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삼아 걸었다 - 15
도라지
2022-05-25 20:25
159
나는 공부 알러지가 있다.
어젯밤 들은 바에 의하면,
오늘 저녁. 같이 사는 세 남자는 다 저녁 약속이 있다고 했다. 아!
저녁 밥을 안 지어도 된다는 반가움보다 저녁에 걸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아!' 소리가 나왔다.
그런데 깜빡하고 오늘 오전 8시 30분부터 걸어버렸다.
나는 정말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집안 일과 세미나를 제하고 남는 시간 먼저 떠오르는 것. 걷는 것이다.
뜨거운 햇빛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땀도 잘 안나는 편이며, 남들 다 덥다고 할 때도 한참 생각해야 '음... 좀 더운가?'
그런데 요즘은 좀 꺼린다. 광대뼈에 퍼져가는 기미의 존재를 인식한 이후부터 그랬던 것 같다.
솔직히 호환 마마보다 '기미'가 더 무섭다. 내가 기미에 민감한 데에는 여러가지 양가 감정이 존재하는데, 그것에 대한 심층 분석은 언젠가 기회가 되면...
좌우당간 오늘 오전에 일만 이천보를 걸었더라.
오후에 잠깐 마주친 여울아쌤한테 난 벌써 만이천보를 걸었노라 자랑했다가 정곡을 찔렸다.
"공부하기 싫어서 걸은 것 같은데?"
맞다! 맞지만 아니다.
누군가는 에세이를 머리로 쓰고, 또는 손으로, 엉덩이로 쓰는가? 나는 발로 쓴다.
걸으면서 에세이 두어 편 뚝딱 쓴다. 혼자 걷다 깔깔거리며 쓰기도 하고 더러는 눈물을 훔치면서 쓴다. 하지만
걸으며 쓴 에세이는 걷고 나면 저장이 안되어 있다. 다행이다. ㅋ
오늘 밤엔 영성세미나 에세이의 와꾸라도 짜야지 했지만, 했지만... 오늘은 '사서세미나' 전날이라 잠시 부처님은 잊고
공자님한테 눈을 돌린다. 부처님! 내일 봅시다! 내일은 꼭 봅시다~~~!
책상에 앉으면 무릎도 아프고 등짝도 쑤신다.
나는 이것을 일러 공부 알러지라고 말하지만, 사실 무릎 근육과 등 근육이 보잘 것 없어 생기는 통증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나는 공부를 하기 위해 더 열심히 걸어야만 하는 것이다!
오늘. 비온 뒤 저녁. 비 맞은 바람 냄새가 비릿하고 좋다. 코를 벌름거리며 다짐한다.
내일은 에세이를 꼭 써야지!
더 많이 걸을 일이다.
갈대
책을 읽어야 하는데 읽기 싫을 때, 써야 하는데 쓰기 싫을 때 , 잊고 싶은 것들이 자꾸 떠오를 때.
많이 걸었다.
이 동네를 떠나도 나는 힘들 때면 탄천을 걷고 싶을 것이다.
메꽃
인동초
아무 생각없이 걷다가 꽃 향기에 돌아보니 인동초.
(요요쌤이 요즘 애정하시는 그 '인동초')
탄천을 걷다 꽃 향기가 아래서 훅 하고 올라오면 자세히 들여다 보세요. 거기 인동초가 있어요.
대충 보면 안 보일수 있어요. 엄마 손 꼭 붙든 아이의 손가락 같은 인동초 덩굴의 인기척.
촘촘히 걷다보면 타자가 전하는 감각에 민감해져요. "여기 내가 있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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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며 에세이 쓰는 됴라지..
웃고 울며 걷는 모습 상상하니 또 웃음이 배시시,,
옆에서 걸으며 쓰는 모습 보고싶네요^^
이런 과정을 거쳐서 에세이가 나오는군요~
도라지님의 걷기, 응원하게 되네요^^
공자님 만나러 책 속으로 가야하는데
오늘밤 피곤해서
걍 꿈속에서 만나고 싶어라.
책을 펼까요.
이불을 펼까요.
흠~~
ㅋㅋ 나두 나가기 싫을 때 써야 할 글과 읽어야 할 책을 떠올리기로!!
나도 걸으면서 글의 개요를 짜거나 문장을 만들거나 하는데 (음, 문장은 떠오른다고 하는 편이 더 맞을 듯)
나는,
녹음해^^
잊어버릴까봐, 잊어버리면 아까울까봐...ㅋㅋㅋ
간만에 탄천에 나가고 싶네요. 인동초 꽃냄새 맡으러요~~
아침 나팔꽃, 낮에 메꽃이군요.
만이천보면, 거의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걷는 거죠 ? 목표없이 걸어야...
그러다가 '어므나, 내가 너무 멀리 왔네, 돌아가자, 돌아가 ~~' 하면서 다시 돌아오면 만이천보 쯤 될 듯.
여튼 많이 걷네요. 👍
헉! 예리하다!
맞아요. 아무 생각없이 내키는 대로 걸으면 왕복 4만보 될까 두렵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