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기후위기가 뭔가요? #3

곰곰
2024-04-08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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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후 '위기'라고 말하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지구에는 위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 인간의 위기다. 보통 기후가 변하면 거기에 맞게 적응하여 많은 생명체는 적응한다. 물론 이렇게 온도가 빨리 변하면 많은 생명체가 아마 멸종 되겠지만, 수많은 멸종을 딛고 또다른 생명체가 그 틈새에서 자기 영역을 넓혀갈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구의 이런 환경 변화에 의한 대규모 멸종이 있었을 때 최상위 포식자가 살아남은 적은 없다.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 우리 인간은 현재 지구상의 최상위 포식자다. 그러니까 우리 인간에게는 분명한 위기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똑같은 호모 사피엔스에게도 이 위기가 똑같이 오지 않는다. 온도가 올라가면 각 지역마다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 각 나라가 머리를 굴리면서 이것이 우리에게 유리할지 불리할지 따질지도 모른다. 이것이야말로 전 지구적인, 국가를 초월한 공조 없이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는 뜻이기도 하다. 

 

기후변화는 세상에서 가장 큰 이야기다. 이례적일 정도로 '다면적'이다. 이번에는 국제적 차원의 기후 대응 조치들을 살펴보려 한다. 

 

기후변화를 국제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 첫 번째 

2021년 8월 9일, 기후변화에 관한 새로운 IPCC 보고서가 나왔다. 이 내용에 따르면, 현재 사람의 활동으로 인한 온실기체 배출로 지구가 조금씩 더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그 때문에 2040년까지 평균기온이 1.5도 정도 상승할 가능성이 무척 높다고 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가뭄은 2.4배, 홍수는 1.5배 늘어나며, 태풍의 빈도는 10퍼센트가 늘어난다. 만약 기후변화를 멈추지 못하거나 더 심해진다면 이후 기후변화 때문에 생기는 피해는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현재 계산해 낸 기후변화 문제다. 배수가 잘되는 깨끗한 아파트에 살면서 울적한 소식을 들으면 따뜻한 물을 받은 욕조에 몸을 담그고 기분 전환을 하면 그만인 사람에게 가뭄이 2.4배 늘어난다는 것이 당장 크게 와닿는 문제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농사를 지어 생산되는 작물로 직접 배를 채워야 하는 세계의 저소득층에게 가뭄이 두 배 이상 심해진다는 것은 가족이 모두 굶주리게 된다는 뜻이다. 기후변화는 이런 식이다. 그냥 막연히 지구가 멸망한다는 이야기보다, 구체적으로 계산되는 피해를 놓고 보면 기후변화가 어떤 식으로 세상을 괴롭히는지 보다 정확히 드러난다. 

 

불평등한 고통, 까다로운 협력

태풍이 불어도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선진국 부유층은 기후변화의 고통을 덜 받는다. 당장 기후변화의 위험에 가장 큰 고통을 받을 사람과 기후변화를 일으킨 사람이 같지 않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전기, 따뜻한 물, 자동차를 풍부하게 유지하며 발전해온 선진국 사람들은 온실가스를 그동안 많이도 내뿜었다. 반면 홍수나 가뭄을 걱정하며 농사를 지어 밥을 먹고 살아남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았던 사람들은 온실가스를 덜 내뿜었다. 나라에 돈도 없고 기술이 부족해 기계를 덜 돌리고 공장을 덜 가동 했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피해를 받는 사람은 개발도상국 사람들이고 선진국 사람들은 안전하다. 

