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비글 4차시 후기<나는 왜 쓰는가>

무이
2024-04-04 23:56
113

안녕하세요.

아장아장 글쓰기 첫걸음중인 무이입니다.

이번주 평비글에서는 '조지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를 읽고 진행한 합평 후기 올립니다.


지난주는 책을 읽고 난 뒤 좋았던 구문과 생각, 일상들을 글벗님들과 자유롭게 나누었던 시간이었다.
공통적으로 오웰의 관찰력, 통찰력에 대해 감탄하였고 간결하나 구체적이고 묘사적인 그의 필력에는 입을 모아 칭찬하였다.
'코끼리를 쏘다', '두꺼비 단상', '정치와 영어','나는 왜 쓰는가' 등은 많은 글벗님들이 손꼽은 에피소드였다.

 

유유님은 '실생활의 모든 즐거움을 다 죽여버린다면 우리 자신을 위해 준비해야 할 미래는 과연 어떤 식일까? 사람이 봄이 돌아오는 것을 즐길 수 없다면, 노동력을 줄여주는 유토피아에선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p.281) 가 마음에 와닿았다며, 연두빛 버드나무가 휘날리는 하천길을 걷고, 수원에서 제공하는 공짜 영화도 보는 일상의 즐거움을 이야기해주셨다. 자연이 공짜인것처럼,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놓치치 않는 오웰의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먼불빛님은 간결하며, 과장이 없고, 감정보다는 상황을 비교적 자세히 묘사하는 오웰의 문체를 말씀하셨다. "묵은 식빵껍질 냄새가 나는 쇠약한 사람", "우표 수집가들은 물고기를 연상시키는 별나고 조용한 부류" 같은 표현에 감탄하고, 풍경과 부랑자의 사실적인 표현에서 아름다우면서도 처연한 느낌이 든다고 말씀하셨다. 가장 오웰스러운 글동무님의 표현에 다시한번 고개를 끄덕인다.

 

꿈틀이님은 '코끼리를 쏘다'에서는 오웰은 제국주의의 민낯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깔려있음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하셨다. 버마경찰을 수행하는 동안의 오웰의 감정을 언급하며, 버마인들 앞에서 그들을 지배하는 사람답게 굴어야한다는 압박감과 군중의 욕망에 이끌려 코끼리를 사살했어야하는 그의 불편한 선택과 심리 묘사가 탁월했다 하셨다. 또한 '나는 왜 쓰는가'에서는 '자기만의 개별성을 지우려는 노력을 부다니 하지 않는다면 읽을만한 글을 절대 쓸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라는 문장을 꼽으셨다. '나'를 드러내면서 '나'를 지우는 일이 얼마나 한 개인을 훌륭하게 만드는 일인지를 조금은 알 것 같다며 자기 확신을 가지되, 자기 확신에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라는 말 같기도 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되, 타인에 대한 배려를 놓치지 말라는 것 같기도 하다하셨다. 멋진 생각과 표현력에 감탄하였다.

 

시소님은 '코끼리를 쏘다'에서 '나는 겉보기에 작품의 주연이었지만 실은 뒤에 있는 노란 얼굴들의 의지에 이리저리 밀려다 나는 바보같은 꼭두각시였던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알게 되었다. 백인이 폭군이 되면 폭력을 휘두르고 말고는 자기 마음이지만, 백인 나리라는 상투적 이미지에 들어맞는 가식적인 꼭두각시가 되고 만다는 것을 말이다.'(p.38) 를 손꼽으셨다. 타인의 시선에 나를 맞추어서 그들의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줄 때, 비록 그것이 조지오웰처럼 큰 일이 아니지만 소소한 일상속에서 시소님을 억압할 때가 있음을 고백하셨다. 그리고 '두꺼비 단상'에서는 두꺼비와 일리치약국 산행이 떠오른다면서도 시소님의 일상은 왜 '봄이 주는 즐거움, 누구나 접할 수 있는 공짜 선물'을 마음껏 누리지 못할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하셨다. 바삐 사는 우리, 앞을 바라보며 달려가는 우리들을 돌아보게 된다.

