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짠 시즌2 서평 발표 후기

겸목
2021-08-23 01:00
434

10주간의 단짠 시즌2가 끝났다. 3권의 책을 읽었고, 10편의 서평이 나왔다. 10주(정확히 11주) 전에는 어떤 글이 우리 앞에 나타나리라 예상도 못했는데, 10주가 지나고 예상할 수 없었던 글들이 세상에 나왔다.^^ 흐뭇하다! 생산적인 10주였다.

 

시즌2를 마치며, 가장 보람있었던 순간은 인디언, 정의와미소, 김지연샘의 글쓰기에서 사고의 전환이 일어났던 순간이다.

 

인디언샘은 너무 마음에 드셨던 정희진의 책을 읽고, 또 읽으며, 자신이 왜 글쓰기를 싫어했을까....정희진도 글쓰기에 엄청 에너지를 갈아넣는구나......그냥 쓰면 되는데 내가 너무 글쓰기를 어렵게 생각했구나....이런 생각의 변천을 겪으셨다! 이런 느낌이 어떤 느낌일지 알 수 있을 것 같지만, 인디언샘만이 느낄 수 있는 질감을 갖는 느낌이다. 아마 앞으로 인디언샘은 글을 쓸 때마다, 왜 그 느낌이 다시 안 올까?? 기다리실 거고, 또 다른 질감의 그 느낌이 찾아올 것 같다.

 

정의와미소님에게는 이야기를 '작게' 만들어달라 요청했었다. 그간 정의와미소님이 쓰신 글의 전형이 있다면,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가...하는 인생사의 정리로부터 시작되어 사회적 대의명분에 대한 외침으로 끝맺었다. 정의와미소님의 글에선 '무토'의 광활함이 느껴졌다. (나는 이런 '무토'의 광활함을 부러워한다!!) 나쁘지 않다. 대신 A4 2~3매에 담기엔 분량이 부족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쪼개서, 하나씩 전개해보자는 의견이었는데, 이번 글에서는 한 가지 주제로 수렴될 수 있는 글이 나왔다. 어떤 칼을 골라서 써야 하는지 가늠이 되셨으니, 식상 풍부한 디자이너답게 앞으로 여러 칼을 골라 쓰며 멋진 글을 쓰실 것 같다. 

 

김지연샘은 매주 성실하시다. 이렇게 고쳐보아요~라고 말씀 드리면 피드백에 맞게 수정해오신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느 지점에선가 맴도는 느낌이었다. 이럴 때 튜터가 할 수 있는 말은 한 가지다. "다시 써보세요~" 정확한 디렉션 없이 이런 요청을 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보면 뭔가 놓치고 있는 것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글쓰기의 왕도는 '생각하는 시간'이다. 이런 생각의 시간 동안, 지연샘은 내향적/외향적 또는 타자의 욕망/나의 욕망의 프레임을 벗어나 자신에게 집중해보는 걸로 결론을 찾았다. 처음 시작과 많이 달라진 결론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반가웠다.

 

단풍샘의 글은 같이 세미나했던 모든 분의 응원을 받았다. 김현경의 <사람, 장소, 환대>를 세미니하는 동안 내내 '가면'을 이해할 수 없다는 단풍샘의 질문을 모두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풍샘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자신이 헷갈려 했던 개념을 계속 파고들었고, 언젠가 2쪽짜리로 정리된 심경을 가져오셨다. 완성본과는 좀 다르지만, 그 2쪽짜리 정리가 나는 단풍샘의 생각을 훨씬 잘 드러내주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질문을 갖고 뭔가 결론에 이르기 위해 집중하는 단풍샘의 태도가 늘 보기 좋다. 단풍샘은 아이가 셋인 워킹맘이다. 줌피드백때마다 퇴근 후 사무실의 모습이 보여 마음이 짠했다.  피로감이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단풍!! 참 강한 사람이오~

 

현지샘은 믿음직한 수강생이다. 뭘 던져줘도 뭔가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이 간다. 아마도 현지샘은 그렇게 늘 미션을 잘 수행하는 성실한 사람이었을 것이리라 생각된다. 그 성실함이 현지샘의 미덕이기도 하고, 그 성실함을 놓아버리는 연습이 현지샘의 가능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교사라는 직업이 갖는 '모범'에 대한 요구가 그 성실함을 놓아버리기 쉽지 않을 것 같지만, 그것도 연습을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 현지샘은 더 멋진 교사가 될 텐데.....참 큰일이군!!

