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비글시즌1> 7차시 <내 이름은 루시 바턴> 글쓰기 합평 후기

이든
2024-04-21 19:43
89

4월 둘째 주, 국회의원 선거와 회사 창립기념일로 연휴가 생겨 속초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에서 서서히 꽃잎을 떨구던 벚꽃이 속초에서는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벚꽃이야 어디서 봐도 아름답겠지만, 영랑호에서 만난 벚꽃은 색다른 느낌이 있었습니다. 잔설이 가시지 않은 설악산을 배경으로 핀 하얀 벚꽃터널은 초현실주의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눈 덮인 겨울산과 하얀 봄꽃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처럼 우리의 삶은 그렇게 모순된 일들 투성이입니다. 앞뒤가 딱딱 맞아떨어지게 논리적으로 전개되지도 않고, 기승전결 순으로 일관되게 흘러가지도 않습니다. 이런 무질서함에서 생성되는 엔트로피가 글을 쓰는 이 자리로 우리를 불러 모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 

 

깊이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던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이 책은, 우리의 이야기를 써나가는 단계에서는 어렵기만 했습니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이야기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말하고 싶은지는 더더욱 모호하기만 했습니다. 그 모호함을 파고 들어가 풀어놓은 오늘의 이야기는 각자 조금씩 달랐습니다. '무엇이 세계를 그 가장 깊은 내면에서 지탱하고 있는지'에 대한 파우스트의 질문을 내 안으로 가져와  담긴 이야기를 길어 오르는 과정이 모두 다를 수밖에 없겠지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공감을 하고 힘을 실어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위로를 받았지요.  그 위로가 주는 힘으로 써야 할 주제를 파고들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쪼개어 얼개를 만들고 한 줄씩 한 줄씩 써 나가도록 겸목 선생님은 가이드를 주셨지요. 

 

자연이 주는 다정함과 아름다움을, 섬세하고 웅장한 음악의 전율을, 빛과 사물을 해석한 시각 예술을, 아주 긴 호흡으로 풀어낸 철학자의 사유를 음미하듯  나 자신을 좀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러나 냉혹하게 살펴보겠습니다. 누구나 하고 싶은 한 가지 이야기는 있고, 그 글이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든 부모와 가족에 관한 이야기든 혹은 '열심히 일하고 힘들게 살아가지만 좋은 일이 생기기도 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든 일단 쓰기 시작하겠습니다. 

 

- '저'만의 다짐이 아닌 '우리'의 다짐입니다.  

- 오늘도 다정하나 주저하지 않는 샘들의 평가에 감사합니다. 함께 모여 읽고 글 쓰는 재미가 점점 좋아지네요.

- 다음 주에 뵈어요! 

 

 

 

 

 

댓글 5
  • 2024-04-21 20:33

    후기인가요? 고백인가요? ㅋㅋ 천천히 물들어가고 알아가는 것들이 있을 거예요. 서로에게 각자에게 시간을 더 써봐요^^ 즉각적인 효용감과는 다른 만족감이 있을 거예요~

    • 2024-04-27 22:25

      선생님의 부드러우나 예리한 지적, 마음 깊이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후기 못 올린 게으름은 용서해 주세요 ^^

  • 2024-04-22 06:52

    정말 눈과 벚꽃이 함께있네요
    겨울과 봄이 공존하며
    봄이 더 아름다워진것 같고
    겨울은 장렬히 그 자리를 내어주겠지요~~
    누구나 하고 싶은 이야기 한가지는 있다는
    샘의 말을 따라 저도 제가 길어올리고
    싶은 이야기 한가지가 뭔지 한주동안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 2024-04-22 10:41

    우와~ 멋짐요...사진도 후기도...
    저도 후기를 써야하는데...
    항상 먼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4-04-22 18:46

    이든님의 '시'적인 후기 잘 읽었습니다.
    짧지만 중요한 부분은 다 들어와 있는 글이네요.
    하루가 지나 혼곤해진 나의, 우리의 '다짐'을 다시 일깨워 줍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73
평비글 시즌1 8차시<슬픔의 방문>후기 (3)
시소 | 2024.04.30 | 조회 62
시소 2024.04.30 62
172
[평비글] 8차시 4월 28일 <슬픔의 방문> 세미나 공지 (10)
겸목 | 2024.04.24 | 조회 85
겸목 2024.04.24 85
171
<평비글시즌1> 7차시 <내 이름은 루시 바턴> 글쓰기 합평 후기 (5)
이든 | 2024.04.21 | 조회 89
이든 2024.04.21 89
170
[평비글] 6차시 <내 이름은 루시바턴> 후기 (4)
유유 | 2024.04.17 | 조회 79
유유 2024.04.17 79
169
[평비글]7차시 4월 21일 세미나 공지
겸목 | 2024.04.15 | 조회 79
겸목 2024.04.15 79
168
<평비글시즌1> 6차시 후기 (4)
꿈틀이 | 2024.04.14 | 조회 105
꿈틀이 2024.04.14 105
167
[평비글]6차시 4월 14일 <내 이름은 루시 바턴> 세미나 공지 (9)
겸목 | 2024.04.09 | 조회 103
겸목 2024.04.09 103
166
평비글 시즌1, 5주차 '오웰과 나' 합평 후기 (4)
수영 | 2024.04.08 | 조회 99
수영 2024.04.08 99
165
[평비글]5주차 후기<나는왜쓰는가>글쓰기합평 (5)
단풍 | 2024.04.08 | 조회 99
단풍 2024.04.08 99
164
평비글 4차시 후기<나는 왜 쓰는가> (6)
무이 | 2024.04.04 | 조회 123
무이 2024.04.04 123
163
평비글 4차시 후기<나는 왜 쓰는가> (6)
시소 | 2024.04.02 | 조회 121
시소 2024.04.02 121
162
[평비글] 5차시 4월 7일 세미나 공지 (2)
겸목 | 2024.04.01 | 조회 96
겸목 2024.04.01 96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