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비글> 2차시 후기(3월17일)

꿈틀이
2024-03-1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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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웰의 장미> 2차시 후기

세미나가 시작된지 2주차 되는 날이고, 우리들의 새로운 만남도 두 번째이다. 봄날이라고 하기엔 포근함이 덜했지만 햇살은 좋았고, 하늘은 맑고 청명한 날이었다.

저번주에 이어 <오웰의 장미> 후반부의 내용으로 세미나가 진행되었다. 각자 인상 깊었던 부분을 발췌하고 그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1) ‘리좀’적 글쓰기

꿈틀이는 들뢰즈, 카타리가 처음 명명했다는 ‘리좀’에 대한 부분을 발췌했다. 딸기는 밖으로 나온 줄기가 흙과 만나면 마디에서 새로운 뿌리가 나와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가는 데 이처럼 줄기 마디에서 만들어진 뿌리를 ‘러너’라고 한다. 러너와 같이 ‘리좀’이란 어느 지점이든지 다른 지점과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대변하고 뿌리, 줄기, 잎이라는 계보적 사유와 달리 반계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오웰의 장미>도 겸목샘 말처럼 리베카 솔닛이 작정하고 ‘리좀’식 방법으로 책을 구성했고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사유의 시도를 자극한다고 생각했다. 자기변화, 자기성찰의 관점에서 본다면 관성적으로 작동하는 계보적 사유의 틀에 균열을 내어보는 작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열려 있는 가능성은 예측불가능한 결과치를 담보로 이루어지는 일종의 도박일 수 있다. 계보적인 사유의 최대장점은 목표를 설정하고 결과를 예측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안정적이다. 딸기의 ‘러너’가 어디로 뻗어나갈지 얼마나 번식할지 아무도 모른다. 단지 연결과 연대의 가능성, 모험, 그 풍성함을 상상하는 즐거움 또는 좌절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2) 아름다움에 대하여

이든님등  다수의 분들이 ‘아름다움’에 대한 부분을 많이 발췌해 오셨다. 나도 ‘아름답다’라는 언어를 참 사랑하고 아름답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리베카 솔닛은 ‘아름다움’을 조지오웰의 글에서. 조지오웰의 일상생활에서 탐구하며 자신의 아름다움에 대한 사유를 엄청 깊고 넓게 펼쳐 놓았다.

아름다움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수동적이며 정태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바꾸고자 하지 않는다는 것은 바람직한 여건이 실행된 상태일 수 있으며 그것은 미학적 표준과 윤리적 표준이 일치하는 것이다”,<p260>. “ 패턴의 반복과 시간 그 자체, 날들과 계절들과 해들의 리드미컬한 지나감, 달의 주기와 조수. 태어남과 죽음에 있다고 생각한다.<중략> 일몰의

한 장면 보다는 태양이 한 해를 통과해가는 시간적 진행을 경하하는 것이다”<p256>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그 아름다움이 뭘까? 라고 질문했을 때 나올 수 있는 가장 고급지고 풍성한 내용이 리베카 솔닛의 언어에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약하지 않다. 나는 심장이 한번씩 심하게 요동쳐, 눈물이 흐르기도 해.. 때론 너무 외로워..등등’ 물론 이런 문장들은 나의 일상과의 맥락이 있겠지만 아름답게 살아가고자 했던 작은 움직임 또는 아름다움을 외면하려 했기 때문에 괴로웠을 순간들의 감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경계해야 될 것은 수영샘의 발췌부분처럼 “오웰의 작품 상당 부분은 다양한 종류의 추악함에 대한 것이지만 그가 추악하다고 본 것은 그가 아름답다고 본 것의 잘 드러나지 않은 이면이었다”<p293> 오웰이 어릴적부터 체험한 불공정함과 폭력성이 공산주의라는 아름다운 가치가 해결해 줄거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거짓말과 추악함을 싸고 있는 얇은 포장지에 불과했다.

 

3) 아름답게 사는 것, 아름다운 글쓰기에 대하여

아름다움이 이상적이면서 현실적이고 좋은 것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우리는 어떻게 아름다움을 구현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먼불빛님의 발췌 부분을 인용하면 “명징성, 정직성, 정확성, 진실성..등이 아름다운 것은 그런 것들 가운데서 비로소 대상이 진실하게 재현될 수 있고 앎이 민주화되고 사람들이 힘을 얻고 문이 열리고 정보가 자유롭게 이동하고 계약이 준수되기 때문이다.<중략> 윤리성과 심미성이 별개가 아닌 이 아름다운 진실과 전일성의 언어적 아름다움이야 말로 그가 자신의 글쓰기에서 도달하고자 노력했던 핵심적인 아름다움이다. 그런 아름다움은 언어과 그것이 묘사하는 사이, 한사람과 다른 사람 사이, 한 공동체나 사회의 구성원 사이에서 일종의 온전함이요. 유대감으로 작용한다.<p309>, 시소님의 발췌부분 "가장 안정적인 아동용 책들도 나름대로의 상실 위기를 담고 있으며 없는 연결을 찾고자 한다.<p259>  우리를 연결하고 사랑하게 하며 모이게 하는 힘은 아름다움이며 그것은 심미성과 윤리의 일치 또는 결합이면서 아름다움은 또한  연결의 가능성을 담고 있다.

그래서 겸목샘의 발췌부분 ”보고나 들은 것을 바꾸고자 하는 아무 바람없이 그저 보거나 듣는 것“<p259> 의 잔잔함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일요일의 휴가시간을 반납하고 장소에 모여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줄을 긋고, 웃고 생각하는 우리의 글쓰기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윤리가 심미성이라는 옷을 입으면 그것은 아름다움의 극치가 되는 일. 세상을 디테일하게 보고 가슴으로 느껴보려고 한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들과 무엇들의 포용과 인내와 보살핌으로 살아간다. 그 공통된 윤리에 일상의 심미성을 덧붙여보자. 우리의 글쓰기가 정말 아름다워지는 순간이다.

 

댓글 5
  • 2024-03-19 11:35

    장미는 아름다움인가? 일종의 거짓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여곡절을 가진 채 아름다움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건 깔끔하고 명료한 글쓰기가 되지 못할 것이다.....라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네요. 하필 이날 우리는 장미가 놓인 테이블에서 세미나를 했던 것도 우연이고, 천진난만하고 무구하게 아름답다 말할 수는 없지만, 거기에도 분명 아름다음이 있었어요^^

  • 2024-03-19 12:12

    꿈틀이님 후기 읽으니 레베카 솔닛이 조지 오웰에게서 발견한, 아니 그녀 자신이 이미 실행하고 있던 아름다운 글쓰기가 뭐였는지 더 선명해지네요.
    리좀적 글쓰기, 아름다움과 추함의 이면을 몇 번이나 뒤집어 봐야하는 글쓰기를 생각하면서 내가 얼마나 계보적인 사람인가를 절실하게 깨닫고 있어요.

  • 2024-03-20 00:19

    아름답다라는 단어를 만나 본적 없는 언어인듯...심미적인 형상, 경험 등등을 떠올려 이해하기가 어색하고 어려웠네요~
    꿈틀이샘이 다시금 리베카솔릿이 바라본 아름다움을 터치해주시니 거대한 상상을 하고 있었던 저를 자각하게 되었네요~~

  • 2024-03-23 06:36

    꿈틀이님 글과 해석이 아름다워, 다시금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 시간으로 이동 한 것 같아요~

  • 2024-03-23 21:41

    꿈틀이 샘의 리좀적 삶에 대한 이야기 인상적이었어요. 꿈틀이 샘의 차분한 이야기는 언제들어도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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