의를 들으며 처음으로 듣게 된 퍼머컬처라는 생소한 단어.

어떤 강력한 끌림(?)에 의해 은평 혁신센터에서 열리는 ‘풀학교’를 찾아갔고, 만다라 형태의 퍼머컬처 밭을 보고는 새로움과 놀라움을 한껏 느끼며 돌아왔었다.

작년에는 토비 헤멘웨이의 <가이아의 정원>을 참고삼아 퍼머컬처 방식의 농사를 공부하고, 집의 테라스 공간을 이용해 다년생 허브와 일년생 채소 등을 기르며 농사에 대한 감을 조금 익혔다.

 

 

그리고 올해는 드디어 퍼머컬처 디자인 코스(Permaculture Design Course : PDC)를 시작한다.

소란샘이 이끄는 PDC과정은 2014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18기(총208명)를 배출했다.

내가 참여하는 용인퍼머컬처 학교는 19기로, 올해만 해도 20기(군포), 21기(부산), 22주(파주), 23기(진안), 24기(춘천), 25기(영주)가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다고 한다.

여기에 풀학교, 숲밭디자인 학교 등이 또 전국 몇몇 곳에서 열린다고 하니, 소란샘은 올해 그야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겠구나 싶다.

 

PDC 코스는 이론과 실습 교육을 72시간 이수하고 팀별 디자인 발표를 하면 국제공인 수료증을 받는 과정으로, 이를 통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퍼머컬처 코스를 개발하고 국내외로 전파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게 된다.

19기가 진행되는 용인 퍼머컬처 실습밭은 ‘용인 마을 협동조합’에 속해있는 ‘농부학교 이음’이 처인구 마성리에 있는 500여평의 지인의 땅을 빌려 올해부터 시작하는 밭인데, 3년 계약이라 3년 이후의 지속성은 아직 미지수다.

부디 땅주인 분이 평안하시어 땅을 급히 처분할 일이 없기를 간절히 염원하며, 앞으로 조성될 퍼머컬처 밭의 아름다운 뷰가 주변에도 좋은 영향을 미쳐 밭이 지속되는 방향으로 가기를 기대해 보는 수 밖에...

 

 

 

인 PDC 19기 교육이 시작하는 3월 18일 토요일 오전, 교육장소인 ‘동백밥상’에는 파지사유에서 신청한 달팽이, 느티나무, 고마리,  그리고 나 이렇게 4명과, 용인기후행동의 활동가 세 분, 이천, 분당, 수원, 공주, 서울 강북구 등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연으로 오신 분들이 하나, 둘 도착했다.

 

 

 

들뜬 마음으로 아는 분들과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고 보니, 교육장소 한가운데에 ‘센터피스’라는 것이 설치되어 있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꽃병을 중심으로 땅, 물, 불, 씨앗을 상징하는 상징물이 놓여있었고, 그 뒤로 EARTH CARE, PEOPLE CARE, FAIR SHARE, SPIRIT CARE 라고 적힌 카드가 있었다(이는 땅을 보살피고, 사람을 보살피며, 공정하게 분배하고 영혼을 보살피라는 퍼머컬처의 4가지 철학 혹은 윤리원칙이라고 함).

그리고 그 뒤로는 작은 엔젤카드가 둥근 테두리를 이루며 뒤집어 놓여있었다.

소란샘은 ‘센터피스’는 영혼의 중심이라고 보면 된다며, 오늘 참가자들이 유대를 쌓는 과정과 의식(?)이 ‘센터피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후 우리는 정말 센터피스를 중심으로 4시간 넘게 참으로 많은 유대 형성과정을 진행했다.

 

 

먼저 엠마 람마(Ema Lamma)댄스를 추며 땅과 하늘, 바다와 돌 등의 자연을 찬미하는 노래를 부른 후, 엘름댄스(Elm Dance _ 느릅나무춤)라는 것을 추었다.

 

(엘름댄스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해 대신 참고용 사진을 찾아보았어요~)

 

느린 4박자 춤인 엘름댄스는 1986년 체르노빌 핵사고 당시 소련정부가 인간의 방사능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인공구름을 만들어 느릅나무 숲으로 이동시켜 그 숲에 방사능비를 내리게 했는데, 이때 인간을 대신해 방사능비를 맞으며 죽어간 느릅나무 숲의 뭇 생명을 애도하기 위해 심층생태학의 어머니라 불리는 조애나 메이시가 만든 기도의 몸짓이라고 한다.

참가자들 모두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려 방사능비를 맞은 느릅나무처럼 흔들리고 있자니 슬픔과 경건함, 겸허함, 연결감 등이 몰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이 춤은 핵사고, 기후변화로 죽어간 수많은 뭇 생명을 기억하고, 또 죽음의 위기에 놓인 이들의 안전과 생명평화를 기원하며 전 세계적으로 많이 추고 있다고 하는데, 집으로 돌아와 찬찬히 기억을 떠올려 보니 나는 이 춤을 이날 처음 춘 것이 아니었다!

2019년 후쿠시마 8주기 행사에 참여해서 뭤도 모르고 추었던 춤이 바로 이 엘름댄스였던 것이다!!! ㅎㅎㅎㅎㅎ

 

엘름댄스 후 참여자들은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을 ‘센터피스’ 위에 올리고 왜 소중한지를 이야기하고 촛불을 켜고 기원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여기에 모인 분들 하나 하나가 신성하고 귀한 존재라고 서로 표현해주는 ‘알라댄스’를 추며 노래부르기, 엔젤카드를 뽑고 엔젤카드에서 제시하는 단어를 자기의 지금 상황과 연결해서 말하기 등을 하며 오전 두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점심시간~~~~~

각자 조금씩 가져온 음식으로 포트럭 파티를 했는데, 어찌나 다양하고 맛난 음식들을 가져오셨던지!!

