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프로젝트 1-5강 후기

느티나무
2021-03-31 19:03
365

스토리텔러가 되라

 

“너는 공부 안하고 후기도 안올리고 뭐 하고 다니는 거냐?”는 문탁샘의 목소리가 귀에 와 닿지만

이 따사로운 봄볕의 유혹을 이기지는 못했네요.

쑥과 냉이를 찾아 산자락을 헤치고 다니며 물오른 나무와 봄꽃의 빛깔에 감탄하면서

후기생각은 가물가물 아지랑이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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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원,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내겐 너무 어려운 책이었다.

자괴감에 괴로워하며 겨우 일독을 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돌아와 다시 읽으니 이번엔 살짝 맥락은 잡히는 듯도 했지만

반은 이해를 못하고 넘어갔었다. 

조원들 중에는 너무 이해불가여서 오히려 맘 편히 잠을 잤다는 이도 있었다.

나는 특히 스토리적이지 않은 글을 스토리라고 하는 그녀가 얄궂었다. 

지난번 '반려종 선언'에서도 이야기와 글쓰기를 언급했고

이번에도 해러웨이는 분명 자신이 쓰는 스토리라고 했는데

마찬가지로 내겐 이 글이 어디도 스토리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미나에서도 갑론을박하였다.

아마도 1장, 2장, 3장의 전개되는 구조가 스토리적인 것이 아닐까?

아니면 소설은 현실에 있을 법한 허구를 쓴 것이라고 했는데... ...(이 답이 가장 좋았는데 뒤가 잘 기억이 나지 않음)

2교시 “나 역시 어려웠노라” 시는 샘의 강의을 들으면서 이해가 되었다.

질문이 해결되어서인지 "Story"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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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러웨이가 말하는 스토리는 담론이다.

담론은 어떤 것이 진리로 통용되게 하는 메타포로 구성된다.

우리가 표현하는 모든 것은 메타포가 아닌 방식으로 설명되어질 수 없다.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다. 생물학적 기초를 갖고 있지만

이것 역시 담론일 뿐이며 이 담론이 곧 정치이다.

생물학자인 해러웨이는 생물학이 우리에게 어떤 통찰을 줄 수 있을 것인지.

사회생물학과 페미니즘은 어떻게 대척점에 서 있는지를 문제 삼고 싶었다.

초기 생물학자들이 백인-남성 중심적 이론을 구성하였다면

21세기의 사회생물학에서는 진화심리학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

이제 페미니즘은 여성에게 가해진 지배논리가 정치적 담론일 뿐임을 생각해야한다.

우리의 삶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남성-가부장적 지배담론,

여성은 실재로 남성에게 성적으로 종속 된 존재가 아니며,

타고난 신체적 연약함으로 인해 지배 받아야 하는 존재도 아니다.

그렇다고 이 담론을 부정할 필요도 없다.

그저 그것 또한 다른 또 하나의 담론일 뿐이므로.

이 생물학적 지배담론이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를 인식했다면

이제 우리는 다른 스토리를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성환원주의적이지 않은 새로운 정치학을.

 

지난 해 글쓰기가 싫어서 문탁의 각종 세미나를 회피하며 

어슬렁어슬렁 주변인이 되었던 내게 

해러웨이의 '스토리텔링'은 "공부는 곧 글쓰기"의 또 하나의 근거가 되었다.

나의 이야기, 너의 이야기가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들이

재전유되는 것이야말로 페미니즘적인 것일테니 말이다.

 

우리 모두는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한다.

 

댓글 1
  • 2021-04-01 13:21

    ㅋ 스토리에 확~ 꽂히셨군요^^

    "이 생물학적 지배담론이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를 인식했다면

    이제 우리는 다른 스토리를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페미니즘을 통한 느티님의 '다른 스토리'~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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