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일리치 읽기] 깨달음의 혁명 5.13일 1강 공지

일리치약국
2024-05-02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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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제목에 낚였습니다. ‘깨달음’. 음. ‘한 소식’ 하겠는데. 「소유냐 존재냐」의 작가 에리히 프롬이 서문을 썼다니 뭔가 영적인 내용으로 가득차 있을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혁명’. 책을 펼치면 영적 에너지가 막 폭발적으로 터져나오려나?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네요. 일리치가 말하는 깨달음은 시민의 자각을 말합니다. 제가 애초에 기대한, 마치 선문답처럼 뭔가 오묘한 삶의 진리를 통찰한다는 의미의 깨달음은 아닙니다.(예를 들면, ‘부처가 무엇입니까? 똥막대기다.’) 하지만, 나를 소외시키고 무능력하게 만드는 조건을 자각하고 제도의 억압에서 벗어나 인간의 자율성을 회복하자는 대목에서는 숭고한 기운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시민의 자각이란 우리가 사는 사회의 조건을 제대로 보는 것입니다. 성장과 풍요를 향해 달려가는 사회는 정말 내 삶을 풍요롭게 할까요? 성장의 열매는 특정 계층에게 편중되고 그 경향은 가속화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이것은 제도의 문제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도를 바꿔 모두가 평등하게 혜택을 나누고 권리를 분배할 수 있게 하면 내 삶은 기쁨으로 충만해질 수 있을까요? 일리치는 현대사회의 불평등과 인간소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깨어있는 시민의 자각, 곧 시민들 각자가 일으키는 문화혁명이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일리치는 모든 사람이 우상처럼 믿는 상식이나 제도에 근본적 질문을 던지라고 합니다. 성장의 몫을 어떻게 균등하게 나눌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이 과연 우리가 추구할 가치로 합당한 것인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에리히 프롬은 일리치 사상의 정수를 ‘인본적 급진주의’라고 정의했습니다. 이는 이념이라기보다는 세상을 보는 태도로, 삶의 활력과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인간의 역량을 키우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일리치는 이 급진주의를 풍부한 상상력으로 우리 앞에 펼쳐 놓습니다.

 

 

「깨달음의 혁명」은 1960~70년대에 쓴 글 12편을 모아놓은, 일리치의 첫 책이라고 하는데, 체계적이지도 않고, 일리치의 이후 사상과 반드시 일치하지도 않지만 일리치 사상의 단초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스피노자, 맑스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여러분은 어떤 연결들을 떠올렸는지 궁금합니다.

 

5월 첫 모임은 5.13(월). 저녁 7시 반입니다. 깨달음의 혁명 4장까지(~74), 옮긴이 해설(281~306쪽) 읽고 오시면 됩니다. 발제도 없고 메모도 없습니다. 발제는 이끔이들이 준비합니다. 시작 시간과 끝 시간 사이에 얼굴만 살포시 내밀어 주시면 됩니다. 책 읽다 잠깐 멈춘 대목, 고개를 갸우뚱한 부분, 나를 휘저은 부분 등을 함께 나눠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줌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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