 

 

 

 

이러니 기후변화 대응에서는 세계 각국의 협력과 이해가 특히 중요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떤 나라 학자 한 명이 연구한 결과보다, IPCC(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 같은 국제기구에서 내놓은 보고서가 더 주목을 받는다. 세계 여러 학자들이 긴 시간을 들여 연구하며 함께 최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수집하고, 그 결과 역시 많은 학자가 동의할 수 있을 만한 내용으로 정리하여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그 출발점 이전을 살펴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기후변화 문제가 전세계 사람들이 합심하고 협력해서 풀어나가야만 하는 문제라면, 도대체 세상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지금 상황에 이르렀는가 하는 사연을 한번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그 사연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어떻게 여기까지 흘러 왔느냐 하는 이야기 속에서 기후변화 문제에 점점 더 깊게 빠져든 이유도 더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을까. 그 속에서 기후변화를 풀어나가기 위해 특별히 조심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도 알게 될 거라 생각한다. 

 

지구정상회의와 COP

냉전이 끝난 1990년대, 평화 속에서 힘을 합쳐 다르게 살아보자는 생각이 통하기 좋은 시절이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지구정상회의’라고 하는 이름부터 멋진 회의가 브라질에서 열렸다. 전쟁 이야기, 돈 이야기를 하면서 다투는 토론이 아니라, ‘지구’라는 행성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 행성 전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회의였다. 다양한 환경오염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기회가 되었고, 이 회의에서 공식 구호처럼 쓰이면서 유행한 말이 “지속 가능한 발전”였다. 그 이후로 너무 많이 쓰여서 요즘에는 관용어구가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이런 표현은 거의 쓰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UN에서는 기후변화에 여러 나라가 공동대응하기 위한 ‘UN기후변화협약’이라는 틀이 탄생했고 정기적으로 회의를 연다. 여럿이서 하는 회의라는 말로 COP(conference of the parties: 당사국회의)이다. 1990년대부터 시작해 2023년 12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COP28가 있었다 . 세계 각국 전문가들이 대규모로 모여 세계를 위협하는 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벌써 28번이나 회의를 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과연 기후변화 문제가 해결 되었을까? 그 사이에 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지금까지의 성과가 마음에 차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COP1부터 COP28까지 진행되는 3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온실기체 배출량은 계속해서 늘어났고 기후변화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졌다.

 

 

COP1은 1995년 베를린에서 열렸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회의를 열고 일하면 좋을지 의논했다. 두번째 회의 COP2는 제네바에서 열렸다. 그 회의 이후로 IPCC가 지금과 비슷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 기후변화에 대한 가장 영향력 있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연구와 조사를 진행해 세계가 어떻게 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을지 말해 준다. 괜찮아 보이는 계획이었고 해볼만한 방법 같았다. 다들 그렇게 희망을 품었던 시점이 벌써 25년 전이다. 

 

그런데 그 해볼 만한 방법이 지난 25년간 잘 통하지 않았다. 한때 온 나라가 기후변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공통의 법을 만들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세계 공통의 법령을 온 세계가 똑같이 지켜보자는 발상이 나온 적도 있었다. 그러나 COP2 무렵 그런 법령은 너무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포기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나라마다 법의 종류, 법을 운영하는 방식이 달랐고, 나라마다 경제여건이나 개발 상황이 다르다는 문제도 컸다. 예를 들어, 온실기체 많이 배출하는 사람에게 1억원 벌금을 부과하는 법령을 만든다면, 1억원이 큰 돈이 아닌 부유한 나라 사람들은 별 제약없이 법을 어길 것이고, 1억원이 너무 큰 가난한 나라에서는 지나치게 강한 처벌이라 여길 것이다. 화석연료를 많이 태우는 부유한 나라 사람이 더 부담없이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으니 이런 법령은 거꾸로 가는 이상한 제도가 되고 만다. 세계 공통의 법을 만들기 위해 세밀하게 따질수록 고려할 점이 너무 많고 어려운 문제였다. 그런 법을 만드느라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당장 기후변화는 더 진행된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어찌되었건 서로 협력해 강제력, 구속력이 있도록 운영해보자는 데까지는 합의할 수 있었다. 그렇게 다들 기후변화 대책을 지키고 따르도록 하면 기후변화를 막아볼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한 것이다. 

