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프로젝트 1-5 후기

진달래
2021-03-31 17:42
808

‘하얀 건 종이요. 검은 건 글씨구나.’

간만에 이런 느낌이 들었다. 한 번 거칠게 보고 꼼꼼히 읽어야지 했는데, 거칠게 읽고 난 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통에 일주일을 전전긍긍 보냈다. 그래서 이 원숭이들과 유인원들과 이 많은 과학자들은 뭘 했다는 걸까? 코투샘 메모에 등장하는 이리 많은 생물학 관련 분야들은 다 뭔가.

 

“이 장은 정치와 생리의 결합에 초점을 맞춘다. 이 결합은 고대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주요 원인이 되었는데 특히 이 지배는 차이를 근거로 한 지배로 자연스럽고 이미 주어진 것이며, 불가피한 것으로 생각되었고 그 결과 도덕적이라고 간주되었다. 근대에 들어 생물행동과학은 정치와 생리와의 결합을 여러 방법으로 변형시켰는데 만약 우리가 지배받지 않는 채 사회를 효과적으로 일하기를 원한만면 이 방법들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자연과학 속에 지배 원리가 얼마나 깊이 새겨져 있는지 그 정도에 대해 절대로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22)

 

과학이란 흔히 객관적인 사실(?)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진리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해러웨이는 영장류 실험이 대체로 이미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조별토의에서 나왔듯이 굳이 수컷 우두머리만 조직에서 제거하는 실험을 하는 것으로 지배가 질서를 유지하게 하는 중요 지점이 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실험은 실험의 내용과 결과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이야기(설화/담론)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1부를 읽으면서 해러웨이가 푸코의 방법론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했다. 이 논문들을 통해서 그래서 이 실험이 옳다 그르다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영장류 실험들이 어떻게 진행되었고, 이 실험들을 통해 사회가 어떻게 설명되었는가를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같은 조인 지원샘은 오히려 이런 연구들이 진행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좋았다고 했다. 생전 처음 보는 과학자들을 많이 알게 된 것도 좋았고. 누군가 요즘 과학의 문제는 점점 일반인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막대한 연구비용이 들어가는 영장류 연구나, 유전자의 단위로 아래로 내려간 분자생물학 등 이러한 연구들이 어떤 계보를 가지고 무슨 담론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 유전자 서열이 발견되었다거나 뭐 이런 기사를 읽으면서 와~ 하는 정도 - 침팬지 무리에서 수컷 지배자를 빼면 혼란이 온다. 그러니까 질서 유지를 위해서는 지배자가 꼭 필요하겠구나. 이런 생각들을 우리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해러웨이의 말을 따라가다 보니 요즘 달라진 90년대 생들은 좀 더 다른 세상을 살지 않을까하는 의견이 오고 갔다. 한편에서는 이런 지배담론 등을 바꾸지 못하고 양상만 변화할 뿐이지 않을까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마지막에 겸목샘이 말한 ‘괴물성’ 우리는 낯선 것을 두려워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측면, 앞으로 무엇이 펼쳐질지 알 수 없는 것을 즐겁게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댓글 1
  • 2021-04-01 13:28

    " 지배를 정당화하는 주요 원인" 으로서 담론을 페미니즘의 사유로 그 지배를 '내파'할 수 있을까?

    전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하면서 '내파'라는 단어를 곰곰 곱씹어보고 있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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