과일 후식까지 맛나게 챙겨먹으며 서로 서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잠깐의 산책도 다녀왔다.

 

 

점심 후 이어진 오후 스케줄.

먼저 4명씩 4개의 조로 나뉜 뒤, 각자 돌아가면서 3분동안 자기소개를 하고, 그 옆 사람은 그것을 1분간 써머리 해주고, 그 옆 사람은 그것을 5개 키워드로 메모지에 적어주기를 돌아가면서 했다.

그리고는 참여자 전체가 두 사람씩 손을 맞잡고 눈을 마주치며 “나는 00님의 빛나는 거울입니다. 00님의 키워드는 0,0,0,0,0입니다”라고 상대방의 가슴에 적인 5개 키워드를 얘기해주며, 참여자들 각자의 사연들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참여자들은 모두 둥글게 선 뒤 돌아가며 자신이 돌봄을 받아야 하는 것들을 얘기하고(예를 들어 “나는 더위가 싫다”) 그것에 나도 그렇다는 강도에 따라 앞으로 걸어 나와 표현해보며,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조심하고 무엇을 배려해 주어야할지를 탐색해보았다.

 

이렇게 참여자들은 오전과 오후 장장 4시간에 걸쳐 춤추고 노래하며 아주 다양한 방법을 통해 몸을 부딪치고, 눈빛을 교환하고, 상대방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파악하며, 상대방이 기쁨과 슬픔의 지점을 이해하는 과정을 겪은 후에야 본격적인 퍼머걸처 이론 수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퍼머컬처 이론은 재작년에 풀학교도 들었고, 작년에 <가이아의 정원>도 읽었기에 어느 정도는 알고 있기는 하지만, 소란샘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퍼머컬처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기에 귀를 쫑긋하고 집중해서 듣게 된다. 

 

 

특히 퍼머컬처의 원리 12가지 중  "자기규율을 확립하고 피드백을 받아들이라는" 네번째 원리를 설명하시며, 지금 어떤 행위를 하고자 할 때 '조상이 지은 죗값을 7대 손(약 200년 후)이 치룬다'는 격언을 항상 생각하라는 말씀은 올 해 명심하고 또 명심할 것을 다짐해 본다.

나의 행위로 생태계가 파괴로 가는지, 아니면 풍요로 가는지를 잘 가늠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으며 생태계의 상호 연결성을 익혀야 가능하리라. 

그나저나 12가지 원리를 외워야 퍼머컬처 농사를 지으며 서로 피드백을 주고 받을 때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고 하는데...

에고.....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ㅠ ㅠ

 

 

우리집 테라스에는 2월말부터 작년에 심은 다년생 허브들이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3월 들어 햇빛이 제법 따뜻해지자 잎이 꽤 많이 올라왔다.

서양톱풀, 오레가노, 차이브, 세이지, 타라곤, 베르가못... 

 

지난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견디고 올라온 다년생 허브들이 신기하고 고맙다.

올해 테라스 농사는 이 2년차 허브들과 함께 새로운 다년생 허브와 나물류들을 좀 더 심어 지어보려고 한다.

 

이렇게 올해 나는 새롭게 시작되는 PDC 과정과 울 집 테라스농사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끊어진 고리를 다시 잇는 ‘재연결작업’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땅 아래 곤충과 미생물, 나무 위의 새, 밭의 작물과 나무들에 감사하면서.... 그리고 연결되어 있는 모든 생명들, 비생명들에 감사하면서.

 

댓글 9
  • 2023-03-23 09:42

    눈을 맟추고 소개하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아름다워요.
    우리도 처음 만난 것 처럼^^ 해볼까요? ㅎㅎ

  • 2023-03-23 09:56

    블랙님은 하나도 빠트리지 않네요
    공부과정 72시간이 공생자행성에 세세히 담기겠군요
    충실한 기록 고마워요~
    엘름댄스 궁금하신 분?
    가르쳐드릴 수 있습니다

  • 2023-03-23 20:23

    아~~~ 춤추러 가셨구나ㅋㅋ

    • 2023-03-24 17:40

      그러니까요 퍼머컬쳐 보다 댄스를 더 즐기셨을 것 같은 블랙샘이 상상되면서 ㅋㅋㅋ

  • 2023-03-24 13:43

    무척 흥미롭네요~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공부, 활동 소식 기대할게요

  • 2023-03-25 08:43

    자기가 지른 죄값을 7대손이 치른다에 눈길이 가네요.
    지금 세대에겐 현실감 없는 이야기이긴 할텐데...
    이 말이 현실감을 가지도록 하는게 땅과의 유착이겠죠?

  • 2023-03-26 13:28

    블랙님이 파머컬처 관심많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생태공방에서 네 분이 함께 하시는군요!
    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즐거운 기대를 하게 됩니다.^^

  • 2023-03-27 17:18

    저는 특히 인류역사에서 처음으로 그린랜드에 비가 오자 그 의미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는 말이 가슴 아팠습니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애쓰고 있는 사람들이 계속 연대하고 늘어가고 있음에 감사했어요. 전환마을 만들기, 더 공부해봐야겠어요

  • 2023-04-05 09:30

    블랙님 소식 궁금했는데 이리 재미난 활동을 하고 계시군요. 작년 선물해주신 허브식초 다 쓰고 허브 병은 장식으로 간직하고 있어요ㅋ
    열심히 봉부해서 제게도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