 

이번 시즌 새롭게 합류하신 김언희샘과 묘선주샘의 글도 좋았다. 비교적 두 분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는데, 이번 글쓰기를 하며 시간 대비 많은 부분을 알게 되어 기쁘다. 언희샘의 아버지와의 일화는 앞으로 우리 모두에게 다가올 미래처럼 느껴져 귀가 쫑긋해졌고, 시민단체 활동가 일을 정리하는 묘선주샘의 멋진 다짐도 응원한다. 

 

정진우샘과 은가비샘과의 글을 쓰는 시간은 좀 아쉬웠다. 일단 여초집단인 단짠에서 청일점인 정진우샘에게 아무래도 스피커를 켜드리는 시간이 적었던 것 같다. 진우샘의 이야기를 듣기보단 그에 대한 우리들의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진우샘의 고민이 어디에 있는지 잘 캐치하지 못했다. 다음에는 꼭 2쪽이 아니라 3쪽을 써보아요. 그땐 진우샘의 이야기를 좀더 많이 듣도록 하겠습니다. 은가비샘은 내면에 격정이 있는 스타일리스트이다. 은가비샘의 글은 '뉘앙스'의 차이가 승부를 보는 글인데, 그 '뉘앙스'를 잘 살려내는 섬세한 접근이 없었다. 앞으로도 은가비샘은 복잡미묘한 '뉘앙스'의 문제를 글의 소재로 선택하실 것 같고, 그땐 좀더 디테일하게 '뉘앙스'의 차이를 세공해봤으면 한다. 

 

글 잘 쓰는 조은님과는 시즌2에 만나자마자 이별이다. 단짠과는 이별하지만 양생프로젝트로 만날 수 있으니, 단짠과의 이별을 많이 아쉬워하지는 않으려 한다. 조은님의 작고 파란 자동차가 우주소년과 문탁 사이를 오가며 멋진 글을 많이 써주었으면 한다. 조은 파이팅!

 

시즌2을 하며 저는 샘들이 들려주시는 '직업'의 이야기들이 너무 요긴했습니다. 공부만 하고 살아온 제가 너무 안일하게 살아온 것 같아 머쓱했고, 경험의 부족도 실감했어요. 저도 샘들의 이야기로 성장해갑니다. 앞으로도 사는 이야기 많이 들려주세요~

 

그리고 발표일에 시즌1을 함께 했던 홍선자샘과 엘림님이 오셨다!! 쑥스러울 수 있는 자리인데 반가운 마음으로 달려오셔 넘 반가웠습니다. 17개월된 엘림님의 아기가 우릴 보자마자 울음을 터트리려했는데, 귤을 하나 손에 쥐어줬더니 손에 꼭 쥐었다. 귤을 좋아하는 걸 알았으니, 앞으로 엘림님이 오신다면 귤을 준비해놓도록 하겠습니다. 아기와도 친해져야죠!!

 

문탁샘, 둥글레님, 기린님도 감사합니다~ 발표때마다 '악역'을 맡아 '지적'해주시라는 미션을 수행하시느라 수고 많으십니다. 복 받으실거예요^^

 

 

 

 

댓글 10
  • 2021-08-23 08:38

    아무리 정희진의 글이 좋아도 겸목샘의 섬세한 공감과 지적이 없었으면 자판을 두드리는것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

    몸도 안좋으신 분이 긴 시간을 마다않고 하나하나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느끼면서 글쓴이들을 이해하려 애쓰는 모습, 존경스러워요.

    일주일 내내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고... 이런 분들도 무척이나 존경스럽습니다.

    함께 마무리 하니 좋네요

    또 시작이지만 계속되는 우리들의 생각들을 함께 키워가보길 기대하며

    이주일간 푹 쉬고 다시 만나요~~~

  • 2021-08-23 09:10

    와우...2주나 쉬시는군요...부럽^^

     

    단짠은, 지난번에도 느끼는 바였지만 '원팀' 냄새가 강하게 납니다.

    성실한 수강생, 세심한 튜터, 서로을 응원하는 동료들.

    단짠을 만나고 오면 늘 기분이 좋아집니다.

    모두 수고하셨어요.

     

    앗, 글들도 시즌1에 비하면 다들 좋아지셨어요. 애쓰신 거 보이더라구요^^

  • 2021-08-23 09:44

    우와 개별 코멘트!! 세공이 필요한 스타일리스트라고 말씀해 주시니 감사하네요 ㅋㅋㅋ 남의 글들을 보기만 했지 쓰진 못했는데 단짠에 와서 글을 쓰는 물꼬를 트게 되어 그것만으로도 좋네요 ㅋ

    기본부터 아주 지지부진하게 천천히 습을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겸목샘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들 고생 많으셨어요.. 