 

교토의정서, 원대한 꿈을 위한 출발점

그리하여 그다음 회의 COP3(1997)에서 등장한 것이 그 유명한 ‘교토의정서’다. 20세기 내내 기후변화 문제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협약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심해져 기후변화가 일어나는 것에 대한 조치를 협의 했는데, 선진국은 199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보다 5.2% 적게 배출하자는 것이 구체적인 내용이었다. (당시 한국은 선진국이 아니었음) 기후변화를 멈추거나 되돌리기에는 부족해 보이는 조치지만, 뭐라도 같이 다 시작하자, 최소한 첫걸음이나 디뎌보자고 협의한 쪽에 가깝다. 그래도 그 정도만으로도 당시에는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었다. 당시 190개국이 넘게 참여했으니,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인류 전체가 맞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같이 합심한다는 뜻을 알아볼 수 있는 훌륭한 협의였다.

 

그후 프레온가스를 금지하고 다른 물질로 대체 한다든지, (이산화)탄소배출거래제 등이 논의 되었다. 그러나 프레온가스는 사용되는 용도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냉장고나 에어컨처럼 온도 낮추는 물건이나 스프레이에 사용하는 정도였다. 프레온가스를 대체할 물질만 있으면(그리고 이미 개발된 상태였음) 그것으로 문제는 끝이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는 달랐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계는 너무나 많다. 세상 거의 모든 곳에서 발생한다. 이런 장비들을 대체하는 기술을 다 개발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배출권거래제도 역시 쉽지 않았다. 여러 나라가 협력해야 하는 일로, 한 나라의 정부가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을 관리하기란 어렵다. 이웃 나라 강대국 국민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많이 해도, 그 나라 정부의 협조가 없으면 돈을 받아낼 수도, 감옥에 가둘 수도 없다. 게다가 온실기체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측정하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강대국이 약속대로 배출량을 줄였다고 우기면 약소국은 그런가 보다 하고 믿을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기후변화를 국제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 두 번째 편으로 계속됩니다. To be continued...

댓글 8
  • 2024-04-09 17:11

    I'm waiting for it to be next released^^

  • 2024-04-10 16:00

    기후위기로 인한 고통이 코앞에 닥쳐와 있는 존재의 눈으로 보면 협력은 더디기만 하군요.ㅠ

  • 2024-04-11 15:09

    오늘 녹색정의당이 단 3%도 얻지 못한 선거결과를 앞에 두고 .. 여러 마음이 듭니다.
    기후위기는 기후정의의 문제이고 지금 전지구적으로 당면한 가장 "큰 이야기"인데 도대체 어째야 하는 건지 화가 나지만
    계속 이야기 하고 또 이야기해야 겠죠~
    그래서 곰곰님의 기후위기 시리즈가 참 소중합니다~

  • 2024-04-12 04:33

    불평등한 고통과 까다로운 협력은 기후위기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삶 대부분의 영역에 걸쳐 있는듯합니다
    점점 공통적인 해결법울 찾기 어려워지는 시대
    나의 세계가 어떤 존재들과 연결되어 있는지 더 잘 살펴야할 때
    곰곰님의 연재가 소중해집니다

  • 2024-04-12 07:31

    피곤할 수 있을텐데, 시간도 늘 빠듯할텐데,
    성의껏 정리해주는 곰곰님 연재글. 저에게도 소중합니다.

  • 2024-04-12 13:07

    잘 읽었습니다~ 시간이 이렇게 흘러오고 있었군요..
    여전히 기후변화가 너무 먼 이야기처럼 다가오네요..
    당장 오늘도 피부로 느껴지는데ㅠㅠ
    어떤 언어로 어떻게 나누어야할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 2024-04-13 11:20

    이 시리즈 넘 좋네요.
    공부한 것들이 다시 정리가 되고 거기에 더해진 곰곰의 해석에 또 배우게 됩니다.
    쭉~ 계속...
    아니 이런 글이 필요가 없는 세상을 기다립니다.

  • 2024-04-18 20:13

    곰곰님이 꼼꼼히 짚어주시는 기후위기, 다음 이야기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