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사회학의 대가 에바 일루즈

겸목
2022-01-2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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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사회학이란 분야가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은 아니다. 감정은 알겠고, 사회학은 알겠는데, 두 단어가 결합한 '감정사회학'은 낯설다.

내가 느끼는 주관적인 감정이 그저 주관적인 경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의미를 구축한다는 말이지 않을까 싶다. 2017년 3월 경향신문에 감정사회학이라는 분야를 개척한 에바 일루즈의 인터뷰가 실렸다. 왜 감정을 사회학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것일까? 감정사회학에서는 어떤 문제들을 다루는지 에바 일루즈의 인터뷰를 통해 잠시 맛을 보자.

 

경향: 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연애, 결혼, 아이 낳기를 포기합니다.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데 진이 빠져서요.

 

일루즈: 산업자본주의가 일어나면서 핵가족이 되었어요. 공업단지 형성에 매우 지대한 역할을 했죠. 여기에 자본주의는 진화했고, 이젠 가족조차 거추장스러워합니다. 금융자본주의 시대, 자본이 이동하고 시장이 원하는 유연성에 대처하는 데 짐인 거죠. 사랑이 무르익도록 가능했던 보호 구조들이 무너졌어요. 우리는 이를 애도해야 할까요? 누군가를 열정 있게 보살피며 사는 생활을 포기하는 사고는 도덕적으로 문화적으로 끔찍한 상실이 될 거라 여깁니다. 저는 욕망과 요구에 대한 일상적인 보살핌, 열정이 함께하지 않는 삶은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경향: 혼밥, 혼술, 혼잠을 강요하는 자본주의입니다. 1인 가족 시대라고 문화현상으로 이야기하지만, 그 뒤에는 홀로 챙기며 살 수밖에 없도록 내몰린 노동의 서글픔이 있는 거죠. 누군가 사랑할 의욕을 잃은 한국의 젊은이에게 그래도 조언을 하신다면….

 

일루즈: 타인이 자신을 믿을 수 있는 조건을 창조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지루함, 성가심, 귀찮음을 지탱할 수 있는 성격을 만들어 가는 것, 가정이 요구하는 것을 이해하는 가족사랑은 일종의 떠나지 않을 역량이에요. 머물 수 있는 품, 능력이죠. 아무리 지루하고, 뭔가 밖에 더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가족과 머물겠다는 마음의 근육요. 그리고 세상은 누군가와 함께 맞서 헤쳐나갈 때 더 든든합니다. 현대는 우리 삶 곳곳에 불확실성과 불안을 심어놨어요. 일상의 선택을 요동치게 하죠. 그럼에도 흔들리는 현실은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길이자 극복해 나가야 할 길입니다.

 

에바 일루즈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회사와 가정에서 또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정서적 문화를 양산해왔다. 경제적 관계들은 실상 상당히 감정적이며, 연애관계와 같은 사적인 관계들은 점점 더 협상과 교환이라는 정치적, 경제적인 모델들에 영향을 받고 있다. 경제적 관계와 감정적인 관계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이중적 과정을 에바 일루즈는 '감정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에바 일루즈가 감정 자본주의의 증거로 주목하는 현상들은 바로 자기계발 서적과 고통을 겪은 유명인들의 자서전, 각정 심리 치료 프로그램, 일반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리얼리티 토크쇼, 각종 격려집단, 온라인데이트 등의 유행이다. 공적인 영역은 사적인 삶의 노출로 가득 차게 되었고, 고통은 현대인들의 정체성에서 가장 중요한 감정이 되었다. 또 연애와 사랑에 관한 선택과 경험들 역시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경제 영역과 감정 영역이 왜 이렇게 복잡하게 뒤얽혀 있는지 에바 일루즈는 20년간 파헤쳐왔다.

 

"내 궁극적 관심은 마르크스가 상품을 가지고 했던 작업을 사랑으로 해보려는 데 있다. 사랑은 구체적 사회관계들로 형성되며 산출된다는 점, 사랑은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지고 경쟁하는 사람들이 각축을 벌이는 시장에서 순환된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로써 귀결되는 논점은 몇몇 사람이 그 외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조건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다른 사회학자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사랑을 현대라는 변화과정을 이해하는 데 아주 알맞은 소우주로 관찰했다. 그러나 다른 사회학자들과 달리 내가 여기서 하려는 이야기는 감정이 이성을 제압한 영웅적 승리의 역사가 아니다. 또는 성적 착취관계를 이겨낸 성평등의 역사도 아니다. 훨씬 더 다중적인 이야기다." (에바 일루즈, <사랑은 왜 아픈가>, 21쪽)

 

2022년 양생프로젝트 주제연구 '아무튼 감정'에서는 에바 일루즈의 <감정자본주의>와 <사랑은 왜 끝나나>를 공부합니다. 오은영박사의 <금쪽 상담소>가 왜 그렇게 인기를 끄는지 궁금하신 분들과 함께 공부했으면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신청게시판을 클릭해주세요.

 

http://moontaknet.com/?page_id=5254&mod=document&uid=35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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