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삼아 걷기 13 -그들을 만나다 3
느티나무
2022-05-24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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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했다.
'이 길의 미덕은 풀을 베지 않는 것이로다.'
길 양쪽으로 푸르고 길게 늘어서 있는 들풀 길
나는 그들로 인해 바람을 보고, 노랗고 빨간 꽃들을 보고, 시간을 보고 있었다.
그들을 우리는 잡초라고 퉁쳐 부른다.
별이 아름다운 건 검은 밤하늘이 배경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듯이
꽃들은 이들을 배경으로, 바람은 이들의 흔들림으로, 시간은 이들의 세대 교체로,
이들이 있음으로써 자신들을 드러내고 존재를 확인 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잡초라고 불릴 뿐이다. 자세히 보고, 알고 보면 그들도 하나하나 학명이 있거늘.
또 이들의 생명력은 놀랍다.
보도 블럭의 틈새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시멘트 위로도 달라붙어 뻗어간다.
아무리 베어지고 밟히고 무시되어도 어디서 든 끝내 살아갈 것이다.
오늘의 퇴근 길 일삼아 걷기는 이들과 같이 걸었다.
그리고 드디어 찾았다.
자작나무를 위해 질경이를 찾았지만 몇 일 허탕을 치고 오늘에야 비로소 발견했다.
<시경>을 읽다가 나온 질경이가 어떤 풀인지 직접 소개해 주고 싶어서였다.
흔하디 흔한 풀이거늘 찾으려고 하니 보이지 않아 땅만 보며 걸었다.
약초로도 쓰고 나물로도 먹고 시경에도 나오고 풀싸움 놀이도 하는 질경이다.
그리고 또 창포
<고문진보 전집>에 나오는 시 '창포가'에는 창포를
고고하기가 학의 형상 같고 늠름함이 푸른하늘에 이르는 듯 하고
깨끗하기는 삼천 명의 제자가 공자의 뜰에 서서 안회의 거문고와 증점의 비파에 천기가 울리는 듯하다고 묘사하고 있다.
친구에게 그 얘길 들려줬더니
우리가 알고 있는 단오날에 머리를 감는 데 쓰던 창포는 이런 꽃창포가 아니라고 한다.
오른쪽의 천남성과에 속하는 저것이 그 창포라고 한다.
일삼아 걷는 길에 그들을 만나면 참 좋다. 그냥 좋다. 이유도 없이 말이다.
자꾸 들여다 보게 되고 마음이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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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같이 잠깐 걸었다고 이제 사진만 봐도 어디쯤이구나 알겠네요!!
봄까치꽃이 피던 자리에 개망초가 올라오고, 꽃마리 가득하던 길가에 이젠 금계국이 꽃을 피우고 있네요.
푸릇푸릇 솟아나던 풀들도 어느새 누렇게 시들어가고 모양도 색깔도 다른 풀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걸 보면서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고 있어요.
글과 사진을 통해 느티님의 섬세한 마음을 매번 느낄 수 있어 참 좋네요.^^ 같이 걷는 것 같아요.ㅎ
아하.. 머리 감는 창포가 천남성과의 다른 창포라니... 헐.. 이제사 그 미끄덩한 느낌이 연결되고 왜 창포로 머리를 감는지 이해가 되었어요! 캬... 희열
잡초라 불리는 이들을 자세히 살피는 느티샘 마음이 아름답네요