 

수영님은 '두꺼비 단상'에서 잘못된 현실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하겠지만,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행복 - 봄, 햇살, 초록의 나무들, 꽃, 단풍, 매일의 날씨 등- 또한 누려야 함을 언급하셨다. '스페인 내전을 돌이켜본다'에서는 '노동계급이 요구하는 것들은 모두, 그런 파렴치한들 입장에선 없으면 인간적인 삶이 불가능하다 싶을 최소한의 불가결한 것들이다. 충분한 식량, 지긋지긋한 실업의 공포로부터의 자유, 자기 자식들은 공평한 기회를 누릴 것이라는 안심, 하루 한번의 목욕, 적당히 자주 세탁된 깨끗한 시트, 새지 않는 지붕, 일과가 끝나고 나서도 약간의 에너지가 남을 정도의 짦은 노동시간인 것이다.'라는 구절을 손꼽으며 빅부라더가 개인을 고립시키며 명상이나 마음챙김을 권하고 있는 양상과 앞으로 우리가 필요한 집단행동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하셨다. 역시 글벗님들 중 가장 지적인 분답게 세상의 흐름까지 오웰과 연결하고 계셨다.

 

단풍님은 가장 열정적으로 '나는 왜 쓰는가'를 읽으신것 같다. '코끼리를 쏘다'에서의 오웰을 보며, 팀장으로서 힘겨웠던 일들과 감정들이 스스로에게 납득할 수 있었다 하셨다. '정치와 영어'에서는 '구체적인 대상에 대해 생각할 경우 먼저 단어로 표현하지 말고 생각부터 해보자, (중략) 가능한 한 단어 사용을 미루고서 심상이나 감각을 이용하여 전하고자 하는 뜻을 최대한 분명하게 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지 싶다.'(p.274)를 언급하며, 구체적인 글쓰기의 방법대로 이번에 글을 써보겠다고 말씀하셨다. 가장 손꼽은 에피소드는 '정말정말 좋았지'로 2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고 하셨다. '약자라는 프레임에 갇혔음에도 오웰은 비난하지 않는 방식으로 그 시절을 서술하고 있음에 대해 글벗들과 한참을 이야기했다.

 

겸목님은 역시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작가의 교과서'를 두고 여지껏 참고서만 본 기분이라고 하셨다. 돈 이야기와 봄의 즐거움을 함께 묘사한 표현에 감탄하셨다며, '전부 겨우 6페니 주고 산 것이었다. 전쟁 전 기준으로 '플레이어' 담배 10개비, 마일드 생맥주 한 잔 반, <데일리 메일> 일주일 구독룍. 공기 텁텁한 극장에서 보는 영화 20분 정도에 해당하는 값이었으니!'을 낭독해주셨다. 위트있게 봄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해주는 오웰처럼, 담배, 생맥주, 신문구독료, 영화티켓값+알파로 글을 써보고 싶다고 하셨다.

 

글쓰기 수업을 통해 오랜만에 조지 오웰을 접하게 되었는데.. 어린 시절 기억속의 작가는 누구였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사람으로 다가온다. '나는 왜 쓰는가'의 다양한 에피소드 속에서, 오웰은 일관되게 구체적인 사건에서 보편적으로 적용가능한 서사를 표현하는데, 읽는 내내 담백하나 정확하고 유머있는 그의 글쏨씨에 감탄하게 된다.

 

아직은 글쓰기의 씨앗을 심고 있는 나는  이 수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다시한번 오웰과 만나보고 싶다.

그의 장미와 정원, 글쓰는 방법과 표현력, 유머감각을 들여다 보면서 '나와 오웰'의 접점을 찾아보고 싶다.

댓글 6
  • 2024-04-05 05:58

    무구님의 후기 멋져요!! 오웰과의 접점도 천천히 찾아봐요^^ 휘리릭 봐서는 그냥 스쳐 지나갈 거예요.

  • 2024-04-05 15:27

    꼼꼼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이제 '오웰과 나'의 접점을 찾는 글쓰기를 해야 할 시간.
    뭘 쓸지 걱정스럽다가도
    모두들 어떤 글을 써 오실지 궁금하고 기대돼요. ^^

  • 2024-04-05 19:56

    세미나 시간에 오고간 얘기들을 읽으니
    글쓰기 과제를 하면서 놓치고 있는게 뭔지
    다시 보이기도 하네요~~
    무이님의 충실한 후기 감사합니다~

  • 2024-04-06 08:37

    무이님이 써주신 제국주의에 민낯에는두려움이 깔려있다는 글에서 그날의 기억이 돌아오네요 ~ 무이님의 오월은 어떤 모습의 오월일까요 ?내일 글쓰기때 뵙겠습니다

  • 2024-04-06 17:22

    무이님의 관찰력 또한 감탄하게 되는 후기였어요~ 글을 쓰고 읽어보니,
    제가 이번 글쓰기에 대해,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구나 했어요~~ ^^; 내일봐요^^

  • 2024-04-06 18:48

    후기 덕분에 다시 한번 책을 들여다 보게 되네요. 접점...어떤 접점으로 오웰을 만날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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