     

  • 2021-08-23 10:26

    한아이가 태어나려면 수많은 사람의 노고가 다 들어가는 것과 같아요!! 글이라는 나를통해서 나왔지만, 결국은 수많은 노고가 그안에 있음을 단짠에서 배우게 되는거 같아요~ 겸목샘과 동학이 없었으면 결코 가능하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잖아요!~ 감동 스러웠어요~!!

    그래서 힘이들지만  또 우리는 같이 가는거겠죠?^^

    모든 분들의 글 하나하나 너무 소중해요~ 고이 모셔서 읽고 또 읽고 합니다!

  • 2021-08-23 10:27

    존재만으로 든든한 겸목샘.. 시즌2도 고생많이 하셨어요!! 항상 감사드립니다.

    글 못보는 저도 다른 샘들의 글이 달라졌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지선샘 그리고 엘림샘 얼굴도 오래간만에 뵈니 너무 반가웠습니다.

    부족한 글을 읽고 많은 조언을 해주신 문탁샘, 둥글레샘, 기린샘에게도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2쪽에서 3쪽을 써보자는 겸목샘 이야기가 시즌2에서 시즌3로 가야 한다는 무언의 암시처럼 느껴집니다^^

     

  • 2021-08-23 11:12

    겸목 샘의 혜안과 세심함에 늘 감탄하는 1인입니다. (겸목 샘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마스크 뒤로 조용히 "와..."를 외치곤 하죠.)

    든든한 우리 겸목 샘, 그냥 마냥 정이 가는 우리 단짠 멤버들, 긴 시간 애정을 갖고 합평에 참여해주시는 문탁샘, 둥글레샘, 기린샘. 

    함께 해 주셔서 늘 감사드려요. 2021 단짠과 함께 하며 태교와 성실함을 놓아버리는 연습을 '성실히' 수행해 보겠습니다. 더 멋져져야지!  

  • 2021-08-23 15:46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쓰면서 마음이 따뜻해 지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끈기와 애정으로 모임을 이끌어 준 겸목샘과 마음과 생각을 나눠준 단짠 멤버들을 통해

    계속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시즌 3 기대하며, 2주 뒤 뵙겠습니다. 

  • 2021-08-23 19:49

    이번 글쓰기는 정말 멋진 경험의 연속이었어요. !

    처음으로  힘들지만 글쓰기의 재미를 알게 되었지요^^  그리고 나름 겸목샘의 조언을 충실히 따라 가려고 한 것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단짠학우들의  이야기와 글쓰기도 한 몫 했구요. 이제서야 좋아하게된 김영하, 정희진 작가를 만나게 된 것은 다 겸목샘 덕분이에요. 감사합니다.ㅎㅎ

    무엇보다도 글쓰기에 대한 저의 모습을 점검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동안 글쓰기에 대한 편견과 무지를 가지고 있었더라구요. 

    다들 열심이신 샘들과 시즌 2를 잘 마무리했으니 잘 쉬고,  시즌3에서 다시 만나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겸목샘의 노고에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 2021-08-27 20:01

    하아.. 이번주 회사에서 너무 바빠서 (ㅠ.ㅠ) 마지막 업무 마무리 후에 댓글 남깁니다- 

    저는 무엇보다 이번 글쓰기를 통해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되어 기뻐요.

    - 글쓰기 자체보다 지금의 삶에 대한 생각 정리에 큰 도움주신 겸목샘 감사해요!

    - 정의와미소샘과 은가비샘/묘선주샘과 모여 합평한 시간도 즐거웠는데, 두 분은 다음 시즌에서 못뵌다니 아쉽습니다. (ㅠ.ㅠ)

    - 제 글을 다 읽은 후에 옆에서 따뜻한 눈으로 박수쳐 주신던 언희샘에게 너무 감사했단 인사도 못드렸구요.

    - 언희샘과 조은샘 글을 읽다 얼마나 울컥했는지 그 자리에서나 뒤풀이에서 표현하지 못해 여기에 글로 남깁니다.

    - 지난 합평에서 사유 이후에 어떻게 하겠다는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문탁선생님 말씀 기억하고, 글쓰기 이후 어떻게 살 것인지 쓰고 실천하겠다는 결심도 컸는데요. 이번에 주신 여러 조언도 다음 글쓰기에 좋은 밑거름이 될 것 같습니다.

    다른 샘들의 발전된 글들에 감탄도 많이 했습니다. 쓰고 보니 무슨 시상 소감 같네요. 너무 감사한 시간들이었고, 다음 시즌도 기대됩니다.

  • 2021-08-30 14:22

    시즌2에서 모든 선생님들이 함께 얼마나 고민하고 노력하셨는지가 피부로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시즌2의 마지막을 이렇게나마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멀지않은 시기에 꼭 다시 뵙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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